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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책장을 돌아보며

이사할 때마다 책을 수없이 떠나보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용케도 남은 책들다시 읽어보려고 놔두었던 책들까지도 끝내 버리고 왔었지어떻게 사는 게 가치 있는 삶인지아직도 모르지만내면을 소중히 가꾸는 책을 꽂아두고 싶다손길이 가장 가까이 닿는 곳에상념의 흔적이 묻어 있는 일기장과내 삶의 길잡이가 된 국어사전이 꽂혀 있다언젠가 홀로 떠나는 날내가

  • 책장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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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024.12 670호 새처럼 자유롭게 오가려나

밀려오던 동해의 파도 부서진 물안개해금강 휘감고 백두대간 덮은 새벽안개 뚫으며 불쑥불쑥 솟아오른 장엄한 줄기의 산세헤어진 가족들의 한숨 소리가가로막힌 철조망 가시마다 맺힌 이슬 되어 늦가을 바람에 가지마다 열린 상고대가 쏟아지는 햇살에 온 산이 하얀 오얏꽃처럼눈이 시리도록 피었구나저녁노을 등에 업은 기러기 떼 남으로 날으고&nbs

  • 송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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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2024.12 670호 폭풍 속에 둥지를 틀고 싶어하는 여자가 있었다

가난했다.부신 햇빛 속에서도 여자는 가난했다여자의 촉수들이 하나 둘 꺼져 갈 때뱀의 눈에서 피어나는 꽃들은노랗다, 빨갛다 여자의 속살처럼 하얗다바람이 불기 전부터몸이 흔들렸다승냥이처럼 보폭을 낮추는 바람의 진동은 여자의 발가락 끝에서 시작되었을까,시선 끝이었을까짐을 싸는 여자의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강이보따리 속으로 흘러든다.보따리를 적시는 물들이

  • 강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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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024.12 670호 구덩이

사랑했으나사랑을 몰랐네.죽음의 깊은 구덩이에내 몸을 내던졌지.죽음의 언저리,물이 없는 메마른 땅에서날살린것은오직주님의 손길이었네.꿈꾸던 요셉처럼,그 구덩이에서 간신히목숨을 건졌네.그리고 깊은 어둠 속에서잠자던 내 영혼이 부스스 깨어났네.성육신의 사랑,그 깊이를 배우기 시작했지.죽어야 비로소 사는그 십자가 언덕길을 알았네.구덩이 같은 인생,절망의 캄캄한 어둠

  •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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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2024.12 670호 월영교 연가

붙잡을 수 없었기에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랑갈피마다 그리운 넋눈썹달로 젖어옵니다월광도 홀린 월영교우연히라도 만나고 싶은보일 듯 보일 듯이내 사라지는 실루엣호산(湖山) 명월에 꼬리 밟힌수줍던 사랑의 미로월광 소나타저토록 눈부신데 목메는 그리움 켜켜이 쌓입니다 스치는 바람으로도보고픈 사랑이제는시린 가슴 전율해도나만의 사랑인가요

  • 김춘식(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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