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아닙니다, 명찰 속 그 이름은 있어도 없는 듯한 보고서의 첨부 서류 쥐꼬리 월급에 매인 영혼 없는 로봇입니다 떠밀린 출퇴근 길 그림자만 쫓아가고 땀내 밴 잿빛 하루 치맥으로 헹궈 내며 언제쯤 벗어나려나 틈만 나면 하는 갈등 출근 때 풋배추가 퇴근 땐 절인 배추나 없는 나를 찾아 사표를 쓰다 찢
- 황운희
나는 내가 아닙니다, 명찰 속 그 이름은 있어도 없는 듯한 보고서의 첨부 서류 쥐꼬리 월급에 매인 영혼 없는 로봇입니다 떠밀린 출퇴근 길 그림자만 쫓아가고 땀내 밴 잿빛 하루 치맥으로 헹궈 내며 언제쯤 벗어나려나 틈만 나면 하는 갈등 출근 때 풋배추가 퇴근 땐 절인 배추나 없는 나를 찾아 사표를 쓰다 찢
초대하지 않았는데 누군가 살고 있었다허락도 없이 막무가내 여기가 어디라고 침입자, 돌아갈 생각전혀 없는 무뢰한 웃는 얼굴 실종되고 한 나무 말라 간다 어르고 달래야 하는 철없는 파킨슨 씨 날마다 슬로비디오 찍고 있는 아버지
화병 속 낙화 한 점 스물두 살을 붓질한다푸른 입 달싹이고 붉은 피 역류하는젊은날 여리고 여린향기 풀어놓는다 시들어 버린 잎새, 마르고 그렁한 눈 사연은 유구무언 감춰버린 일기장 전설의 스물두 쪽만 태양처럼 흐른다 촉수를 어지럽힌 뱀들은 분신일까 월계관 씌워 놓고 궁색은 도려내고 홀로이 감내를 했던 별리
밤새워 떠드는 수다 하늘도 농익는다마루에 걸터앉아 한몫하는 옛 이야기 달빛은 고개 떨구고 귀 열어 어루만진다 마실 나온 구름마저 벗 삼자고 기웃대고 눈망울 초롱초롱한 별무리 함께할 때 새벽녘 여명을 여는 친구 얼굴 불콰하다
가만히 숨죽인 채 함께한 너와 나는 언제나 하나였네 몸과 마음 다스리며 천지가 진동하여도 끄덕없이 숨쉬네 비바림 쉬임없이 앙가슴 옥죄이고설한풍 사정없이 산천을 뒤덮어도더없이 깊은 가슴은 흔들림도 없어라 외줄기 꼿꼿하게 곧추세운 마음 하나언제나 변함없이 내 안에 자리하여올곧은 의지 하나로 마음 끝만 다독이네
가을빛 무궁화 길 바람도 숨죽이고 하늘엔 구름 띄워 꽃 장식 향기로워 지나간발자국마다눈물 고여 비춘다 병상에 떨린 손길 말 대신 눈물로 답 이별의 문턱에서 미소로 슬픔 삼켜 그 눈빛빈 가슴속에오래도록 여운이 떠난 뒤 바람 되어 우리 곁 돌고 돌아 서로
빈 가지 싸늘터라나이 든 겨울나무 그 곱든 단풍마저바람에 불려가데 나이를 먹지 말게들세상이 그렇더군
1그림자 길게 누운 벼랑 위 천년 돌탑낭랑한 염불 소리 이끼처럼 잠든 터에매월당 고독을 담은 비를 세워 합장한다 마애불 흐린 미소 시대의 통점일까닦아낸 눈물 자국 하루 더해 깊어가던용장골 묵상을 풀어 아린 사연 듣는다 2속세의 이름 접고 서른하나 설잠(雪岑)으로선비옷 훌훌 벗고 금오산 움막지어검은 옷 한 벌로 꾸민 세상 외려 넓었다&nbs
그 마음 그 미소 그곳은 어디인가사랑이 흐느끼는오늘의 세계에서 이 몸은 알고 싶어라길 잃은 눈동자를 맘속에 영원한 그대는 나의 설레임 불 꺼진 창가에서 지나버린 우리네 삶이 그 아픔이루어질 줄누구가 알겠소
K시에서 기차를 탔다. 나는 오후 2시쯤 S대역에서 내려 20미터쯤 걸었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도를 건넜다. 봄꽃이 만발한 유치원이 보이고 코너를 막 돌아서 영지가 설명해 준 대로 어느 초밥집 앞으로 몇 걸음을 더 걸었다. 깔끔한 4층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긴장한 탓일까 미세한 두통이 일어났다. 건물 입구에서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열렸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