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얼마나 맑고 파란지꽃잎이 얼마나 여러 빛깔로 고운지 과일은 또 얼마나반짝이며 영글어 가는지오늘은 그런 것들만보려 합니다 그대의 아픔그대의 기쁨헤아리지 못하고 지내온 날들, 얼룩덜룩 누더기 같은내 마음 깨끗이 치우고 이 가을로 채워 맑고 곱게반짝이는 모습으로내 곁에 늘 초추였던 그대를 향해 가지를
- 이혜원
하늘이 얼마나 맑고 파란지꽃잎이 얼마나 여러 빛깔로 고운지 과일은 또 얼마나반짝이며 영글어 가는지오늘은 그런 것들만보려 합니다 그대의 아픔그대의 기쁨헤아리지 못하고 지내온 날들, 얼룩덜룩 누더기 같은내 마음 깨끗이 치우고 이 가을로 채워 맑고 곱게반짝이는 모습으로내 곁에 늘 초추였던 그대를 향해 가지를
한낮햇살이 등을 밀어붙이는 날, 사람들은 하나둘그늘막 아래로 모여든다. 무더위가 내려앉은 골목,숨도 느리게 쉬는 오후. 그늘 아래선말수가 줄고,땀이 식고,눈동자만 바쁘다. 시간이 흐르자해는 천천히 등을 돌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사람들 위에 드리워졌던 그늘이슬며시담벼락에 붙는다. 그늘은 벽을 따라기억처럼
영덕군 창수면 물처럼 사는 우리 친구 붉은 날 한 자락 떼어 찾는다농담 둥글던 우리 사이군정 시찰 다녀와 마지막 식사는 비빔밥 연휴를 버무리기로 한다두어 가지 나물에 울령천 물소리도 넣고 괴시리 마을 코스모스낭랑의 산들거림도 넣고고래불 너른 바다늙지 않는 웅지도 넣고철모르는 회춘 위협하는,바람아 멈추어라 알싸한 방풍도 넣자&nbs
통일로를 달리다임진각에서 더는 못 가네누가 원했나 삼팔선철조망 치고 서로 뒷걸음하며 얼떨결에 적이라는 이름으로 갈라선 부모 형제들애꿎은 힘 겨루며서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 동족들 정든 고향을 전망대로바라볼 수밖에 없으니북받치는 설움을 어이 달랠까 풀꽃들도 서로이마를 비비며 일어서고 땅속으로 숨어든 뿌리들은 
엄마를 보고 환속하듯 서울로 올 때딸 보내기가 너무 서운해버스가 산모퉁이를 돌 때까지석장승 되어 얼어 있던 울 엄마그 맘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시집간 딸이 주말이라고 올 땐 좋더니밤새 도란댈 때는 몰랐는데간다고 짐 챙기니 허전하다참기름이랑 밑반찬을 챙겨주며차 시간에 맞춰 나간 터미널 가는 딸은 손을 흔들며 울고보내는 엄마는 차마 보내지 못
사유가 깊어 바닷물이 넘친다강과 바다가 만나는 연안에알을 낳는 고등어바람이 낮게 엎드린 해송숲 따라민들레 홀씨들이 서둘러 비행을 한다 기억 속 오류에는동쪽 바다 깊은 곳에푸른 고등어와 흰 고래가 함께 살았다 갯바위 사랑 노래 흐르는보름달 뜨는 밤이면바다는 깊은 고독 속으로 빠져들고슬픈 파도가 밀려왔다가 돌아서기를 반복했다 손때 묻
달빛에 젖은 시는소녀의 몸짓으로 별빛처럼 피어나 손끝엔 떨리는 마음을 쥔 듯 바람결에 젖은 그녀의 목소리 흩날리는 손길 따라 물들어 밤의 물결에 꽃잎처럼 흔들리면 그리움으로 엮은 구절들이 한줄, 한줄…별빛 되어 흘러내린다 세상에 닿지 못한 말들을 가슴에 품은 침묵의 노래로 오늘
논둑 위로안개가 밀려온다 밤새 젖은 흙냄새가풀잎 끝에 매달리고,이랑 사이로 이슬이 고인다 닭이 두어 번 울고멀리서 경운기 시동이 걸린다 삶이 천천히 깨어나는 소리 허리 굽힌 어머니의 그림자가 안개 속에 묻혔다가해가 오르자,빛에 젖어 다시 피어난다 안개는 그렇게하루의 시작을 감싸안고 조용히 사라진
보도와 경계석 사이 사각지대보랏빛 제비꽃이 당돌하게 문패 하나 달고 봄보다 먼저 봄으로 피어오른다 따스한 눈길 한번 받아 보고파한 올 바람에도 날아 오를 듯보랏빛 날개를 퍼득거리는 작은 가슴이 향기로 지저귄다 지지배배 지지배배보랏빛 봄의 속삭임청초한 모습 가녀린 숨소리까지먼 길 떠난 엄마를 닮았다 파란 하늘을 닮
동구 밖 커다란 나무 밑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세상 이야기를나뭇가지에 주렁주렁매달아 놓는다 객지에 사는 자식들연락 오지 않아도근심 걱정 기쁜 일이야기하다 보면하루 해가 짧다 지나가는 바람도 새들도 심지어 높게 떠 있는구름까지도귀를 쫑긋거리며 지나가다 궁금해 듣는다 사람의 그늘이란그 사람의 그릇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