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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아버지의 달

흙먼지 날리는 신작로 어디메쯤 술독을 품은 주점이 있었다 아카시아꽃 향기가 넘실대는 날이면 아버지는 밭일을 하다 말고진등* 너머 마실을 나가곤 했다 호롱불 그을음이 애타는 세월인 양바람벽에 숯칠된 목로에서아버지는 묵묵히 막걸리 사발을 비웠다 달빛이 호젓이 마을을 적시고돌아오는 발걸음이 흥청망청거릴 때목젖에 걸린

  • 박준수(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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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혼서지 꽃신을 신고 ——최명희의 「혼불」

장롱 맨 안쪽 햇빛도 닿지 않는어둠 속에 꽃신 한 켤레붉은 비단 위에 봉황 한 쌍 날개를 접고 금실은 첫날밤의 숨결을 놓지 못한 채 기다림을 박음질한다 내 생에 더 오래 품은 것은신어보지 못한 꽃신이었다꽃신은 세상에서가장 오래된 혼서지라는 것종이 한 장은 가벼웠으나먹빛 향은 무거웠다 이승의 인연 고작 3일의 언약은&nbs

  • 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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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애장〔兒葬〕터

갓 숨 떨어진 어린 것의 식은 손발 주무르며토막토막 애간장을 끊어 흘린 한 동이 눈물도 여기 묻혔으리바람 숭숭 구멍 뚫린 비문 같은 풍화된 어린 주검슬픔을 눌러 첩첩 쌓아올린, 하늘마저 무거웠을 애장짓다 만 이목구비…천지 간을 공명했을 , 엄마아∼를 부르는 메아리의 이명은꼬리가 길어서 그 부모 살아 생전 잘 드는 칼로도 잘라낼 수 없었으리금방 삽작을 밀고

  • 류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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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그리 말씀하시지만

할머니는“요즘엔 우리나라에 외국인이 많이 사는구나” 하시지만, 할머니 자신도 원래 외국인이셨지요태어나고 자란 오사카에서조차“조센진, 조센진” 놀림 받으셨고어릴 때, 요동치는 배에 매달려 찾아온 조국에선곳곳에 높이 솟은 언어장벽에 부딪히며보릿고개 넘나들면서 설웠을 것 같아요 할머니는“아버지 돌아가실 때 난 겨우 일곱 살 어린애였다” 하시지만

  • 양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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