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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흰 기억의 숲을 걷다

바람이 먼저 길을 여는 숲 입구에 선다. 흰 줄기는 붙들던 밝음을 천천히 풀어낸다. 한 그루 나무 앞에 서서 몸을 기댄다. 나무의 숨결이 등에 스며들며, 온몸으로 나지막이 퍼져 나간다. 그렇게 온몸의 감각이 깨어날 때, 먼 빗소리처럼 아득한 소리를 들었다. 위로 올려다보니 일렁이는 바람결에 잎들이 비스듬해지며 빛의 면을 바꾸고, 그 사이로 조각난 하늘이 스

  • 하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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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꽃의 시간

꽃들이 우르르 뛰어나온다. 빨강, 노랑, 하양, 연분홍, 남보라 물결들로 출렁인다. 단상에는 즐거운 소란이 흘러넘친다. 꽃들에 둘러싸여 빼꼼 내민 수상자 얼굴도 함박꽃이다.다음은 단출하다. 당사자와 어머니뿐이다. 꽃다발 하나 없는 걸 보니 먼 데서 오느라 준비할 시간이 없었나 보다. 나이 든 어머니 모시고 시간 맞춰 행사장에 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눈

  • 강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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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낙엽을 쓸며

처서(處暑) 지나 쓸쓸히가을볕 저무는 마당귀늙은 벚나무 아래무수히 떨어진 낙엽을 쓸면서지친 하루를 덤으로 지우면바스락거리며 쓸려 가는시간의 부스러기들한 잎 한 잎잊힌 기억을 토해 내며지난 계절 함께 데려가고다시,계곡 멀리서 왔을낯선 한줄기 찬바람벚나무 가지 붙들고 휘청거리면어둠이 덮이는 마당귀 위로검버섯 핀 병든 몰골의 잎새 하나 툭!화려했던 어제

  • 김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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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발등에 이슬 차이는 햇귀의 시간이었다누룩뱀 한 마리 현관 옆 보도블록 틈을 돌아 책방 그늘에 몸을 숨기는 아침이었다 걸음 멈추고 똬리를 튼 뱀은 맵시 고운 곡선이었다균형이 아름다운 검은 줄무늬 결전시장에서 만났던 전동 찬장, 나무의 선명한 결이 옆구리를 말아 웅크리는 누룩뱀 등줄기에서 숨 쉬고 있었다 소목장(小木匠)이 가구 뼈대를 짜맞추고

  •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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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대전광역시지회] 지역문학에서 한국문학으로

1.연혁우리 (사)한국문인협회 대전광역시지회(이하 ‘대전문인협회’)는 1962년에 (사)한국문인협회 충남지부로 창립되었다. 1989년 1월에 대전시가 대전직할시로 승격됨에 따라 (사)한국문인협회 대전직할시지부로 되면서 충남문인협회와 분리되었다. 1995년에 직할시가 광역시로 명칭 변경이 이루어지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대전문인협회의 발전을 위해

  • 원준연대전광역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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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문학과의 만남, 구원이 되었다

내 삶에 있어 문학은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새로운 깨달음에 자아를 찾아가는 순수 정화 그 자체였다. 지나간 30대 후반쯤 젊은 날들을 병마와 맞서야 하는 홀로의 시간이 있었다. 십여 년 이상 고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천직이라 생각하며 그 말에 아무 불만 없이 만족하게 살아오던 중 의외의 작은 병치레에서 새로운 큰 병을 만나게 되었다.

  • 홍금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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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자랑스러운 소방관

1“말씀하세요. 여기는 119입니다. 여보세요!”전화를 걸어 놓고 우는 소리에 놀라서 당황한 119 접수대원이 다급히 물었다.“우리 엄마가 없어졌어요. 흑흑.”“그곳이 어딥니까?”“여기는….”접수대원은 아이가 알려주는 위치를 받아 적었다.“알았어요. 바로 출동할 테니 울지 말고 기다려요.”비상 사이렌이 울리고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반장님, 그곳은 깊은 산

  • 홍성훈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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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생명의 노래이자 미래를 향한 책임 있는 글쓰기

나의 문학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서 시작되었다.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나는 늘 아버지가 그리웠다. 꿈 많은 소년으로 자라면서 아버지를 한 번만이라도 불러보고 싶었고 아버지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만 여섯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어려웠지만 어머니가 보따리 장사로 힘들게 번 돈으로 중학교에 갈 수 있었다. 어머니는 20리 길

  • 홍성훈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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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치열한 독서 습관은 나의 창작의 뿌리

나는 경기도 이천군 대월면 대포리 737번지에서 아버지 홍건표, 어머니 황필봉의 2대 독자로 태어났다.아버지는 스물두 살의 젊은 나이에 일본군에 징병으로 끌려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화병으로 피를 토하며 돌아가셨고, 집에는 어머니와 할머니 두 명의 청상과부뿐이었다. 그때 나는 한 달도 안 된 핏덩이 갓난아기였다. 스물한 살의 꽃다운

  • 홍성훈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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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 681호 광복 80년, 윤동주 시인 순절 80년

2025년은 광복 80년이자 민족 시인 윤동주 순절 80년이다. 윤동주 시인 80주기를 맞아 연세대 윤동주 기념관에서 추모식과 전시회, 학술 포럼을 개최했다. 일본의 경우 도시샤(同志社) 대학에서 2월 16일 명예 문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였으며, 릿쿄(立敎) 대학에서는 교정에 기념비를 세워 10월 11일 제막식을 가졌다. 동시에 윤동주 시인이 릿쿄 대학에

  • 허형만시인·목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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