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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소리 없는 아우성

언땅속숨소리가들리는가?앙상한 나뭇가지 타고 쭉 내려가땅속 깊게 박힌 뿌리마다의아우성을 들어보렴모진 혹한에도 버티며 웅크린 건언 땅이 녹고 훈풍에 싹을 틔울희망이 있기 때문이다이 혹한이 지나면꽁꽁 언 땅은틀림없이 녹는다여기저기 웅크리고 가슴만 태웠던 나목들은 싹을 틔우고 온 대지를 푸르게 더 푸르게 진초록의 세상에 햇빛이 퍼지는그런 날이 오

  • 이현주(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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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촛불 기도

가로등도 잠든 깊은 밤제 몸 사르는 촛불환하게 비추게 하소서황망한 소식에어둠 박차고 바람 가르며달려왔을 수천수만의 놀란 눈빛밝게 밝게 비추게 하소서자유를 가장한 가면 뒤의 거짓을깨어나지 못하는 덜 깬 민낯을두렵지 않은 횃불 든 마음 되어달려왔을 그 마음 그 마음따숩게 따숩게 비추게 하소서손에 손에 움켜쥔제 몸 사르는 노란 촛불얼은 심지 서로서로 돋워 가며&

  • 윤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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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과자를 귀에 걸어두면

다섯 살 아이는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과자를 귀에 걸어두면 빗소리가 된다소리란 소리가 다 모여 있는 표정에는해맑은 거짓말이 툭 튀어나올 때마다여린 지느러미가 파닥인다물푸레나무가 우거진습지를 걸으면 눈빛이 저절로 따뜻해질까서로를 문지르면 노래가 뽀송뽀송해진다는나를 딛고 상큼상큼 걸어가는 빗소리머루알 같은 눈 속에 들어 있는 조용한 물음들띄엄띄엄 조각난 문장들이

  • 박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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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무등산의 설화(雪花)

도심을 품은 부드럽고 너른 어머니의 산, 새하얗게 덮인 능선 위로 치솟은 주상절리는 젖봉우리처럼 그려진다삼봉(三峯)* 형제가 있는 고지(高地)엔혹한에 생장을 멈춘 뻣뻣한 가지 위로차가운 하늘이 뿌린 눈발이 스며들어새하얀 꽃을 피웠다거대한 병풍을 둘러놓은 듯서석대의 장엄한 돌무더기 사이사이로하늘의 기운과 바람의 속삭임을 품고 있다한 줄기 따

  • 한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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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점과 선 사이

하얀 종이에 점을 찍는다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한가늘고 굵은 선들이빈곤의 양식을 수레 가득 싣고급행과 완행의 교차로에서매듭으로 묶인 실타래를한올한올풀어헤치며시리게 밀려오는 그리움을세상 밖으로 몰아내고 있다소녀의 꿈에서중년의 원숙함을 거치며황혼의 길녘을 함께 걸어온 선과 점상처로 얼룩진 기억의 시간은 고치기로 지우고 아물기로 다듬고 삭둑삭둑 자

  • 김성희(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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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동백아가씨

세 발로 꼬부랑꼬부랑응급실 들락거린 구순 어머니‘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사연도 말짱하시다유모차를 타고, 아니 밀고어머니 마늘밭을 지나신다뻐꾹뻐꾹, 뻐꾸기 울 때,배미콩을 심어야 한다고걱정이 몇 이랑이다송정 아래 봉우뜰 타고뒷산 너머 검은등뻐꾸기가홀딱 벗고 홀딱 벗고고장 난 카세트처럼 오늘도흘러간 가사를 틀어댄다‘가신 임은 그

  • 김정임(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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