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보인다. 아무리 작은 나무라도 뿌리에서는 물이 오르고 줄기에서는 새싹이 움트고 끝에서는 꽃이 부활한다. 온몸으로 펼쳐 내는 조그만 변화를 지켜볼 때면 나무가 지닌 힘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자연은 늘 그런 변화로 우리를 일깨운다. 가지 끝에 달린 열매는 무언가 타이르는 동그란 입모양을 닮았다. 특히 무성한 잎이 산 전체를 가릴 때면 작고 약한 것이 세
- 박양근
나무가 보인다. 아무리 작은 나무라도 뿌리에서는 물이 오르고 줄기에서는 새싹이 움트고 끝에서는 꽃이 부활한다. 온몸으로 펼쳐 내는 조그만 변화를 지켜볼 때면 나무가 지닌 힘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자연은 늘 그런 변화로 우리를 일깨운다. 가지 끝에 달린 열매는 무언가 타이르는 동그란 입모양을 닮았다. 특히 무성한 잎이 산 전체를 가릴 때면 작고 약한 것이 세
도깨비 나라에도출산율이 낮아져서아기도깨비들이점점 줄어들고 있었어 도깨비 마을마다어른 도깨비들만 가득했지심심한 아기도깨비는방망이 하나 들고친구를 찾아서 마을로 갔어 개구쟁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와문구점에도 갔지만신나게 놀 수 없었어 그러다가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가는 아이를 따라 갔어 3시간이나
화롯불 탁 탁밤은 익어 가고 누나 같은 동생동생 같은 오빠깍두기 같은 나 온종일 썰매 타다빨간 손끝 파란 입술꽁꽁 언 몸을 녹인다 얇은 문 너머로툭 툭 바람에 떨어지는소쿠리 소리 엄마 왔나 벌컥 문 열면밖엔 조용히 눈만 내리고 댓돌 위 작은 고무신 세 켤레 꼼짝 않고 엄마를 기다린다
연필에서 나오는 나의 생각자음과 모음이 된다 글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새 소리가 들리고 대낮에도오리온 별자리가 뜬다 글자가 모여푸른 바다를 끌고 오기도 한다 내 생각이 잠시 멈추면자음과 모음이 ‘쉼표’를 데려온다 글짓기 시간은 연필을 깎듯 내가 나를 다듬는 시간
도시가 가벼워서 뿌리도 없이 떠 있었나 버티고 선 발밑 시공 깊이 숨은 허방이다 속이 빈 땅의 약속이 단단함을 흉내 냈다 숨죽인 지하수 따라 살갗 밑 흐르던 말동굴같이 텅 빈 마음 지반까지 흔들고는어느새 잠을 깼는지 허공이 입 벌린다 잊힌 틈 그 아래로 자라던 허망들이침묵한 사람들 입은 불안도 일상인 듯감춘 채 덮어둔 말
외로이 홀로 남아나를 본 양* 서글퍼라 깊은 밤꿈자리에 가신 임 그리운데 액자* 속 숨은 미소에그 마음이 초승달*양(樣): 모양 양.*액자: 영정사진.
너무나 짧은 인생 쌓여 가는 물상들 못다 읽은 글과 책들 사방천지 굼실댄다 시간은 지금뿐인데 뛰어봤자 그 자리 어느 날 나 없으면 분리수거 될 것 같아 부지런히 머릿속에 집어넣고 버리지만 아직도 못다 버린 미련 질긴 끈을 자른다.
궤도를 이탈하거나 연착한 적이 없다 낮과 밤 품에 안고 광속으로 달리는 열차검질긴 중력을 털고직진하는 빛이다 지난밤 달빛을 안고 들어선 정거장엔 내일의 승차 시간이 묵묵히 기다리고 탑승은 눈뜨는 순서새치기할 수 없다 탑승권 유효기간은 승객마다 다르지만 구매한 편도권은 결코 물릴 수 없는 길 가끔
TV 화면, 열 살 꼬마가쓰러진 어미, 살리네119 응급 전화하고 어미 배 위에 올라가슴에 두 손 올려 누르네호흡 맞춰 가슴 누르네 119 도착 병원에 이송 생명 살아나고어미의 정(情) 가득한 시선어린 아들 품에 껴안네 인간의 진실 향해 쏟는 노년의 부러운 시선
좋은 일 들어와도안 좋은 일 들어와도 편식의 풍경으로둥근 세상 품고 산다 가슴에담아 두는 일빈 것 그냥 좋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