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이 시작되었다. 시어머니 빈소가 평소 거주했던 집에 앉혀지자 시어머니 주검은 병풍 친 안방에 모셔지고 집 안팎이 왁자하고 분주해졌다. 시아버지부터 장자, 차남, 3남과 손(孫) 등 집안 남자는 모두 베옷에 삼배 두건 삼베 완장 준비하고 여자는 하얀 소복 갖춰 입고 장보기와 음식 장만하기에 여념이 없다. 상중에도 감사한 점은 곶감 만드는 시기 상강이어
- 권남희수필가
72시간이 시작되었다. 시어머니 빈소가 평소 거주했던 집에 앉혀지자 시어머니 주검은 병풍 친 안방에 모셔지고 집 안팎이 왁자하고 분주해졌다. 시아버지부터 장자, 차남, 3남과 손(孫) 등 집안 남자는 모두 베옷에 삼배 두건 삼베 완장 준비하고 여자는 하얀 소복 갖춰 입고 장보기와 음식 장만하기에 여념이 없다. 상중에도 감사한 점은 곶감 만드는 시기 상강이어
“환갑잔치 날 받은 사람은 넘의 환갑잔치 안 간다느니.”단골에게서 점을 치고 온 게 분명한 어머니의 말투는 강하기까지 하다. 이미 이모부 잔치에 가기로 마음을 굳힌 아버지는 ‘그게 뭐 대수냐’는 듯 대꾸도 없이 옷을 갈아입는다. 아버지는 들뜨고 흥분까지 한 얼굴빛으로 이모부 회갑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월평리로 자전거를 타고 마당을 떠난다. 휙 바람이 일었을까
나의 글쓰기는 치유의 글쓰기에서 출발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매달린 글쓰기와 죄책감을 씻기 위한 과정, 그리고 아픔을 견디기 위해 골몰한 채 글을 써 댔기에 내 자신의 일상에 천착한 것이라고 해야 옳다. 내게 있어 문학은, 무언가 늪에 빠질 때마다 나를 건져 올리고 싶은 ‘극복 심리’가 작용했는데 그것은 글쓰기를 밧줄 삼아 나를 지탱하는 일이었다.여고생
지하철을 타면 습관처럼 나는 스마트폰을 열고 카톡에서 1대 1 채팅을 시작한다. 자투리 시간에 메모하고 글을 쓴다. 편집 주간을 맡았을 때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선 채로 A3 교정 용지를 들고 일하기도 했다.글쓰기 장소와 도구가 전천후가 된 시대다. 나의 서재에도 컴퓨터와 노트북이 있고 출판사 작업실에도 컴퓨터가 있다. 아이들이 독립해 나가니 방마다 책상과
몇 해 전 늦가을이었다. 시 공부를 한 지 7여 년 된 제자가 경북일보 문학대전 작품 공모에서 1천만 원 고료 대상을 차지했다. 기쁜 마음에 축하와 격려를 하기 위해 시상식 날 동행했다. 시상식 장소는 마침 객주문학관이었다. 객주문학관에 가면 그 유명한 김주영 소설가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역시 그분은 거기 계셨다.시상식
제36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산문 차하> 경쾌한 발걸음으로 하교하는 아이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 경적 소리가 크게 울리는 도로변까지 왔을 때, 핸드폰 화면에 알림이 떴다.‘엄마 오늘 늦으니까 밥 잘 챙겨 먹고 먼저 자.’설마 싶었는데, 오늘이 내 생일인 걸 잊었나 보다. 엄마의 문자에 퉁명스럽게 대답을 보내곤
제36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 중등부 산문 차상> 어머니의 마른 등이 시야를 벗어난다. 저 멀리로, 아주 멀리로, 길은 초록의 물결 속으로 아득해져 갔다.비쩍 마른 몸, 깊게 패인 두 볼, 볼품없는 외모, 우리 어머니는 존재 자체만으로 많은 의구심을 품게 하는 사람이었다.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없이 커다란 비밀을
제36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산문 장원> 요즘 들어 편지를 쓰는 사람을 보는 것이 힘들어졌다. 학교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편지지를 받았을 때, 주변에서 편지보다는 카네이션 한 송이 사서 드리는 것이 더 좋다며 쓰지 않는 학생이 대다수였다. 쓰는 학생 중에서도 진심으로 쓰는 학생은 소수에 속했다.나에게 편지란 특별한 날에만
제36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운문 차하> 누군가를 떠올렸다초여름의 후덥지근한 날씨 탓인지누군가가 떠올랐다 방 불을 껐다세상은 금세 어두워졌고난 보이지 않는 종이에 글을 썼다난 보일 수 없는 누군가에게 글을 썼다 사진 한 장을 찍었다부서진 누군가의 음성을 바다에 흩뿌린 뒤불 켜진 가로등 사진이
제36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운문 차상> 너는 학생이다갈팡질팡 갈 길을 정하지 못하고고민만 하고 헤매는 사람 적정만 앞서고 있을 때 나타난한번도 보지 못했던너의 마음속 어딘가의 낡은 나무 문"너의 나이테는 어디 갔니"나무의 나이테는 어디 가고가운데에는 아마도 열여섯 줄이 그어져 있어 네가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