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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지상과 지하의 무의식적 고찰

다 저녁때, 막 누나가 차려 준 밥을 먹고 있는데 식탁에 던져 둔 핸드폰이 울린다. 아니다. 핸드폰 벨소리처럼 귀에서 울리는 속삭임이다. 숟갈을 입에서 떼기 무섭게 지상은 얼른 귀를 쫑긋 세운다.“오빠?”“지하?”“뭐 해, 빨랑 오잖고?”“밥 먹고 있는 참이야.”“밥이 급해? 나보다도?”“아니, 그래.”황급히 숟갈을 놓은 지상은 지하의 말대로 빨리 달려갈

  • 한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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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빗속을 둘이서

하늘 가득한 별은 어디서 살다가 왔을까. 그녀가 사는 동안 잔별들이 무리 지어 황금물결이던 날은 처음이었다. 손에 손을 잡은 별은 금빛 날개를 펼쳐 어둠을 힘껏 밀어냈을 것이다. 긴 머리 나풀대던 여자와 귀에 이어폰을 꽂은 남자는 죽도봉 연자루에서 환호를 지르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흔든다.“하늘이 우릴 축복하려나 봐, 우리 결혼할까?”여자의 말에 남자의

  • 이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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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내가 왜?

1신입사원 안승호가 부서로 배치된 이후 김인문 부장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승호는 기본적인 업무 능력이 없다. 김 부장은 안승호만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8명의 부서원을 대상으로 일일이 업무 분담을 했지만, 그에게 맡긴 일은 도무지 불안하다. 가장 쉬운 일을 가장 적게 주었지만, 그조차 실수 연발이다. 안승호가 단독으로 업무를 맡아 진행할 능력이

  • 김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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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삼팔선의 봄

폭음과 함께 GP는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나 버리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나는 내 몸이 부서져 허공에서 분해되는 그런 비통한 심정이었다. 아, 혈기 왕성했던 젊음이 혼신을 다해 열정을 쏟아 몰입했던 곳 250 GP. 오래되어 낡은 노트 속에는 젊었던 시절, 전쟁으로 사라져 흔적만 남은 아무도 없는 외가 마을을 가보고 느끼게 된 얘기들이 소

  • 이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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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빌라의 달밤

달을 보러 빌라의 옥상에 올라갔다가 하마터면 처음 보는 여인의 발목을 부러뜨릴 뻔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보니 대뜸 하얗고 둥근 달이 이마 너머 저쪽 하늘 위에 높게 떠 있었다. 순간 가슴이 서늘해지는 감동과 함께 성큼 맞은편 난간으로 다가갔는데 갑자기 발 아래가 물컹하더니 여인의 외마디 소리가 들려왔다. 난간 아래쪽에 사람이 있는 줄을 모르고 무심히

  • 김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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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조상님의 묘소가 있는 산등성이에 잘생긴 나무들은 쓸 데가 많아 다 베어가서 없고, 볼품없는 등이 굽은 나무만 남아 더 중요한 일을 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부모를 모시고 효를 다하며 사는 게 당연한 일이고 미덕이었지만, 가족의 유형이 대가족에서 핵가족화되어 가면서 요즘은 모시고 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시대가

  • 전명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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