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풍경에 갇혀 산을 넘지 못하고산사의 허공을 떠도느냐 물은 극락이요산중은 지옥인 것을 오늘도공중 처마에 묶인 채 수행인가 바람의 경전에 참회인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이광철
너는 왜풍경에 갇혀 산을 넘지 못하고산사의 허공을 떠도느냐 물은 극락이요산중은 지옥인 것을 오늘도공중 처마에 묶인 채 수행인가 바람의 경전에 참회인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보인다 보여금단의 땅 북한이 보인다 기정동 대성동개성공업단지까지도걸어선 못 가도죽어선 가겠다던 잊지 못하는이산가족의 고향 덕진산성 앞을 흐르는 임진강은오늘도 침묵 중 민간인 통제선 너머손 뻗으면 닿을 듯한 섬 초평도주인 떠난 빈집은 형체도 없고키 큰 갈대밭 주인은 철새뿐 쓸쓸히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 여미며 웅얼거
들깨도 잠을 자야 여문다고가로등불 좀 꺼 달라고 그래서 아기도잠자리에서 만들어지는 건가 곰곰 생각하니그 말이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남도를 적시면서 굽이굽이 흘러온영산강 물줄기가 서호강 만나는 곳삼국의 해상로 되어 서해를 마주하고 왕인 박사 떠난 포구 부드러운 갯벌 따라 창해(蒼海)를 바라보는 회사정 난간에서 풍광에 잔 기울이던 옛 시절이 그립구나 나른한 버들가지 한가로이 춤을 추는 한 뼘치 호수로 남은 구림마을 상대포구 잊혀진 수평
입을 다물고 감정을 삼키는 걸속울음이라 하자입을 열어 큰 소리로 울어야지울어야 할 핑계가 몹시 궁색한 거야 그래서 어둠 속의 집이 적막해서라고 한참 울고 났더니 진짜로 적막한 거야그래서 또 울었지울음과 적막 사이를 왔다 갔다 한 사이 여명을 앞세워 동이 트는 거야잎 속의 뼈들이 훤히 들여다뵈는 거야 잎들이 나무들의 소란을
태양은 산 너머로 오늘의 임종을 맞는다하루종일 만인을 따뜻이 하고 몸누이며남은 정열 뿜어내 산 위의 구름을 불태운다황금빛 향연, 마지막 황홀함을 선사한다 우리도 이렇게 하루하루 불멸의 시간 보낼 수 있을까? 내가 잠들 때 산들바람 속에그대의 기쁜 발자국 소리 들을 수 있을까?
따스한 어느 봄날왜국(倭國)인 당신 나라에소메이요시노(染井吉野)*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된 연분홍빛 왕벚꽃이 만개하고 있다면그대들의 국화라고 호들갑 떨지 마라 또한 당신네와 닮아서당신의 나라에 많이 핀다고?웃기지 마라 그 꽃은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라는 침략자의 거대한 이름 앞에강제로 유린당한탐라국의 월궁항아*가 아니던
밤톨이 빠져나간 빈 밤송이 하나사람들이 오래 떠나 돌아오지 않는가시만 남은 둥근 집 같습니다 속을 비우고 힘없이 가시만 세운 집 제 몸을 활짝 열어밑씨 하나 받으면 그 씨앗 상처 받을까 밤나무는 그 씨앗을 지키려치열하게 가시를 세웠습니다 우리 엄마같이 이제 밤톨이 빠져나간 그 집은언제 돌아올지 모를 따순 온기 기
고사상 위에 덩그러니 올라앉아 웃고 있는 네 모습이 결코억지웃음은 아니었다 마주하는 어떤 시선의 피함도 없이오직어느 한 곳만을 응시하고는그래 그래야지라며잔잔한 미소만 띄울 따름표정의 변화 같은 애매함도 없었다 그런 모습은공포의 극치에서 나타나는 미소지음이었을까?아니면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격렬한 울부짖음이었을까? 얼어붙는
시커먼 전봇대 곁으로 모인 아이들술래가 매캐한 타르 냄새에 이마를 대고 외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낭랑한 외마디가 전깃줄 타고 퍼져 나가면 밥 짓던 연기도 아이들 따라 골목을 누빈다 겨우내 옹송그렸던 억울함은저녁까지 차지하고도 쉬 가라앉지 않는다 배고픈 줄도 해 넘어가는 줄도 모르는 개복숭아꽃처럼 맑고 밝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