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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돌확이라는 세계

마당을 둘러보고 온 남편이 툭 말을 던진다.“두 번째 돌확에 올챙이가 한 마리 살아. 작년까지는 우리 집 올챙이들 몽땅 청개구리가 되더니 올해는 갈색 개구리가 되려나 봐.”‘이 여름에 아직도 올챙이…?’남편의 말이 믿기지 않아 당장 마당으로 나간다. 물론 갈색 개구리도 궁금하다.돌확엔 잔뜩 물이끼가 끼어 있다. 게으름을 반성하며 물에 손을 넣어 이끼를 걷어

  • 현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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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훈민정음과 한글, 그리고 케데헌

가끔 생각한다. 우리에게 한글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일단 아찔하다.‘아마 지금도 한자를 쓰고 있겠지. 하늘천, 따지… 하면서 천자문을 외고 있을지도 몰라. 아니야. 영어를 쓰고 있을지도 모르지. 왜냐하면, 옛날에는 중국을 섬겼기에 한자를 썼지만, 지금은 미국을 좋아하니 영어를 쓸지도 몰라.’이렇게 가끔 혼자 뇌까린다.나는 네 명의 형제 중 처음으로 대

  • 최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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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이루고 싶은 하나

며칠 전이다. 3박 4일 간의 문학 행사에 참여하던 셋째 날이었다. 아침 식사 시간에 맞춰 룸메이트와 호텔 1층에 있는 뷔페를 찾았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지정석에 앉을 때까지만 해도 다른 날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오늘도 부드러운 요구르트로 빈속을 달래고 맛난 음식을 요것조것 골라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아름다우십니다.”마주 앉은 룸메이트

  • 정경해(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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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허공을 잇는 줄

호수를 바라보며 데크길을 따라 상상마당 앞까지 걸었다. 상상마당 앞은 호수와 테크노파크 건물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쌀쌀한 바람이 상큼하다. 멀리 줄 하나에 연이 줄줄이 매달려서 호수 위로 꿈틀거리며 날고 있다. 하늘 높게 띄워 놓고, 자유자재로 희롱하는 실력이 대단하다.전쟁 중에 연을 띄워 소통하거나 심리전을 펼치기도 하였다. 연줄에

  • 장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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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그냥 웃지요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기회와 선택인 것 같다. 봄이 시작될 때면 수십 년간 해온 낯설지 않은 몰입을 지켜보는 익숙한 현실과 뒤따라오는 침묵이 참 무겁다. 숱한 경험들이 한순간에 새로운 영역을 변화시킬 수 있고, ‘거기에 있음’이라는 기대 때문에 고뇌하고 끓어오르는 열정을 화산처럼 폭발시키는 3월이다.두어 달 전부터 제주도 갈 계획을 꼼꼼하게 준비했다. 선주

  • 박순자(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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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부끄럽지 않은 희망

정보화 시대에 생활하고 있는 나는 요즘 자괴감이 든다. 생활해 가면 갈수록 모르는 일, 못하는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두뇌 회전이 빠르지 않은 것에 놀랐다. 들어보지도 못한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정부 보조금 받는 문서를 작성해야 할 일이 생겼다. 고객센터에서 시키는 대로 해도 잘 되지 않는다. 교육받은 대로 번호를 눌러

  • 김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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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열흘 간의 행복

지난 봄 시골 언니 집에서 도라지 모종 여남은 포기를 얻어왔다. 1층 화분에 심고 서너 포기를 베란다 화분에 심었다. 1층 화분은 햇볕을 받아 싱싱하게 잘 자랐다. 더위가 지나고, 포기마다 다투어 봉오리를 맺었다. 이 애들이 언제쯤 웃어줄까? 바라보기만 해도 첫사랑만큼이나 가슴이 콩닥거렸다.흰색일까? 아니면 보라색일까? 궁금증이 치솟는데 욕심일 것 같았다.

  • 홍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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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손가락이 불러모으는 책의 소리

종이책을 넘길 때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을 사랑한다. 검지손가락으로 다음 장을 넘길 때 종이 결에 따라 다르게 나는 여러 가지 소리가 좋다. 소리는 낱장의 질감에 따라 다르게 난다. 새 책이나 두꺼운 종이는 소리조차도 꼿꼿하다. 세상에서 첫선을 보이는 종이의 결이기에 손가락 끝에 닿는 감촉이 서컹하다. 이럴 때 책 페이지를 엄지와 검지로 슬쩍 들면 부드럽게

  • 홍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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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고마웠습니다

내가 8살 때 6·25전쟁이 터졌었다. 1·4 후퇴 때 피난을 떠날 때는 아버지는 직장 따라 먼저 대구로 떠나셨고, 고등학생이었던 오빠는 나의 손을 잡고, 중학생이었던 언니는 혼자 걸어서, 다섯 살이었던 남동생은 짐꾼을 사서 짐 위에 얹어서, 두 살인 남동생은 어머니가 포대기로 업고 떠났던 피난길이었다.수원에 왔을 때 밀려온 탱크의 괴뢰군들이 보따리를 빼앗

  • 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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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73호 남산의 소나무

올해도 동기들과의 첫 산행지는 남산이다. 서울의 상징인 남산에 올라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나라의 안녕과 한 해 동안 우리 자신의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서다.올라갈 때는 셔틀버스를 타고 팔각정까지 갔다. 한눈에 보이는 서울 시가지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나라가 평안하길, 올 한 해도 가족들 모두 편안하고, 벗님들과 함께 이 산행도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기

  • 박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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