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사 가기 전 건모리에서부터유봉리를 관통해 흐르는 시냇물 대사리집집마다 된장 풀어청양고추 마늘 정구지 파를 넣어 끓인 대사리국 냄새대숲 바람이 부채질하지 않아도온 동네에 진동했다바위 이끼와첩첩 숲에서 넘어온 바람과당산나무에 깃든 새들 숨소리와반딧불이 반짝거려서 그리 맛있었을까제일 실한 탱자가시를 쥐고매운 모깃불에 콧물 눈물 바치며 대사리
- 이윤선
태안사 가기 전 건모리에서부터유봉리를 관통해 흐르는 시냇물 대사리집집마다 된장 풀어청양고추 마늘 정구지 파를 넣어 끓인 대사리국 냄새대숲 바람이 부채질하지 않아도온 동네에 진동했다바위 이끼와첩첩 숲에서 넘어온 바람과당산나무에 깃든 새들 숨소리와반딧불이 반짝거려서 그리 맛있었을까제일 실한 탱자가시를 쥐고매운 모깃불에 콧물 눈물 바치며 대사리
7월 초순아침부터 검은 옷을 챙겨 입고는서쪽 성환으로 길을 떠난다산 자들이 죽은 자들을 위해죽은 자들이 산 자를 무작위로 부르는 날 서늘해야 할 풍경은 간데없이산 중턱까지 꽃들이 만발이다오랜만에 성지에 와서묵언으로 인사하면 묵답으로 듣고묵상하듯 바다 쪽 하늘을 쳐다보며갈 자리 올 자리를 생각해 본다1894년 7월 뜨거운 햇볕 속에서도대창 하나 꼬나
데구르 데구르르무엇이 오고 있다떼그르르 떼떼그르더 가까이 온다“그냥주워가세요.”밤아저씨 털털한 목소리에 인정꽃 열렸다가을에는버스 안에서도 알밤을 줍는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바람블랙홀이 아닌데흔적도 없이 응축되고바람에 딸려 빨려 들어간 것들은 아우성으로 퍼져 나온다.불덩이로 솟구치는 중심점은 무색의 분출구폭풍도, 폭우도, 폭염도 무색하게 모두 타 버려도한 줌의 재조차 남지 않아 회오리바람처럼넋이 돌고 돌아 사라지고다시 사방에서 몰려드는 바람섬뜩함에 몸서리치고신음소리에 잠에서
나는 혁명을 꿈꾸었다지난 봄날의 일이다수선화 새순이 동토를 뚫고 얼굴을 내밀 때혁명은 이런 것이구나 하였다문명에 오염된 사람들생태계 파괴가 몰고 온 열기만큼이나자본이라는 거대한 열기로 전 지구는 들끓고 21세기의 인간 세상은 여전히 전쟁통이다사람 목숨보다 이념을 우선시하고자신들의 이념을 관철시키기 위해온갖 술수가 동원되는 세상살상무기의 효율을 경쟁
욕망의 끝은 전멸일 수도 있다그때 그 정도에서욕망의끈놓은것은참잘한것같다애초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두 줄기 눈물과 빈 두 주먹이전부인 것을…풀잎 끝에 앉아 있는 잠자리처럼쫓고 쫓기는 야생 짐승처럼이제는 끝이구나 했을 때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속담 주인공 되어오늘에 이르러 있다는 것은 참다행한 일이다.
겨울비 내리는 날엔선소 바닷가를 찾아가리방파제를 쌓다손가락을 베어버린동백의 상흔처럼먼사랑의 그도낯선 바닷가어느 곳에서나처럼하얗게 머리칼이세어 가겠지가로등에 비치는얼굴을 들어이제는 마모되어버린옛 이름을 부르다망마산 기슭하얀 파도 속으로걸어가는 벅수.
검은 사각장난감 같은지갑처럼 수첩처럼손안에 쏙 들어와 좋은 네가언제부터인가영리했던 나를바보 멍청이로 만들기로 작정했는지 누르기만 하면알아서 척척 해결할 테니걱정하지 마란다.그러다 보니이젠 너 없이는심심하고답답하고불안하고정신이 빠져나간 것 같아 멍해진다.이러니너를 가지게 된 것이행운인지기회인지후회인지는 모르지만누가 뭐라 해도 소통의
사람은 저마다 상(相)이있다굳이 말하지 않아도얼굴이 말해 준다세월이 만든 흔적여러 타래의 주름좋든 싫든 내 얼굴이다그래도 나만이가지고 싶은 얼굴 있어오늘도 거울 앞에 선다화장 반절하고구겨진 마음 펴보고히죽이 웃어 본다거울 앞에 설 때마다조금씩 나를 닮아 오는 상언젠가는 남기고 갈 내 얼굴이다
관심과 파장이 드세게 밀어 닥치는 황톳길을 맨발로 걸었다조금 차갑기는 하지만 그런대로소통이 순조로운 듯거부감이 없다발을 내디딜 때마다 밟히는황토흙의 입자들발바닥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부드럽게 해준다언제부터였더라내 생각의 전두엽을 짖눌러 대던고집스러움,다 내려놓기로 한다버릴 건 버리고 채울 건 채워서맨발걷기로 나와소통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