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 흙 골목에 푸른 볕이 내려앉았다. 가끔은 파란색 위생 차가 시커먼 숨을 토하고 또 가끔은 새벽잠 깨우는 콩두부 손수레가 힘에 겨운 듯 껌벅이는 가로등 아래서 쪽잠 드는 골목무릎에 바람드는 겨울밤 싸리울 너머로 찹쌀떡 소리가 아련해지면 뒤미쳐 메밀묵 소리가 따라가는 골목그곳에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재즈 음악 콧노래 부르다가도 뉘 볼세라 사금파리
- 조성복
산비탈 흙 골목에 푸른 볕이 내려앉았다. 가끔은 파란색 위생 차가 시커먼 숨을 토하고 또 가끔은 새벽잠 깨우는 콩두부 손수레가 힘에 겨운 듯 껌벅이는 가로등 아래서 쪽잠 드는 골목무릎에 바람드는 겨울밤 싸리울 너머로 찹쌀떡 소리가 아련해지면 뒤미쳐 메밀묵 소리가 따라가는 골목그곳에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재즈 음악 콧노래 부르다가도 뉘 볼세라 사금파리
귀여운 목사 딸 손녀“할머니, 할아버지” 하고 오겠지 무슨 연의 끈이 있어목사 귀염둥이엄마 무한한 모성애로이 땅에 보내셨는지 할머니 할아버지 미소 띤 얼굴로천진난만 손녀그려 본다 유치원에서 배운 춤 노래웃음 행복 주고 가는 천사 귀여운 손녀장난감 과자 아이스크림 안겨주고 텔레비전 아동만화 마음껏 감상하게 
어머니의 철학은하루를 참으면 백날이 편하다고노래처럼 입에 달고 다니셨지 그땐 그 말씀의무게 근량을 헤아릴 수 없었네 해가 저문 후강물이 흐르고 흘러노을을 찾던 화음들이낙동강 하구에 이르게 될 즈음 소리에 파장을 줄이는 것이침묵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네 세월 먹은 묵은지가 묵묵히 견디어서 맛의 깊이를 길어 올린다는
철길은 이곳을 스쳐 가고 떠도는 바람만이 모여들었다 썰렁한 공원긴 벤치의 그림자처럼흘러가거나, 닿을 수 없는 것들만머물다가 사라진다. 하루를 천년같이 살던 적도 있었다. 진액을 빨아먹고 나를 뱉어버린 운명은 구두 밑창에 껌처럼 붙어 있다. 열차의 뒤꽁무니만 바라보다가 늙어가는 오늘을 망각해 간다
변덕스런 날씨에 갑자기 찬바람 불어송악산 찾은 아가씨 점박이 하얀 스카프가나풀나풀 춤을 춘다산밑의 푸른 바다에 하얀 돛 달고 파도 타고 둥실둥실 떠가는 작은 돛단배 위로갈매기 떼 끼욱끼욱 슬피 울고 있어내 마음도 따라 한없이 슬피 울고 있다가끔씩 스르르 밀려오는 검푸르고 하얀 파도 모래벌판 간지럽히고 거품 쏟아낸다 산중턱에서 망
남도의 봄소식매화가, 화엄매가 피었다고9시 뉴스를 연분홍으로 물들인다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스님뒷모습이 초연하다시끄러운 세상사 난분분 가루처럼 날리는데 꽃샘추위로 삶의 볼이 얼지라도짙은 꽃그늘 속으로기지개 켜는 봄의 어깨에 앉은 나비처럼 우리네 삶도 훨훨 나는 날이 있다 믿음의 봄이 오고자비의 그늘 속에서 꽃이 핀다&nb
너를 잊을 수가 없어부드럽게 어루만지는내 생애 크나큰 행복 그 안에 살아 있는 너는가슴 깊은 곳에서뿜어져 나오는 생명 온 산야를 끌어안을숨막히는 자연의 소리너는 타오르는 불꽃너는 타오르는 불꽃
흔적을 덮으며쉬어 가기를 청하는 세월이여나부시 스며들어 머물다 가소서 욕심으로 부푸느라 소란스럽던 어제행여 부질없이 어떠했더라도멍으로 새겨져 아픈 것까지 그리움입니다 밤 지새면 새날징징 보채던 바람 지나가고 남은 모가치생을 벗기는 숨결은 가벼이 꽃 피듯 꽃 지듯느리게 느리게 놀며 가소서
이별의 아픔은 새로운 인연을 잉태하고새로운 인연은 아픈 세월 속에 나를 녹이는 작업을 계속해 간다. 도대체 나는 어디를 향해무엇을 위하여 이 참담한 일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것일까. 새들은 날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을 것 같다.세월은 같은 조건 같은 궤적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양산 통도사 7월 숲비 내린 무풍 한송로 솔밭길 일렁이는 바람도 잠재워 버린 곳마음 불 지피고다시 오리라 올곧은 소나무 숲길그 속 굽은 고목 하늘 향하고 시대에 자리한 영취문 천왕문 불이문문지방 넘어 천년을 이어 도도히 흐르는 세월 속 석가모니상 없는 대웅전구룡지는 눈먼 한 마리 용이 자리하고 있다 석가 진신사리 모신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