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7월 6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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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여인이 잡았다 놓았던 찻잔
입술 가까이 기울이니 뜨겁다
불같은 열정의 여인이 남긴
입김이 분명하다
낯선 여인이면 어쩌랴
아니, 내 정인(情人)일지도 모르지만
달콤한 정만 꿀처럼 빨아들이면 되는 일
익숙한 손놀림으로 천천히 키스하고 싶어서
차를 바라보다가 마신다
잠시 후 식어버린 찻잔 속
사랑한다는 말과 헤어지자는 말과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거두어가지 않고
가득 남겨놓고 간 여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내 인생 여운도 반쯤만 남겨 놓고
찻잔 속 여인처럼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