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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모기의 추억·2

요즘은 종일 잠을 잔다. 형과 누나가 들어오면 잠시 애교 좀 떨어주어 간식을 받아먹고는 산책하러 나갈 시간을 기다리며 다시 가물가물 꿈속으로 들어간다.형과 누나가 결혼하면서 시골에 사는 집사의 곁을 떠나 내가 서울로 온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형과 누나가 결혼했다고 해서 근친혼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형과 누나는 성씨 자체가 달라 혼인에 아무런 제약이 없

  • 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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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영혼이 머무는 곳

시간의 여신이 자정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을 때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 짙은 어둠을 뚫고 버스는 달려 내가 사는 도시에 내려놓고 바람처럼 다시 어둠 속으로 달려가 버렸다. 검은 입 속으로 사라지는 버스의 뒤꽁무니를 쳐다보며 나는 한동안 차가운 바람이 부는 황량한 밤거리에 혼자 서 있었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거리에 혼자 서 있으니 꾹꾹 눌러 가슴에 묻

  • 조인순(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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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어제의 ‘나’를 이기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새벽, 하늘엔 희미한 푸른빛이 감돌았다. 서늘한 공기를 마시며 고요한 하루의 시작을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아파트 앞 황톳길은 벌써 맨발로 걷는 사람들과 운동하는 이들로 활기가 넘쳤다. 그들 사이로 나는 경보하듯 빠르게 걸었다. 수영, 이 작은 시작이 오늘을 조금 더 다르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수영을

  • 김성현(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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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고향과 나

나이가 들어 가면서 내 가슴속에 남아 있는 고향을 한 번 생각해 본다. 고향을 떠난 지 어연 50년. 그러다 보니 내가 태어난 고향보다 현재 살고 있는 곳(서울)에서 더 많이 거주하면서 지방에 내려갔다가 서울에 오면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포근한 마음이 든다.고향을 떠난 1970년대엔 고향이라는 주요 노랫가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때는 산업시대의 시작으로

  • 조홍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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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만나고 헤어짐이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헤어짐은 늘 익숙하지 않다. 정들었던 사람이 다른 곳으로 이사해서 못 보게 되어도 아쉽고 허전한데, 하물며 가까운 사람이 다시는 볼 수 없는 생의 반대편으로 떠나간다면 그 이별은 슬픔이 겹겹이 쌓인 고통임을 말해 무엇할까.새해가 되어 시댁에 인사하러 갔다 작은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얘기를 듣고 시댁에서 한

  • 방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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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논두렁길과 떡 두 덩이

떡 두 덩이가 든 가방을 메고 논두렁길을 걷는다. 쌀밥 한 번 실컷 먹는 것이 소원이던 시대를 건너온 나에게는 이보다 더 배부르고 흐뭇한 순간이 있을까. 한데 황금물결을 이루어야 할 들판이 초록빛으로 가득하다. 잘라 놓은 시루떡처럼 반듯반듯한 논에는 벼 대신 잔디가 자란다. 마을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일손이 부족하고 쌀 수요도 점점 줄어 대체 작물로 잔디

  • 허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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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꽃이 피어나는 힘

내 나이 종심이다. 불혹을 넘긴 자식들이 있어도 가끔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심정이 되어 서글퍼진다. 고향 옛집을 지도 앱으로 찾아서 도시계획으로 바뀐 도로와 길목을 옛 모습으로 복원하며 추억의 장소를 찾아 헤맸다. 사라진 건물도 많은데 50년도 더 된 고향 이층집이 건재하고 그곳 아래층은 약국과 약재상이 들어서 있다. 앞집은 일본 양

  • 허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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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가락지

잿빛 구름이 드리운 11월. 목화밭으로 향한다. 가을걷이도 마무리된 들녘을 바라본다. 읍내 쪽으로 뻗어 나간 길 끝을 보며 땅바닥에 퍼져 앉았다. 설움이 목구멍을 타 넘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절규로 변했다. 언니야! 언니야! 그 절규가 허공이 삼켜 버렸다.불과 몇 시간 전 언니는 빨강 치마 노랑 저고리를 입고 할아버지를 대동하고 울며 차에 올라 시집을 갔

  • 김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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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손이 말을 건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고 하였다.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별하고 섬세한 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주도해 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의 손은 앞으로 어떤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까.타인과 악수를 나눌 때 우리는 손의 촉감으로 상대방과 교감을 느끼고 관계를 형성한다. 손은 사람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가장 직접적

  • 구영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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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보릿자루의 꿈

해마다 10월이면 우리 기타반은 연주회를 연다. 우리 동네 문화센터 기타반원에다 여타 지역 센터에서 기타를 배우는 이들이 함께하는 모임이다.올해는 이천의 한적한 마을 어느 교회 앞 작은 공터 가설무대에서 열었다. 예년에는 실내에서 하더니 올해는 마땅한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청중은 연주자들의 가족이나 친지들이었고 어쩌다 교인들도 간혹 보이기도 했

  • 이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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