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였다.지독한 해무가 몰려 왔다. 대화퇴(大和堆) 어장을 벗어나 울릉도 동북방으로 접어들 때까지만 해도 하늘이 흐리기만 했을 뿐 늦여름 밤바다는 평온했다. 거친 동해바다 물살을 헤치며 2박3일 조업한 제2성창호는 이미 만선이 었다. 어창이 오징어로 가득 찼다. 갑자기 짙은 해무가 몰려들자 집어등은 희뿌연 불빛만 깜빡일 뿐 휘몰아치는 안개의 그림자를 지우지
- 서성옥
안개였다.지독한 해무가 몰려 왔다. 대화퇴(大和堆) 어장을 벗어나 울릉도 동북방으로 접어들 때까지만 해도 하늘이 흐리기만 했을 뿐 늦여름 밤바다는 평온했다. 거친 동해바다 물살을 헤치며 2박3일 조업한 제2성창호는 이미 만선이 었다. 어창이 오징어로 가득 찼다. 갑자기 짙은 해무가 몰려들자 집어등은 희뿌연 불빛만 깜빡일 뿐 휘몰아치는 안개의 그림자를 지우지
나는 교양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면을 위한 콘텐츠를 찾다가, 그 중 하나를 클릭하고는 반응을 보느라 영상 아래 댓글을 읽었다. ‘엄마가 추천해 주셨는데 영어를 못 알아 들어서 잠을 잘 잤다’엄마가, 라는 핑계가 내 가슴에 쏘옥 들어온 까닭은, 내게는 ‘엄마’같은 연인이 있었다. 어젯밤 망설임 없이 이 영상을 클릭했던 이유다.‘오늘 세계 최고의 명문중 하나인
엄마는 석 달 전부터 병원에서 누워 지냈다. 몸은 이미 굳을 대로 굳었는데 가끔씩 정신이 돌아오면 마른 입술을 움직거렸다. 엄마의 입술이 하는 말을 나는 눈으로 읽었다. 오빠를 찾았고 막내 순미를 찾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가 눈앞에 있는 듯이 바라보며 알아 듣지도 못할 말을 중얼거렸다.“저기… 안, 안 돼…저기…가지 마, 저….”앙상한 엄마의
무더위연못 속에인고의 시간 고옵게 피었네.너른 잎비바람에찢기어 가도 변함 없는 향기.
감추어 두어야만그것이 보물이지온 동네 퍼나르면보물이 될 수 있나참으로 이상한 보물 희수(喜壽) 되어 만났지우리의 시조문학천년이 넘었어도뿌리가 진선미(眞善美)라세계로 뻗어 가네진실과 착한 마음에 아름다움 품었지
모이고 흩어지는구름과 바람 사이하루가 한생이요한생이 일장춘몽자연과 동화된 마음하나되는 너와 나
화무는 십일홍에 씨 하나 남기지만비 내린 하늘 다리 화려하게 수놓던무지개 한순간 사라지면허상마저 없구나어둔 밤 차갑도록 휘감던 아침 안개 은빛을 반짝이던 쌀쌀한 새벽 이슬 해 뜨면 삽시간 사라진 후흔적 하나 없다네광활한 대양들을 한없이 출렁이고 고요한 호수마다 파문을 일으키던 파도들 바람만 사라지면군소리도 없구나한순간 세
바람 따라 가고 싶은오백 리 밖 궁산마을이름 모를 야생초가가던 발길 잡던 고개어머니거친 손 마디눈 감으면 떠오르네먼 발치 옹기종기 모여 살던 옛 친구들 고향 달 두고 가도 따라붙던 그 그림자 힘주어어깨를 치며잘 가라고 손 젓던 벗
눈치코치 통 모르는 맹추 같은 청맹과니 나르시스 얼굴일까, 제 그림자 볼 수 없는앞치레 눙치지 못한뒤꼭지가 게 섰다.붉게 핀 얼굴이야 두 손 벌려 가리지만 바람에 곤두서는 등 뒤의 가시 돋친 꽃 눈총 쏜 레이저 빔에꼭뒤 화끈, 따갑다.
가는 듯 돌아서는 떫은 사념(思念)들이잊음도 소망처럼 가슴에 샘을 파고제 탓에 부끄러운 알몸에 생떼 쓰듯 흐르는 체온한 자락 바람 떨쳐 하얗게 물들이고눈 녹듯 흘러내리는 달빛을 훔쳐보면이 무슨 우연일레라 피어나는 꽃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