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들어갑니다”목 안으로한 문장이 먼저 들어왔다나는 마우스피스로 입을 벌린 채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자세가 되었다 눈꺼풀이 내려앉는 동안몸은 나보다 먼저 잠들고세상은 내 이름을 잠시 접어두었다 누군가 내 안을 지나고 있었다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의사는 그 길을 잘 알고 있었다허기를 관장하는 위장그곳에 삼키기만 했던 말끝내 울지 못한 저녁
- 김준용
“약 들어갑니다”목 안으로한 문장이 먼저 들어왔다나는 마우스피스로 입을 벌린 채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자세가 되었다 눈꺼풀이 내려앉는 동안몸은 나보다 먼저 잠들고세상은 내 이름을 잠시 접어두었다 누군가 내 안을 지나고 있었다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의사는 그 길을 잘 알고 있었다허기를 관장하는 위장그곳에 삼키기만 했던 말끝내 울지 못한 저녁
강변 들녘에유월의 훈풍이 불어오고초록 들풀은 나날이 짙어진다. 이 좋은 시절,들풀들의 함성이 들녘을 흔들고그 울림은 강 건너까지 번져 간다. 현자는 보이지 않고상처 입은 세상은 여전히 아프지만, 우리는 덜 상한 내일을 고르려 한다. 고를 자유가 있고고르지 않을 자유도 있다.그마저 앗아갈 바람은 없다. 바람은 아는
산책길 한 언덕배기엊그제 벚나무 꽃비허드러지게 내렸던 길 모퉁이작약꽃 한 무리 곱게도 피었네 작약,아름다운 꽃을 보여줌은 물론항염, 항산화, 제반 면역조절 기능 갖춘 빼어난 약초 어린 소(少) 시절소먹이 산에 올라산도라지, 더덕 캐다가 작약을 만나면 눈에 번쩍 띄던 약초 산나물꽃 아∼ 아! 그때 그 시절 
초연히 불어오는 강바람에외로움은 노을 속에 깊이 스며들고 붉게 물든 단풍이 갈바람에 비비다한 잎 두 잎 허공에 비틀거리며쓸쓸히 흩어지는데 보고 싶은 님은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깊어만 가는 가을이 다시 찾아왔건만이제나저제나 아무런 기별도 없고 님 생각에 애끓은 정만 쌓여 가는데꿈에라도 애타는 마음 젖어 볼까 깊은 밤 갈바람
생각나 지우고지우면 다시 써야 할이름은 있다구름 속으로 떠나간주소를 찾아 걸어도 보았다 노을빛 짊어지고 따라 걷던 그날의 골목이었을불 꺼진 가로등 하나가 옛말을 피우고 있다 바람으로 지워져 뜨락에 놓고 간 시간의 흔적을 걸음의 목청을 들으며 부른다 지칠 때는놓고힘들 때는마저 놓
엄마의 시간은아이를 포태(胞胎)하면서 멈췄다 눈과 귀 코와 입모든 것이 자식에게로 향했다 구십 노파가 되어도엄마의 시간은자식에 멈췄다 시간이 지나면당신의 시간이흐를 줄 알았건만 세월의 월계관이하얗게 빛나는지금도 시간은 흐르지 않습니다
금빛 화살 날아와 콕콕 꽂힌다 화살나무 이파리 선홍빛 낭자하다 그대 떠난 뒤멍이 든 내 기다림 기억의 갈피마다잎잎이 선홍빛 눈물이다.
그림자 외로운 혼새 궁중 떠나온 뒤헤매인 깊은 산중 달빛은 피 뿌리듯하늘은 슬픈 곡소리수백년을 흔드네 원통한 조선의 왕끝없이 애달파라새벽 산 울음소리 골짝에 토한 분노흑역사 남겨진 아픔 슬피 우는 두견새
꽃이 피었다고 꽃길이랴 꽃 없는가시밭 험한 길도 맞잡은 손 너와 함께라면 그 길이꽃길이지
첫사랑을 간직한비 내리는 오월황홀히 피어나는사랑의 열정만은 감출 수 없다 혼자서 맡고 싶은 향기에 취해도 어느덧 가시에 찔려버린 마음 걷잡을 수 없이 아리기만 하다 싱그러운 오월 봄비가애타게 기다리는 욕망을언제면 먼지처럼 털어내려나 아름다움 중에 더 아름다운 그대 나 홀로 죽음을 맞서간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