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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어머니의 외출

깍깍 울어대는 까치의 반가운 울음소리에 눈을 뜨니 몸도 가볍고, 마음도 상쾌한 느낌이 든다. 오늘은 고향 인근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즐거운 날이다. 동생과 요양원에 도착하니 미리 나와 계신 어머니가 반갑게 손을 마주 잡는다.“아유, 우리 큰아들 영호 왔네!” 하시며 어린아이처럼 몹시 반가워하신다.“어머니, 얼굴이 지난번보다 더 환해

  • 김영호(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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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함께 살아가기

남편이 나보다 먼저 퇴직을 하고 선친으로부터 받아 고향의 형님께 맡겨 두었던 얼마 안 되는 농토를 직접 일군 지 3년이 되었다. 봄이면 비룟값, 거름값, 모종값, 종자값이라며 수월찮게 가져갔고, 과실수 묘목값도 해마다 많이 들어갔다. 날마다 무엇을 하는지 나의 출근 시간에 맞추어 남편도 부지런히 시골 밭으로 출근을 했고, 내가 퇴근할 시간에 맞추어 농사일을

  • 박윤희(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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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첫사랑은 무슨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나에겐 첫사랑의 기억이 없다. 아가씨가 맘 놓고 연애를 하고, 그리워할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새어머니는 모든 일을 나에게 맡겼다. 집안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옆집 아줌마는 내가 딱해 보였는지 “아가씨도 일만 하지 말고 밖에 나가 연애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멋진 남자 친구도 만나고 그래요” 했다.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보니 서

  • 문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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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아프지 말고 편히 지내라

그리운 친구 기복아! 건강한 모습으로 신논현역 교보타워 로비에서 보고 싶었는데 가다니 어딜 갔단 말이냐? 내 몸은 내 몸이면서 내 몸이 아니라 하였는데 너의 육신은 어디에 있단 말이냐?“난 오래오래 살 거야. 점심 먹고 일원동 삼성병원에 가야 해, 예약했거든.”주치의를 한 분 줄여 4명이라고 그렇게 건강 챙긴 너. 아, 어찌 된 일이지?우리가 누구인가. 까

  • 김영길(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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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정품카 529

메밀국수가 먹고 싶었다. 양평으로 드라이브 겸 길을 나섰다. 며칠 동안 퍼부은 장마로 한강 물빛은 누런 흙탕물이었다. 파란 강물로 싱그럽던 양평의 풍경이 흐린 하늘과 흙탕물로 먹먹한 색이다. 인생이 시시각각 변화하듯 풍경도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세미원 부근을 지날 때 연꽃 군락지에는 연꽃이 절정 시기가 아니어서 몇 송이씩 피어 있고 강

  • 류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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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교수님이세요?

언제부터인가 싱어송라이터 C의 인터넷 개인방송을 듣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피아노 콘텐츠 창작자 S의 영향이었다. 나는 유튜브로 음악을 즐겨 듣는데,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S가 유명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의 주제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영상을 접했다. 원곡보다도 곡의 애절한 정서를 더 잘 녹여낸 S의 연주에

  • 이동민(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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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볏짚의 죽살이

일상에서 만나는 대상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볏짚이 그렇다. 솔솔 부는 가을바람이 외출을 부추겨, 시흥 농장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목감(牧甘)을 지나 월미마을 정류장에 내린다. 눈앞에 펼쳐진 호조 들판이 삭발한 듯 썰렁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노랗게 익은 벼 이삭이 파도처럼 출렁이던 황금 들판이었는데….어느새 고개 숙인 열매들을 콤

  • 장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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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파뿌리의 사랑

설 명절을 맞으려고 가방을 둘러메고 아내 뒤를 따라 전통시장으로 따라 나섰다. 나물과 채소상들이 모여 있는 시장은 각종 남새와 봄나물들을 사려는 사람에 밀려 왁자지껄 발 디딜 틈도 없이 분주하게 돌아간다.의례 명절 때마다 내가 차지하는 부침개와 전 부치는 일은 어머니가 계셨던 중학생부터 도와드린 터라 기술이 늘어 이젠 척척 부쳐대니 내 차지가 되고 말았다.

  • 이영우(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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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서여기인(書如其人)

서여기인, 글씨는 그것을 쓴 사람을 닮는다는 뜻입니다. 사람마다 외모며 성품이 다르듯, 다른 사람의 글씨를 똑같이 베껴 쓸 수는 없다는 의미도 되겠고요. 그래서 필적감정이라는 수사기법도 있는 것인지요.옛 중국의 동진(東晋)이라는 나라에 왕희지(王羲之)라는 명필이 있었습니다. 서예를 숭상하는 한자문화권에서 서성(書聖)으로 추앙받는 대가였지요. 그에게 헌지(獻

  • 김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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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나는 ‘길’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길은 여러 면의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걸어 다니는 보도와 탈 것이 지나다니는 도로, 하늘길, 물길 등 물리적인 길이 있다. 또 사람으로서 행해야 할 윤리 도적적인 길이 있으며, 뜻을 향하는 마음의 길이 있다. 그래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속설이 있나 보다.어렸을 때 신작로는 나의 호기심의 길이었다. 그 길을 따

  • 양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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