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선 도로에 서 있는 이정표를 아무 감정도 없이 훑어 보아도내가 가야 하는 목적지는 보이질 않는다 어둑어둑해질 무렵텅빈이차선 도로 위엔 까마귀 떼뿐이다 잡식성인 그들은 오늘도 잔칫날이다안개가 자욱한 이차선 도로 위엔 무수한 영혼을 달래는 굿판이 한창이다
- 황한섭
이차선 도로에 서 있는 이정표를 아무 감정도 없이 훑어 보아도내가 가야 하는 목적지는 보이질 않는다 어둑어둑해질 무렵텅빈이차선 도로 위엔 까마귀 떼뿐이다 잡식성인 그들은 오늘도 잔칫날이다안개가 자욱한 이차선 도로 위엔 무수한 영혼을 달래는 굿판이 한창이다
아침 들기름-거피로 시작사과 채소, 고구마 먹으며 기다려 점심-저녁 열무 비빔밥 포식해어쩌다 열무 떨어져 먹지 못하면 소중한 것 놓쳤다. 놓쳤다니까 겨우내 열무 없이 어찌 보냈는지어려서 할머니 열무에 빠져입 안의 감칠맛이랑 어울림 잊지 못해 손이 가네 손이 가 그 열무비빔밥에아삭아삭 냠냠 열무 대물림 자식들 손주
한장한장뜯기어나갈때얼마나 아팠을까하루는 웃다가 하루는 울며낙엽처럼 떠나보낸 수많은 날들 이제그 쓸쓸함을 넘어생을 마감해야 할 때마주 보며 웃던 거울그윽한 눈망울로하루하루 헤아려 주던따뜻한 손길모두 이별인가갈잎처럼 야위어진 몸은방문 여닫는 소리에도 놀라 뒤틀린다 며칠은 더 버틸 수 있다고아직은 떠날 때가 아니라고발버둥 쳐 보지만매정한 세월에
그 많던 낙엽들은어느 시인의 손끝에 사라졌는가철없이 고개 숙여 올라오는 고사리를 보고 철쭉은 연분홍 웃음을 웃는다나는 생각 없이 걸었는데 새한마리놀라솔잎을 뒷발로 박차 날아오른다 송홧가루는 억울하게 흩어져 버리고 모진 세월을 견뎌온 소나무 가지에선 조심스레 어린 싹이눈을 흘기듯 얼굴을 내밀고 봄볕을 확인
오월의 햇살이 숲으로 갑니다오월은 숲속에 있다기에 숲속을 찾았지만 마음만 바쁩니다이런저런 망상을 하다오늘은 괴짜를 만났습니다마음이 왼종일 뒤숭숭합니다 뜬금없는 시간을 주우려고오월의 숲길을 걷고 있지만주울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열대야, 오월의 숲은 정열도 열정도 다 식어져서 사라져 버린 것 같습니다 사막 같은
노란 현기증 속에 걸린 낮달이 오늘따라 붉다목젖에 걸린 듯 그렁그렁쏟아지는 기억의 그림자 사이로 벅차게 솟아오르는 열기흐릿해지는 얼굴들을손아귀에 감아올리면포말처럼 공중으로 흩어지는 흔적들 나는 이제 여름으로 환승한다바람이 유혹하는 저녁이 오고 드디어 나에게 숨 가쁘게 돌아가는 길 여름이 끓어오르는 그 길 너머&n
종착역에 이르도록잘 구르던 트럭이 터덕거린다 정비소를 찾아갔더니서비스료가 팔천육백 원이란다 노사간에 신경전으로 줄다리기하던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싸구려다 당돌한 여자 정비사가윗도리를 홀랑 벗기고침대 모서리에 등을 기대어 모로 눕힌다 전등을 꺼버리고 바싹 붙어 앉아 옆구리에 윤활제를 발라꾹꾹 눌러 마사지한
홀로 있는 시간은평온한 바다가 된다짧은 시간을 영원인 듯내속의나를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는강풍에 파도가 몸질차는* 때갈매기들이 그런 파도 위를 날아갈 때 갈대들과 풀들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릴 때 그 속에서의 난 마음도 덩달아 날아올라 매일 바다를 보러 간다당근도 무도 다 거둬들이고 파찌만 남은 빈 밭노란 산동채꽃이 활짝
삼백예순다섯 날 밤도 낮도 모르고 그 깊고도 깊은 암흑 속의 지하에서 처참한 지옥 같은 세상을 보지 않으려고눈을 감아버려도 악몽처럼 다가오는 헛것들이저 섬뜩한 작태들 시방고희를 넘겨서도 못 보던 요귀들의 농간에 튼실하던 이내 삭신과 정신마저도 혼미해지고&nbs
여주 강변칠우는 역적이라네요자네도 그런 말을 하지 말게그들이 역적이라 한들 누가 믿고 따르나당시 어느 재상의 한 말을 읽어 보면참 헛갈리는 일로 그런지 아닌지대북이네 소북이네청북 탁북 갈가리 찢어진 당파명나라냐 청나라냐아귀다툼으로 어지럽던 광해군 시대역사는 돌고 돈다는데 그럴까 아닐까정의를 주장하다이상의 꿈을 그리다정쟁에 제물이 되어피바람 얘기꽃으로 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