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높고골깊은삼봉산 자락눈 녹아내려골 지어 흐르다손잡고 고을을 적셔주네촉촉한 비흠뻑 더 내려넉넉한 우수(雨水) 되면 두물이합친터길동(吉同)*만산(滿山)에홍화(紅花)요. 들 따라 물 따라 백화(白花)니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우정의 도원(桃園)이로다.*永同=二水同.
- 윤주헌
산높고골깊은삼봉산 자락눈 녹아내려골 지어 흐르다손잡고 고을을 적셔주네촉촉한 비흠뻑 더 내려넉넉한 우수(雨水) 되면 두물이합친터길동(吉同)*만산(滿山)에홍화(紅花)요. 들 따라 물 따라 백화(白花)니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우정의 도원(桃園)이로다.*永同=二水同.
이사할 때마다 책을 수없이 떠나보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용케도 남은 책들다시 읽어보려고 놔두었던 책들까지도 끝내 버리고 왔었지어떻게 사는 게 가치 있는 삶인지아직도 모르지만내면을 소중히 가꾸는 책을 꽂아두고 싶다손길이 가장 가까이 닿는 곳에상념의 흔적이 묻어 있는 일기장과내 삶의 길잡이가 된 국어사전이 꽂혀 있다언젠가 홀로 떠나는 날내가
낯설다무뎌진그 일상에점점 더 멀리 더 깊이침잠하다 다시,희미해진 그림자 속에서작은 빛을 헤아려 본다눈동자에 담긴 세계고요한 호수 같기도 하고깊고도 어두운 바다 같기도 하다 세월이 새긴 굵은 선들이 얽히고 희망과 눈물이 머문 자리아직도 어렴풋이 남아 있는 손끝으로 써 보는 감성익숙하면서도 낯선오래 전 희미해진 꿈의 조각들
밀려오던 동해의 파도 부서진 물안개해금강 휘감고 백두대간 덮은 새벽안개 뚫으며 불쑥불쑥 솟아오른 장엄한 줄기의 산세헤어진 가족들의 한숨 소리가가로막힌 철조망 가시마다 맺힌 이슬 되어 늦가을 바람에 가지마다 열린 상고대가 쏟아지는 햇살에 온 산이 하얀 오얏꽃처럼눈이 시리도록 피었구나저녁노을 등에 업은 기러기 떼 남으로 날으고&nbs
볼록한 연심(戀心)풍선처럼 부풀어농익은 젖줄쪼아먹이는이 간지러움이야절반 덩실 남아뾰족한 부리 기다리는이 애타는 즐거움이야
가난했다.부신 햇빛 속에서도 여자는 가난했다여자의 촉수들이 하나 둘 꺼져 갈 때뱀의 눈에서 피어나는 꽃들은노랗다, 빨갛다 여자의 속살처럼 하얗다바람이 불기 전부터몸이 흔들렸다승냥이처럼 보폭을 낮추는 바람의 진동은 여자의 발가락 끝에서 시작되었을까,시선 끝이었을까짐을 싸는 여자의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강이보따리 속으로 흘러든다.보따리를 적시는 물들이
사랑했으나사랑을 몰랐네.죽음의 깊은 구덩이에내 몸을 내던졌지.죽음의 언저리,물이 없는 메마른 땅에서날살린것은오직주님의 손길이었네.꿈꾸던 요셉처럼,그 구덩이에서 간신히목숨을 건졌네.그리고 깊은 어둠 속에서잠자던 내 영혼이 부스스 깨어났네.성육신의 사랑,그 깊이를 배우기 시작했지.죽어야 비로소 사는그 십자가 언덕길을 알았네.구덩이 같은 인생,절망의 캄캄한 어둠
붙잡을 수 없었기에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랑갈피마다 그리운 넋눈썹달로 젖어옵니다월광도 홀린 월영교우연히라도 만나고 싶은보일 듯 보일 듯이내 사라지는 실루엣호산(湖山) 명월에 꼬리 밟힌수줍던 사랑의 미로월광 소나타저토록 눈부신데 목메는 그리움 켜켜이 쌓입니다 스치는 바람으로도보고픈 사랑이제는시린 가슴 전율해도나만의 사랑인가요
산허리 끌어안고 맴도는 저 운무들어쩌다 미아 되어 산속을 헤매는가떠나간 형제자매들 창공을 날으는데운무는 초목들의 주변을 맴돌면서가족을 찾아달라 눈물로 애원애원숲속의 모든 산새들 애처롭다 재잘재잘인자한 아침 해님 햇살을 급히 보내 운무를 등에 업고 하늘로 달음박질 조잘대던 산새들은 허공만을 바라보네
허공에 뜬 구름무지개 다리를 건너농다치 고개 넘어간다어머니의 나무는바람 일면 천상의 노래해 들면 맑은 그늘지며늘 담장 위에 서성인다빨래터의 시름냇물 따라 흐르고하얀 광목에 펄럭인다가냘픈 꽃잎풍경 소리에 놀라 떨어지고 남겨진 향기가슴 깊이 스며든다오늘도 바람의 그림자는 풀잎 위에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