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사고 팔던 날밑빠진 느슨한 총각상당 산성 아래 주춤거려 부엉새는 소리 내어 울었다 우암산아 우암산아떨어져 누운 나뭇잎에 묻혀 흐르는 눈빛 서린 실바람 명암방죽 옆에 끼고고고한 울분에 갇혀무언의 메시지 날리며안개 속 움직이는 꿈틀거림 땅을 거두어 너른 품이여 역사의 긴 세월우암 능선 욕심 없이&nb
- 김효동
그리움 사고 팔던 날밑빠진 느슨한 총각상당 산성 아래 주춤거려 부엉새는 소리 내어 울었다 우암산아 우암산아떨어져 누운 나뭇잎에 묻혀 흐르는 눈빛 서린 실바람 명암방죽 옆에 끼고고고한 울분에 갇혀무언의 메시지 날리며안개 속 움직이는 꿈틀거림 땅을 거두어 너른 품이여 역사의 긴 세월우암 능선 욕심 없이&nb
살다가 보면 따로따로 헤어져 살아야 했다한 지붕 밑 또는 같은 동네에서그리운 사람들과 언젠가는 떨어져 살았다어느 날 호젓한 숲속 잔디 벤치높고 푸르고 깊고 먼 먼 하늘을 본다살아온 시간의 길이만큼의 추억을하늘에서부터 땅까지 끌어당겨 자세히 본다아스라이 먼 별빛 몇 개까지 어렵게 당겨 찾아냈다오래 생각하고 쳐다볼수록마치 거울 속 얼굴처럼, 혹은 사진 속 사람
1. 무엇을 참회할 것인가일제 식민지교육을 받고 식민지주체로 살았던 어느 정신적 난민은 역설적이게도 교단에서 “뼉따구 있는 사람이 되어라’고 훈시한다.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은 웃었다. 학생들은 그의 위선적 훈시에서 웃은 것이 아니라 그의 강한 사투리 ‘뼉따구’라는 말에 웃었던 것이다. 이중의식에 길들어진 제자들은 다행히도 기생충보다 못한 한국사회의 불공정
뚝딱뚝딱뚝딱뚝딱 탁탁툭툭.산어귀 아담한 공원에 망치 소리가 요란합니다. 큰 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이 고양이 집을 짓고 있습니다. 다 지은 고양이 집을 나무에 기대어 놓았습니다. 먹이와 물을 챙기고는 그들은 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한참 있다가 엄마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폴짝폴짝 뛰어 입구에 섰습니다.“엄
입에는얼굴보다 큰과자를 물고사람들 틈에서,사람들이 데려온강아지들 틈에서이눈치저눈치보며나갈 길을 찾는다—야옹아네갈길가라과자 다 녹아내리기 전에.
물음표를 달고 다니는 내 친구 은별이뭐든지 이게 뭐야? 말해주고 싶은데새로 나온 치즈톡이라고 ‘그냥 멍멍’감탄사를 쏟아내는 수선집 할머니 뭐든지 곱다 고와!말해주고 싶은데 저건 상여꽃이라고 ‘그냥 멍멍’롤리팝을 물고 롤리팝을 찾는통장댁 삼대독자 상철이제발 말리고 싶은데이빨 상한다고이럴
주르륵 비오는 날혼자 사는 할아버지 농막 집에파란 기쁨 솟아났어요.비 맞고 기다리던 아기 참외새 집에 이사 가길 기다리던 날이죠까만 덮개 구멍 뚫어쏘오옥 집어 넣은 율이와 유주 “참외야 얼른 커라”초록 비 열 번도 더 지나가고날마다 햇볕 마시며 기지개 요리조리 촤르륵 덩굴손 펼치더니참외형제 조롱조롱 달콤한 냄새 참외밭이 노랗게 물
백로 한 마리외다리로 낮잠을 자면물총새는나뭇가지에 앉아 보초를 선다쨍쨍쨍여름 햇살은 물에 앉아 쉬고동동동하늘엔 꽃구름이 논다보리밭에종달새는 꽃잎처럼 날고첨벙첨벙물오리들 수영대회 한다새들도 구름도한폭의그림이된여름냇가
귀는 인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다. ‘귀가 잘생긴 거지는 못 보았다’는 옛 이야기가 있다. 귀는 모든 소리를 달팽이관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귀는 인간이 만든 현대의 안테나보다 우수하다.사람의 귀는 잘 생겼거나 못생겼어도 어느 귀를 막론하고 모든 소리를 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준다. 사람은 태어나기 전에도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면서 주변 환경의 소
결혼 초 시골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하던 시절 첫겨울, 사십오년 전에는 시골의 겨울이란 너무도 추운 날씨로 새벽이면 식사준비로 부엌에 나가면 마치 거리에 서 있는 것처럼 덜덜 떨려오고, 전날 저녁 빨아 놓은 행주가 꽁꽁 얼어 있고 아궁이에 불을 땔 때까지는 견디기 힘든 추위로 무서운 긴장 속에서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시부모님께서 겨울만 나면 서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