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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사슴의 울음

하나씩 내려놓을 나이가 됐다. 현직에서 물러나 이름 없이, 그저 가끔 얼굴 보고 밥이나 먹자는 모임이 하나 있다. ‘무명회(無名會)’다. 우리 사회는 과거에 내가 뭐를 했습네 하고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명함에 적혀 있는 이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려 한다. 어릴 때부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을

  • 김윤희(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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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로라의 정원

소문나지 않은한적한 옛길산모퉁이 돌아서 찾아든고즈넉한 찻집에서 창문 비집고 들어오는솔빛 햇살에 비치는수심 깊은 그대의 호수에내 마음 던지고 있네 스치는 바람소리 휘돌아풍경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듯포근히 감싸고 흐르는 음악은먼 훗날에도보랏빛으로 아름다울까 여기 이대로 머물다 눈이 쌓이고봄눈이 녹고연둣빛 새싹 돋으면작은 소망

  • 이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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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환절기

산다는 것이 꿈이라 했는데단골 꿈에 허상과 씨름을 하고봄이 오는 길목에 시린 바람을 더하니삭신이 쑤시고 온몸이 딴전을 피운다 장독이 깨진다는 꽃샘추위는 기침을 더하고 환절기 몸조심하라는 주의보도 내렸는데 꿈 많던 새싹은 펴보지도 못한 채멍이 들어 작은 숨 쉬고 있다 나이 탓인지 환절기 탓인지심신도 춥고 힘들다고 몸을 사린

  • 김명자(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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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충북문협 67년사를 발간하며

1. 충북문인협회의 태동충북문인협회는 지금부터 68년 전인 1957년 1월 24일에 출범하였다. 충북문학인 24명이 주축이 되어 음악, 미술, 연극인 24명과 ‘충북문화인협회’를 결성하며 시작되었다. 충북문화인협회는 1957년 2월 15일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문총) 충북지부로 정식 가입하였고, 창립 행사를 갖고 출범하였다. 그러나 1961년 5월 16일 군

  • 강대식충청북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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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땅끝마을 무지개를 좇아

나의 문학은 땅끝 마을 탑동리에서 싹이 튼다. 초등학교를 외가에서 다녔다. 탑동리는 3면이 모두 바다인 해안선을 끼고 있어 참으로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다. 우리 마을에는 무지개가 자주 떠올랐다. 무지개를 좇아 친구 정숙이랑 마구 달려가도 잡지 못하고 구름 한 점 잡고 서야 돌아오곤 했다. 우린 무지개 대신 바다에서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고 바닷소리와 노랫소리

  • 박정희(해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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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회방연(回榜宴) 넘긴 문학적 인생을 사는 천재 시인

동서고금 대가들의 시 700여 편을 암송할 수 있고, 어느 시인, 어느 소설가라고 이름만 대면 그와 관련된 삶도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다는 이근배 시인, 그는 머리에 들어 있는 시를 수없이 되뇌며 시 쓰는 힘으로 산다고 한다.그는 1940년 충남 당진 출생으로 호는 사천(沙泉), 학림(鶴林)이다. 일제 강점기에 항일 투쟁을 하여 독립 유공자가 된 이선준의

  • 임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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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엄마의 마음

마르던 땅에 아침부터 내리는 비가 그치질 않고 오후까지 계속 내립니다.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보며 아이들이 집에 갈 걱정을 합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걱정을 알고 전화합니다.“우리 엄마다.”“우리 엄마도 오셨다.”아이들이 하나씩 집으로 돌아갑니다. 철이는 걱정입니다. 우산을 들고 마중 오실 엄마가 집에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 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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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토토 마을 심술 바람

토토 마을. 깊은 산속, 평편하고 널찍한 초록 풀밭이 펼쳐진 그곳에는 토끼들만 모여 살고 있었다. 봄이면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돋았고, 여름이면 아름답고 향기로운 풀꽃들이 다투어 피어났다.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와 상수리나무들은 토토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게다가 산비탈 쪽으로 깊숙하게 박혀 있는 커다란 바위와 바위 틈 사이로 생겨난 천연 동굴은 토

  • 권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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