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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독자에게 갚아야 할 사랑의 빚

대부분의 작가 지망생에게 등단이란 각고 끝에 얻은 첫 결실 혹은 오래 품어 온 꿈의 서막일 테다. 근래 등단제도를 거부하고 독자들과 바로 소통하는 이들도 다수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등단은 문학 세계로 입문하는 작가의 첫 관문이다.보통 등단은 저명한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여러 해 글을 배우면서 쓰디쓴 합평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자괴감으

  • 심은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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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소설가는 본인의 프리즘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만들어야

수서 선생님 작업실을 방문한 날은 사흘 동안이나 장맛비가 계속 내리던 날이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액자 속 아프리카 여인이 먼저 반겨주는 작업실 안에서 선생님은 여전히 넉넉한 웃음으로 나를 반기신다. 직접 물을 끓여 타 주시는 커피 향이 은은하게 작업실에 퍼지고,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은 선생님은 느긋하게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불을 붙인다. 언제나처럼

  • 김성달소설가·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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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문영

1턱 관절이 아리도록 껌을 씹어댔다. 질겅질겅 씹어대던 껌을 더는 씹고 싶지 않아 버릴 종이를 찾아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호주머니 안 쪽에 있는 껌 종이가 손끝에 닿았다. 단물이 빠진 껌은 귀찮았고, 불편 했다. 단물이 빠진 껌이 사라지자 다시 껌을 사야하나 망설였다. 불필요한 거스러미처럼 호주머니 안에서 놀던 껌을 의식한 건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시

  • 신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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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여각구도

문 화백을 인터뷰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은 날은 유난히 날씨가 맑았다. 바람은 초여름의 먼지를 몰고 사라졌고, 맑아진 시야는 미술관 앞으로 펼쳐진 들판의 끝으로 시원스레 뻗어 나갔다. 먼 들판의 끝엔 두 개로 쪼개어진 채계 산이 조각상처럼 서 있었는데, 쪼개어진 산등성이를 출렁 다리가 느슨하게 잇고 있다. 누구라도 이곳을 찾게 되면 품게 되는 의문이 있을 것

  • 박진희(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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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힘들다. 오늘도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일거리가 있어 좋다마는 해도 해도 너무했다. 야속한 컨베이어 벨트는 한시도 쉬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과로사가 이해되었다. 일이 없어 스트레스 받아 죽으나 일이 너무 많아 스트레 스 받아 죽으나 죽을 사람은 이래 죽어나 저래 죽어나 죽 게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언제 죽음을 생각해 본 일은 없다. 인제는 죽음이 간당

  • 전흥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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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영덕 와우산에서 뜨는 세종시 정동진 일출

“이 선생, 우리 다음엔 어디로 탐방 가면 좋겠나? ” 이 선생은 멈칫했다. 학교 현장에서 고향사랑인문지리지 동아리 활동할 때 아이들에게서 듣던 소리다. 해맞이 가 모임의 주제로 떠올라 한참 열띤 토의가 진행되고 있었다.산악회 회원이 산에 갈 때는 안 모이고 회 먹으러 간다 니까 다 모이냐고 핏대를 세웠던 이도, 인류를 구하든지 나라를 구해 보려 모인 협회

  • 김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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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안면도 여행

거울 앞에서 지난 세월의 먼지를 걷어내듯 내 모습을 들여다본다. 내 나이는 바람결에 떠밀린 세월의 자취처럼 어느새 만 68세이다. 아내의 나이는 내 그림자를 좇는 바람결처럼 비슷한 만 71세이다. 현실을 점검하려는 듯 근래의 내 생활의 흐름을 둘러본다. 민달준(閔達俊)이란 내 이름에 걸맞게 고공의 매처럼 당당하게 살아왔다고 여긴다. 고등학교의 미술 교사로

  • 손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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