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는 열다섯아이스하키 선수다 태어난 후로손, 발톱은 지금도내가 깎아 주는데 아, 언제부터인가그 손톱 깎지 못하네 아니 깎을 새가 없었어 불안, 공포, 외로움을 모두 손톱으로먹어치운 아이 내 손끝은 아리고 가슴이 쓰리다 행여나 자랐을까발톱 깎을 때마다들추어 보면 아직도 깎을 수
- 이행자
손자는 열다섯아이스하키 선수다 태어난 후로손, 발톱은 지금도내가 깎아 주는데 아, 언제부터인가그 손톱 깎지 못하네 아니 깎을 새가 없었어 불안, 공포, 외로움을 모두 손톱으로먹어치운 아이 내 손끝은 아리고 가슴이 쓰리다 행여나 자랐을까발톱 깎을 때마다들추어 보면 아직도 깎을 수
씨를 뿌린다 소만 절기에어머니가 손수 해주시던 수수팥떡이 생각나그 어린 시절이 아스라이도 그리워망종 하지 추분 대서 중복 말복 처서 추분이 지난다 차츰 밀어올리는 꽃 대궁얼룩덜룩한 그 붉은 무늬 위횃불이여밭두렁을 따라 줄지어 섰는그 핏빛 불이여땀의 소망이여파괴승의 너털웃음 같은 얼굴이여 맥고모자 씌운 허수아비거기 입힌 등산복이 남루해질 무
묵묵부답으로 살아서자리 안색을 살피다가기둥 기댄 창가에 옮겼더니생명의 적응력이 짙어진 잎사귀 햇살과 틈바람 든 곳으로다소곳이 꽃대 기울여시간의 중력으로열한 개 꽃봉오리 피워낸 군자란 은둔이 아니라 침묵이 아니라 살아내고자 견딘 징표로서 핀 꽃의 개화는내 마음 깊숙이 위로로 수송되어 봄 낮엔봄꽃으로 화사하고봄 밤엔
시간의 흐름 따라 고요히 흐른다 이곳이 어딘지 어디인지 몰라도존재의 인연마다 생명을 적셔주고 이 땅의 낮은 곳 더 낮은 곳을 향하여 순리의 발길 옮겨 내딛는 걸음이라 겸손의 사랑으로 고요히 흐르는다 시간의 흐름 따라 아닌 듯 흐른다 이곳이 어딘지 어디인지 몰라도인연의 영혼마다 숨결을 더해주고 이
오늘도 밤늦도록 걸어도 닿지 않은푸른 그리움 속에 펼쳐진 그날의 나라 밤낮없이 놀았던 영산강의 바람은이제는 가까이 다가와 흰머리칼을 흔들며 나그네를 맞듯이 썰렁하게 맞이하고강둑에 활짝 피어난 유년의 꽃들은 도심(都心)에 그을린 발걸음을맑은 강물에 씻고 헹구는 시간 속에서 영산강 바람의 손을 꼬옥 잡고푸른 그리움 속에 펼쳐
내가 뭘 하든지넌 너무 까칠해 튼튼한 장난감도 네 거달콤한 버터떡도 네 거눈부신 예쁜 옷도 네 거 심지어엄빠의사랑도 안 되겠어난 너에게꿀밤 줄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꿀밤 너도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줘 맛없어 보이고못생긴 밤티 모습이라도먹어보면 알게 될 거야 네가 아무 생각 없는 척
공원에 쏟아지는 햇빛수선화 꽃대를 키우고 강가에 솔솔 내리는 햇빛물고기 비늘을 키우고 밭두렁에 스미는 햇빛땅속 감자알을 키운다 내 종아리 키운 햇빛운동장에도 활짝 핀 걸 오늘 알았다
해님이 집 찾는 서녘 하늘 바라보며 동동동 발 구르는 아이야!저녁놀이 참 아름답구나! 노을빛 물든 숲속엔밤새들이 날아들고젖 달라 끙끙대던 아가도 엄마 품에 잠든다야! 아이야!조용히 눈 뜨고 하늘을 보련? 하늘은 끝이 없고세상은 넓기만 하구나! 발길 멈추지 않으면길은 끝없이 이어지고가는 곳마다 마주하는 사
고향집 담장 어귀 낡은 자전거또 한 해가 간다. 하세월 주인 잃은 그 자리에서 누굴 기다리나. 자전거 바람 넣고 기름칠 해라 아, 아버지 숨결.
천년 봉인 풀어내고 비색 입술 열리는가.상감한 구름·학이 일렁이는 등불 아래 밤새껏 물레 돌리는어머니가 거기 있다. 황새목 빚어냈을 가냘픈 몸의 곡선 애벌 사랑 들앉히려 먹피 진 무릎 꿇고 비손한 눈빛은 그예하늘이 됐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