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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한 뼘

한 뼘쯤 모자란 현실은죽어라 달려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생채기를 내고 달아났다 윽박질러도 보듬으며 살아야 했고투박한 모습 그대로부정도 원망도 말자 다독이던희망 없는 말들이 위로가 되었던 날들한 뼘의 차이에 숨죽여 울어야 했다 불가마에 담금질하던도기들의 통증 같은 것이었을!궁핍한 시절의 아픔은 굳은 살이 되어옹이처럼 박히고 세월

  •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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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몽돌개의 해맞이

삶에 지친절름발이 걸음으로작은 소망 짊어진 채해맞이 행사장으로 찾아 든다일출 새벽의 어둠 속은저마다 희망찬 노래 가득하고삶이 부닥치는 여러 소리로남녀노소 장마당을 이룬다별빛이 꺼져가는 여명 속에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그어진 자리 영원히 식지 않을 불덩이 솟아오르고 장엄함에 온몸은 망부석을 닮아간 채 숨결마저 끊고 나마저 잊어 버렸다

  • 김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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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시집의 향기

생각의 조각들이하얀 종이 위로 시집을 가네글자들은 꽃이기에꽃잎에게 향기를 건네주듯소리없는 미소가 숨을 쉬듯침묵의 숨소리가 빛나네 페이지는 별처럼 반짝이는 글자들의 정원 글자들은 마음의 숲에 내려진 이슬방울 사랑도 명예도 꿈으로 새기는 여정침묵으로 말하는 글자들의 줄서기 시인과 종이는 늙어도시집간 시어들은 늙지 않고초록의

  • 이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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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묵은 가을

널따란 배꼽마당에낡은 멍석 에워싼 햇귀타작한 벼를 말리고희아리 섞인 새빨간 고추도번갈아 뒤적인다 탱자나무 산울타리개구멍 비집고살금살금 도둑고양이생선 비린내 사라진빈집 정지 기웃거린다 도랑 건너나뭇등걸에 자리잡은토실한 맷돌 호박나부룩한 줄기에 덮여 있다 오래 전 지은 양철지붕 추녀 밑절반 뭉그러진 돌담 사이실금 간 다릿골 독 뚜껑에

  • 전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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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자화상

지지리 못나고 허약한 몸으로 태어나서동네 어른이나 선생님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남의 시선에 민감한 성격 때문이었을까? 언제나 부모님이나 스승의 말씀에 순종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나라에 충성하고 조상님과 부모님을 공경하며 형제 우애하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는기본 윤리를 철칙으로 알고

  • 민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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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조계종단은 무엇으로 존립하는가

청운의 뜻 가슴에 품고낮과 밤을 걸어 걸어찾아나선 구도의 길 -해인사낙엽을 이불 삼고개울물로 배를 채우며 천릿길을 걸었다 21살에 해인사 출가 후승려생활 51년마침내 병이 들어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으나 조계종 종단에서는 치료는커녕 관심조차 없었다 불시에 떠맡겨진 속가에 의지한 채이 병원 저 병원 옮겨다니다머문 곳, 조그만 요양원&

  • 권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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