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 바닷가에서 고동을 주웠다고동의 안쪽은 미끈한 복숭앗빛 살결속은 보이지 않는다펄과 바위와 물에서 살아내느라겉에 거친 주름이 잡혀 있는데칸칸의 매듭을 최소의 간격으로접어놓은 것 같다파도와 싸우며 몸에 새긴한 칸 한 칸에 담은 물결무늬바다의 축소된 상형문자다고동의 가운데쯤 구멍이 나 있다저도 별을 보고 싶었던 날이 있었을까 그래서 집을 비우고 길
- 이문자(광명)
대부도 바닷가에서 고동을 주웠다고동의 안쪽은 미끈한 복숭앗빛 살결속은 보이지 않는다펄과 바위와 물에서 살아내느라겉에 거친 주름이 잡혀 있는데칸칸의 매듭을 최소의 간격으로접어놓은 것 같다파도와 싸우며 몸에 새긴한 칸 한 칸에 담은 물결무늬바다의 축소된 상형문자다고동의 가운데쯤 구멍이 나 있다저도 별을 보고 싶었던 날이 있었을까 그래서 집을 비우고 길
향기를 잃지 않는 사랑보리수 열매 눈웃음 그늘에도흔들리지 않고 우아하게풍기는 자태이기에예기치 못한 꽃이 피어난다맑은 숨결 붉은 향기천리향 꽃향기 휘날리며 맥박의온기는 풍경으로 빛난다맴도는 바람은 책갈피에 머무는 향기에 무인도 윤슬의 향연이다시간이 바늘 끝 위에 자리하고서천사들의 합창 울리는 사연들삶의 굴레에서 탐구와 진실 섬김영원히 머물고 모든 것
엄마가 죽었다밥도 따라 죽었다엄마는 밥을 약이라고 불렀다속이 쓰려도, 어지러워도, 배가 아파도, 밥을 찾았다 최후의 만찬도 물에 적신 한수저의 밥이었다밥,밥,밥보는 사람마다 밥을 먹이고 싶어 안달이었다밥먹고 가밥먹어야지더먹어그 밥이 마침표를 찍고 누워버렸다브레이크 타임도 없던 가정식 백반집뻐꾸기가 밥냄새를 토해내는 시간이 구석 저 구석에서 엄마의
북해도 어느 곳을 가면눈이 내려도 쌓지 않고비가 내려도 차지 않는소화신산이 있다솟구쳐 오른 화산의 정염이식지 않는 사계절대지의 숨처럼 당신을 기억한다평범했을 일상은 하루였지만당신을 만난 일상은 세월이 되어 소화신산의 뜨거움처럼 쉬이 식지 않을 것 같다화석이 되어버린 내 사랑을 북해도 눈밭 아래 남겨두고 북해도를 떠난다
파란 갓을 쓴 노란 자태옥빛 사파이어를 품었다폭풍우 몰아치는 한밤엔휘어지는 가지에 매달려안간힘을 다할 때아무도 눈길 주지 않았다나를 키워낸 것은햇살과 바람과 빗줄기하늘에 뜻을 품은아기 볼살 놀 빛 색조세파의 티끌을 벗기 위해수술대에 오른다바람에도 베일 듯여리고 아린 속살실끝에꿰인채처마 밑 나란히 줄을 서며서로가 눈빛을 교환하는 측은지심 가을 햇살
당신의 한 평생을 기억하다가 어느새 나도 당신처럼가슴으로 우는 법을알게 되었습니다당신의 엷은 미소 속엔사랑이 스며 있고당신의 헛기침 소리는아쉬움의 뜻이라는 걸말없는 침묵의 의미가나를 용서하고 있다는 것을당신의 눈물은 가슴속에 있기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지금에야 깨달았습니다인생의 희노애락을모두 얼굴에 그리고 사는 당신 이젠 제가 지
글로는 다 써내려 갈 수 없어요 어느 빛깔로도표현이 어렵습니다고운 음계로도 잘 짚어지지 않던 마음의 그림자 같은잠들지 못하여 뒤척이는그 많던 은하수 쏟아지던밤을 지나그리워그리워하다가다시, 허허로운 벌판으로 떠나는 고단한 여정 뒤로아주 잠깐씩 잊었을 때 아득하게 낯설게 마주하는 신기루 같은그대의 음성인가
석양은 금빛 물결로 출렁이는 의암 강변길에두 노인은 석양빛에 금발머리로 아름다운데 손을 꼭 잡고세월을 눈으로 가슴속에 담는다 장편 영화일까 연극인가무성영화를 대본도 없이 소설처럼 살아온 초로의 부부주름진 숫자만큼 사연도 얼마나 많을까인생의 항해는 수 년 강원도에 들어 둥지를 틀고두루미 날갯짓할 때마다 휘어지는 숨가빴던 시간들성토하는 강물처럼 여울목마다 무대
넉넉한 가슴과 믿음의정겨운 만남은시간을 녹이고강물처럼 익어가는 우정은굽이굽이 산야를 곱게 물들이네숨 쉬는 계절의 향기 속에하나 둘세월의 무게 이고 지고애잔한 사랑의 탑 세워어김없이 굴곡진 삶을 반추하네해묵은 찻잔을 기울이며추억의 잔영 부여잡고먼 훗날 아로새겨질심중 저편에 마모된 영혼을 추슬러그리움과 희망의 찬가를 덧칠하네모진 강우에도눈보라 절규에도아랑곳하지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림빈 도화지 위해맑은 추억밝은 빛진동하는 마음의 평안다가오는 지평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