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스크린 도어문에서 「정년퇴직」 시를 읽었다. 그 시를 읽는데 마음이 울컥해졌다.“정년퇴직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책을 가슴에 묻고 부화를 꿈꾸며 나를 만나러 가는 시간이며… 타인의 삶을 곁눈질하며 펼쳐보지 못한 젊은 날의 꿈이 새롭게 도전하는 환승역이다.(2025년 시민공모작 김화순)”3월 첫 주일, 교회에서 장로 은퇴식이 있었다.
- 박수정
신림역 스크린 도어문에서 「정년퇴직」 시를 읽었다. 그 시를 읽는데 마음이 울컥해졌다.“정년퇴직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책을 가슴에 묻고 부화를 꿈꾸며 나를 만나러 가는 시간이며… 타인의 삶을 곁눈질하며 펼쳐보지 못한 젊은 날의 꿈이 새롭게 도전하는 환승역이다.(2025년 시민공모작 김화순)”3월 첫 주일, 교회에서 장로 은퇴식이 있었다.
작년 10월 말일 아침, 나는 잠자리에서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허리 옆구리에 담이 결리며 온몸이 아파 거동이 쉽지 않았다. 얼마 전에 등에 담이 들어 파스를 붙이고 나았던 터라 당황스럽기만 했다. 소염진통제를 먹으니 그나마 아픔이 약해졌다, 마치 나아지는 것처럼. 그러나 일주일 만에 약을 끊으니 아예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불편함 속에서 낫기를 기다리며
어릴 적 나는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며 기웃거리는 것을 좋아했다.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지금도 돈암동에서 정릉으로 넘어가는 길과 초등학교 가는 길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어반 스케치 그림을 그리면서 건물들, 특히 옛집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그때의 아른거리지만 설레던 추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특히 돈암정은 꿈속에도 종종 나타나곤 했다. 돈암장은 담이 높
거스를 수 없는 육신의 노쇠 때문인지 올해 날씨는 유난히 춥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조차 쓸쓸하기 이를 데 없다.봄날의 꽃구름, 가을 단풍을 선사하던 벚나무 가로수와 뒷산의 온갖 활엽수는 나목이 되어, 후려치는 칼바람과 맞서 싸우느라 귀신울음 같은 비명을 허공으로 흩뿌리는 동지섣달 엄동설한. 사철 푸른 소나무도 재선충이라는 희소병에 백약이 무효인지 누렇게
요즘은 무엇이든 기계가 대신해주는 시대다. 글의 교정도 인공지능에게 맡기면 금세 해결되는 세상에서, 한 어른의 시조집 교정을 부탁받았을 때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잘 모르는 분인데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내가 소속된 문협 회장님의 간곡한 청에 마음 한켠이 움직였다.그날, 카페 창가에 앉아 처음 마주한 분은 백발의 노신사였다. 조심스레
경북 의성에 2019년 11월 최치원문학관이 개관되었다. 이 문학관은 신라 최고의 문장가로 널리 알려진 고운(孤雲) 최치원의 업적과 학문·사상을 기리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곳에서는 매년 최치원문화제 행사를 개최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 이처럼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천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으나 그의 가르침은 계속되었다.이곳뿐 아니라 최
아침 일찍 시내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런던 한인학교의 한국문화 체험이 있는 날이다. 학교 측에서 학생들에게 한복 착용을 권유해 대부분이 한복을 입고 참여했다. 참여 인원은 선착순 50명으로 제한했지만, 외국 방문객들의 참여로 한국의 명절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영국에서 한국문화는 최근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를 비롯해 전통문화
집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외관은 비슷해 보였지만 지붕 색이며 예쁘게 가꿔 놓은 정원까지 다른 집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몇 해 전 아버지는 현충일 행사에 참석하셨다가 쓰러지셨다. 가족들이 달려갔을 때 6·25참전전우회 회장님이 곁을 지키고 계셨다. 그대로 두면 큰일 날 것 같아 외사촌에게 서둘러 집을 팔고 부산으로 모시고 내려왔다. 집주인이 바뀌었으니 집
고요하다. 적막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사방으로 둘러봐도 푸른 숲과 초지 그리고 6월임에도 녹지 않은 눈이 보인다. 스위스 여행은 삼십여 년의 직장생활을 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나는 일부러 로밍을 하지 않았다. 전화에서 놓여나고 싶었고,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도 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몇 년 전부터 몸은 지쳤고, 지친 몸은
장승포에는 지중해만한 거울이 있다거울 속에 배가 다니고거울 속에 고래가 코를 골고거울 속에 치마가 모란꽃처럼 휘날리고거울 속에 만남이 밀려오고거울 속에 이별이 흘러 간다 거울 속에는 초등학교 운동회날 아이 같은 멸치 떼들이 줄지어 모였다 흩어졌다 군무(群舞)를 추며파도에 부서진 사금파리 같은 눈으로 반짝인다 장승포 사람들은 삼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