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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충청남도지회 - 회원작품(하늘이 낸 사람들)

겨울나무들이 물을 올리기 시작하는지 거무스름하던 나무의 색이 짙어지고 있다.아직 땅의 흙은 봄 색깔을 띠지도 않았는데 몸으로 스미는 바람 또한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다.이 땅의 모든 농부들은 타고난다는 생각이 든다.봄보다 먼저 봄 녘으로 나오니 말이다.아무튼 농부들의 대명사처럼 그도 봄보다 먼저 들녘에 나오고 농부나 농사가 어떤 것이란 것을 까마득히 알려주

  •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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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충청남도지회 - 회원작품(봄은 눈물이다)

봄은 눈물이다밟혀 죽는 새싹, 부딪혀 죽는 짐승, 부러지는 어린나무,피는 듯 지는 꽃잎이방울 방울 눈물이다 청보리 바다의 푸른 물결은 눈물이다온몸이 뒤틀리는 아픔을 딛고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바람의 폭력을 무사히 견딘다면진주보다 귀한눈물방울이 깃발처럼 매달리리라 앞산 마을 뒷산 마을나무들이 입고 나온 새 옷은 푸른 눈물이다천사의 눈물로 지은

  • 최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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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충청남도지회 - 회원작품(장승 앞에서)

갈기를 세우고 싶었으나나에게는 갈기가 없다아니 갈기를 세울 목덜미가 없다타래 모양, 흩날리는 불길을 일으키면서산맥이고 평원이고 건너 뛰어마구 달려가고 싶었으나나에게는 두 다리가 없다아니 땅 속 깊이 박혀버린두 다리가 굳어버린 지 오래다내가 가진 것이라고는오직 앞으로 불거진 두 눈깨어 있음이 곧 내 삶의 길이다그 부라린 듯 두드러진 눈알마지막으로 점점 멀어져

  • 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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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충청남도지회 - 소개(충남문학, 한국문학 중심에 서다)

충남은 선비정신의 본향이요 충신열사의 고장이다.예로부터 올곧은 정신과 뜨거운 애국심으로 국가를 지켜왔으며 지역 간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꽉 잡고 지탱하고 있다.일찌기 한용운(홍성), 심훈(당진), 윤곤강(서산)을 비롯 조선시대 서예의 대가 겸 문장가인 추사 김정희(예산) 등 훌륭한 문인들을 배출했다.충남문인협회는 처음 정훈, 임강빈,

  • 김명수충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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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대구광역시지회 - 회원작품(우리 집 보물 1호)

결혼을 앞두고 오래오래 기념이 될 혼수품을 장만하고 싶었다.조금 서툰 솜씨이긴 해도 손자수를 놓은 병풍이 좋을 것 같았다.까만 공단 바닥에 서로 다른 도자기 그림을 열두 폭에 새기기로 했다.인쇄된 도자기 그림을 구해 와 채색된 명주실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으며 공간을 채워 나갔다.완성된 손자수가 새겨진 앞면과 좋은 글귀를 담은, 서예가의 글씨체를 받은

  • 곽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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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대구광역시지회 - 회원작품(산 자의 장례)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부음이었다.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이제 끝났네.살아서 지옥을 살았으니 이제 편하겠지.나도 편하네.”스님의 목소리는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물속에서 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나는 그 목소리에 그 어떤 것도 물을 수 없었다.행자가 안전문자를 내게 보냈던 것이 며칠 전이었다.‘△△면 주민인 김○○ 씨(남, 82세)를 찾습니다.155

  • 이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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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대구광역시지회 - 회원작품(설레랑)

속삭이는 너의 숨결은바람에 떨어지고 남은 꽃잎 하나채우는 사랑보다 비우는 사랑을보이지 않아도 보이는기다림 땜에 가지는 사랑을아름답다고 시를 쓴 시인들도그대를 보면 더 아름다운 시를 쓸 것이다 그대 만나 세상이 더 아름답고새 하늘이 밝아오는그런 가난한 내 영혼 되리라당신 사랑으로 사랑을 알게 되고길가에 풀꽃만 봐도당신 떠올리는 설레는 사랑은이미 내안

  • 설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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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대구광역시지회 - 소개(생동감 넘치는 신나는 대구문협)

1962년 대구 역전의 지하다방에서 한국문인협회 경북지부의 창립총회가 열렸다.유치환, 이호우, 이윤수, 신동집, 박양균, 전상렬, 박훈산 시인 등 이른바 한국 문단의 1세대 시인, 30여 명이 한국문인협회 경북지부를 발족하였다.회장으로 유치환, 박양균, 김성도, 김춘수, 이육기, 신동집, 권기호, 김원중이 역임하였다.대구가 직할시로 승격한 후 1982년 이

  • 안윤하대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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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꽃 피는 교실

벌써 두 달째 내 옆자리는 비어 있습니다.짝꿍인 세연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기 때문입니다.선생님은 횡단보도를 건널 땐 꼭 이쪽저쪽을 잘 보고 건너라고 말씀하십니다.꼭 두 달째 되는 월요일 아침, 세연이는 양손에 목발을 짚고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우리들 앞에 나타났습니다.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고개를 푸욱 숙이고서 말입니다.그렇게

  • 최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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