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스마트폰으로 들어간 요정

한국문인협회 로고 유종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7월 677호

조회수43

좋아요0

동근이는 눈이 큰 아이입니다.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것도 동근이 눈에는 잘 보입니다.
복숭아꽃이 활짝 핀 어느 봄날입니다. 동근이 가족은 복숭아꽃을 보려고 복숭아 과수원으로 갔습니다.
“아니, 이게 뭐지?”
복숭아꽃 사진을 찍을 때였습니다. 안개가 밀려오면서 이상한 나비 떼가 나타났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요정이었습니다. 어른 엄지손가락만 한 요정. 하나둘이 아니고 수백 명의 요정.
“엄마, 요정이에요, 복숭아 요정.”
복숭아처럼 생긴 요정이었습니다. 머리는 크지만, 몸과 발은 작은 요정. 엄마는 동근이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얘가 무슨 잠꼬대를 하는 거야, 요정이 어디 있다고….”
복숭아 요정은 춤을 추면서 공중을 날아다녔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누비며 이 꽃에 앉았다가 저 꽃에 앉았습니다.
그중에 한 아기 요정이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복숭아꽃은 땅에도 흩어져 있었습니다. 아기 요정은 복숭아꽃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동근이의 스마트폰에 찍힌 복숭아꽃을 보았습니다.
“어머나! 이 꽃이 제일 예쁘네!”
아기 요정은 손으로 스마트폰의 복숭아꽃을 톡톡 건드렸습니다.
“왜 꼼짝을 안 하지? 이 안에 뭐가 있나 들어가 볼까.”
아기 요정은 안개로 변하더니 스마트폰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들어간 아기 요정은 꽃 사진 밑에 있는 것을 건드렸습니다. 그러자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아기 요정은 노랫소리에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안개는 더 짙어졌습니다.
“비가 오려나? 이제 그만 가야겠지.”
동근이 식구는 차에 올랐습니다.

 

그날 밤입니다.
‘여기가 어디지? 왜 아무도 없는 거야?’
잠에서 깬 아기 요정은 어리둥절했습니다.
“엄마! 아빠!”
아기 요정은 큰소리로 엄마와 아빠를 불렀습니다. 그 소리에 막 잠이 들려던 동근이가 눈을 떴습니다. 동근이는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스마트폰 쪽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내가 스마트폰을 안 껐나? 이상하네. 분명히 껐는데….’
동근이는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살폈습니다. 그때 스마트폰에서 안개가 피어올랐습니다. 안개 속에서 요정이 나타났습니다. 복숭아밭에서 보았던 복숭아 요정이었습니다.
“어, 어, 너 복숭아 요정 아니니?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응, 너는 과수원에서 보았던 그 아이?”
둘은 깜짝 놀랐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서로를 쳐다보았습니다.
“배고파, 밥 좀 줘.”
“뭐라고?”
“배고프다고, 복숭아꽃 향수를 좀 뿌려줘.”
복숭아 요정이 코를 킁킁거렸습니다.
“복숭아꽃 향수?”
“응, 사람들은 밥을 먹지만 우리 복숭아 요정은 복숭아꽃 향기를 먹고 살아.”
동근이는 거실로 나가서 복숭아 향수를 가져왔습니다.
“조금만 뿌려줘.”
동근이는 복숭아 향수를 아기 요정 몸에 뿌렸습니다.
“아, 이제 살 것 같아. 복숭아나무에도 좀 뿌려줘.”
아기 요정이 배를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나무가 어디 있는데?”
동근이가 아기 요정을 쳐다보았습니다.
“여기, 스마트폰 안에 있잖아, 사진.”
아기 요정이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가리켰습니다. 동근이는 스마트폰에도 향수를 뿌렸습니다.
“나 좀 데려다줘. 내가 있던 복숭아밭으로. 엄마가 보고 싶어.”
아기 요정이 울 듯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지금은 안 돼. 아빠가 쉬는 일요일이 되어야 해.”
동근이가 아기 요정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달랬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동근이는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부터 열었습니다.
“안녕, 아기 요정아.”
“동근이 안녕.”
아기 요정과 인사를 나눈 동근이는 스마트폰을 검색했습니다.
여기저기 문자 메시지가 많았습니다. 친척들이나 친구하고 주고받은 편지였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았습니다.
‘할머니, 다친 손가락은 다 나으셨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동근 올림.’
‘아이고, 내 새끼, 동근이구나. 할머니 걱정을 다 하고. 다 컸구나. 학교 쉬는 날 오너라. 할머니가 용돈 주마.’
‘하준아, 지난번엔 내가 잘못했어. 게임하다가 내가 말도 안 하고 나가버렸잖아. 많이 화났지? 다음에 만나면 내가 떡볶이 살게.’
‘아니야, 동근아. 재미로 하는 게임을 내가 계속 이겼잖아. 나라면 더 화가 났을 거야. 내가 아이스크림 살게.’
‘외삼촌, 안녕하세요? 강아지 순돌이는 많이 컸나요? 방학 하면 놀러 갈게요. 외삼촌 사랑해요.’
‘동근이가 편지를 다 하고 기특하구나. 그래 방학 때 오너라. 맛있는 것 많이 해줄게.’
문자 메시지를 읽은 동근이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친척 어른과 친구에게 안부 편지를 보낸 적이 없었거든요.
“내가 그랬어. 네가 공부하느라 바쁜 것 같아서 대신 편지했지. 그랬더니 답장이 왔네.”
아기 요정이 동근이를 보고 웃었습니다.
“고마워,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할머니 손가락 다친 일, 친구랑 게임한 것….”
동근이가 아기 요정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나, 요정이잖아.”
아기 요정이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톡톡 두드렸습니다.
“아 참, 그렇지. 어쨌든 고마워. 안 그래도 내가 편지하려고 했어. 그런데 생각만 하고 자꾸 미루게 되더라.”
동근이가 머리를 긁으며 웃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일요일이 되었습니다. 과수원에는 복숭아꽃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큰일 날 뻔했어. 조금만 늦었어도….”
아기 요정이 동근이 어깨에 앉아 속삭였습니다.
“왜?”
“복숭아꽃이 다 지면 우리 요정들은 굶어 죽거든. 향기가 없으니까.”
아기 요정이 복숭아꽃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습니다.
“그럼 어떻게? 이제 곧 복숭아꽃이 다 떨어질 텐데….”
동근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기 요정의 발을 잡았습니다.
“그전에 복숭아꽃이 피는 다른 곳으로 날아가야지.”
아기 요정이 동근이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습니다.
“헤어지기 싫어. 나랑 같이 있으면 안 될까?”
동근이가 응석을 부리듯 어깨를 흔들었습니다.
“나도 너랑 같이 있고 싶어. 그렇지만 아빠와 엄마와 친구들은 어떻게 해? 내가 없으면 슬퍼하잖아.”
아기 요정이 동근이의 목을 토닥거렸습니다.
“그래. 그럼, 사진이라도 많이 찍자. 네가 보고 싶을 때 보게.”
동근이는 스마트폰 카메라 버튼을 눌렀습니다. 아기 요정이 날아다니는 모습, 복숭아꽃 향기를 맡는 모습, 둘이서 함께 웃는 모습….
동근이는 카메라 버튼을 쉴 새 없이 눌렀습니다. 아기 요정을 하나라도 더 담으려고 자꾸자꾸 눌렀습니다.

광고의 제목 광고의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