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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델로스섬의 고양이

델로스섬으로 향하는 첫 배에 올랐다. 오렌지색 양산을 든 해설사가 동행했다. 은퇴할 나이가 한참 지났을 것으로 보이는 여성 가이드는 깡마른 몸에 꽤 큰 토트백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그녀는 이어폰이 연결된 무선 수신기를 가방에서 꺼내 나눠 주었다.배가 섬에 다다랐을 때, 햇빛은 눈부셨고 물고기 떼가 헤엄치며 만들어 내는 그림자가 바닥에 보일 정도로 바다는

  • 정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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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강원도 양구에 가면

강원도 양구는 국토 최북단이자 한반도의 정중앙에 있다. 민통선과 DMZ 지역을 품은 접경지역으로 평화·안보, 관광과 더불어 생태 관광지로도 주목받는 곳이다.60년 전 군인 가족을 방문하기 위해 그곳을 다녀온 추억을 회상하며 양구 나들이에 나섰다. 그때는 서울에서 그곳까지 가는데 비포장 국도 길을 8시간이나 걸려서 도달할 수 있는 먼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 서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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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죽순이 없어졌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자를 등교시키고, 구청 문화센터 헬스장에 운동하러 간다. 올해 1년은 그리해야 할 것 같다. 학교에서 문화센터 가는 길 어느 건물 앞에 대나무가 있는 3∼4평 되는 자그마한 화단이 있다. 아이들 팔뚝만 한 대나무 26그루가 서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면 활기차고 사람에게도 힘을 주는 듯하다. 화단 바닥에는 키가 매우 작고

  • 박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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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눈물의 미학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축축해진다. 손등으로 눈가를 한 번 훔친다. 좋아하는 작가의 가슴 아린 어릴 적 이야기를 읽으며, 어느새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긴 숨을 천천히 내쉰다. 아직 끝까지 다 읽지는 않았지만, 잠시 책을 덮어둔다.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간다. 처음부터 찬찬히 읽기 시작한다. 또 눈물이 나오고 만다.마지막

  • 김진(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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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우리가 사는 세상

나이 들어가면서 공짜를 자주 접한다. 대표적인 게 지하철 요금 안 내고 타기와 고궁에 들어갈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그런 곳만 공짜인가. 보건소에 가 간단한 진료를 받을 때도 공짜는 성립된다. 돈 안 들어 좋긴 한데 때론 미안하기도 하고 때론 난처하기도 하다.어느 날 작은 일을 보러 가 생긴 공짜는 잊을 수 없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앞사람이 나보다

  • 강병숙(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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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고라니 보살

연등문화 축제장 현수막 머리글에 ‘마음은 평안으로 세상은 화합으로’라는 슬로건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사실 내가 제등행렬 행사에 참여한 것도 마음에 평안을 구하려는 목적이 있지 않나 싶다. 내 마음이 평안하면 세상과 불화할 일도 없을 것 같다.설성공원 야외 음악당 무대에서는 초대 가수의 구성진 노래가 흥을 돋운다. 어울림마당, 법요식, 제등행렬의 순서로

  • 이호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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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아내에게

당신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지 벌써 3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처음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당황하여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 동향의 내과의사에게 도움을 청하니 골든타임이 4시간이니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는 것입니다.119차로 분당 S대병원에 도착하였으나 당시 코로나가 채 끝나기 전이어서 접수팀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때마침 일요일이라 당직의사로 하여금 수술실에 겨

  • 권영호(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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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풀꽃 사랑, 박애(博愛)로 읽는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국내를 넘어 일본과 중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며 100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보였다. 오늘날 출판 현실을 볼 때, 이는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라 할 만하다. 그 중심에는 나 시인의 대표작 「풀꽃」이 있다.“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불과 다섯 줄, 서른 자도 되지 않

  • 가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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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올레아토

아침을 여는 풍경이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키거나 억지로 잠을 몰아내며 욕실로 향했을 시간이다. 요즘 들어 나의 아침은 조금 더 게을러진 습관 하나가 자리 잡았다. 창밖은 아직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머물고 있다. 머리가 맑은 공기로 채워지려면 잠자리에 들기 전 맞춰둔 기상 시계의 초침이 몇 바퀴를 더 돌아야 한다. 그 틈새의 시간, 머리

  • 정영자(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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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 692호 잊었던 웃음

‘고유가 지원금’이란다. 남들 다 하니 나도 신청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부강한 것도 아니고 채무가 많은 나라이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갚아야 할 채무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부모 세대의 무능과 유능에 따라 젊은이들 사이에는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슬픈 신조어가 생겼다.나는 가난하고 칠 남매나 되는 집에서 태어났

  • 임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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