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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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아이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과자를 귀에 걸어두면 빗소리가 된다
소리란 소리가 다 모여 있는 표정에는
해맑은 거짓말이 툭 튀어나올 때마다
여린 지느러미가 파닥인다
물푸레나무가 우거진
습지를 걸으면 눈빛이 저절로 따뜻해질까
서로를 문지르면 노래가 뽀송뽀송해진다는
나를 딛고 상큼상큼 걸어가는 빗소리
머루알 같은 눈 속에 들어 있는 조용한 물음들
띄엄띄엄 조각난 문장들이 하나둘 이어진다
아이가 가지고 놀던 훌라후프를 돌린다
허리에 감기다 흘러내리는 사이
내 안에 살고 있는 안개가 슬그머니 빠져나가고 없다
아이가 남기고 간 웃음 부스러기들
말이 또렷하고 환해진다
과자를 귀에 걸어두면 빗소리가 되지요
아이는 팔랑팔랑 빗소리를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