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2월 684호
21
0
전 세계 역사상 대한민국처럼 6·25 같은 큰 전쟁을 치른 후 한 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선진국을 이룬 나라는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전쟁 직후 전 국토가 폐허된 그 당시만 해도 처절하리만큼 굶주림과 질병으로 부모의 호적에도 올려 보지도 못하고 사망한 아이들이 비일비재했던 고난의 시절이었다. 전 세계의 많은 국가로부터 식량·의복·의료 등의 원조를 받아야 살 수 있을 정도로 가난했던 빈민국이요 후진국이었다. 그런 우리나라가 이제는 온 국민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는 물론,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진국 수준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덕분에 우리 같은 노인 세대들도 이전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전된 이 시대에서 풍요로운 삶을 함께 누리며 살고 있다. 신작로도 없었던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집집마다 멋진 자가용에, 품위 있고 살기 편한 아파트에, 한층 멋과 개성 넘치는 외모와 건강 관리에도 많은 관심과 신경을 쓰며 살고 있다. 또한 언제 어디서든지 급한 일이 있을 때 즉시 연락할 수 있는 핸드폰은 노인에서부터 어린아이에게까지 온 가족, 온 국민 누구나 가지고 다닌 생활 필수품이 되었다.
그러나 불과 몇십 년 전 우리나라 주거 환경이 단독주택에서 아파트 시대로 급변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지키고 살아온 마을 공동체 중심, 대가족 중심 사회는 어느덧 사라지고 이제는 핵가족 사회라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며 적응해 가고 있다. 따라서 오랜 세월 동안 익숙했던 생활 방식이나 정서도 문화도 많이 변하고 있다.
이미 21세기 산업 혁명 시대, 최첨단 과학 시대, AI 정보 시대가 현실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달나라, 별나라, 우주를 여행도 하며 한층 더 새롭고 발전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그 부유하고 화려한 이 시대의 한구석엔 소외되고 버려진 어두운 사람들의 역사도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떤 이들은 아무 부족함 없이 마음껏 즐기고 누리고 살지만 어떤 이들은 오두막집 하나 없어 하루하루를 마치 생존 경쟁의 낙오자처럼 눈물로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비록 빈부의 문제뿐이겠는가?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갈등, 거짓과 탐욕, 자연 환경의 파괴와 오염으로 인한 극한 기후 변화와 질병은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과 우리 자손들에게 심각한 현실로 다가와 있다.
불과 5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유행성 질병이 온 세상을 태풍처럼 휩쓸 때에 온 인류는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으며 온 세상 곳곳에서 사랑하는 이웃들, 가족들을 얼마나 많이 잃었는가. 심지어는 병원마다 넘쳐나는 시신들을 처리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것이 하늘의 저주인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주거 환경이나 식생활이 서구식 패턴으로 바뀌면서 소위 선진국형 질병으로 알려진 비만, 고혈압, 당뇨, 마약 그리고 스트레스형이라 할 수 있는 정신 불안, 자살 등의 질병이 크게 확산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어느 날 우연히 어느 방송에서 우리나라 국민 중 40대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는 보도를 들은 적이 있다. 혹시 내가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할 정도로 너무 충격이었다. 앞으로 우리 국가의 미래요 꿈이요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들이 돼야 할 한참 젊은 세대들에게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인가? 사람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잘 먹고 잘 살아도 가족이나 자식이 병이 들고 잘못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는 국가 사회의 큰 불행이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인간 본래의 인간성이나 순수했던 사랑은 점점 메말라 가고 이제는 돈이 최고라는 물질 만능 시대, 자기 중심의 이기주의 사회로 빠르게 변한 것 같다. 듣기만 해도 포근한 부모 공경, 형제 우애, 이웃 사랑, 예의범절 같은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정신은 점점 잊혀지고, 말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잔인하고 충격적인 사건 사고들이 점점 더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세대를 초월한 일자리 문제, 이혼, 낙태, 마약, 노인 문제도 심각해 보인다. 선진국이라고 자랑하는 우리 국가 사회의 큰 아픔이요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든 단체든 가정이든 같은 공동체 중에 누군가가 아픔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공동체는 결코 행복하고 건강한 공동체라고 할 수 없다. 다 함께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고 해결하도록 서로서로 큰 관심과 사랑으로 힘써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 어느 한 곳이라도 열이 나고 아프다면 그 나라는 건강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산업으로 발전된 先進國에서 차별과 갈등과 아픔이 없는 善·眞·國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