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하얀 거품을 뿜네!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던 진아가 중얼거렸다. 진아네 집은 문만 열면 동해 바다가 끝없이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할머니랑 이렇게 바다를 보았었는데….’창가에 붙어 서서 바다를 바라보던 진아가 고개를 돌려 주방 을 힐끗 보았다.그때 막 설거지를 끝내고 돌아서던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퉁 명스럽게 내뱉는다.“나 서울
- 권석순
“파도가 하얀 거품을 뿜네!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던 진아가 중얼거렸다. 진아네 집은 문만 열면 동해 바다가 끝없이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할머니랑 이렇게 바다를 보았었는데….’창가에 붙어 서서 바다를 바라보던 진아가 고개를 돌려 주방 을 힐끗 보았다.그때 막 설거지를 끝내고 돌아서던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퉁 명스럽게 내뱉는다.“나 서울
“종민아, 너 좋은 일 좀 하지 않으련?”미장원 아줌마가 머리를 손질하다 말고 넌지시 물었습니다. “좋은 일이요? 어떤 일인데요?”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거울 속의 미장원 아줌마를 바라보았습니다.“일주일에 세 시간만 하면 되는 좋은 일이야.”“그게 무슨 일이냐니까요?”“버드나무집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산책시켜 드리는 일.” 미장원 아줌
은은한 향기화사한 꽃이온 세상을 덮었나 봐요꽃길 따라 걷는 길어디서바람 한 줄 지나가요연분홍 꽃잎이 내려요주룩주룩봄비처럼 꽃비 되어 내려요하늘을 가득 메우고머리 위로 손바닥 위로 그리고 내 마음에도 내려요꽃잎 몇 장기억 속에 꼭꼭 담았어요 나중에 펼쳐 보려고요
종일 고기 잡고돌아온 배받아안고 누웠습니다바다는 잠들지 않고밤새 배를 흔듭니다삐걱삐걱배가 코를 골며 잡니다희미한 불빛도 따라와곁에서 잡니다.
우리는다수결의 원칙에 따라결정나지 않을 때 해결한다.다수의 의견이옳은지 그른지 생각하지 않고덩달아 손을 들 때도앞장서는 사람에 따라평탄한 길험한 길다수가 가더라도옳지 않을 땐눈치 보지 말고소수의 길 선택하는 용기외롭지만나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도시 변두리 주말 텃밭그늘진 수풀 엉금엉금달콤한 향기 쫓아갔다.빨간 딸기주렁주렁민달팽이야금야금딸기 핥았다.입에 착 달라붙은달콤한 딸기 맛군침 질질
종다리는 보리밭에옴팍한 국그릇 모양의둥지 지어 놓고쑥 빛깔 알 낳았다고‘종달종달’ 노래하고개개비는 갈대밭에오목한 밥그릇 모양의둥지 지어 놓고동글갸름한 알 낳았다고‘개개개개’ 노래한다.새의 부리는귀여운 악기다.
나 대신 꼭 껴안고 자야 해 처음 안아 보는 분신매일 내 곁을 지키고 있다부드럽게 휘감은 팔 둥글게 둥글게우정을 말해주고오랜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표정 멀고도 가까운겨울방학 같은 것하루 종일 속삭여도 뛰지 않는 심장 죽은 새 같아뾰족한 손톱들 모아 꾹꾹 눌러 주면숨 쉴 수 있을까어느새 얼룩
꽃으로 다지고자 네 이름 꽃다지인가욕심이 너무 많아 그 이름 꽃돼지인가하늘이 맡긴 일이다온 땅 점령하라는봄볕에 틈만 나면 깜박 자는 것도봄볕의 틈새로 반짝 자라는 것도한동안 어디에서나 다반사로 벌어질 일계절이 돌아온 거다 그와의 한 판 승부 너는 피고 나는 뽑는 어쩔 수 없는 것은하늘이 맡긴 일이다 피차 살아 있음에
이맘때 유월(음력)이면 배가 부른 엄마였지 남들이부채들때풀한포기더뽑으며만삭인나를 붙들고땀 흘리며 달래셨지그렇게 잠든 내게 오늘일까 내일일까 그 틈에 엄마 말을 눈짓으로 알아듣던 고놈이오늘날 커서그 얘기를 시로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