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캔버스에하늘이 큰 붓 들고 그림을 그리시네물감은 흰색 하나산도 들도 나무도단색의 물감으로꾸밈없이 단순하게그리고 있네거침없는 붓질저 장엄한 진경산수화에 가슴 깊은 경탄 말고 무엇을 더하랴
- 손치하
세상 캔버스에하늘이 큰 붓 들고 그림을 그리시네물감은 흰색 하나산도 들도 나무도단색의 물감으로꾸밈없이 단순하게그리고 있네거침없는 붓질저 장엄한 진경산수화에 가슴 깊은 경탄 말고 무엇을 더하랴
보이지 않으나함께하신다는믿음바른길 지키며험지를 견디어 내는힘언제나 함께하는당신의 자상한사랑보이지 않게이끌어 주시는삶의 이정표
오랜만에 들른 고향집 창고녹슨 농기구들 틈에안퐁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비단 홀치기 틀* 만났다어머니 우리 어머니각다분했던 삶이거기에 다 앉아 있다수많은 점이 찍힌 비단에한 올 한 올 엮는고된 노역(勞役)의 작업여학교 교직 생활 삼십이 년마음이 느슨해질 때마다단단히 홀치고 다그친나의 교육철학 원본이었다달가닥달가닥어머니의 비단 홀치기 작업 소리깊은 울
이슬은 새벽의 눈알처럼맑고 깊어울음이 터지기 직전이다박꽃이 오는 길마다 이슬은 자라차라리 경건하다가뭇하게 영근저 물방울들을 박꽃은 어쩌지 못하고 잠시잠깐 들여다볼 뿐이다그런 박꽃의 농도아득하게 깊어 멀리까지 번져나가는 저건, 슬픔이 끼었기 때문이다마침내 오해처럼 해가돌아오고이슬은 새벽을 데리고 북두칠성까지는 가야 하는데지상의 모서
양파에 양배추 돈육에 춘장 넣고다글다글 볶다 보면 자장의 완성이라 잘 삶아진 면발 위에 한 국자 올리면 향긋하게 후각 미각 모든 걸 자극하네이쪽 저쪽 이념보단 먹고 사는 게 우선인데 의원 뱃지 목매어 눈치쌈만 하고 있고자장처럼 모두 함께 어울리고 싶지만 멀게만 다가오는 시장길에 서성인다.
살아온 무게 떼어내는날 선 시간한 치의 오차도 없이 폐를 잘랐다마취에서 깨어나면서가슴이 잘려 나간 듯 꼼짝 할 수 없었다.많이 아파요 많이 아파요 한 몸이 되어 버린 상처절규하듯 살아 돌아와 몸부림쳤다.울음처럼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링거액잊은 듯 깨끗이 나아서 살아서 행복하라.새벽처럼 밝아오는 삶병원 시계는 정확히 돌아가고 하루,
산수유 마른가지에노란 꽃망울이 빼꼼봄 인가, 서재 정리라도 해야겠다한번 더 보겠다고 꽂아 둔 책들 세월을 감당하기 버거워빛 바랜 표정들로 수런거린다 모서리 한켠에서 보란 듯 떨어지는 화보집 한 권 눈길이 가 펼쳐든다첫 장을 여니, 화가가 반갑게 손을 내민다시선이 붓끝에 머물자선과 색감오묘한 표정과 짙은 감성으로
섬이라는 말은그리움 뼈가 자라나서그 뼈가 남긴 사리일까요?불러볼 이름조차 없는데내 그리움만 저 홀로 유배 가서 위리안치한 곳, 씻긴 세월에 늙어수평선을 등뼈로 거느리고섬이라는 이름으로 저무는 하루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르다가목이 쉰 갈매기는 깃에 부리를 묻고 기다림을 묻고 별 없는 밤을 건너지만그리움이 아니라서 무탈하다는데 파도는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내 마음의 소리천지를 진동하는 우렛소리 영혼 뒤흔드는 일렁임으로 내 안에서 온 세상 흔들고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때로는 거친 바위에 온몸으로 부서지는 소리 폭풍 같은 시토해내 나를 설레게 하는 소리누구도 들을 수 없는 내 마음의 소리바위 뚫고 솟아나는 샘물로&nb
지품리 할머니가농사지은 노란 메주콩에는 근처 숲에서 들리는 비비새 지빠귀의 화음이 스며 있다마당에 비닐 펴고 도리깨로 콩 단을 내리치면노랑 콩 통통 튀어나와 곤두박질하던 율동의 즐거움이 묻어 있다하늘 구름 바람 소쇄한 뒤뜰에서줄무늬 다람쥐 숨바꼭질 보기는커녕 가마솥에 삶기느라 붉은색 서린 콩 수련의 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