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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4 686호 날개를 접고

저 멀리반짝이는 불빛 하나두 손 내밀어 잡힐 듯 잡힐 듯마음은 벌써 손에 잡은 듯한데 선바람으로 그저 허공을 맴돕니다 두 발은 방아를 찧고입술은 타들어 갑니다 한 발 두 발내딛는 발길은 무거워지고절름거리는 발걸음으로길 위에성근 흔적 그리며 나아갑니다 헤매며 지나온 길돌아보니 그 길은 꽃길이었습니다겨드랑이에 돋아난

  • 조경희(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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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4 686호 이게 삶이었더라

넘어지고 나서야아픔에이름이 생겼다 아무일 없다는 얼굴로하루를 건너는 법을너무 일찍 배웠다 기대는 비어 있었고말들은가슴 안에서 늙어 갔다 버텼다고 하기엔길었고포기했다고 하기엔손에 온기가 남아 있었다 행복은 스치듯 왔고불행은 끝까지 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살아냈다상처는 흉터가 되었고나를 설명했다 무너지지

  • 정옥희(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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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4 686호 고향 생각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시던 곳내가 태어난 곳어린 시절 떠난 후 돌아가지 못했네 먹이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리던 닭을 쫓던돼지에게 뜨물을 갖다주던마루에 앉아 쪽문으로 바람에 날리는 옥수수잎을 바라보던 그때 그 풍경은 찾을 수 없네 옛집은 사라지고부모님은 하늘에 계시는데자손 대대 이어지기를 원하시던 아버지의 땅 배부르고 가진 것

  • 황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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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4 686호 그린나래 활짝 펴

멀어져 가는 지난날 돌아공평한 시간 함께 해왔건만경험의 폭을 늘려가는 시점인생 견딤과 삶의 즐거움을보상받아야 할 그때 날마다 새로운 것들의 등장디지털의 그림자 속 문맹을 실감하며 화려한 조명 무대 뒤로온건하게 진정시키는 옛것들 가족은 흩어지고 이웃은 멀리 떠나 낭만은 사라지고 추억만 남아내가 아는 이 부르던 이름을하나씩

  • 임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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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4 686호 철새의 기도

내가 가진 초가집이 많다고 생각했다행복을 바램이라는 시인의 초고 같은 눈이 내린다헛된 욕심을 버리면 겨울비도 꽃이 되어최상의 허무 없는 삶으로 마음은 비움겨울이 흘러 내리다 천변에 울고 있다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행복한 꼭짓점 자리갈대가 눈물 아닌 눈물에 푹 젖어 있다 그리해난 오늘도 초록빛 꿈을 꿈꾼다초록빛에 꿈 꾸는 게 아니라

  • 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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