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동 이의 문자를 받았다. 신병 훈련 기간에 문자라도 넣을까 하다가도 먼저 연락하겠지 싶어 차일피일 미루던 참에 받은 문자여서 그런지 속이 뜨끔했다. 나는 자동차의 시동을 걸기 전에 문자부터 확인했다.‘훈련 마치고 유해발굴부대로 갈 듯.’동이의 문자는 간결했다. 훈련을 마치고 배치받을 자부대가 유해발굴단이라는
- 김성달
*파주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동 이의 문자를 받았다. 신병 훈련 기간에 문자라도 넣을까 하다가도 먼저 연락하겠지 싶어 차일피일 미루던 참에 받은 문자여서 그런지 속이 뜨끔했다. 나는 자동차의 시동을 걸기 전에 문자부터 확인했다.‘훈련 마치고 유해발굴부대로 갈 듯.’동이의 문자는 간결했다. 훈련을 마치고 배치받을 자부대가 유해발굴단이라는
어두운 수평선에 둥근 달 떠오르니하늘엔 하나의 달 땅 위엔 천 개의 달어린 날소원을 빌던추억 속의 달님이여.갈대가 흔들리는 전천강 징검다리천 개의 소원 안고 돌아가는 바람개비촉촉한님의 눈동자달빛 아래 흔들리네.
발소리 잦아드는 해질녘 둘레길에초조한 민낯으로 쭉 뻗은 가시돌기바람 속 옴나위없이 흔들리는 빈손이다노란 꽃 피웠지만 존재감도 눈물도 없이 까끌한 씨알 몇 개 내려놓지 못한 채새침한 바짓가랑이 움켜잡고 길 간다고향을 등져야만 한 세상 보는 걸까암팡지게 매달려서 수차례 뜯기고도 비로소 파고든 자리 알찬 뿌리 내린다
거친 숨결 새어나는 뜬장 개집 그립니다. 목숨 거둘 어미 개들 미리 염습하는 음지 언제쯤 햇살이 들어밝은 세상 그릴까요.비루먹고 발 갈라져 두 번 보기 역겨운데 배설물, 선지 썩어 시궁창 된 도살장엔 식칼에 낫과 도끼가퍼런 살기 뿜습니다.저승길로 이끌고 갈 올가미 그린 순간 핏물 밴 벽 구석에서 웅크려 떠는 황구
보랏빛 푸르름에 황홀한 너의 자태땋아 올린 삼단머리 눈웃음 쇄골미색눈부신 사파이어빛 누가 볼까 애가 탄다은은한 달빛 누리 어여쁜 너의 얼굴창포머리 별빛 받아 찬란히 휘어감네꽃바람 너의 머리결 나의 볼을 간지르네이슬에 목욕하고 예쁘게 웃는 민낯하늘빛 에메랄드 네 눈빛 나의 눈빛뉘라서 화용월태(花容月態)* 를 마다한다 하리오보름달 연꽃 아래 윤슬과 같이 놀고빼
설한을뚫고온뿔이하늘향해뻗어있다진작 잘라야 할 미련이 뻗친 날들열매에 눈 먼 탐욕은 킁킁거리며 솟아 있다된서리 견딘 2월, 나무는 단단하다입춘 넘어 자른 가지 물방울이 돋는다 힘겹게 살아 있다고 가지 끝에 고인 눈물얽히고 설킨 삶, 곁가지를 자른다온전히 얻기 위해 무참히 버린다버티는 늙은 토루소 가슴에 불을 지핀다
돈 모르면 후회한다아버님 말씀인데돈많아뭐합니까착하게 살아야지부자간아픈 가슴은아버님 승이더라
닷새마다 서는 장장터가 시끌벅쩍수많은 사람들이 이고 지고 모여들어물건을사고파는데흥정이 만발하고오랜만에 만난 친구주막에 마주 앉아정겨운 사투리를막걸리에 풀어낸다“자네가 그리 쿤깨내 내가 그리 안쿠나”*잊고 잃은 일들이새록새록 떠올라푸근한 인심들이 안부를 전해 오니 그날의이야기들이귓가에 들리는 듯.*경상도 진주지방 사투리. “네가그리말을하니나도그리말한
두 그루 은행나무 세월을 건너와서조선 땅 척박함도 거뜬히 이겨내고굳건한 선비의 기개 생명력이 경이롭다하늘을 올려보면 은행잎과 햇살뿐어쩌랴 딱 이만큼 평화롭고 싶은데청백리 가을의 축복 온몸으로 받는다햇볕과 비바람에 생명이 자라나듯운명이거나 우연이거나 어느덧 육백 년을 저마다 독특한 열매 주렁주렁 맺혔다*세종대왕 시절 명재상 맹사성이 직접 심은 은행나
노송은 바람 안고 사시사철 푸르러 중년을 앞질러온 대들보가 휘었는지 앉았다 떠난 산길에 초승달이 숨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