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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 678호 72시간

72시간이 시작되었다. 시어머니 빈소가 평소 거주했던 집에 앉혀지자 시어머니 주검은 병풍 친 안방에 모셔지고 집 안팎이 왁자하고 분주해졌다. 시아버지부터 장자, 차남, 3남과 손(孫) 등 집안 남자는 모두 베옷에 삼배 두건 삼베 완장 준비하고 여자는 하얀 소복 갖춰 입고 장보기와 음식 장만하기에 여념이 없다. 상중에도 감사한 점은 곶감 만드는 시기 상강이어

  • 권남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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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 678호 꽃춤

“환갑잔치 날 받은 사람은 넘의 환갑잔치 안 간다느니.”단골에게서 점을 치고 온 게 분명한 어머니의 말투는 강하기까지 하다. 이미 이모부 잔치에 가기로 마음을 굳힌 아버지는 ‘그게 뭐 대수냐’는 듯 대꾸도 없이 옷을 갈아입는다. 아버지는 들뜨고 흥분까지 한 얼굴빛으로 이모부 회갑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월평리로 자전거를 타고 마당을 떠난다. 휙 바람이 일었을까

  • 권남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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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 678호 개인의 문학성과 환경의 관계—외로움과 죄책감 극복 그리고 정체성 찾기의 글쓰기

나의 글쓰기는 치유의 글쓰기에서 출발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매달린 글쓰기와 죄책감을 씻기 위한 과정, 그리고 아픔을 견디기 위해 골몰한 채 글을 써 댔기에 내 자신의 일상에 천착한 것이라고 해야 옳다. 내게 있어 문학은, 무언가 늪에 빠질 때마다 나를 건져 올리고 싶은 ‘극복 심리’가 작용했는데 그것은 글쓰기를 밧줄 삼아 나를 지탱하는 일이었다.여고생

  • 권남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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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 678호 방바닥이 그립다

지하철을 타면 습관처럼 나는 스마트폰을 열고 카톡에서 1대 1 채팅을 시작한다. 자투리 시간에 메모하고 글을 쓴다. 편집 주간을 맡았을 때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선 채로 A3 교정 용지를 들고 일하기도 했다.글쓰기 장소와 도구가 전천후가 된 시대다. 나의 서재에도 컴퓨터와 노트북이 있고 출판사 작업실에도 컴퓨터가 있다. 아이들이 독립해 나가니 방마다 책상과

  • 권남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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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 678호 나의 경쟁 상대는 누구일까

몇 해 전 늦가을이었다. 시 공부를 한 지 7여 년 된 제자가 경북일보 문학대전 작품 공모에서 1천만 원 고료 대상을 차지했다. 기쁜 마음에 축하와 격려를 하기 위해 시상식 날 동행했다. 시상식 장소는 마침 객주문학관이었다. 객주문학관에 가면 그 유명한 김주영 소설가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역시 그분은 거기 계셨다.시상식

  • 이영춘시인·한국문인협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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