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땅 잊어버리고바람 따라 흘러가는 강물에둥지 틀고 거친 계곡에굴러다니는 차디찬 돌맹이물살 흘러가며 언어 잃고춤으로 지난 시간 추억한다 가늘게 뜬 눈동자 손끝에 모아 잠든 꿈일깨우고 불타는 눈동자 분노와 기다림을부드러운 손놀림은 지워진 그리움허리 제자리 정지하고빠른 발동작으로 숨겨둔 말을두 손 가슴에 맞잡고 새날 다짐하는 종아리 근육들
- 박청규
그리운 땅 잊어버리고바람 따라 흘러가는 강물에둥지 틀고 거친 계곡에굴러다니는 차디찬 돌맹이물살 흘러가며 언어 잃고춤으로 지난 시간 추억한다 가늘게 뜬 눈동자 손끝에 모아 잠든 꿈일깨우고 불타는 눈동자 분노와 기다림을부드러운 손놀림은 지워진 그리움허리 제자리 정지하고빠른 발동작으로 숨겨둔 말을두 손 가슴에 맞잡고 새날 다짐하는 종아리 근육들
연못 위 잎새 하나잔물결 타고 가네둥둥둥물 위에 떠 구름과 경주한다푸른잎흰구름둥둥서로갈길서둔다 연못의 마음 하나살며시 훔쳤어요언제나변함없이 욕심도 안부려요넘치면흘려보내고 모자라면 채운다 마음이산란할 때 연못가 홀로 앉아이 생각 저 생각을연못에 담아보면산만한 거치른 마음 잔물결이 빗질한다
철 지난 고엽(枯葉)들스스로를 지키지도 못하고 스스로 지지도 못한한 서린 우듬지 고엽들 봄 폭설에눈 잎이 되었다 고엽도 눈 잎으로 환생하는데여의도의 꽃님들도 환골탈퇴하려나
때가 되자 끼니를 챙기듯뱃속을 그득 채운다한창 시절엔 쇳덩인들 소화시키지 못하랴 트럭이며 자가용이며 양껏 삼킨다. 빵~ 퉁퉁 퉁퉁…채운 배를 두드리는 고동소리뒤꽁무니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까스를 뿜어댄다 끼룩끼룩 끼룩끼룩몰아치는 바람도 출렁이는 물결도 겁 없이 악착스레 따라 붙는 갈매기 떼.언제부터 학습된 몸짓일까하얗게
세월 따라 잃어버린 내 모습바다에 떠도는 일엽편주처럼알 수 없는 이방인이 되어한평생 간직해온 한 가슴앓이를 묻어 둔새하얀 그 자리 말하고 싶어도 혀끝이 타들어 가한 맺힌 가슴 내밀어못다 한 그리움 태우며풀꽃 노래 부르는늘 푸른 그 자리 하얀 그림자에 얼룩진잊을 수 없는 그 이름 자락 붙들고한마음 둘 곳 없어언제 만나자는 약속도 없이기다림의
나는 해를 등지고홀로 앉아 있습니다꽃 시절을 보낸 초록 나무 울타리에 갇혀밖으로 돌아다니지도 못합니다다행히 바람과 공기 드나드는 면회 창구로숨통이 트이지요오랜만에 비 오는 소리 들리고굵어진 빗줄기는 밧줄이 되어영혼을 끌어올립니다폭포수 거슬러 구름 타고 오르는 하늘 그 나라에 가고 싶어 별빛 신호 보내도 응답 없이 닫힌 문은 아직 열리지 않
여름날 뜨는 뜬구름은어느날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으로몰려와 장대 같은 비 쏟아붓고 싶은 음모의 뜻 숨어 있다네눈보라 몰고와 온천지를 백설로 덮어긴긴 밤 불화로에 밤이나 구워먹고 쉬라는 겨울날의 뜬구름의 뜻 봄날엔 살랑이는 봄바람 타고 꽃구경하라는 뜻우리는 사계절 뜬구름의 뜻에 따라 살고 있네뜬구름 흘러가듯 흘러가는 우리들 인생사푸른 가을 하늘에 떠도
산은 버럭 화를 내고 침묵을 지킨다.갈대는 삭풍에도 밤을 잊은 채 속삭인다.바다가 쉼 없이 요동친다. 노도가 미친 듯이 춤을 추며 달려온다. 부딪쳐 산산이 부서져도 다함이 없구나. 허공에 뜬 메아리가 활시위를 당긴다.컵 속에 갇혀 육신을 사르며 울부짖는 함성아, 그 영원한 분신들이여조국 있고 민의가 있어꺼지지 않을 횃불이여 나 거
낡은 발동선이 떠난 오후밀물과 썰물 사이를 오가며흔들리는 섬에서 바다에 떠밀린 수초처럼 나는 낮달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셨다 불거진 관절을 끌고 나간 아버지에게가끔 오이도는 한 장의 푸른 손바닥새로운 도시 불빛은 밀물 끝에서 밀려오고그 불빛을 등지고 떠난 어족들의 고향 이웃들은 가벼워진 고향을 끌고 어디로 갈까 마지막 남아
천태산 오르니 진달래꽃 낭자하다자른 손가락이 컹컹 짖는다우주 만방을 향해 주인 있는 모국을 보고 싶다고 돌아가고 싶다고 꽃지며 묻는다 세세 불굴의 안중근 의사 윤사월 폭설이 휘몰아쳐도 참꽃은 아무런 죄가 없다 오래 기다린 평화를 맞으려 존엄의 예고편 혈서로 핀다 해종일 모국 산야를 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