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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여름이 저물 때

초록이 내려놓는 기운을비상하게 눈치를 챈 거미들넓어진 바람길로 부산스럽다온 천지 뒤적이며제집 키우는 일이 한창인 젊은것들수군거리는 비밀 이야기 계절로 건너가는 공간의 어디쯤에서삶이 식어 갈 때쯤냉기 오를 채비를 서두르는 대지의 주인들 배롱나무 붉은 그늘에서도삶의 채도 낮추는 준비 서두른다 치열했던 함성만큼이나서늘한 화성이 깊어지고

  • 이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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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두루미가 날개를 달았다

밤새 향동 마을은말없이 눈을 받아 적었다 날씨마저 온순해진 공기 속에서세상은 숨을 고르고소나무는 하얀 모자를 눌러쓴 채 서 있었다 그때 천(川)에서 날아온두루미 한 마리 하늘의 마지막문장을 접어 소나무 위에 내려놓는다 눈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고날개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오늘 아침 하얀 날개를 펴고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인정하

  • 노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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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두미도(頭尾島)*

섬은 외롭다탈출구가 없는 처녀 총각들의 놀이터어쩌다 눈 맞으면 꼬리 문 소문에온 동네가 시끄럽다 동네 누나 꼬리치다 허리 잡혀밀밭 서너 평은 망쳐 놓고동네 수캐들의 성화에 잠을 설친다 다랑이 농사일에 지친 어르신네 잠 못 이루고 독한 풍연초(豊撚草)만 힘없이 내품어앞바다 어붓배 불 밝히면외로움 달래던 처녀 총각들 잦은 발자국 소리

  • 최우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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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75호 여수를 떠나기로 했다

안개가 겨울을 빨아들이며한랭전선을 북으로 밀어 올리는그쯤,나는 여수를 떠나기로 했다 5년의 휴전을 끝내고다시 도면 위에 설계를 하려고 하니투명한 눈금들 사이로사뭇 정든 사람과 흠뻑 풀물이 든 섬과 섬을붓으로 잇다 보니거친 바다 물감 냄새가 올라왔다 맛집 앞에 길게 늘어선 이방인들을경계에 선 구경꾼처럼 낯설게 바라보기도 했다 운동화

  • 박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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