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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잔불 ——노년의 시간

늘그막에 이르면 사는 일이 쉽지 않다오늘도 늦잠에서 일어나 억지로 한술 뜨고는마을 앞 공원 길을 하릴없이 떠돈다나이가 차면 한 걸음도 허리가 휜다오가는 길마다 비바람 스치며 위로한다하물며 분별없이 날뛰며 몸을 함부로 부리면필시 재앙을 면치 못한다누가 아는가, 하늘밖에 모르는 태양은해종일 허공만을 떠돌다 물 깊은 바다에 떨어지고, 양지밖에 모르는 사

  • 김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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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봄날은 간다

무대_ 무대 후면에 ‘제8회 전국민 생활수기 공모 시상식’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무대 중앙에 강대와 마이크, 강대에는 생수병과 물컵이 놓여 있고 플래카드 뒤에 배경막(스크린)이 설치됐다. 막이 오르면 주인공 박순녀가 등장하여 강대 앞에 선다. 꾸벅 인사하고 말하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대한일보가 주최하는 제8회 전국민 생활수기 공모 당

  • 장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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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다빈이네 텃밭에서

마을 곳곳이 연둣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어요. 산들산들 부는 봄바람에, 풀잎들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듯 속삭였지요.다빈이 할머니네 옆집 사과 과수원에도 봄이 왔어요. 잎보다 먼저 핀 사과꽃들이 하얗고 연분홍 빛깔로 가지마다 수줍게 피어났지요. 마치 하늘에서 솜사탕이 내려앉은 것처럼, 과수원 전체가 뽀얀 꽃구름으로 가득했답니다.“아이고

  • 이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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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바꾸는 건 어려워!

숲속 나라에 여름이 찾아왔습니다.땅속의 맑은 물과 따스한 햇살을 듬뿍 섭취한 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나뭇잎의 수가 많아질수록 나무의 덩치도 커져서 그늘은 점점 넓어지고 짙어졌습니다.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동물들은 너도나도 그늘을 찾아 모여들었습니다. 하지만 바람마저 더위에 지쳐 어디 가서 늘어졌는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습니다.동물들은 냇가로 우르르

  • 정명숙(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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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스마트폰으로 들어간 요정

동근이는 눈이 큰 아이입니다.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것도 동근이 눈에는 잘 보입니다.복숭아꽃이 활짝 핀 어느 봄날입니다. 동근이 가족은 복숭아꽃을 보려고 복숭아 과수원으로 갔습니다.“아니, 이게 뭐지?”복숭아꽃 사진을 찍을 때였습니다. 안개가 밀려오면서 이상한 나비 떼가 나타났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요정이었습니다. 어른 엄지손가락만 한 요정. 하나

  • 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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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고장 난 하루

모처럼의 휴가다. 해방감 때문인지 일순 들뜨기까지 했다. 휴가 닷새 중 하루는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서 온전히 비워 두긴 했지만, 그래도 나흘이 어딘가.밀린 부채처럼 압박감을 주는 건강검진을 우선 해치워야 했다. 수면 내시경은 보호자가 동행해야 할 뿐 아니라, 대기자도 많다고 해서 비수면 내시경을 택했다. 검사 후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한몫했

  • 오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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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확신하는 것들에 대한 의심——영화 <콘클라베>를 보고

가난한 자의 성자라 불리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였다. 많은 사람의 기도 속에 로마 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치되었다. 얼마 있으면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가 시작될 것이다. 추기경들은 교황청으로 모여들 것이고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교황 선출을 할 것이다. 비밀은 알고 싶고 파헤치고 싶은 게 우리네 심리다. 콘클라베 이

  • 김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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