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첨의 과자를 먹고 박수치는 연습을 한다생각밖의 생각을 생각하는 경박한 실존의 버팀목 같은 둥지가 무너지면서 알들이 와르르 쏟아졌다오염된 땅에서오염된 물을 먹고오염된 생각이우리들의 눈을 멀게 해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고지를 향해 질주하다 돌진하는참새들의 요란한 입방아 네 오른쪽
- 지은경
아침에 아첨의 과자를 먹고 박수치는 연습을 한다생각밖의 생각을 생각하는 경박한 실존의 버팀목 같은 둥지가 무너지면서 알들이 와르르 쏟아졌다오염된 땅에서오염된 물을 먹고오염된 생각이우리들의 눈을 멀게 해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고지를 향해 질주하다 돌진하는참새들의 요란한 입방아 네 오른쪽
이 가을, 만나고 싶은 사람드레스처럼 흘러내리는 촛불 아래에서 이 가을만큼은 그대의 계절이고 싶다광시곡에 묻혀삶이란 흔한 물음에 온몸 떨며 나약함에 흔들려야 했던 일들낙엽, 물들여 내릴 때현악의 무딘 음에 눈시울 붉히며 릴케의 사랑 편지 읽어 온 날들바삭이는 잎이추한 모습으로 쌓여 가던 날 나그네 바쁜 걸음 예까지 왔나보
뜨거운 물에 커피를 녹인 후 얼음을 녹여 또 젓고 저어 냉커피를 만든다아주 뜨거운 것과매우 차가움의 조화감당못할것같은나를녹이고 상대를 받아들여야비로소 새로운 이름과 맛이 되었다 우리의 삶도이질과 동질은 하나 결국은 하나다.
부슬부슬 소곤소곤 빗소리 벗 삼아삶에 바래진 마음 달래려 낯익은 우산 펴들고 집 앞 공원 산책을 나선다 이제는 아득히 멀어져 가는밤하늘 별처럼지난날 저편 아쉬운 기억들 하나 둘거슬러 본다한여름 예고 없이 내리는 비 그비를막아줄누군가의 친근한 우산 같은 그런 내일을 조심스레 소망해 보며
어둠 깔린 밤하늘에 대롱거리는 동심 춤추고 노래 불러도 보는 이 없어 무수히 반짝이는 은하를 뒤에 두고 눈부신 포물선을 제멋으로 그리며 눈가에 서성이는 그리움을 남긴다고요한 밤이 오면 별빛에 멍석 펴고 화롯가 구수한 군고구마 다 태워도 할머니는 모깃불에 무서운 얘기 올려 소름 끼치는 전설 같은
땀이 비 오듯 온몸을 적시는 걸 어쩌랴작은 언덕 오르기 쉽지 않은 것을마른하늘 번개 피할 수도 없는 것푸른 초원에서 논길 다듬다 모시적삼 젖어들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큰댓자로 누웠다가 소나기 피하며 꽁보리밥 된장국 맛나게 먹던 시절 사계절이 아름다웠던 그곳은 천상일까폭염과 태풍 한파까지 몰아치던 긴 시간 야금야금 억눌
너와나우리사랑되어 정성으로 심은 생명숨을 쉬는 땅마파람 선(線)이되어 점(點)으로 모여 가꾸어 온 세상 아름다워라아이들 뛰노는 보금자리에 끝없이 펼쳐지는 웃음소리 새 시대 열어가고성취의 보람으로 변화되는 삶 우주는 지금도 호흡 중이다 살아 있음의 원동력으로…
새벽, 비 쏟아지는 소리텃밭 가는 길목 감나무 한 그루V자 모양의 한 가지가통째로 부러져 땅에 널브러져 있었다 곧 볼이 빨개질 감과 기세등등한 잎을 달고서장년 종아리만 한 크기 몸피 오 분의 일만 살아있었다 우린 눈에 보이는 부분만 본다밤이나 낮이나 비가 내린 긴 우기에도보이는 부분만 본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꽃무릇 사이서운사를 찾은 바람이 잠들다 그리움은솔밭 가득 내려앉고곱게 잠든 시간의 파편들햇살 속에서 졸고 있다퇴색된 법당 문살 사이누군가 흘리고 간선홍빛 사랑의 빛깔꽃무릇 사이를 넘어온바람에 흔들린다수많은 사람들이 남기고 간 용서와 화해 그리고 소망의 침묵들 선운사 마당에서목백일홍으로 피고 있었다
인감증명을 떼러 동사무소에 갔다지문이 뭉개져 감식되지 않았다어쩔거나, 나를 증명할 수가 없으니 직립보행으로 손은 문명을 지어왔으나팔십여 성상 손가락이 닳고 닳아현대 문명의 이기로도 나를 인증하지 못한다 인식의 자아는 존재하나나의 실존은 소멸되었다밋밋한 하늘처럼 민무늬 인생늘그막엔 인생의 본질마저 불확실성이다 사람은 육신으로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