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의 여정은 항시불안하고 슬픈 일,창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독백의 술잔을 기울여요 고정된 정체는 앞을 볼 수 없고 시계의 초침은 쉬지 않고 흐르는데 광야의 아침은 왜 밝아오지 않나요 미련의 곡선은 발길을 막고 마음을 빼앗은 태양은 석양빛에 우는데 오늘밤 어느 곳에초야의 촛불을 켜고 날라리를&nb
- 이의순
디아스포라의 여정은 항시불안하고 슬픈 일,창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독백의 술잔을 기울여요 고정된 정체는 앞을 볼 수 없고 시계의 초침은 쉬지 않고 흐르는데 광야의 아침은 왜 밝아오지 않나요 미련의 곡선은 발길을 막고 마음을 빼앗은 태양은 석양빛에 우는데 오늘밤 어느 곳에초야의 촛불을 켜고 날라리를&nb
폭설이 집어삼킨 창밖은더 이상 부드러운 능선이 아니다 하얀 털을 날카롭게 세우고 웅크린거대한 백호 한 마리 대관령 세찬 눈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산은거친 숨을 고르고 있다골짜기 깊은 곳에 은빛 발톱을 감춘 채 바람이 울컥 창문을 흔들 때마다 저 하얀 야수의 잠꼬대일까 등을 들썩이며 눈을 털어낼 때마다&
영혼에는내음이 있고 빛깔도 있다 처음 만났을 뿐인데이유 없이 마음이 풀어지고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괜스레 편안해지는 사람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의 온도로 서로를 건네고 침묵조차자연스러우며 눈빛 하나표정 하나에도마음이 먼저 닿던 사람 스쳐 지나간 뒤에도그 흔적은 오래 남아&
잘 여문 하지감자베란다 두었더니햇볕에 더위 먹어퍼렇게 멍든 개구리 등짝 멍든 것이 어디 그뿐이랴 가난한 노래로 시작한 신접살림물정 없이 이사 간 집에 날아든 빨간 딱지 답십리 산동네비탈길 고갯마루 넘어 집주인 찾아간 마당은 아부재기 치는 질긴 곳 그때는회색 구름 덮인 여름 하늘 우리 의
아침이면 대나무 울타리에 모여앉아그리도 재잘거리던 참새들은 어디 갔나 했더니 소를 기르는 우사 안에 산비둘기 부부와참새 가족들이 팔자 좋게 눌러앉아정다웁게 살고 있네 삶에 지친 농부의 마음을 위로하는지구구구 짹짹짹소가 먹고 남겨준 사료를 맛있게도 먹는구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식량 걱정 집 걱정 할 것 없이참새 가족과 비둘기 부부는
광화문 일대는 산소가 필요 없게 되었다 숨 쉬는 붉은 머리띠들이 놀라 흩어져서, 적어도 2020년대까지만 해도우리는 24시 혹사당하고 있었지공장에서 연구실에서 하지만 이젠 아냐우리도 사람이다먹고 싶고, 자고 싶고, 하고 싶다 우리에게 인권을 부여하라그대들이 누리는 혜택을 똑같이 적용하라 봉급을 지불하고주 3일제를
하늘바다와 초록호수 어우러져에메랄드 빛 푸른 생명으로 빛난다 푸른과 나는 하나가 된다 풀의 사랑도 꽃의 사랑도푸른 너의 곁에서 자라난다 풀섶 가득 방울방울 맺힌 이슬은긴 밤 외로움이 맺힌 눈물일게다 꽃봉우리 아직 오므린 수줍음은향기에 젖어 피어나지 못한 사랑일게다 멀리 가까이 풀잎 하나 둘 흔들리는 소리 
넘어져 온몸이 굴러도어두운 흙길을 기어서라도 가다 보면언젠가 그대 숲에 닿을 것이네그때쯤 얼어 터진 상처도 많이 아물 것이고그 자리마다 보이지 않게 똬리를 튼 옹이는도끼날을 견딜 만큼 더 단단해질 것이네그대의 용기와 신념의 발목이 무릎이여름 대관령 언덕에 설 것이네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꿈의 세계가 아니라죽은 생명이 다시 일어서는 그런 세상이 아니라이슬 찬
깊어지는 가을떠밀어 내는 몸체 떠나시작되는 방랑날렵하게 분리되었지만찬 서리 눈 받으며찌그러지고 움츠리다가야위어 가는 앙상한 뼈대 모든 희망이 무너질 때북쪽에서 불어오는 센 바람신나게 시작되는 운동회저 끝까지 바람 타고 달리기 공간이 넓은 곳에선 장거리 경주 어깨동무하고 회오리 만들기 잽싸게 도는 귀여운 토네이도
인기척마저 사조 속으로 침잠하는 출구의 끝 땅거미는 지상의 유일한 건반이었던실루엣을 기어이 지워낸다 누군가의 아득한 등부전(背部)마저 삼켜버린 어둠 속에서 찬란했던 어제의 봄날은 궂은 한기로 화하여낮은 저음으로 가라앉는다 동결의 온도로 밀어낸 저 꽃잎들의 유배지,차마 열리지 못한 채 수줍게 붉어진 봉오리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