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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홀로 사는 사회

봄의 햇살이 눈을 간질이는 조용한 오후다. 모처럼 마음이 한가하다. 같이 사는 아들 식구가 호주에 여행 간 터라 나홀로 집에 남아서다. 책장에 꽂힌 표지가 누렇게 바랜 책에 눈길이 갔다. 오래 전에 읽은 법정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이라는 산문집이다. 집사람이 세상 뜬 후 홀로 살면서 외로움과 두려움을 겪어온 나로서 홀로 사는 게 뭐 그리 즐겁다는 건지

  • 박종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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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24.7 665호 효성스러운 어여쁜 공주님과 선물

정성을 다하여 부모를 섬기는 마음이나 태도를 효성(孝誠)이라 한다. 유의어로는 효심(孝心)이며, 부모님을 섬기고 공경하는 마음을 말하기도 한다.공주는 집안에서 귀하게 자라거나, 외모가 예쁜 여자를 비유적으로 말한다. 기본 의미는 정실 왕비가 낳은 임금의 딸이다. 또 여자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로서, “우리 예쁜 공주, 부모님 말씀 잘 들었는가?” 쓰기도 한

  • 윤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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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24.7 665호 자배기가 있는 풍경

수돗가의 찰방거리는 물소리. 생명의 구원을 알리는 이른 아침의 작은 신호가 울린다. 담장을 둘러싼 짙푸른 잎새들은 샛눈을 뜨고 지그시 아래를 내려다본다. 저것은 신의 한 수. 고요한 그늘에 다리 없는 오작교를 세우는 일이다. 꽃과 나무들은 모두 깨어나 경건한 목례를 건넨다. 새날의 서사는 그렇게 시작된다.눈을 뜨는 새벽이면 그는 먼저 정원에 나가 한 바퀴

  • 김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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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24.7 665호 시어머님 기일

인생을 즐길 줄 안다면 청년이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면 노인이다. 우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면 청년이지만 과거의 전통과 방법만 의지하면 참으로 고목의 노인이다. 자연 속의 푸른 잎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고 예쁜 꽃도 언젠가는 떨어진다. 세상도 인간의 생명도 영원한 것이 없다. 오늘은 시어머님 기일이다. 해마다 기일 추도식에 될 수 있는 한 참석한다.

  • 김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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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024.7 665호 비누의 변신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빨래터에 갔다. 개울에는 빨래하는 아낙네들이 보이고 자그마한 바위 사이에는 빨래 삶는 솥이 걸려 있었다. 어머니가 옷을 세탁하실 때는 비누 대신 볏짚 태운 잿물을 사용하셨다. 이불호청은 양잿물에 삶아 빨래방망이로 두드려 가며 뽀얗게 빨아 바위에 널어 놓으셨다. 나는 어머니 곁에서 손수건을 물에 적셔 빨래하는 흉내를 내다가, 심심해지

  • 임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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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2024.7 665호 잃어버린 펭귄과 당닭들

내가 사랑하던 펭귄과 당닭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사라져버렸다.아파트를 옮겨 이사를 하다가, 오래 내 손때가 묻은 펭귄 클래식(Penguin Classic)과 밴텀 북(Bantam book) 등 3백여 권의 문고판 영문서적이 몽땅 사라져버린 것이다. 펭귄 클래식 책은 까만 날개와 하얀 배, 그리고 샛노란 발이 앙증맞은 팽귄을 상징으로 삼고 있다. 밴텀 북은

  • 한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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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24.7 665호 천국일까 지옥일까

우리 삶의 영원한 명제,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사는가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절이다. 잘 먹고 잘 사는 논제가 어디 이즈음만의 일이랴. 한때는 더 크고 때깔 좋은 과실을 선호했지만 현실은 유기농식단 참살이 식품으로 전환되고 있다. 풍족하지 않았어도 내 손으로 푸성귀를 가꾸던 지난시절이 어쩌면 더 이상적이었는지 모른다.몇 해 전 일이다. 불과 초등 2년생 나이에

  • 이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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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24.7 665호 사람, 사람이 먼저

학생들이 스마트 교실에 모여 앉아 있다. 신기한 장면이 펼쳐진다. 어느 학생의 태블릿 PC 화면이 교실 전면의 전자 칠판에 떠올라 있다. 신기하고 대단한 기술이다. 자기 차례가 된 다른 학생이 자신의 태블릿 pc화면을 전자칠판에 공유한다. 선생님이 자신의 태블릿에 스마트 펜으로 글씨를 쓰자, 이 역시 실시간으로 그대로 전자칠판에 표현된다.4차 산업혁명시대로

  • 한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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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참나무골 이야기

오늘은 버섯을 따는 날이다. 가랑비가 흩뿌리는 날 소복소복 올라온 표고버섯을 따는 마음이 드물게 흐벅지다. 먹지 않고 보기만 하는데도 그랬다. 무뚝뚝한 참나무 토막에서 저리도 앙증맞은 버섯이 나오다니 그럴 수가. 자그마한 지붕처럼 우산처럼 보기만 해도 탐스럽다.몇 해 전 토막 낸 참나무 그루터기 몇 개를 뒷산 언저리에 세워 두었다. 그리고 종균을 넣었는데

  • 박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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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24.7 665호 사랑의 전설을 찾아

연둣빛 이파리 가득한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헐벗었던 나무들은 언제 저렇게 잎을 틔웠을까요. 새들이 지저귀며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얀 오월 속으로 아카시아 향긋한 내음을 뽑아내며 맞이한다.신록의 계절. 어느 오후 우리 여류 문인 셋이서 성북동 한정식 집에서 오랜만에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반가운 만남과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세월의

  • 호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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