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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말을 건네다

한국문인협회 로고 구영례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월 6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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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고 하였다.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별하고 섬세한 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주도해 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의 손은 앞으로 어떤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까.
타인과 악수를 나눌 때 우리는 손의 촉감으로 상대방과 교감을 느끼고 관계를 형성한다. 손은 사람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가장 직접적인 도구로서 창조와 노동, 교육과 표현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해 왔다.
손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절대 필요한 존재가 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구현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한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모든 문명은 인간의 손을 통해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손의 섬세함은 원시시대에 돌도끼와 창 등의 도구에서 현대에 컴퓨터와 핸드폰에 이르기까지 인간이라 가능한 손의 역사이다. 손은 창조와 소멸의 이중성을 가졌다. 투박한 돌덩이에서 혼이 담긴 예술품이 창조되는 반면에 핵무기와 총의 방아쇠를 당겨 살상하는 전쟁의 폭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손은 사람이나 원숭이류의 팔 끝에 이어져, 물건을 잡거나 만질 수 있는 부분. ‘손을 흔들다’ ‘손을 들다’와 같이 어떤 동작이 팔의 일부 또는 전체와 함께 이뤄질 때에는 ‘팔’을 포함해서 가리킨다고 정의한다.
결혼 후 40여 년 동안 김장을 손수 담가 가족들이 맛있게 먹었고, 결혼한 자녀들에게 보냈었다. 근래에 느닷없이 팔과 손목 통증으로 더는 그 일을 할 수 없게 되어서야 비로소 손의 고마움을 절실히 깨달았다.
“나의 사랑하는 손이여! 기계도 연식이 오래되면 고장 날 만한데 지금까지 수고가 많았다. 이제는 욕심을 내려놓고 천천히 쉬어 가면서 살아가자. 정말 미안하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손은 그 사람의 삶의 가치와 궤적이 엿보이는 상징적 존재이다. 대가족을 부양하느라 손바닥에 굳은살로 거칠어진 아버지의 큰손, 육남매를 키우느라 손마디가 굵어지고 주름진 가냘픈 어머니의 손, 두 분의 희생적인 손길 위에서 내가 살아왔음을 기억한다.
문득, 알브레히트 뒤러의 <기도하는 손> 명화가 떠오른다.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친구 뒤러의 학비를 뒷바라지한 나이스타인의 거칠어진 손, 그 손을 스케치하며 눈물 흘렸을 화가의 마음이 많은 상념 속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오스트리아 빈의 알베르티나 박물관에서 500여 년이 지났지만 수많은 관람객들에게 경건함과 감동을 전한다.
내 삶은 손과 함께였다. 어린 자녀들을 키우면서 불시에 불청객으로 찾아온 위장병은 삶의 질을 너무나도 떨어뜨렸다. 배드민턴 운동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 건강을 되찾게 해 주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온몸의 지체들이 손과 연합하여 내 건강을 활기차게 도운 것이었다.
체육관에서 회원들과 셔틀콕을 받아치며 공이 경쾌하게 날아다니는 모습은 내가 하얀 새가 된 듯이 자유를 만끽하였다. 배드민턴은 손뿐만 아니라 기술을 필요로 하는 두뇌 싸움과 엄청난 속도와 순발력으로 운동량이 많다.
배드민턴에서 손목 스냅과 라켓의 유연한 반발력의 만남은 순간적으로 강력한 스매시가 나간다. 셔틀콕의 무게는 4∼5g으로 아주 가볍지만 최고 속도는 565km/h(351.07mph)로 모든 구기 종목에서 가장 빠르다.
존 키츠 시인은 ‘손은 마음의 도구’라고 하였다. 내 몸의 수많은 지체 중에서 가장 수고하고 애쓰는 두 손에 경의를 보낸다. 더럽혀진 발과 몸을 항상 깨끗이 씻겨 주고 토닥여 주는 노고가 너무나도 가상하다.
아가를 품에 안은 부모의 손, 불우한 이웃을 돕고 위로하는 손,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예술가와 장인의 손, 악기를 연주하는 손, 평화를 위해 봉사하는 손…. 세상에는 아름답고 거룩한 손길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오늘도 내 손을 바라본다. 세월에 지쳐 굵어진 손마디와 거칠어진 손에는 내 삶과 사랑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뒤러가 남긴 <기도하는 손>처럼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손이야말로 가장 깨끗하고 가장 위대하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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