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고도 오천 미터청장 고원 산정에서자연에 도취되어 무심히 걷던 길홀연히 피어난 설연화나의 발목 잡고 있네 얼기설기 암반 속에오롯이 자리 잡고눈얼음 헤집고 피어난 꽃이여황홀한 님의 얼굴인가나의 손목 놓지 않네 비바람 엄동설한끈질기게 이겨내고생명의 힘찬 날개 펼치는 기쁨의 꽃 황금빛 너의 궁전에나도 여행 갈거나 널 보며
- 최종원
천연 고도 오천 미터청장 고원 산정에서자연에 도취되어 무심히 걷던 길홀연히 피어난 설연화나의 발목 잡고 있네 얼기설기 암반 속에오롯이 자리 잡고눈얼음 헤집고 피어난 꽃이여황홀한 님의 얼굴인가나의 손목 놓지 않네 비바람 엄동설한끈질기게 이겨내고생명의 힘찬 날개 펼치는 기쁨의 꽃 황금빛 너의 궁전에나도 여행 갈거나 널 보며
비바람 광풍(狂風) 스쳐 허리가 꺾일 때도 아프단 말 못한 채 기진맥진 드러누워 눈물은 나의 일생에 사치라고 여겼지 바람 불어 슬픈 날도 다함께 춤을 추며 운무가 오름 위로 스치듯이 내민 손길안개 속 흐느끼면서 지친 몸을 떨었고 검은 머리 새하얗게 횟가루 날리도록심장을 쓸어내며 가슴 졸인 긴 세월들오늘도 손에 손
해 지면 돌담 너머날 부르는 너가 있어단전에 머무르던 부끄러움 살풋해져열리네열어도 될까?온몸으로 되묻는 너 있는 천국에서나 있는 지옥까지그 사이를 넘나들며 까맣게 태운 연심 행여나너 안부 듣고저 흔들리며 서 있는
곤쟁이 퉁퉁마디 아침저녁 챙기면서군함을 삼키고도 트림조차 않는 배포지구촌 온갖 시름을 넓은 품에 쟁이다 언제나 뒤척이고 한숨짓고 몸부림치다태초의 말씀으로 얼굴 가린 종교로 우뚝성엣장 때로 몰려도 다 녹이는 해조음
창고 안으로 날아든 새 한 마리철없이 허공을 배회하다가너무 깊이 들어왔다는 걸 깨닫고는 그만 길을 잃었다사방으로 막힌 벽에 좌절하고날개 파닥거리며 안간힘을 쓰다가 창 너머 드맑은 하늘을새는 엉겁결에 보았던 것이다그러나 빛과 어둠 사이에는투명한 유리가 벽처럼 막혀 있어새는 딱하게도창에다 머리를 쿡쿡 치받기만 하는데 한 날의 종말은
함께 지내온 48년 세월후회와 회한으로 얼룩진 자국당신이 내게 준 따뜻한 마음언제나 나를 보듬어 주었고우리네 둥지를포근하게 만들었다오 세월과 함께 누운 베갯머리에당신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땀과 눈물로 촉촉이 스며들었구료 세상은 큰 바람 일어 어지러운데날개 접는 철새 고향 찾아 떠나려저마다 일찍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오 이제 남은 시간
툭현무암 위에 붉은 꽃송이 떨어진다동백잎보다 푸른 나이에 먼저 떠나간친구의 머리맡에 달려 있던붉은 꽃 수혈 주머니 청치마 사달라고 떼쓰던어린것 두고어찌 안타까이 동백꽃 되었나 떨어진 꽃 동백은수많은 기억 중에청치마 그 아이를 찾아내고무심히 흘려버린세월을 돌아보게 한다
바람 부는 날 맨발로 해변을 걷고 있다모래에 끊임없이 부딪히고 사라지는 파도는문명의 기억을 수업 중이다 거대한 물결이 책장을 넘기면바닷속 미생물의 숨 고르는 소리가 들린다그는 딴청 부리며 밖으로 나갔다가철퍼덕 철썩철썩 훈육의 소리도 크다칭찬받은 몽돌은 자갈자갈 글 읽는 소리와스르르 스르르 말없이 필사하는 하얀 모래알들 한낮의 강렬한 태양의
산에 들에도내 작은 뜨락에도피고 지던 주황빛 얼굴에까만 주근깨가 어여쁜귀여운 참나리 해변가 찻집에서창문가 기웃대는 사슴꽃 반갑게 웃어준다 파도 소리에 엉킨웅성거리는 기억 한 자락 아련히 떠오르고 한여름 그리움으로꽃 피운 참나리추억 어린 색채로 덧칠한다
어제 나비가 벗어 놓은 고치 속으로나는 뒤꿈치를 들고 들어갔네 하얀 달 하나를 만들 때까지암실에 갇혀문장들을 한 가닥 한 가닥 뽑아냈네 어머니의 기도녹이 슨 거울을 보드랍게 닦아주니 슬픈 줄무늬 나비가 눈에 비쳤네 문장이 끊겨 이어지지 않을 때명주옷 걸쳐 입고달잠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기도 했네 끊임없이 달빛을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