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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칭찬과 사랑은 우리를 이룬다

초등학교를 학령보다 두 살 아래인 6살에 입학했다. 6·25 전쟁 중이었고 학기가 시작되고 한참 지난 뒤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해방 이후부터 진주사범학교에 교사로 근무하셨던 어머니께서 진주사범 부속 국민학교에 나를 입학시키실 때는 출퇴근 때 학교에 데리고 다니다가 그 이듬해 유급을 시킬 생각이셨다. 1학년이 끝나고 유급 신청을 하러 어머니와 함께 학교에 가

  • 정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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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잠든 한강 땅을 깨운 이옥진 시인마을

물때가 바뀌는 4월의 함평바다는 조차 때마다 파란 파래가 물가에 팔랑였다. 어린 나는 늘 배가 고팠다. 날마다 밤마다 막연한 꿈을 꾸며 마냥 이 가난한 고향이 성에 차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넓은 광야에 뛰쳐나가 새로운 역사를 마음껏 펼칠 수 있을까 마음속으로 불을 지피고 있었다.어느 날 야밤에 어떤 할머니 치마폭에 숨어 무임승차로 호남선 밤 열차에 올랐다

  • 이옥진1941년 전남 함평 출생. 2010년「토마스 정신」으로 한국사이버문학 전국수필공모전 대상, 2012년 <문학세 상> 문학대상 수상. 2014년 시집『미사리 기차역』, 산문집『저질러야 성공한다』등 다수. 1994년 하남시 미사리 가야 공원 창업. CBS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출현. (현)한국문인협회 재정위원장. 미사리 이옥진 시인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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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출산은 섭리다

국가의 첫 번째 자산은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국가는 국민이 있어야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요한 첫 번째 자산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심각한 일이다. 이제는 OECD국가 중 최하위라고 한다. 정부에서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해마다 출산율은 줄어들고 있다. 출산도 자유이므로 대책이 어렵다. 결혼하면 아들을 낳아 가문의 대를 잇던 가부장제

  • 김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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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어떤 결정

평소 친구가 사용했던 번호여서 반갑게 받았는데 뜻밖에도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아침 남편이 생을 마감했다는 다급한 톤의 목소리에 무척 황당해져 버렸다. 그 무렵 주말에 그가 입원한 B대 병원에 가보기로 하였는데 어처구니없이 그렇게 떠나버렸다니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학창 시절 무전여행이랍시고 군용텐트를 지고 여기저기에 돌아다니면서 많은 추억거

  • 김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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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발효의 시간

미국에 사는 오빠는 올케언니 장례식 동영상과 함께 소천소식을 전해왔다. 갑작스런 일이라 놀라움으로, 함께 나누었던 시간과 대화를 떠올리며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문득 지난 일들이 그리워진다. 두 살 터울의 오빠는 고교 시절 미국으로 유학 가서 긴 세월 떨어져 살았다. 한인교회에서 만난 여성과 약혼한다며 편지를 보내오고 그때부터 반대하는 부모님의 입

  • 손동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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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축구선수를 위한 교양강의

나는 현재 나의 모교 강릉제일고 역사관 명예관장을 맡고 있다. 이를테면 역사관 큐레이터로 봉사하는 일이다. 새로 부임해 오신 교장선생님께서 부임한 지 1주일 되던 날 내게 부탁의 말씀이 있다며 면담을 요청해 왔다. 만나보니 축구선수들에 관한 이야기다. 축구선수들의 모교애(母校愛)가 도무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신임 교장선생님은 예전에 우리모교에 교사로

  • 정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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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밀땅 육백

거실 안마기 소리가 꼭두새벽을 울린다. 찌뿌둥함을 참다 못한 아내가 안마의자에 올라앉은 게다. 저런다고 거듭되는 들일 품앗이로 뻐근해진 삭신을 다독일 수 있나. 새벽잠을 설칠지언정 소방수가 나설 차례이다. 제아무리 신식 안마기라 해도 내 손만 하랴. 수건 한 장 찾아 들고 어둠 속 안방을 향하며 아내 귀에 속삭인다. “고마 방으로 들오소.” 아내는 발바닥이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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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친구의 웃픈 이야기

지구가 정말 화가 난 것일까.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세찬 소낙비가 쏟아지다가 눈부신 뙤약볕이 내려쬐다가. 봄인가 하면 겨울이고, 겨울인가 싶으면 또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와 있는 변덕스런 날씨에 우리네 심신 또한 흩날리는 꽃잎처럼 나른하고 무기력한 계절이다. 그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설마 했던 친구도 한 편의 콩트 같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니,

  • 허봉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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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다리미

장롱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옷을 다림질한다. 다리미로 살살 문지르니 주름이 펴지며 반듯한 제모습을 갖춘다. 와이셔츠와 양복바지는 봄바람을 쐬러 갈 기대로 부푼 듯 윤기가 흐른다. 내 마음속에 접혀 있던 주름마저 펴지는 기분이다. 남편은 정년퇴직 후 양복을 입을 기회가 잘 없었다. 수십 년 동안 입고 다녔던 정장 대신 편한 옷을 선호했다. 청바지와 티셔츠 점

  • 노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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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카메라 증후군

집 앞마당 주목에 매미처럼 붙어 있는 빨간 우체통은 나의 서툰 솜씨로 만들어진 것인데 주로 지인들이 보내준 서적들과 납세 고지서, 청첩장 등을 수취하거나 가끔 작은 물품이 전해지기도 하는 우리 집 소통 걸작이 되었다. 오늘도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적잖은 우편물이 들어있었다. 한데 이번에는 낯선 봉투가 두 개나 눈에 띄었다. 경찰서장이 보낸 ‘과태료 부과 사

  • 김용수(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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