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립니다.
아침 시간을
또 기다려 집니다.
쉬는 시간이
그리고 점심 시간을
이리 날라가고
저리 굴러가도
이리저리 차이고
이리쿵저리쿵 부딛혀도
기다림은
심심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조금 있으면
내가 필요하거든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이홍우기다립니다.
아침 시간을
또 기다려 집니다.
쉬는 시간이
그리고 점심 시간을
이리 날라가고
저리 굴러가도
이리저리 차이고
이리쿵저리쿵 부딛혀도
기다림은
심심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조금 있으면
내가 필요하거든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이홍우일출을 볼 수 없는 여운을
산책길에 만난 해송향이
마음까지 세척해 내는 기분은 뭘까?
바다경치가 있으니 그렇지.
저 구름 넘어 보름달
여전히 뜨고지겠지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알아서일까?
파도소리에 묻히니 그렇지.
짙은 안개에 보슬비
가족들의 발걸음에
정을 더한 애(사랑)가 넘쳐 파도를 넘는다.
멀다않고 한자리에 모이니 그렇지.
뜨지 않아도
보이지 않아도
숫자로 표현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느낄 수 있으니 그렇지.
그래서 가족인가 보다.
그러면 그렇지.
이홍우그림자에게 묻다
권준희
삶은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는 끊어진 선
그 선 위에서 흔들리는 나의 그림자
수풀 사이로 스며드는 빛길
낮은 구름자락에 매달린 그림자
안개로 덮힌 고된 하루가 지나고
저녁빛 그림자도 희미해진다
쾌락과 영혼이 뒤엉킨 세상 속
흐릿한 바람결에 감춰진 흔적 같은 그림자
가로등 아래 처진 표정없는 그늘진 허상
나의 안팎을 넘나드는 너
너의 정체가 무엇인가
삶의 그림자는 항상 내 발 밑에
하지만 잡히지 않는 시간처럼 나를 감싼다
그래서 가끔은 멈춰서서 묻는다
오늘도 나는 앞을 향해 달려왔지만
뒤엉킨 시공간 속에서 나는 누구이며
너는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그림자야, 오늘은 나에게 답해다오
때로는 멈추어 너를 들여다 보리라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내 삶의 빛을 찾으리라
https://blog.naver.com/kwonju22/223973576963
권준희구월의 노염(老炎)
권준희
구월의 늦더위는 인생의 축복
팔월 태풍 밀어낸 들판 위
쭉정이 벗은 이삭들 살찌우며
올게심니* 묶음이 마을 기둥을 세운다
장맛비에 넘친 둑
뿌리째 떠내려간 벼와 수수, 조
물 빠진 논밭엔
숨 가쁜 줄기 몇 가닥만 남아 있다
아침 저녁 찬이슬 맺히건만
한낮은 여전히 불의 기세
철 지난 노염의 기염 속에서
늘어진 이삭들이 다시 고개를 든다
벼와 수수, 조 이삭이 패고
고구마를 캐고 녹두를 털어
송편 속엔 청태콩과 밤이 가득
가을은 제 얼굴을 드러낸다
노염처럼 노년을 살아내리
이삭 패고 열매 맺혀
남김없이 건네주리라
구월의 늦더위는 인생의 축복이다
*올게심니-민속 추석이나 중양절을 전후하여 벼, 수수, 조 따위의 이삭을 묶어
방문이나 기둥 따위에 걸어두는 풍습. 또는 그 벼, 수수, 조 따위의 이삭.
권준희바람 부는 날
강물은 몸살을 앓는다
봄바람이든
가을바람이든
바람은 또 다른 바람을 몰아오고
물살이 바람에 내몰려
속내와는 달리 거꾸로 흘러도
한마디 싫은 내색도 않고
길이 높으면 머물다 가고
물길이 뒤틀리면
온몸으로 방향을 잡아
흐르던 길을 이어 나간다
바람 부는 날
강가에 서 보아라
몸살 앓는 물살이
바람 때문에 거꾸로 치닫는 듯 보이지만
강물은 큰 줄기를 이루어 몸을 풀고 있지 않던가
이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