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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도행 여객선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귀자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7월 6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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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자 끼니를 챙기듯
뱃속을 그득 채운다
한창 시절엔 쇳덩인들 소화시키지 못하랴 
트럭이며 자가용이며 양껏 삼킨다.

 

빵~ 퉁퉁 퉁퉁…
채운 배를 두드리는 고동소리
뒤꽁무니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까스를 뿜어댄다

 

끼룩끼룩 끼룩끼룩
몰아치는 바람도 출렁이는 물결도 겁 없이 
악착스레 따라 붙는 갈매기 떼.
언제부터 학습된 몸짓일까
하얗게 뒤집히는 뱃길 위에
선심 쓰듯 뿌려지는 새우깡이
어디, 그리 쉬운 공짜더냐
숨 가쁘게 밀치고 부딪치고 깃털 뽑혀가며 
한바탕 기회 잡는 틈새시장이 아니던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내 푸르던 날에
쉴 틈 없이 몸부림치던 삶의 조각들이
아른아른 물보라 속에 눈물처럼 쏟아 내린다.

 

소야도-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조용한 선착장
외딴 섬마을 한 모퉁이에
외로이 묶인 낡고 녹슨 고깃배가
나른히 흔들리며 졸고 있다

 

저곳이
목숨 줄 잇기 위해 수십 리 길 따라 나선 
떠돌이들의 쉼터인가
하룻밤 묵고 갈 여인숙인가
삐죽삐죽 제멋대로 솟은 장대 위에 쪼로록 
갈매기 한 마리씩 솟대처럼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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