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여름호 2025년 6월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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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_ 그|1과 2|그리고 3, 4, 5|병원장|닥터 홍
시간_ 현재
장소_ 작은 항구 도시의 병원
명전 되면 병원 휴게실. 1과 2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 지금 병원 안에 별의 별 소문이 다 돌던데.
2 직원들 모두가 거의 일손을 놓고 있어요.
1 모두가 그 사람 때문 아니겠어?
2 도대체 그 사람 정체가 뭘까? 어쨌든 그 사람이 우리 병원 몇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로 미루어 볼 때….
1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다는 말이지?
2 맞아. 이 병원의 운명이 그 사람 손에 달린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암전)
조명 어두운 그의 방에 제약 담당 직원 3이 들어선다. 그의 얼굴은 어두운 조명으로 보이지 않고 3에게만 조명이 환하다. 그는 책상 맞은편에 앉아 있고 3은 부동자세로 서 있다.
3 부르셨습니까?
그 예, 궁금한 게 몇 가지 있어서요.
3 무슨?
그 당신, 이 병원에 근무한 지 얼마나 되었소?
3 병원 개업하면서 부터입니다.
그 그럼 2년 조금 넘게 근무하셨네?
3 예.
그 지금 이 병원과 거래하는 제약회사들 이름과 거래 약품 목록들을 보고 싶은데?
3 예,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 밖에는요?
그 아직은…. 내가 말한 거래 목록들을 가져다 주기만 하세요.
3 내부용으로 가져다 드릴까요? 국세청 보고용으로 가져다 드릴까요?
그 둘 다 가져와 보세요.
3 알겠습니다. 금방 가져오겠습니다.(3이 나가고 암전)
다시 명전. 1과 2가 불안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1 방금 제약 담당 과장이 불려 갔다 왔대요.
2 제약 담당 과장은 왜?
1 내가 그 이유를 어떻게 알아?
2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무슨 낌새를 눈치챈 모양이지?
1 그러게 말이야.
2 문제는 저 사람 정체가 뭐냐 하는 거지.
1 그러니까 자네 말은 그가….
2 이 병원 사람인지, 아니면 병원 밖에서 파견 나온 사람인지.
1 맞아! 어디에서 파견되었느냐에 따라 상황은 전혀 달라질 테니.
2 병원 사람이라면, 병원 실세?
1 설사 병원 비리를 알아낸다 하더라도
2 이사장에게 보고하는 정도에다가
1 비리 관련자들을 문책하는 정도일 테고.
2 만약 그가 어떤 다른 감사기관에서 나왔다면?
1 비리 관련자들뿐만 아니라
2 이사장까지 모두 사그리
1 쉿!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2 이사장이 파견한 실세로 보이기도 하고
1 감사기관에서 파견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단 말이지?
1과2 아무튼 저 사람이 뭔가 우리 병원의 명줄을 쥐고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요.(암전)
명전. 다시 그의 방. 아까와 같은 조명상태 아래, 병원 식당 책임자가 불려 들어와 서 있다.
4 부르셨습니까?
그 구내식당 책임자이신가요?
4 (불안한 표정으로) 그렇습니다.
그 궁금한 것들이 있어서요.
4 말씀하십시오. 아는 대로 다 말씀드릴 테니.
그 병원 식당 책임자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4 6개월정도됩니다.
그 그렇다면 병원 개업 때부터 근무하신 것은 아니로군요?
4 예, 김씨가 갑자기 그만두고 난 이후로부터 제가
그 김씨가 그만 둔 이유는 뭔가요?
4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그렇지만?
4 소문에 의하면
그 소문에 의하면?
4 이사장과 무슨 문제로 다투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 두 사람이 다투었다구요?
4 구내식당에서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4 언성 높여 싸웠다는 겁니다. 그 이후로 김씨가
그 김씨가 그만 두고 당신이 후임 책임자가 되었다는 말이죠?
4 그렇습니다. 그게 혹시 무슨 잘못이라도?
그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 알았으니 나가 보세요.
4 나가 봐도 된다구요?
그 나가 봐요. 오늘은 더 할 말이 없으니.
4 다음에 또 부르시겠다는 말씀인가요?
그 필요하면 내가 다시 부를 거요.(암전)
명전되면서 1과2 대화.
1 자네, 폭풍 전야의 고요라는 말 들어 봤나?
2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1 우리 병원이 지금 그런 상황인 것 같아서
2 그 사람이 또 누굴 불렀나?
1 방금 들은 이야기인데, 구내식당 책임자 김씨가 뒷방에 불려 갔다 왔대요.
2 그래서?
1 그 사람이 김씨 한테 아주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하더라는데.
2 뭐라고?
1 이 병원과 어떤 인연으로 식당을 맡게 되었냐며….
2 그래서?
1 몇몇 경쟁자들이 있었지만 물리치고 자기가 병원 식당 맡아서 하게 되었다고 말했더니….
2 그랬더니?
1 그 외에 다른 일은 없었냐며….
2 없었냐며?
1 다른 이유란 무엇을 말씀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더래요 그랬더니….
2 그랬더니?
1 씩 웃더니 알았으니 나가 보라고 하더래요.
2 그게 뭐가 이상하고 폭풍 전야의 고요라는 거야?
1 이 사람 보게나. 내 이야기 듣고도 짐작 가는 바가 없단 말인가?
2 도대체 그게 무슨?
1 여보게! 그 사람 말을 곰곰이 한번 되씹어 보라구.
2 어떤 인연으로 병원 식당 운영하게 됐는지를 물었다면서?
1 그랬지!
2 그래서 경쟁자들 몇 사람 있었지만, 그 사람들을 물리치고 자기가 맡아 하게 됐다고 했다면서?
1 그랬지!
2 그런데 그게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1 바로 그게 이상하다는 거지. 한번 생각해 보라구!
2 내가 생각한 것은 전혀 이상이 없다는….
1 어느 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2 사나이가
1 병원 뒷방에 자리 잡고 앉아서
2 자리 잡고 앉아서
1 병원 관계자들을 한 사람씩 불러들여서
2 불러들여서?
1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는 게.
2 물어보는 게?
1 그리고 이번에는 구내식당 운영자를 불러서 정상적 절차로 이 병원과 관계를 맺었는지를 물었다면?
2 그랬다면?
1 그건 곧 병원의 비리를 캐내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뭔가?
2 병원의 비리를 캔다?
1 하여튼 뭔가 무서운 일이 다가올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말이야.(암전)
명전. 그가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는 뒤로 간호과장이 조심스럽게 그의 앞으로 걸어 들어온다.
5 부르셨습니까?
그 당신이 간호과장이오?
5 그렇습니다. 저를 부르셨다고 해서….
그 (그의 시선이 창밖을 향한 채) 무슨 날씨가 이래!
5 예? 방금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그 아니오. 나 혼잣말한 거요!
5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아, 예.
그 간호과장은 언제부터 이 병원에 근무했나요?
5 병원 개업 1개월 후부터입니다.
그 여기 지금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모두 몇 사람인가요?
5 이 달에 채용한 미스 김까지 해서 모두 10 사람인데요.
그 수고들 많소!
5 예? 뭐라고 하셨나요?
그 고생들이 많다고 했소.
5 아 예, 고맙습니다. 저희가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니….
그 이 병원에 취업한 간호사들은 모두 그대로 근무하고 있나요?
5 그대로 근무하고 있느냐고 물으셨습니까?
그 도중에 대우가 나빠 그만 둔 간호사는 없었나요?
5 아, 그 말씀이셨군요? 미스 리가 2개월 전에 그만두고 그 후임에….
그 미스 김을 채용한 거로군요.
5 예, 그렇습니다.
그 왜 미스 리가 그만두었는지 그 이유를 말해 보시오.
5 그 이유를 알고 싶으시다는 말씀이로군요. 그 이유가 표면상으로는….
그 (궁금하다는 듯) 표면상으로는?
5 결혼해서 남편 직장 따라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그게 표면상의 이유였다면?
5 그 외에 대해서는 저는 별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 방금 간호과장인 당신이 내게 미스 리가 이 병원을 그만둔 표면상의 이유라고 하지 않았나요?
5 맞습니다.
그 결혼이 표면상의 이유였다면 그녀가 병원을 그만둘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는 말 아닌가요?
5 거기까지는 잘 모릅니다.
그 그래요? 그건 내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아보면 되는 거고. (한참 말이 없다가)그런데 간호부장!
5 (매우 겁먹은 표정으로) 예, 말씀하십시오.
그 내가 궁금한 것은….
5 무엇이든지 물어보십시오. 이 병원에서 일어났던 일이라면 아는 대로….
그 그럼 내게 다 이야기해 주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소?
5 물론입니다. 제가 아는 대로 다 말쑴 올리겠습니다.
그 미스 김에 대해서인데….
5 미스 김에 대해서라구요?
그 그렇소. 미스 김 말이요. 그녀 표정이 왜 그리 어두운지….
5 그럴 리가 없는데요.
그 어둡다기보다는 슬픈 표정이라고 해야 더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군요.
5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간호사들의 사생활까지 제가 알 수는 없으니까요.
그 간호과장이라면 간호사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다 알아야 할 위치가 아닌가요?
5 그렇지만 제가 어떻게 간호사들의 사생활까지….
그 알았어요. (혼잣말처럼) 오늘 날씨가 왜 이리 흐린지 모르겠군.
5 네? 날씨가 흐리다구요? 지금 바깥은 아주 맑고 화창한데요.
그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당신 눈에는 오늘 날씨가 맑고 화창하게 보이는가요?
5 예. 제게는….
그 하여튼 내겐 세상이 온통 흐리게 보인단 말이요. 특히 오늘은. 그 미스 김에 대한 신상 카드를 내게 좀 가져 와 보시오.
5 그건 내 업무가 아닌데요.
그 그걸 내가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오. 아무튼 나는 간호과장에게 미스 김에 대한 신상카드를 가져오라고 분명히 말했소!
5 알겠습니다.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 이제 간호과장은 나가 보시오.
5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럼 저는….
그 잠깐! 이 병원 닥터 홍. 그 사람 말이야.
5 닥터 홍이요? 그분께서 무슨?
그 아니 됐소. 간호과장과는 상관없는 일이니.(간호과장이 나가며 암전)
명전 되면 1과 2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1 방금은 간호과장이….
2 간호과장이?
1 그 사람한테 불려갔다 나왔대요.
2 이번에는 무슨 질문을 했는데?
1 그 사람이 미스 김에 대해서 묻더래.
2 미스 김은 왜?
1 낸들 아나? 하여튼 미스 김에 대한 신상카드를 가져오라더라는 거야.
2 미스 김 신상카드는 왜?
1 그러게 말이야. 하여튼 미스 김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야. 그리고
2 그리고?
1 미스 리 있잖아?
2 미스 리라니?
1 미스 김보다 먼저 이 병원에 근무했던….
2 사표 내고 병원을 그만 둔 미스 리에 대해?
1 맞아. 그녀가 사표 내게 된 이유가 뭐냐고 꼬치꼬치 캐묻더래요.
2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는 걸.
1 그리고 또 있어.
2 또 무슨 일?
1 자네 생각에는 오늘 날씨가 어떤가?
2 화창한 봄날 아닌가? 화창하기 그지없는….
1 자네 눈에도 그렇게 보이지?
2 이 사람 왜 이래? 병원이 뒤숭숭하니 자네까지 좀 이상해진 것 아냐?
1 그 사람이 간호과장에게 오늘 날씨가 흐리다고 하더래요. 이처럼 청명한 봄날을.
2 오늘 날씨가 흐리다고?
1 그러게 말이야. 확실히 그 말속에는 뭔가 함축적인 의미가 들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2 함축적 의미?
1 생각해 보게. 그 사람은 아마 이 병원 돌아가는 게 투명치 못하다는 그런 뜻으로….
2 우리 병원 운영 상태가 투명치 못한 것을 날씨에 비유한 것 같다는 말이지?
1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오늘같이 맑은 날씨를 흐리다고 했겠나?
2 어유, 난 뭐가 뭔지 도대체 모르겠어.
1 그리도 또 한 가지 더 있는데….
2 또 무슨?
1 닥터 홍에 대해서.
2 정신과 의사인 닥터 홍? 닥터 홍이 왜?
1 닥터 홍에 대해 뭔가 물으려다가….
2 물으려다가?
1 알았으니 그만 나가 보라고 하드래요, 간호과장한테.
2 도대체 그 사람 정체가 뭔가?
1 낸들 알겠나? 하여튼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이 아닌가?
2 맞아! 뭔가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암전)
명전. 그가 의자에 앉아 있고 병원장이 그 앞에 서 있다.
그 당신이 병원장인가요?
병원장 그렇소. 저를 부르셨나요?
그 바쁠 텐데 불러서 미안하오.
병원장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
그 (한참 말이 없이 창문 쪽을 바라보다가) 저기 밖으로 나가면 바다가 보이나요?
병원장 바다? 아 맞습니다. 여긴 항구 도시 아닙니까? 삼면이 바다죠. 10분만 차로 나가면.
그 원장님은 출퇴근을 무슨 차로 하시는가요? 병원장 병원 차로 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구입해준….
그 차종은?
병원장 벤츠인데요.
그 새 차인가요?
병원장 한 2년 되었을 겁니다.
그 그럼 이곳 원장으로 고용된지 2년쯤 되었나요?
병원장 그렇습니다. 올 6월이면 만 2년이 되는데…. 저를 이 병원으로 초빙하기 위해 이사장이 특별히 구입해준….
그 그런데 그 차를 이사장 돈으로 구입했을까?
병원장 (머뭇거리며) 음, 그게 음.
그 딱히 밝히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게도 짐작 가는 바가 있으니까.
병원장 그게 사실은….
그 사실은?
병원장 어느 제약회사가 병원에 기증한 거라는 소문을 듣긴 했습니다만.
그 제약회사가 기증한 거라구?
병원장 업무과장이 술자리에서 제게만 슬며시 귀띔해준 거라 정확한 사실인가는 모르겠지만…
그 업무과장이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병원장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그게 저하고 무슨?
그 아닙니다. 이야기 중에 갑자기 그게 궁금해서 한번 물어본 것뿐입니다. (한참 말이 없다가)이사장이라는 사람은.
병원장 이사장님은 왜요?
그 아뇨. 궁금해서.
병원장 저희 이사장님은 아주 훌륭하신 분인데요.
그 그렇지만 이 병원 사람들한테 그 사람이 진실로 존경을 받고 있는가 해서….
병원장 우리 이사장님은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몽땅 털어서 자기 고향인 이곳에다 평생 사업으로….
그 이 병원 사업을 하고 있단 말씀이죠? 그 분의 축재 과정을 알고 계시나요? 그러니까 이 병원 세우기 전에 그 분에 대해….
병원장 비교적 평이 좋은 분이랍니다. 사람마다 나름대로 아픔이 있듯이 천재였다가 머리가 돌아버린 아들이 하나 있다고 하더라구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법학과를 나와 검판사 친구들이 많다더군요. 그 아픔 때문에 병원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들려요. 그 아들은 본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 지금 밖에 들리는 저 요란한 소리는 뭐요?
병원장 가까운 산에 불이 나서 헬리콥터가 끄느라 날아다니나 봅니다.
그 비상계엄이 곧 선포될 거요. 나라가 온통 시끄러울 텐데 몸 조심하시오.
병원장 불끄는 헬리콥터가 분명한데 그 무슨 말씀을?
그 내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아시오. 1980년 광주에서도 비상 계엄령 선포 이후 곧 헬리콥터가 광주 상공을 날아 다녔답니다. 나라가 걱정됩니다. 하여튼 몸 조심하세요. 이제 나가 보세요. 퇴근 때 벤츠 타고 나가실 건가요?
병원장 그렇습니다.
그 잠깐, 나가기 전에, 당신 자동차 열쇠 내게 맡겨 놓고 가시오.
병원장 자동차 열쇠를요?
그 내가 확인할 것이 있어서 그래요.
병원장 (호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내어 그의 책상 앞에 놓는다.) 그외에 뭐 하실 말씀은?
그 아니 됐어요. 나가 봐도 됩니다. (병원장이 문밖으로 나가려 하자) 잠깐! 정신과 닥터 홍 말인데요.
병원장 닥터 홍이 무슨 일이라도?
그 아니 됐어요. 그냥 나가 보세요.(병원장이 나가며 암전)
명전 되며 1과 2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 소문 들었나?
2 정말 심상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1 그러게 말이야. 병원장까지 불러 들였다니….
2 그 사람 도대체 정체가 뭐냔 말야?
1 뭐가 알고 싶은 거야?
2 온통 병원이 뒤숭숭하니….
1 병원장 자동차 구입에 대해 물었다며?
2 업무과장을 다시 불러들일까?
1 업무과장 불러다 족치면 다 불지 않고 배기겠어?
2 그럼 우리 병원은 어떻게 되는 거야?
1 이사장 과거 행적도 캐묻더라던데?
2 그러게 말이야. 처음에는 혹시 이사장이 사람을 보내서….
1 맞아, 이사장 사람인 줄 알았지. 이사장이 병원 돌아가는 것을 암행 감찰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2 그리고 왜 자꾸 닥터 홍에 대해 물을까?
갑자기 닥터 홍이 들어온다.
닥터홍 (다급한 듯) 어디서 혹시…. (1과 2 일어서서 닥터 홍에게 인사한다.) 일 미터 칠십 정도의 키에 사십대 중반인데…. 그리고 창백한 안색의 남자인데….
1 남자요?
닥터홍 혹시 그런 사람 못 봤나요?
1과2 못 봤는데요.
닥터홍 (짜증스러운 듯) 어제 입원한 환자가 어디로 갔는지 하루 종일 보이질 않아요.
1과2 (마주보며 뭔가 생각난 듯) 40대 중반, 혹시?
닥터홍 혹시…?
1 (조심스럽게 뒷방 쪽을 보며 작은 소리로) 뒷방의…?
닥터홍 뒷방에요? (1과 2, 고개를 갸우뚱한다. 닥터홍, 뒷방으로 빠르게 달려가서 문을 연다. 1과 2, 닥터 홍의 뒤를 따른다)
1 아니 없네.
2 방금까지 있었는데…. 소방 헬리콥터를 소리를 듣더니 병원장님에게 비상계엄령이 발포되었으니 몸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 말까지 했다던데.
닥터 홍이 난감한 표정으로 방을 두리번거리는데 창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와 더불어 그가 벤츠를 운전하고 병원 문을 나서는 것이 보인다.
닥터홍 저건 원장님 차인데. (고개를 갸웃하며) 내가 잘못 봤나?
1 잘못 보시다니, 뭘요?
닥터홍 원장님 차를 내 환자가 몰고 나가는 것 같은데. 틀림없어. (난감한 표정으로) 저 환자는 작년에도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도망친 적이 있는데.
1과2 (허탈한 표정으로 마주 본다)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