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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가을 전어

가을 햇살에 살 오른 전어깊은 계절의 맛풍년을 기원하는서천 홍원항을 물들인다 그물 위로 반짝이는 은빛 전어분주한 어부의 손길어부의 손끝에서 생명이 춤춘다 갓 잡은 가을 전어가을의 정취를 품은 석쇠 위 전어구이그 고소한 맛은어떤 말보다 진한 위로가 되어우리 마음에 잔잔히 번진다 사람들 사이 웃음이 흐르고전어처럼 속이 꽉 찬 마음들이

  • 이정원(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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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팔월 소나기

찰나의 번뜩임한 사람이 태어난 것은우주가 기억하고 안부 전하고 있다 생활로 흡수되는 감정너에 대한 추억 흐려지고오래 전 일이라는 말 콕 콕 찔림은 청춘의 고뇌 힘들어하면서도말이 평안을 번지게 하던 서른아홉그날을 떠올리게 하고 우렁찬 소리는 청년의 나이창에 반사된 빛은 몸의 언어놀람은 집중으로 또렷하게 그려보는 얼굴 다시

  • 성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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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불꽃으로 꿰맨 비드

쇠도 눈물을 흘린다줄자의 눈금은 낡은 비문처럼 희미하고톱의 이빨은 철의 관절을 자른다성급하면 고요한 통증이 일고배부른 부품은 제 집을 모른다 가슴이 식어 갈 즈음 새살을 덧댄다합친다는 건 구겨진 별자리를 꿰매는 일 사랑이라는 설계도는 불꽃 속에서 완성된다 굳은살 박힌 아버지 손과맑은 어머니 눈이 재봉되어자라난 내 혈관에는 수천 번

  • 민영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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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축복

강산을 넘고 넘어 흘러 흘러 살아온 날들유년은 어버이의 사랑줄로수천 수만의 인연의 스침 속에서 배우고 나누며항해를 했다한강의 젖줄 아래 둥지를 틀고도여전히 생각나는 것은 엄니의 은혜다외가인 조발리 섬은 노 젓는 배를 타고 출렁출렁 파도가 옷을 적셔도 신나는 길이었다모래사장에 내려 고샅길 따라 오르는 동산그곳은 바다가 앞마당 수평선 평야다외할머니도

  • 이옥순(강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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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680호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합니다.마음의 날씨는내 얼굴의 기초화장입니다. 두꺼운 구름 회색인 날엔화사한 색 묻힌 붓으로아이섀도와 볼터치 해하늘과 어울려 봅니다. 파아란 하늘 뭉게구름거울 깊숙이 들어와 있는 날엔차분한 색으로화운데이션과 립스틱을 하고에머랄드 빛 귀걸이를 만지작거립니다. 웃을 일 지금은 없는데괜스레 입술 당겨 웃어 봅니다. 행복

  • 석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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