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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로고 장윤서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7월 6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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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고등부 운문 차하>

 

 

어머니, 그 별에서 기형도를 만나셨나요?
구겨진 편지들이 바닥에서 나뒹군다
문장들이 심전도 곡선의 걸음걸이처럼 뚝뚝 끊기고 
돋아난 마침표가 빠르게 부서진다

 

영정사진 속 웃고 있는 당신
검은 정장을 입은 그림자들
소녀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목울대를 타고 흘러나오는 옅은 울부짖음
야윈 어깨가 가을 새벽의 어둠에 젖어 가고
낙엽처럼 시들어 가는 치맛자락
뒤엉킨 목소리들이 육개장 건더기와 함께 가라앉는다

 

받는 이의 주소는 천국입니다
우체부도 당신에게 가는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 
텅 빈 우체통 위 날아오는 흰 나비 한 마리
허공을 가로지르는 날갯짓
리본 핀 꽂은 소녀의 머리카락을 스친다

 

서랍 속에서 꺼낸 편지 수십 통
도착지 없는 미완성의 낱말들,
잉크가 메마른 만년필과 낡은 코트 소각장을 향해 내던지고 
먹구름 아래 일렁이는 불씨
우산 없는 정수리로 쏟아지는 소나기 
타오르다 만 글자의 파편이
잿빛 연기에 잠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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