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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매미의 언어를 해석하다

녹음이 짙어갈수록 점점 높아지는 매미 소리조급한 듯 슬픔에 젖은 심상치 않은 소리삶의 기쁨도 생명의 신비도 잃어가는 땅자유로운 영혼들 왕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초록별이 숨막히는 열병을 앓는다오존층이 뚫려 생태계 교란을 일으켰다남극의 펭귄이 죽어 가고 북극의 흰곰이 굶주린다 이런 일들을 먼 나라 이야기로만 알고 있는가?그래서 철딱서니 없이 집

  • 이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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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슬픈 영화

1967년 나 그곳에 있었어겨우 열아홉 살, 철없는 순수가그 밀림, 그 늪지를 걸었어사방이 으르렁거리는핏빛 하늘, 멍든 땅에나 내던져져 있었어네이팜탄과 고엽제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땅에나무들, 꽃들과 함께나 무서워 떨고 있었어지금 생각하면슬픈 영화 한 대목이 내 몸을 지나갔어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어보훈병원에서 만난 휠체어 그 사내는지금도 슬픈 영화를 찍고

  • 김상현(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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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서라벌에 걸린 해와 달

낮에는 역사의 무게를 가늠하는햇살이 무수히 내리고밤이면 풍경의 깊이를 재어보는달빛이 그리는 월정교 왕궁에서 백성들에게 이어진 공간해와 달 하늘 뜻에 따라서 통치를 하고신라 천년으로 회귀한 듯 고고하게 흐르는 문천 원효대사가 요석공주 만나려다 물에 빠져신세를 지고 부부의 인연으로 설총을 얻은 바그날의 전설을 아는지 마는지 말이 없는 시냇물&

  • 신민철(본명·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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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엄마 찾는 편지 한 장

장미꽃 활짝 피는 계절에우체통에서 기다리던엄마 찾는 편지 한 장 꼭꼭 눌러쓴 펜글씨는 시인의 눈시울 적신다어령 생활 22년 차길디긴 시간 돌아보는내 음이 새어 나온다 심장을 울리는 편지「순례자의 삶」의 교훈이어꼭 성직자가 되겠다는 홀로의 결심 ‘어머니라 불러도 될까요?’순간 높고 맑은 푸른 하늘을 보았다.우리나라 좋은 나

  • 이옥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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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내 눈물은 어디로 간 것일까

눈 안에 모래가 서걱인다마른 눈물증후군눈 안이 메말라 눈물이 없다고 한다 리비아 사막을 오래도록 바라본 것뿐인데그 사막의 모래바람 한 자락이 눈에 들어온 걸까 오아시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지 기쁜 일에도 슬픈 일에도 눈물 흘릴 줄 모르는 나는 냉혈인간이 되었다나를 적시고 타인의 가슴을 적셔주던여린 내 감성까지 잃어버렸다

  • 권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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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도토리나무 절집

어디선가 목탁 두드리는 소리높이 솟은 나무에 절이 세 들었나죽은 도토리나무에 딱따구리가 찾아왔다 연 사흘이나주검 속에서 생명을 찾으려고 주검 속에 절집을 지으려고연장통을 메고 와서몇 시간이나 나무를 다듬다가 돌아갔다 매양 바람이나 안고 사는 나무 등걸에서는두꺼운 세월의 껍질이 벗겨져너와집이 생겨나고절간 봉당에는 부러져 땅에 꽂힌

  • 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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