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저쪽 모퉁이 감나무에홍시가 주렁주렁누님이우리 누님,시집 간 우리 누님. 누님이 오신다고 했는데…
- 윤이현
마당 저쪽 모퉁이 감나무에홍시가 주렁주렁누님이우리 누님,시집 간 우리 누님. 누님이 오신다고 했는데…
나의 할아버지께서는돌아가신 우리 큰할머니를어머니라고 안 부르시고꼭,‘어무이’라고만 부르신다 평생을 자식 걱정만 하시다 돌아가신큰할머니해뜨면해걱정 달뜨면달걱정 바람 불면 바람 걱정자식 걱정만 하신 큰할머니 그 기도 소리 우리들 가슴에 햇빛이 되고 달빛이 되어오늘 밤도 우리를 지켜주신다 어무이, 어무이요!자식 걱정 때문에 저승에서도 잠못이루실것같은 어무이, 어
부딪치며 허우적거리다가 강물에 가슴을 씻어낸다 참고 견디며고통에 숨이 막혀도야무지게 순응한다둥글어질 때까지저 혼자 깊어지는 강가에 누워 눈물이 강물을 깨우듯내 꿈을 말없이 깨우는천둥 같은 너의 소리쓸쓸한 것이 오장을 씻어 내린다 아픔이 영글어 자갈이 되고모래가 되고수수 천년 고통으로 뒹굴어 세상에 겁없이 던져진 저 가엾은 밀돌아우라지 소용돌이 속에조용히 울
논두렁 밭두렁길가 보도 블럭 틈새어디서나 둥지를 틀고 산다 눈길 주지 않는 땅에서 피어나설움 많은 삶이지만 언제나 뜨거운 가슴으로 밟히고 으깨져도 다시 일어나새생명품어안고 산화하는절망의 자리에서도 희망을 피워내는 꽃 민초의 길 하나내 가슴에도민들레 한 송이 피워내고 싶다
풀빛 손길에 꽃잎 떨군 이팝나무 하루의 어깨 위로 토닥토닥 수줍게 비가 내린다초록빛 싱그러움생기가 돌기 시작하는 봄비 내린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가랑비에 내 마음 다 젖는다. 누군가 봄비 속에서 나직이시가 되고 그림 되는 풍경 안고 자박자박 낯익은 얼굴 하나 연둣빛 보따리이고달팽이 뿔들 주저앉는다 봄비 속을 걷는 나온종일 봄비 내리는 꽃자리에 몇 줄 시를
사람들이 왜 낯설지 않을까위드 코로나 시대여서거리를 두고 마주치는 눈들잠시 스치는 것도 인연인데입을 꾹 다물고 눈을 깐 휴대폰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대화를 잊었네요내 귀가 이상한지누구의 심장 소리도 들리지 않네요 목적지가 다르고가까이서 심장박동을 듣는 사이가 아니니까 당연히 그러하겠지만나는 한쪽 눈에 보석을 키운답니다 다른 눈에는 사람들의 사랑을 넣고 싶고요
라일락 향기 물씬 풍기는 봄날 꽃잎 사이로 햇살이 스며든다 은은한 보라빛으로 물든 꽃들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 설렌다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들 가을 잎새에 담긴 추억들 그리움에 가득한 봄날의 노래 이슬처럼 내리는 눈물로 흐른다라일락 꽃 향기에 감동하며 봄날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자유롭게 피어나는 꽃들처럼 나도 마음껏 피어낼 수 있기를 라일락, 그 아름다운 꽃의
곳간에 빈 항아리 없이 가득 담긴 시간을 마당 한가득 널어놓고 대문을 밀치고 나선다.앞을 가로막는 것은 도시의 흉내를 낸 콘크리트 옹벽인 드높은 빌딩시야를 어지럽히는 것은 색색의 음식 간판이다. 시골도 이젠 예전의 시골이 아니다.젊어서 없어서 못 입던 옷들을 꺼내 입고 내 나이가 어때서를 흥얼거리며 삶의 무게에 눌린 굽은 어깨 펴고 그라운드 골프채 어깨에
흘러간 세월밝은 빛의 에너지로나는 살아왔고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밝은 빛을 향해창공에 손짓하면서넓은 광야를 향해평화롭게 비상할 것이다 나를 지금이 시간까지 밀고 오면서 세월 시간들 낙산(落山)하다저밝고맑은서울의 허공을 향해차들 속에 갇히어 길을떠날 수밖에 없는군상화(群像畵)가달려오고있다
봄바람을 잡아 왔더니 홍매화가 절로 터지고 봉분 위에는 파릇파릇 색을 입히는데사랑하는 임은 어디 가고 거문고만 끌어안은 채 왜그리오래홀로 누워 있소. 그리움은흘러가는 구름이 되고 눈물이서해를 만들었다오. 모두 잊고 일어나거문고를 뜯고시 한 수 지으며 한세상 다시 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