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7월 6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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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그막에 이르면 사는 일이 쉽지 않다
오늘도 늦잠에서 일어나 억지로 한술 뜨고는
마을 앞 공원 길을 하릴없이 떠돈다
나이가 차면 한 걸음도 허리가 휜다
오가는 길마다 비바람 스치며 위로한다
하물며 분별없이 날뛰며 몸을 함부로 부리면
필시 재앙을 면치 못한다
누가 아는가, 하늘밖에 모르는 태양은
해종일 허공만을 떠돌다 물 깊은 바다에 떨어지고,
양지밖에 모르는 사람은 새까만 어둠 속에 묻힌다
고요한 저녁, 홀로이 시름에 겨운 몸을 씻고
창가에 누워 흘러간 시간을 돌아다보면
오 갸륵해라, 숨었던 꿈들이 슬금슬금 기어나와
문밖의 고샅길을 누비며 너울너울 춤춘다
새털 같은 나날, 갈 길이 아무리 멀다 해도
매양 그날이 그날, 하루도 다르지 않다
천근 같은 몸뚱이로 한바탕 헐떡이며 기우뚱거리다가
큰 나무 그늘에라도 주저앉을 양이면
새들은 벌써 알고 섧게 울지만
사람들은 모른 척하며 돌아선다
행여 시절이 지났다고 얕볼까 두렵다
간신히 집에 돌아와 목에 걸린 한숨을 털고
소태같이 쓴 밥상 앞에 무릎 꿇고 앉는다
한사코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 쓴다
똑똑히 보라! 황야에서 굴러온 돌이 아니다
한평생 어둠을 태운 불꽃이다! 성급한 세월 따라
목숨이 석양의 장대 끝에 매달렸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되레 숨결은 돋아나고 심장이 쿵쾅거린다
얼마나 귀중한 생명인가!
하지만 어느덧 요술쟁이 시간의 그물에 갇혔구나!
하여도 믿을 건 당신뿐이려니, 곧장 일어서라!
그 자리서 한발도 물러서지 말고
오로지 내일을 보며 활활 불태워라!
세월이 끝날 때까지! 영영!
천년도 지난 말씀들이 메아리 되어 밤마다 머리맡을 맴돈다
그래 내일은 온다!
정녕 그날은 기어이 온다고 믿으며
해 뜨는 길 찾아 신발끈을 동여매지만,
기다리는 것은 언제나 산 너머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