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가로수에빼곡한 나무 서로 가지를쭉 뻗어 만든 나무 터널,컴컴하지 않아 깜빡이를 켜지 않아도 괜찮아 나뭇잎들 사이로 빛이 들어와 기나긴 터널을 함께 걷지 않겠니?
- 신정아
양쪽 가로수에빼곡한 나무 서로 가지를쭉 뻗어 만든 나무 터널,컴컴하지 않아 깜빡이를 켜지 않아도 괜찮아 나뭇잎들 사이로 빛이 들어와 기나긴 터널을 함께 걷지 않겠니?
봄바람 살금살금 다가와꽃망울을 두드리며 노크를 하고 여름바람 뜨거운 입김에바닷가 파도와 추억을 쌓는다 가을바람 우체부는노오란 은행잎 편지를 전해주고 겨울바람 짝짝 손뼉치니강물의 물고기가 유리창을 끼운다
억수로 쏟아지는 비좋다, 생각하면 시원하고 추적거리는 비좋다, 생각하면 사랑이고 추위도 더위도이것쯤이야, 이겨내다 보면 어느새 갔어. 꼬이고 어려운 일피하면 더 힘들 것 같은 고것들에‘나, 강하게 해줘서 고마웠어.’ 말하고 내보내. 긍정 마음은 늘 잘 되는 편이거든.
매암매암매미는 여름 간다고 울고 귀뚤귀뚤귀뚜라미는 가을 온다고 노래하고 앵-앵-못살게 굴던 모기입도 삐뚤어지고 흰 구름도 파란 하늘 앞세우고 풀도 나무도 키재기 멈추는 그 사이 시나브로 다가오는 가을.
긴 겨울 지나고꽃나무 가지마다조롱조롱 맺힌 꽃망울들 봄 햇살이뻥튀기를 한다. 복숭아나무 가지에서 ‘뻥’살구나무 가지에서 ‘뻥’ 한꺼번에쏟아지는 꽃튀밥 ‘뻥’ 소리 듣고 날아온 벌들 튀밥 먹기 바쁘다. 튀밥 속에 코를 박고
화단 속꽃과 풀은내기를 하고 있어 꽃 주위잡초 가득뒤엉켜 쑥쑥 자라 눈뜨면달려나가풀들을 뽑고 나니 새싹 때잘 몰라도터지면 꽃봉오리 민들레맨드라미백일홍 코스모스 분단장고운 옷 입고 꽃 이름표 달았지.
I돋을 녘 그림자를 서쪽에 묶어 두고 반나절 꺾어 달려 동쪽 벽 앞에 서니저물녘 성근 햇발에그림자가 먼저 왔다 II벽 위의 이 그림자, 네가 남긴 흔적이냐 어제로 흐르는 빛이 만든 궤적이냐 면벽을 거부한 직벽이그린 자를 묻는다
인생은 60부터 잔칫상을 차려 놓고해고 통지를 받은 그는 오지 않았다 하얀 밤 까맣게 타는 삼겹살을 굽는 날 지글거리는 웃음이 익어 가는 불판마다 상추쌈 날개 펼쳐 욱여넣는 손길들해동된 접시에 고인 눈물이 글썽인다 슬픔이 쟁여 놓은 숯불을 다 사르고 기름때 절은 구두 끌고 가는 등 뒤로 꽃길만 걸어가세요
허기가 남겨 놓은상처는 선명한데 상처만 남겨 놓고허기는 떠났는데 혹시나,혹시나 싶어상수리는 또 열렸네.
촉석루 누각에서 들려오는 핏빛 함성 살기 위해 목숨 던진 처절했던 장검빛이 수없는 시간의 흐름 역사 속에 살아 있다 울컥대는 가슴마다 벼락치는 장대비쏟아지는 화살같이 진주성에 내린다하늘로 날아오르며 장렬하게 산화한 서장대 바람결에 먹빛으로 번져오는흙과 돌 스민 넋들 꽃으로 지고 피어유장한 남강 물결은 유등으로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