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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어머니의 비단 홀치기 틀

오랜만에 들른 고향집 창고녹슨 농기구들 틈에안퐁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비단 홀치기 틀*  만났다어머니 우리 어머니각다분했던 삶이거기에 다 앉아 있다수많은 점이 찍힌 비단에한 올 한 올 엮는고된 노역(勞役)의 작업여학교 교직 생활 삼십이 년마음이 느슨해질 때마다단단히 홀치고 다그친나의 교육철학 원본이었다달가닥달가닥어머니의 비단 홀치기 작업 소리깊은 울

  • 김홍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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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2024.10 668호 박꽃, 피었다

이슬은 새벽의 눈알처럼맑고 깊어울음이 터지기 직전이다박꽃이 오는 길마다 이슬은 자라차라리 경건하다가뭇하게 영근저 물방울들을 박꽃은 어쩌지 못하고 잠시잠깐 들여다볼 뿐이다그런 박꽃의 농도아득하게 깊어 멀리까지 번져나가는 저건, 슬픔이 끼었기 때문이다마침내 오해처럼 해가돌아오고이슬은 새벽을 데리고 북두칠성까지는 가야 하는데지상의 모서

  • 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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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024.10 668호 어느 날, 그림이 보인다

산수유 마른가지에노란 꽃망울이 빼꼼봄 인가, 서재 정리라도 해야겠다한번 더 보겠다고 꽂아 둔 책들 세월을 감당하기 버거워빛 바랜 표정들로 수런거린다 모서리 한켠에서 보란 듯 떨어지는 화보집 한 권 눈길이 가 펼쳐든다첫 장을 여니, 화가가 반갑게 손을 내민다시선이 붓끝에 머물자선과 색감오묘한 표정과 짙은 감성으로 

  • 김순희(청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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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섬이라는 말은그리움 뼈가 자라나서그 뼈가 남긴 사리일까요?불러볼 이름조차 없는데내 그리움만 저 홀로 유배 가서 위리안치한 곳, 씻긴 세월에 늙어수평선을 등뼈로 거느리고섬이라는 이름으로 저무는 하루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르다가목이 쉰 갈매기는 깃에 부리를 묻고 기다림을 묻고 별 없는 밤을 건너지만그리움이 아니라서 무탈하다는데 파도는

  • 이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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