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여름호 2025년 6월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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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따란 배꼽마당에
낡은 멍석 에워싼 햇귀
타작한 벼를 말리고
희아리 섞인 새빨간 고추도
번갈아 뒤적인다
탱자나무 산울타리
개구멍 비집고
살금살금 도둑고양이
생선 비린내 사라진
빈집 정지 기웃거린다
도랑 건너
나뭇등걸에 자리잡은
토실한 맷돌 호박
나부룩한 줄기에 덮여 있다
오래 전 지은 양철지붕 추녀 밑
절반 뭉그러진 돌담 사이
실금 간 다릿골 독 뚜껑에
꼭지 떨어진 땡감 둘러앉았다
그늘 반쯤 내리는 뒷마루
세거지지(世居之地) 본디꼴
지키느라 등이 굽은 촌옹
검정 고무신 속에 흙덩이 떼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림자 안으로
여물어 가는 오색빛 씨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