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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깨달음으로 가는 길

우주에서 온광명의 빛와룡산 잣나무숲에 머물고청아한 관음조의다정한 마하반야바라밀!동지섣달 휘영청밝은 보름달은도장을 찍은 듯온누리 차별없이 비추니겨울산사의 풍경 소리법음 되어 감미롭다번뇌 많은 중생의 세상살이 소욕지족(少欲知足)으로 사노라니 시린 긴 겨울은홀연히 떠나가고 꽃이 피는 봄날에 꽃비를 내릴 텐데자리이타(自利利他)하

  • 김정자(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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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단테의 문학을 통한 시대적 실천과 잉태 한 변혁의 씨앗들 - 『신곡』 중심으로

대서사시『신곡』은 인류의 문학적, 철학적, 종교적 유산의 총집결체이며 중세를 넘어 근대 문학의 심원한 원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필자는 단테가 연옥 정상에서 그의 구원의 여인이자 사랑의 불꽃인 베아트리체를 만나서 함께 천국의 첫 하늘에 오르는 감동을 시로 지었다. 「천국편」2곡에 묘사되어 있는 기독교 교리, 신의 사랑, 사람의 사랑, 신화, 과학을 최대

  • 한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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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다이버

‘링크’ 광고를 보게 된 건 아내가 네 번째 항암치료를 받고 있을 때였다. 항암치료에 관해 검색하다 보면 신약이나 민간치료법 같은 다양한 팝업 광고들이 수시로 올라온다. 알고리즘을 통해 들어왔을 그 광고는 끌리는 부분이 있었다. 링크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보라는 카피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내 역시 관심을 보였는데 그곳에선 고통을 못 느끼려나, 하고 탄성

  • 김태정(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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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무죄(無罪)

1밤을 밝히는 등잔용 석유 판매의 폭리 배급제로 인한 갈등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 달 사용하는 양을 두 홉으로 제한하고 가격마저 원가의 몇 배로 판매하여 원성이 높은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밀매의 가격이 허가 낸 판매상들보다 저렴하였다. 등유와 향유고래의 기름은 그나마 있는 집이나 일본인 몫이고, 가난한 백성은 관솔을 잘라서 바람벽 고콜에 불을

  • 오해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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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위대한 문혁 씨

문혁은 아파트 앞이 종점인 버스에서 서둘러 내렸다. 버스에 남은 승객은 서너 명이 전부다. 시내로 나가려는 승객이 줄 서 있는 버스는 급히 또 떠날 모양이다. 한낮이었다. 그는 잠시 서서 힘껏 어깨를 뒤로 젖히고는 따가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훤한 대낮에 집으로 들어가는 자신이 한심했다.몇 해 전, ‘주말은 가족과 함께’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유행했을 때가 있

  • 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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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붉은 낙엽 하나의 춤으로 가을이 오고 있다

태양은 시절의 불변으로 운행하고지구가 추계의 궤도에서 공전할 때대기는 바람으로 산의 능선에 내려온다낙엽 하나 소리없이 낙하할 때산의 나무들의 세계에세상의 고요가 침묵으로 다 모여 있다낙엽 둘 첫 찬서리에 성급하게 붉은 색칠하고 푸른 이파리 위로오직 한 송이 붉은 꽃으로 피어난다낙엽 셋 야신의 가을 전령으로계절을 맨 먼저 달려와서 소식 전하고이웃 잎

  • 김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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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말〔言〕을 생각하다

‘있으라’잉태된 말에 천체는혼돈의 산실 속에서도 태동을 시작하고산고를 치른 우주는 기쁨의 빛을 뿌리며마침내‘그대로’되었다말은해와 달과 별들을 하늘 모서리마다 걸어두는 것 바닷길을 내어 고래들을 춤추게 하는 것살아있는 것들로 수런거리게 하는 것하늘의 말을 생각하다내가 뿌린 말의 씨앗 날아다니다슬프고 아픈 간절한 영혼 쪼그려 앉는 그 어딘가보일듯 말듯

  •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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