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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위령기도를 들으며

아직은영원히 잠들었다 말하지 마라 꽃수레 단상 높이나 의젓하게 올라앉아그대들 굽어보노라누가 시간을 금 그을 수 있겠는가 생명의 경계를어찌 죽음이란 단어로 다 설명할 수 있겠는가 오로지 태초부터 시작된뫼비우스의 띠나는 지금 생명이라 말하는 너울 슬쩍 벗어들고 너희가 삶이라 이름 한 무대 저편에서리허설 없는 공연 말없이 바라볼 뿐 흐느끼듯 이어지는 위령기도 소

  • 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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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갈비뼈에 부는 청초한 바람

불면이라는 유혹에 사로잡혀오늘도 눈꺼풀은 안주를 못해멍하니 아래위만 껌뻑거리고망설임은 별빛 너머 새벽으로 간다타원형의 하얀색을 만지락거리며거부하는 갈비뼈를 바라보는 눈동자 온종일 흑과 백 사이에서 갈등했던 사람들과 옳고 그름의 경계선을 넘나들던 시간이 바람에 날아가거나 내려앉는 하루겨울 강에 불어대는 싸늘한 바람이 창문 틈사이로 스며들고찬란하게 빛나던 태양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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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고래 곧추서다

고래 뿔나면 곧추선다고래 곧추서면 바다는 눕는다 검은 바다는 뒹굴며 몸부림치다가 거품 물고 눈 뒤집으며 악악거린다 고래에 깔린 바다는 헐떡이며 대지를 향해 뛰어간다고래는 바다의 나무다고래는 바다의 숨구멍이다고래 곧추서면 바다는 숲이 된다고래 곧추서면 바다는 생명을 태동한다고래 없는 바다는 죽음이다고래 없는 바다는 죽음만을 낳는다고래는 바다의 생명이다고래는

  • 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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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024.7 665호 4월의 향기

꽃향기 가득한 4월색 고운 꽃들에 눈이 멀고향긋한 내음에 가슴 설렙니다 잘 익은 포도주 보다더 진한 꽃향기에 취해버렸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에 잊지 않고 찾아와준개나리 진달래 벚꽃에 감사하며 보고 듣고 느낌에 행복합니다내년에도 저 꽃이 피어날지 또 볼 수 있을는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오늘 핀 꽃들 오는 만나는지금 생각나는 분들을 사랑합니다 4월은 멋진 날입니다

  • 심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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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24.7 665호 국망산 산새 소리에 — 명성황후

명산(名山) 봉우리 희뿌옇게 술렁이는 환영(幻影) 어수선한 그림 솔솔 오고가는 바람에 실려 나그네 가슴속 몽글몽글 솟아오른뭉게구름 띄우고…,숲속 풍경에 취한 울렁이는 새소리 노랫가락 장단 울림에 뜨거운 조명으로 비치는 통통해지는 햇살푸른 산 녹엽(綠葉)으로 휘감은 시류(時流)의강폭(江幅) 한 백년 훌쩍 넘긴 슬픈 사연 회색빛으로 가리나 한 걸음 한 걸음 재

  • 송명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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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24.7 665호 빵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손댄 순간 포장 비닐이 스피치처럼 짖었다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크게 보니빵은 똬리를 틀고 있었다먹어야 하고 먹히지 않으려 하는 뜻이 대치한다먹겠다는 의지가 강할수록 요리조리 궁리하고행동에 조신을 더한 것이 되레 무섭다빵 앞에서 예민한 똬리가 알아채지 못하도록소리 없는 강물같이 긴장해야 한다강렬한 욕망이 앙칼지게 버티던 것을찰떡같이 달라붙어 비닐 귀를 뚫었다

  • 조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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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024.7 665호 작약꽃

오월이 오면 붉게 내리는 눈물 푸르름 등에 업고 어여쁜 옷 장미의 계절이라 했던가붉고 소담스럽게낯빛을 드러낸 너의 속살 향기 잉태하는 널 보고 알았지하늘 향하는 노란 시선속살 안고지는 노을에이슬 담은 그리움의 눈물 작약꽃 초록 잔디의 신선한 향기푸른 사랑 넓은 가슴동양의 미소 작약꽃이 아니던가 달그림자 머무는 곳달빛에 물들어 노을빛엔 그리움에 스며드는 사랑

  • 오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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