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햇빛이 들어오는 늦은 오후어머니는 젖은 행주를 접어두다 소파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열린 창문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들려오고오월은 바람에 섞여 잡안으로 들어온다 어머니의 얼굴 위로는 따스한 햇빛 한 조각이하얀 꽃잎들처럼 가볍게 내려앉고하얀 새가 잠시 쉬었다 날아간 어머니의 곁은희게 번지는 찔레꽃처럼 어느새 조용히 만개해있었다&nbs
- 이서경
선선한 햇빛이 들어오는 늦은 오후어머니는 젖은 행주를 접어두다 소파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열린 창문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들려오고오월은 바람에 섞여 잡안으로 들어온다 어머니의 얼굴 위로는 따스한 햇빛 한 조각이하얀 꽃잎들처럼 가볍게 내려앉고하얀 새가 잠시 쉬었다 날아간 어머니의 곁은희게 번지는 찔레꽃처럼 어느새 조용히 만개해있었다&nbs
햇살이 스며드는 오월의 봄날색 바랜 간판을 단 은수 사진관유리창 너머 초점이 나간 듯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반사판 아래 드리우는 그림자바퀴가 고장 나버린 의자 위에걸터앉은 아버지가 있다흰 배경지 앞에 앉는 사람들아버지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터져 나오는 플래시 불빛인화지에 사람들의 얼굴이 스민다나를 의자에 앉히고는 조여 보는 조리개 나는 오월에 생긴
고물상 뒤편에는 버려진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햇빛이 쨍하게 비추는 날씨에도 아빠는 그 한가운데에서 일을 멈추지 않았다. 폐지 더미 위에 또다시 폐지가 쌓이고, 그 위로 알루미늄 캔과 고철들이 층을 계속 이루고 있었다. 아빠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망가진 가구들과 캔들을 분류했다. 나는 그런 아빠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고물상 일을 하
내가 사는 마을엔오일장이 선다추위를 견디고 있는플라스틱 바구니에가득 담긴 사과들 나는 한 바구니를 집으로 데려왔다 하얀 도자기 위에반달 모양의 속살이가지런히 포개져 있을 때계절차를 끓여 놓고 앉아조용히 말을 건넨다 사과야나를 만나기 위해참 먼 길을 돌아왔구나 꽃봉오리 속초록 점 하나로 계절을 넘기고바람과 비와 햇빛을 지나
화단에 아름답고예쁜 꽃을 심으면만개했을 때는보기에도 즐겁고 향기롭고좋아 보이지만꽃은 언젠가는 진다 가슴에 마음에 꽃을 심자누구를 위한 꽃세상을 위한 꽃사랑을 위한 지지 않는영원한 마음에 꽃을
넘기지 못하는 약을드셔야 살 수 있다고다음 생엔 엄마 딸 안 하겠다고 그 모진 말을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날 그날의 말이가시가 되어지금까지 가슴에 박혀 있다 삼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내 마음은 삭지 못한 채세 번째 기일을 맞고이제 그만이라선을 긋는 마음이오히려 나를 더 아프게 밀어낸다 엄마가 살던고향 그 집이 떠올라&nbs
달빛 푸른 밤, 숙성의 시간 길어 향내 깊다남몰래 낮은 신음 소리 죽이며 발효한 시큼한 열매원초적 열정 심연에 가라앉혀두고가슴에 맑은 향기 품고 다시 태어난다 어둠 속 외진 창가를 향해 반짝이던 눈동자입술 사이로 세레나데 냇물처럼 맑게 흐르고기다림은 향기 짙어가는 위스키 시간입 안을 톡 쏘는 불맛, 그 속에 머금은 향내어찌 묵상의 시간 길지 않았으
정류장 벤치에세 여자가 나란히 앉아 있다 황혼에 이른 사람들은서로의 이름보다 나이를 건넨다 오는 길엔 순서가 있어도가는 길엔 순서가 없다는 말이 낮게 흘러간다 서로를 보며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고위로하며 그 말에 잠시 기댄다 8학년은 7학년에게 아직은 괜찮다 하고7학년은 하루가 다르다고 말한다6학년을 향해선 “좋을 때다 그
가슴까지 차올라 쏟아내고 싶은 말빗소리와 함께 웃어본다 그리움이 밀려들 때면유리창에 빼곡히 썼던 이름들 살갑게 마중 온 나뭇잎 위에빗방울은 힘을 더해본다 맑은 하늘빛 구름 걷힌 자리짧고도 먼 인생길 온몸을 흠뻑 적시고 싶다가벼이 온기를 다시 채워본다
하나의 꽃은하나의 색으로 피어난다 우리도하나의 감정하나의 사랑으로살아간다면 꽃과 어우러져우리가 꽃이 되고 꽃은 우리가 되어 나비처럼춤추는 평화가너와 나의 가슴으로 넘나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