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린은 여명의 빛을 느끼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또 하루가 시작된 아침이었다. 창문 너머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찬란한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강하게 스며들어 더욱 눈이 부시게 했다.밤새도록 꿈과 현실의 괴리에 붙잡혀 불면증에 시달리며 밤을 보낸 매린리아안 그녀는 겨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초점 없는 시선으로 천천히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서 창문을
- 우향규
매린은 여명의 빛을 느끼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또 하루가 시작된 아침이었다. 창문 너머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찬란한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강하게 스며들어 더욱 눈이 부시게 했다.밤새도록 꿈과 현실의 괴리에 붙잡혀 불면증에 시달리며 밤을 보낸 매린리아안 그녀는 겨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초점 없는 시선으로 천천히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서 창문을
실로 순식간이었다, 선바위가 그렇게 사라진 것은. 2000여 년 묵묵히 병지방 마을 사람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던 선바위는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다.구융소 단풍이 선홍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하던 가을날. 포클레인이라 불리는 굴삭기 삽날 아래 선바위는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선바위는 아무런 실체 없이 전설이 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할 말을 잃고 그냥 멍하니 무너
어느 날인가. 아마 아파트 단지를 노란 개나리로 치장하던 봄날이지 싶다. 제대 후 복학한 아들은 강의와 알바가 없다며 오전 내내 방구석에서 폰을 들고 뒹굴고 있더니 잠시 나갔다 온다며 외출을 했다. 그런데 두세 시간 후 한 손에 묵직해 보이는 쇼핑백을 들고, 가슴에는 손바닥만 한 새까만 푸들을 안고 있었다.“얘, 그게 뭐니?”“아휴, 엄마는 보면 몰라요.
오랜만에 들른 오라버니 댁… 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자 코끝이 싸하다.“아유, 이게 무슨 냄새지?”얼굴을 찌푸리며 앞을 보니 평상에 오라버니가 오도카니 앉아 있다. “언니는요?”오라버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큰방을 가리킨다.“언니 좋아하는 거 가져왔어요.”곶감이 든 쇼핑백을 들고 방문 열다 깜짝 놀라 주춤한다. 소복한 올케 언니가 제사상을
등장인물_ 그|1과 2|그리고 3, 4, 5|병원장|닥터 홍시간_ 현재 장소_ 작은 항구 도시의 병원 명전 되면 병원 휴게실. 1과 2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 지금 병원 안에 별의 별 소문이 다 돌던데.2 직원들
갑진년 처서날 천지에 올랐다. 애국가를 부르며 “마르고 닳도록” 가슴에 새긴 민족의 영산 백두산, 그 모습 보고 싶어 남의 나라 먼 길을 돌아 장백산에 올랐다. 서파로 오른 첫날은 막바지 가풀막 1442계단에 비가 내리는데 천지는 열려 있다. 북파로 오르는 이튿날은 발길 아래 계곡에 쌍무지개가 피고, 동녘 하늘 꽃구름 판타지에 탄성이 절로 터지더니 막상 천
내가 존재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공간에 의지함이 아니요, 상대가 있어 나의 실존이 분명해지고 확실해진다. 상대가 없이 홀로 존재하게 된다면 존재의 가치는 별 의미가 없음은 물론이려니와 삭막하고 쓸쓸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늘 상대를 귀히 여겨야 하고 상대에게 불편을 주지 않아야 한다. 상대의 허물을 지적하기 전에 나를 책망할 줄 알아야 하고 내가 먼저
남편은 지게차 임대업을 하고, 저는 부동산을 운영합니다. 모처럼 큰맘 먹고 지난 구정 앞뒤로 날을 잡아 15일간 헝가리에 있는 딸한테 다녀왔지요.처음엔 5개 국 유럽 가기로 하고 비행기표까지 예매해 두었어요. 근데 막상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니 그만 욕심이 생기는 겁니다. 기차로도 갈 수 있는 국가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3개 국이 추가되었어요.다음 날 급히
지난 15일 전역 전 마지막 휴가를 나왔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열차를 기다리며 점심을 먹기 위해 용산역 근방에 있는 백반집에 갔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사장님께서 결제가 됐다고 하셨다. 자리가 없어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20대 여성이었다. 저는 그분께 뛰어가 “백반 결제해 주신 분 맞죠?” 물었고 그분께선 밝게 웃으며 “군인분이셔서요”라고 하셨다
지난 1994년 9월 중순 국제환경지구화학회 참석차 폴란드 크라쿠프(Krakow)를 일주일간 방문했다. 폴란드에서의 국제 심포지엄 개최는 매우 이례적이었는데, 폴란드가 소련의 지배로부터 1990년에 자유화되면서 가능해졌다.크라쿠프는 17세기 초반에 바르샤바로 수도를 옮길 때까지 폴란드의 수도였다. 크라쿠프는 아름다운 도시로 2000년에 유럽 문화 수도로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