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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꼬질이

꼬질이, 이 녀석을 알게 된 건 지난해 늦은 봄이었다. 볕이 좋은 어느 날, 아이들과 고양이 소리에 베란다 문을 여니 옆집 실외기 앞, 해바라기를 하는 녀석을 만났다. 인기척을 느꼈음인지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바라보며 야옹, 존재를 알린다. 나는 얼른 문을 닫아 버렸다. 녀석이 무서워서…. 잠시 후 궁금증 반, 호기심 반, 다시 문을 여니 기다렸다는 듯 큰

  • 민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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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025.6 71호 구멍 난 마음

수북하게 쌓인 샛노란 은행잎이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떠밀리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발에 짓밟히고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린 처량한 몰골이다. 남은 생을 본인의 의지와 달리 자식들에 떠밀려 요양원으로 가야 될 친구를 생각하게 된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그녀는 감정의 폭이 심하지 않아 믿음을 주는 친구다. 들꽃처럼 성품이 온유하고 착하다. 누구에게나 먼저

  • 정영희(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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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025.6 71호 화엄사 템플스테이

이웃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화엄사 템플스테이 가려냐고. 반가움에 템플스테이가 버킷리스트였다며 호들갑을 떤다. 실은 코로나 전에 계획을 잡았었다. 3년이 넘도록 물러날 기미가 없어 취소했다. 딸이 얼마 전에 먼 길 가신 외할머니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고, 먹먹한 마음 내려놓고 오란다.다 저녁에 여행 짐 싸다 말고 친구가 선물한 연두색 머플러를 목에 두른다.

  • 이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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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025.6 71호 내 초등학교 수난사

나는 일본 강점기인 36년에 서울이 아닌 변두리, 그 당시 호적에 적혀 있는 경기도 고양군 한지면 신당리에서 태어났다. 당시 우리 집은 경기도 여주에 대농이라 할 수 있는 부농 집안으로 서울과 여주에 살던 집도 모두 두고 온 것이다.그곳에서 아들 귀한 집에 우리 형제가 3년 터울로 태어났다. 여주에서 장손 하나를 비명에 보냈고 아버지 형제는 딸만 둘씩 모두

  • 함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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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25.6 71호 둥근 달이 보고 싶다

정월대보름을 앞둔 며칠 전 택배가 왔다. 발신인은 생각만 해도 그리운 고향 친구의 이름이었다. 꽁꽁 싸맨 상자를 열어보니 보름에 해 먹을 나물 등과 연한 보리를 잘 다듬어 신문지에 정성스레 싼 그녀의 정성이 들어 있었다. 눈물이 왈칵 솟아올랐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비닐에 싸고 또 싸서 얼음을 위아래로 넣은 은박지 속의 홍어 애가 있었다. 홍어 애는 벌써

  • 윤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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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025.6 71호 제주의 겨울 관광

2024년 12월 초, 제주에서 8박 9일 동안 머무는 기간에 서울에서 가까이 지내던 지인 두 분이 제주 집을 찾아 주었다. 그분들과 함께했던 4박 5일의 제주 생활은 아주 즐겁고 행복했다.그분들과 함께 3일 동안, 제주 관광을 시작했다. 우리가 하루하루 찾아나섰던 곳은 머체왓 숲길과 따라비오름, 돌낭예술원 등이었다. 세 곳 모두가 아주 훌륭한 관광지다.

  • 임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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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025.6 71호 국보를 숭상하는 지혜로운 민족

가끔 광화문 광장을 지날 때마다 왼손에 책을 펴고 앉아 계시는 대왕을 올려보며 민족의 얼을 담은 한글을 창제하심에 감읍해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나만의 생각일까? 펜을 잡고 살아가는 모든 문인과 만백성의 생각이 같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날 IT 기술로 세계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것과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우리의 문화와 예술이 발전한

  • 조동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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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쓸쓸함에 대하여

누군들 쓸쓸할 때가 왜 없을까? 살기에 바빠 쓸쓸할 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바쁜 걸 강조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정녕 쓸쓸할 틈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바쁜 사람일지라도 문득 쓸쓸함이 밀려올 때가 어찌 없을까.나는 덜 바빠서 그런지 쓸쓸함을 느낄 때가 더러 있다. 가끔씩 끙끙 앓기도 해야 하는 쓸쓸함에 잠길 때도 없지 않다

  • 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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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천재 지성인 허균의 일생

1569년(선조 2년) 강릉에서 태어난 허균, 동인의 영수인 아버지 초당 허엽, 큰형 허성, 둘째 형 허봉, 누나 허난설헌과 함께 허씨 5문장가로 이름 떨치며 명문의 좋은 환경에서 최고의 스승인 둘째 형 허봉, 둘째 형의 친구인 유성룡과 서얼 손곡 이달에게 시 공부할 때만 해도 행복했다.천재로 추앙받던 시절은 짧고 인생지사 새옹지마의 굴곡을 몇 번이나 겪었

  • 김미자(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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