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르신의 쨍쨍한 호통 소리가 골목길에 들렸고, 어린아이들은 위엄 있는 호통 소리에 꼼짝없이 따랐다. 아이들은 어르신의 호통 소리에 복종했었고, 때로는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었다. 아이들은 어르신의 권위에, 아이들 자신의 행위의 잘잘못을 떠나 어르신의 말씀에 순종했다.그 시절에는 어르신의 말씀 한마디에 지역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고 치안이 확보되었다. 때
- 김영회
오래전 어르신의 쨍쨍한 호통 소리가 골목길에 들렸고, 어린아이들은 위엄 있는 호통 소리에 꼼짝없이 따랐다. 아이들은 어르신의 호통 소리에 복종했었고, 때로는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었다. 아이들은 어르신의 권위에, 아이들 자신의 행위의 잘잘못을 떠나 어르신의 말씀에 순종했다.그 시절에는 어르신의 말씀 한마디에 지역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고 치안이 확보되었다. 때
세상일도 잊게 만든다는 바둑은 도대체 누가, 언제, 무슨 동기로 만들었을까. 문헌에 대략 약 4000년의 역사를 지녔다는 것만 봐도 오랜 세월 인류와 접했다는 걸 금방 알 수가 있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바둑, 그곳에 오묘한 삶의 진리가 있을 줄이야. 죽은 돌도 살리고 살아 있는 돌도 죽는 무궁무진, 온갖 신비스러운 변화가 곳곳에 포진하여 인간의 지능을 접
관이 내렸다. 어린 자녀들의 통곡과 지인들의 오열 속에 그녀는 한 줌 흙으로 돌아갔다. 어느 죽음인들 슬프지 않은 것이 없건만 그녀의 죽음은 슬픔을 넘어 비통함이었다. 남편 일찍 보내고 오랜 세월 홀로 지내다 사랑하는 사람 만나 행복해지려고 하는 그때, 어린 삼 남매를 남겨두고 아무런 말 한마디 못한 채 10여 년 전에 떠난 남편 곁으로 갔다. 떠나기 하루
몇 년 전 프랑스 파리에 갈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는 꼭 사르트르와 보봐르의 묘지를 가보리라 생각하고 몽파르나스 공동묘지를 찾았다. 렌트카를 하여 파리 시내의 좁은 골목길을 구불구불 돌다가 길가에 주차를 하고 입구로 들어섰다. 안내원에게 “사르트르”라고 말하자 그는 얼른 오른쪽으로 가보라고 친절하게 손짓을 했다. 몇 개의 비석을 지나가니 사르트르 보봐르의
햇살이 따듯하여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은 남편의 텃밭이다. 꽃과 야채를 기르기도 하지만 나무로 상자를 짜서 대추나무, 사과나무도 심어 놓았다.“여보, 이리 와 봐요, 복숭아나무에 살구꽃이 피었어요.” 남편의 상기된 목소리다. 옥상에는 먹고 버린 복숭아씨에서 싹이 나서 자라는 개복숭아나무가 있다. 열매는 달리지 않지만 봄이면 화사한 꽃을 보여 주었다. 남편은
지난해 가정의 달이자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의 일이다. 정부와 의사협회 간의 대립이 계속되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변종 팬데믹에 감염된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쉬면 녹슨다(If I rest, I rust)는 삶의 철학을 갖고 시간이 돈이라는 마음 자세로 노후를 지내는 와중에 뜻밖에 장애가 생겼다.대머리 수준의 머리를 감다가 우측 귀에 물 한
전통시장인 오일장이 서는 날, 둘러보러 갔었다. 너른 인도지만 노점상들이 다 차지하여 농산물 및 수산물과 각종 생활용품을 진열해 놓은 데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북적북적해 통행로가 더욱 좁아져 다니기가 불편하기 짝이 없고 왁자지껄하였으나 전혀 싫증이 나지 않고 장날의 묘미로 다가왔다.장날은 생생한 삶의 에너지가 항상 넘치고 단순히 사고파는
북엇국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서 해장국으로서는 으뜸이다. 명태가 바다 속을 떼지어 다니듯, 무교동 입구에는 북엇국을 먹기 위해 때를 가리지 않고 손님들이 떼로 몰려드는 집이 있다. 무슨 기묘한 마법에라도 걸렸던지, 술꾼들은 그 집 가마솥에서 설설 끓는 북엇국의 허연 국물을 보기만 해도 속이 확 풀린단다.명태는 본디 찬 바다를 좋아해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주로
젊었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할아버지 세 분이 계셨는데 한 분이 낚시 도구를 챙기셨다. 그를 본 다른 할아버지가 “낚시 가나?” 묻자 “아니, 낚시 가” 대답했고, 그 대화를 듣던 다른 한 분이 “나는 낚시 가는 줄 알았지” 하고 말했다. 그때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런데 요즘 어떤 학부모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선생님, 너
버스를 타면 늘 창가에 앉는다. 창밖을 내다보며 버스가 연출할 도로변의 풍경을 관람하기를 기다린다. 휙휙 뒷걸음질 치는 가로수, 매일 똑같은 표정의 상가 간판들은 단조로워도 시커먼 공간의 지하철보다는 훨씬 낫다. 어제 본 곰탕집 간판도, 비슷비슷한 차들의 모습도 어제와 오늘의 감성이 다른 만큼 달리 보인다. 봄철 인도를 점령한 앙증맞은 꽃들은 쓰다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