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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 66호 봄바람에 천리를 가다

1봄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봄의 첫날, 3·1절은 국가기념일이기도 하지만 내겐 개인적으로 나의 친조부 민세 안재홍의 기일이기도 하다.“때와 곳, 시간과 공간, 역사와 향토, 20세기 오늘날에 조선인으로 되어있는 천연(天然)의 약속, 출생과 인과(因果), 즉 시(時)와 공(空)과 고(故: 왜? 무엇을 하려고?)에 말미암아서 내가 살고, 생각하고, 일하고,

  • 안혜초시인·한국문인협회 대외협력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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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범도

 사진 왼쪽의 블라디보스토크 부두에서 하역 노무자로 일하며 무기를 살 군자금을 모았던 홍범도와 그의 부대원들, 「범도」의 사람들은 노을이 지는 오른쪽 해안선 너머 함경도를 바라보며 이 언덕 위에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안중근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한 손으로 감아쥔 브라우닝을 내려다 보았다.“어디서 두 정씩이나 살 돈을 구했소? ”“이석산이

  • 방현석장편소설『범도』『당신의 왼편』, 소설집『내일을 여는 집』『랍스터를 먹는 시간』 『새벽 출정』『세월』, 창작방법론『이야기를 완성하는 서사패턴 959』등을 냈으며, 신동 엽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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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아련하고 슬펐던 긴 잠

머나먼 별처럼 아득하여 아름답고 아팠던 문학 이야기이다. 벚꽃잎 지는 저녁의 한숨 같고 낡은 풍금에서 나는 리듬같이 애잔하던 나의 시는 우체통을 서성이다 보내지 못한 한 장의 엽서처럼 아련한 슬픔으로 오랜 세월 잠들어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며 싹튼 문학소녀의 꿈은 대학 입학 직후 백일장에서 차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게 되고 학보사 특

  • 강외숙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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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어마님가티 괴시리 업세라(思母曲)

어머니의 첫 기일이다. 산소는 다행히 별문제 없다. 장마에 일부 쓸려 내린 부분은 지난 추석 성묘 때 손을 봐 둔 터였다. 잔디도 제법 잘 살아 있다.고향 집 담장 옆에 서 있는 감나무는 잎을 거의 다 떨구었다. 까치밥으로 남긴 감이 가지 끝을 잡고 바람에 흔들린다. 어머니는 치맛자락에 매달리는 우리 육 남매를 끔찍이도 사랑했다. 자식들의 배고픔을 달래주기

  • 박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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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제주 눈길을 걸으며

첫째 날 제주도로 떠나는 날, 서울은 맑고 쾌청했지만 얼음장처럼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달포 전에 비행기티켓을 예약했었는데 갑작스런 기상이변으로 비행기가 뜨지 싶어 집을 출발하기 전에 공항에 확인했다. 공항은 더 이상 기상이 악화되지 않으면 정상 운항된다고 했다. 나와 아내는 캐리어를 하나씩 끌고 봉은사역에서 9호선 급행전철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활주로에

  • 노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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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맑은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빗질을 하는 주말 오후, 나는 집중하기 위해 어두운 공간을 찾아서 영화 한 편을 본다. 세 번째 보는 영화 <동주> 다. 볼 때마다 생각의 깊이가 더해져서 지루하지 않다. 영화가 끝나고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나는 창문을 열고 푸른 하늘을 본다. 하늘빛이 너무 곱다.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안고 윤동주 선생님을

  • 추경희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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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샬람 알라이쿰

무함마드 알카비 그는 아랍에미리트 왕족이라 했다. SS병원 19층 특실에 간병인 자격으로 찾아갔다. 간호사실에서 잠시 기다려줄 것을 당부했다. 무슬림 기도 시간에는 방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참을 기다린 후 통역사로 보이는 예쁜 여성과 함께 병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일반 병실과는 달리 넓고 쾌적했으며 조망도 좋았다. 통역인으로부터 소개 받은 사람은 환자

  • 남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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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내 고향 함평바다 외4편

내 고향 함평바다억만년 출렁대면서도여직 숨 고르고 있는 함평바다돌아서면 눈물 났다밤하늘 쳐다보며 소매 적시던열일곱 소년그 눈물의 가치는 얼마였을까멀리 소금밭 너머 파도를 재우고텅 비어 있던 배고픈 함평바다돌아서면 눈물 났다고장 난 나침판처럼아직도 무엇이 그리 억울한지쉼없이 떠도는 저녁별처럼메밀꽃길안개 속 하얀 메밀꽃길이새벽이슬에 젖어 있다왜 이슬은, 우리들

  • 이옥진1941년 전남 함평 출생. 2010년「토마스 정신」으로 한국사이버문학 전국수필공모전 대상, 2012년 <문학세 상> 문학대상 수상. 2014년 시집『미사리 기차역』, 산문집『저질러야 성공한다』등 다수. 1994년 하남시 미사리 가야 공원 창업. CBS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출현. (현)한국문인협회 재정위원장. 미사리 이옥진 시인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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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기러기님 미안합니다

겨울이 되면 신바람 났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 생각난다. 한겨울에 삭풍이 매섭게 불고, 흰 눈으로 세상을 덮으면 인가에 참새, 꿩, 노루 등이 찾아든다. 우리들은 참새 잡기에 빠진다. 참새 잡기란 먹는 재미보다는 호기심으로 머리를 써서 잡으므로 상당히 슬기로워 오졌다. 헛칸 바닥에 벼 이삭을 몇 주먹 뿌려 놓고 발채를 덮은 후 이 발채를 막대기로 받치고, 막

  • 고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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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삶에 대한 평생문안

평생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말을 가장 성실하게 노래하며 사는 것, 불의에 결탁하지 않고 정의롭게, 사는 데 게으르지 않고 사는 그런 삶에 대해 평생문안 올리는 마음으로 시를 쓰고 읽으며 산다. 인간은 내일보다 오늘에 더 진솔해야 한다. 사실 한 치 앞을 모르고 사는 것이 인간사 아닌가.2016년에 그간의 고통을 이겨낸 실화를 토대로 쓴『저질러야 성공한

  • 이옥진1941년 전남 함평 출생. 2010년「토마스 정신」으로 한국사이버문학 전국수필공모전 대상, 2012년 <문학세 상> 문학대상 수상. 2014년 시집『미사리 기차역』, 산문집『저질러야 성공한다』등 다수. 1994년 하남시 미사리 가야 공원 창업. CBS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출현. (현)한국문인협회 재정위원장. 미사리 이옥진 시인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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