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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적성강·7 —요강바위

이 강에 와서 보라수수만년 돌개바람을 몰고여린 물길이 몸 부딪치며 다듬은요강바위의 전설을세찬 물길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꿈을 새기며 포효하던물의 전설을이 강에 와서 보라얼마나 많은 날들을 소리내어 울었는가옥정호 기슭에 섬진강댐이 놓이고물길이 갇히면서강물 속에 잠자던 신비가 열리고요강바위는 전설의 문을 열었다어느 문명의 힘으로예쁜 여인의 얼굴을 만들 수 있는가

  • 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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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시 한 편, 눈물의 지분

새로 나온 아내 시집을 읽다슬쩍 눈물 닦던 남자60여 편 시 속에 오직 한 편의 시자신인 듯 눈물이 고였다높고 먼 시인 아내의 시 세계 속에내 지분 이만큼인 게 어딘가갈수록 그녀는 나타샤이듯 외롭고 멀어서면벽한 남자 혼술의 잔만 깊다어느새 반백 년, 옷깃 스쳐 귀하게 만난 부부연세월의 옷 바뀔 때마다아내는 시를 만나고 시만 사랑하고몰래 아내의 시

  • 탁영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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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그것이 꿈이었는지 몰라 —6·25 회상기

고요히 물결을 지키던 금강의 쇠다리들썩이는 굉음과 함께 날아가고하늘이 무너지나 땅이 꺼지나 간데없네나는 동냥승처럼 봇짐 지고 떠났네사람들아 이 즐거운 잉어 떼를 보아라먹이를 찾는 것보다 떼 지어 이리 가고저리 가는 모습을 보아라!어찌 총과 칼이 두려워 봇짐 지고 어디로 갈지내 신세는 마산에 이르니어느 빈집 쪽마루에 지고 온‘국사대관’‘시집’소낙비 맞아 해졌

  • 최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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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바위는 절벽에도 꽃을 피운다 외4편

바위는 절벽에도 꽃을 피운다구름 문양으로바위에 붙어 뿌리를 내린 것은오직 세월이었다안개비 내릴 때마다한 뿌리씩 먼지로 접착하기이윽고 날개를 접어절벽으로 뻗어 나가기수천만 번 미끄러지다가검버섯 도장 찍어심지 박은 씨앗들이 사철꽃을 피웠다. 고삿날참말씀돈, 콧구멍 귓구멍에 말아 넣고주둥이도 현금 뭉치 물었으니어찌 두 눈 감고 죽을 수 있겠는가몸통 없는

  • 김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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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세상살이에 민감하게 울리는 망치 소리

석공들끼리는 일을 한다는 말보다‘돌을 쫀다’는 표현을 쓴다. 먼 옛날의 비바람에 만들어진 돌은 자연의 역사를 품고 있다. 그러나 말이 없다. 석공들은 그 안에 들어 있는 모습을 꺼내는 일을 한다. 돌에 시를 새길 때는 돌이 갖고 있는 언어를 꺼내는 것이고, 돌에 조각을 새길 때는 돌이 갖고 있는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석공은 돌과 마음이

  • 김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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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화석이 있는 박물관

가만히 앉아 있는 성격도, 누워서 편안함을 원하는 성격도, 누군가 대신 뭘 해주길 바라는 성격도 아니다. 눈을 뜨면 두 발로 돌아다니고, 돌아다니지 않으면 두 손으로 무엇인가를 한다.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고, 내 귀로 들어야 믿고, 내 손으로 직접 해서 내 스스로 만족해야 비로소 일 좀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일’자체가 삶이다. 누구나 먹고 살기

  • 김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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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향기로운 삶

어느 날 돼지가 젖소를 보고 불평했습니다.“나는 사람들에게 머리부터 발, 그리고 피부 껍질까지 모두 주며, 머리는 고사상에 올라 사람들의 복도 빌어주는데, 왜 사람들은 너를 더 높이 평가하는지 모르겠어.”돼지의 말에 젖소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습니다.“너는 죽은 후에 머리부터 발까지 모든 것을 내어 준다지만, 나는 살아 있는동안에 사람들이 건강하도록 내

  • 홍성훈아동문학가·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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