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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자연의 순리에 감사하며

지난해 가을 중턱쯤에 황톳길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고척돔구장을 조금 지나 안양천 둑길에 조성된 황톳길이 두 곳이나 되었다. 나도 호기심이 발동해 남편을 설득하여 함께 걷기에 동참했다. 오후 3시쯤인데 꽤 많은 인원이 걷고 있었다.걷기에 어떤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맨발로 걷는 이들의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1백 미터의 거리를 한 번 오가면

  • 조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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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사성암 소원바위의 추억

페이스북을 한 지도 이제 10년이 넘었다. 휴대폰을 들어 가만히 페이스북을 연다. 며칠 전 스크린샷해 놓은 사성암 사진들이 확 눈에 들어온다. 섬진강과 지리산을 함께 담기 위해서 올린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재작년 여름, 정확히는 8월 1일에 아내와 둘이 구례 여행을 떠났다. 직장생활 40여 년 동안 8월 초 여름휴가는 처음이었다. 전혀 사전 준비도 없이 일

  • 조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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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석양을 등에 지고 떠나는 추억여행

인생을 백 년 산다 해도 억겁의 세월에 잠시 머물다 가는 바람일 뿐이다.“뒤돌아갈 수는 없어도 뒤돌아볼 수는 있다”는 말이 있다. 내 나이 벌써 여든이 넘었다. 옛날 같으면 죽어 산에 있을 나이다. 이 나이에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나이 칠십이면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같고, 나이 팔십이면 돈이 있는 사람이나

  • 이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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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어느 겨울날의 일기

겨울은 흰눈이 펄펄 내리고 매서운 칼바람이 윙윙 불어야 겨울맛이 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뱃속 편한 사람들의 말이고, 우리네 서민들은 추운 겨울나기가 고역일 수밖에 없다. 자고 나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이 만만치 않다.우리 집은 가스보일러로 난방하는데 난방비가 늘 부담스럽다. 그래서 보일러를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돌리는 시늉만 하니, 실내 기온이 죽은

  • 이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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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미사 시간에 눈물이 사무쳤다. 국도 8차선 사거리 중앙에서 공중제비처럼 충돌한 자동차가 가드레일에 사뿐히 머문 일이다. 40미터쯤 유턴하면서도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처럼 정착한 것은 신의 도움이 아니었을까? 사랑의 구원자 112대원들의 손길도 잊히지 않는다. 6밀리미터 오차로 총격을 피했다는 미국 대통령 후보처럼 1밀리미터쯤 오차로 살아남게 한 기적에 문

  • 오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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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未完의 가슴앓이

나에겐 이루어야 할 꿈이 있다. 남들이 들으면 젊은이도 아니면서 웬 꿈 타령이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나에겐 꼭 이룩해야만 할 간절한 꿈 하나가 있기 때문이다. 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꼭 이루고야 말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하면서도 아직 그 꿈이 미완의 사유(思惟)로 남아 있으니, 내 왜 성화가 나지 않겠는가.어영부영 살다 보니 올해 내 나이 자그마치 딱 망

  • 曺尙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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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오류동의 마지막 선비 모습

매주 일요일 오전에 <TV 진품명품>이 방영된다. 개인들이 출품한 문화유품들을 전문가의 해설로 보여 준다. 적지 않은 지식이 되므로 매회 놓치지 않고 즐긴다. 그러니 오늘 내가 가지고 있는 소품도 후일에는 시대의 유산임을 생각하게 된다.이 방송을 보노라면 불현듯 단아했던 윤 생원이 떠오른다. 오류동*에는 시대의 정신이 앙금져 있다. 일제강점기 이

  • 이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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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해묵은 습관들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습관된 표정은 인상을 남기고, 자세는 체형으로 굳어진다. 성격에 따른 반복된 행동도 일상생활에 그대로 드러난다. 20년 이상 습관으로 굳어진 나의 행동 양상 몇 가지를 공개해 보려 한다.얼마 전, 예전에 살았던 동네 미장원에 다녀왔다. 원장님 혼자서 운영하는 소규모 미장원이다. 이사 온 지 어언 7년이란 세월이 흘렀건만

  • 이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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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수선화 꽃값

그날 낭독한 ‘백주년 기념 축하글’ 안에 나의 십 년도 함께 담겨 있다는 걸 그들은 헤아릴 수 있었을까요. 그곳에 속한 사람도 아닌 내가 왜 꼭 그 글을 낭독하고자 했는지 말이에요. 경상북도에 세워진 첫 성당으로 지금은 본당 건물과 사제관이 유형 문화재로 지정된 가실 성당에 처음 간 건 십 년 전 아들과 함께였어요.그 무렵 아들은 왜관 수도원 선물방에서 일

  • 이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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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3월의 미소

아직 매운 바람이 보도 위로 구른다. 정월 대보름을 눈앞에 둔 뒷산에는 연 띄우는 아이들의 손재주 자랑에 시끄럽다. 그 소리에 선잠이 깨어 하품을 하니 오장육부의 뼈 마디마디가 잘근잘근거린다. 삼동(三冬)을 앓는 체질 탓일까. 나른히 저려 오는 피로함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찢어진 문틈으로 반사되는 햇살이 케케한 먼지를 날리고 있다.그 초점에 어리는 달력

  • 안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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