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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그녀의 귀환

1도시의 밤은 잠들지 않았지만, 응급실의 밤은 깨어 있다기보다 비명에 가까웠다.56세, 정년을 불과 몇 년 앞둔 서울의 S종합병원의 수간호사 서영은 스테이션의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빨간색, 노란색으로 분류된 환자들의 리스트가 가득했다. 벌써 30년째다. 서영의 발바닥은 늘 굳은살로 딱딱했고, 종아리는 하지정맥류로 인해 지도

  • 남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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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결절 사이의 시간

가려움을 참기 힘든데도 머릿속에서는 족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저녁 무렵이 되면 더 극성스러웠다. 긁지 않으려고 손을 엉덩이 아래로 밀어 넣었다가, 위로 올려 흔들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옆구리와 팔을 긁고 말았다. 참는다는 것은, 어쩌면 강박을 만드는 일인지도 모를 일이었다.최근에 다녀온 병원의 의사는 육류와 어패류를 피하라고 했다. 피하라는 말이

  • 안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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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두물머리

하늘은 끝없이 푸르고 구름은 산마루를 넘나든다. 소유권이 개인으로 되어 있던 없던, 세상 떠날 때에는 동전 한 닢 가지고 가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인간사다. 그것은 나라 상감님도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동호 역시도 세상사 모든 일이 허상들이 판치는 세상이라고 느낀 지 오래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소유권은 없지만, 저 청산이나 시냇물 소리도, 저 끝없이 흐

  • 김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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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돌팔이 찬가(3)——한자로 突發醫라 쓰고 돌팔이로 읽는다

옛날부터 천병만약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병이 천 가지라면 약이 만 가지라는 뜻이다. 그만큼 약과 치료 방법이 여러 가지란 말이다.앞서 밝힌 대로 병의 증세에 따라 약과 치료 방법이 많은데 그중의 처방 하나가 고부간의 갈등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그건 치료라기보다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해야 옳을 텐데 암튼, 나는 이 신통방통한 처방 아니, 방편을 감히 소설이

  • 김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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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시계탑 그림자

우리 동네에는 오래되고 유명한 백화점이 있어요. 그리고 백화점 앞에는 백화점보다 유명한 시계탑이 있고요. 나는 그 시계탑의 그림자랍니다. 요즘 나에겐 말 못 할 고민이 하나 있어요. 우리 동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약속 장소가 시계탑인데 요즘 시계탑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겁니다. 시계탑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게 제 유일한 즐거움이거든요. 반가워

  • 김민정(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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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어부와 희망봉

희망을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꼬박 하루가 걸려야 갈 수 있는 그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남쪽 끝 반도에 있다.처음에 갔을 때, 이름에 걸맞은 압도적인 봉우리일 것이라 상상했던 것과 달리 낮은 돌산에 가까워 적잖이 실망했다. 그러나 그것은 거대하리라는 짐작과 달라서 느낀 첫인상에 불과했다. 밝고 선명한 청록색의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황토색 암석

  • 이재숙(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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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그녀는 나의 연적(戀敵)

여주 여백(如白)서원 문학기행 때 분홍 베레모가 잘 어울리는 성 선생님을 만났다. 그녀를 만나면 나는 노신(魯迅)이 생각난다. 수필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데 중국 작가 노신을 좋아한다. 이곳저곳에 내가 쓴 노신에 대한 글들을 읽어 보았노라 연락하면 마음이 뿌듯했다. 내가 존경하는 작가를 함께 좋아하는 그녀가 동지처럼 느꼈다.“저의 꿈은 상해 노신공원에 가서

  • 노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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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고요함 속에 보이는 것들

‘고요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조용하고 잠잠하다, 움직임이나 흔들림이 없이 잔잔하다, 모습이나 마음 따위가 조용하고 평화롭다 등으로 풀이된다. 고요함은 소리나 움직임이 거의 없어 매우 조용하고 평온한 상태라는 뜻으로 환경의 적막함이나 마음의 차분함을 묘사할 때 쓰여진다. 예수가 태어날 때를 상정하여 만든 세계적으로 많이 불리는 캐럴 송에도 ‘고요한 밤 거룩한

  • 정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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