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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둥근 달이 보고 싶다

정월대보름을 앞둔 며칠 전 택배가 왔다. 발신인은 생각만 해도 그리운 고향 친구의 이름이었다. 꽁꽁 싸맨 상자를 열어보니 보름에 해 먹을 나물 등과 연한 보리를 잘 다듬어 신문지에 정성스레 싼 그녀의 정성이 들어 있었다. 눈물이 왈칵 솟아올랐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비닐에 싸고 또 싸서 얼음을 위아래로 넣은 은박지 속의 홍어 애가 있었다. 홍어 애는 벌써

  • 윤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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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025.6 71호 제주의 겨울 관광

2024년 12월 초, 제주에서 8박 9일 동안 머무는 기간에 서울에서 가까이 지내던 지인 두 분이 제주 집을 찾아 주었다. 그분들과 함께했던 4박 5일의 제주 생활은 아주 즐겁고 행복했다.그분들과 함께 3일 동안, 제주 관광을 시작했다. 우리가 하루하루 찾아나섰던 곳은 머체왓 숲길과 따라비오름, 돌낭예술원 등이었다. 세 곳 모두가 아주 훌륭한 관광지다.

  • 임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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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2025.6 71호 국보를 숭상하는 지혜로운 민족

가끔 광화문 광장을 지날 때마다 왼손에 책을 펴고 앉아 계시는 대왕을 올려보며 민족의 얼을 담은 한글을 창제하심에 감읍해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나만의 생각일까? 펜을 잡고 살아가는 모든 문인과 만백성의 생각이 같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날 IT 기술로 세계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것과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우리의 문화와 예술이 발전한

  • 조동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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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025.6 71호 쓸쓸함에 대하여

누군들 쓸쓸할 때가 왜 없을까? 살기에 바빠 쓸쓸할 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바쁜 걸 강조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정녕 쓸쓸할 틈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바쁜 사람일지라도 문득 쓸쓸함이 밀려올 때가 어찌 없을까.나는 덜 바빠서 그런지 쓸쓸함을 느낄 때가 더러 있다. 가끔씩 끙끙 앓기도 해야 하는 쓸쓸함에 잠길 때도 없지 않다

  • 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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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25.6 71호 천재 지성인 허균의 일생

1569년(선조 2년) 강릉에서 태어난 허균, 동인의 영수인 아버지 초당 허엽, 큰형 허성, 둘째 형 허봉, 누나 허난설헌과 함께 허씨 5문장가로 이름 떨치며 명문의 좋은 환경에서 최고의 스승인 둘째 형 허봉, 둘째 형의 친구인 유성룡과 서얼 손곡 이달에게 시 공부할 때만 해도 행복했다.천재로 추앙받던 시절은 짧고 인생지사 새옹지마의 굴곡을 몇 번이나 겪었

  • 김미자(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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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2025.6 71호 묵은 상(床)에 대하여

우리 집엔 낡은 호마이카 상이 하나 있다. 남편의 대학 시절 희읍스레한 여명이 스며들 때까지 하숙방의 불을 밝히던 학구열의 산증인인 이 상은 우리 부부에게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다.남편의 손때 묻은 전공 서적과 함께 우리의 신혼에 동참하게 된 이 상은 귀퉁이가 마모되고 칠이 벗겨진 내 타박의 대상이었다. 반짝반짝한 새 가구들과 그 신분이 걸맞지 않고 책상까

  • 김세희(본명·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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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025.6 71호 지구촌 시골 마을에서

약수터 가는 길, 숲정이에서 꿩 한 마리가 솟구쳤다.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얼떨결에 ‘깜짝이야’ 하고 소리쳤다. 놀라긴 했어도 얼마 만에 보는 꿩인지 반가웠다.초등학교 5학년 때다. 사냥하는 아버지 친구분이 꿩 한 마리를 허리춤에 매달고 오셨다. 두 분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가 장끼가 수꿩이라는 걸 알았다. 참새나 까치, 종다리, 비둘기 등 농촌에 흔한 텃새

  • 조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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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2025.6 71호 ‘땡큐’의미학(美學), 삶을 물들이다

오래전,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당시 외국 영화를 볼 기회란 일 년에 한두 번, 학교에서 단체 관람으로 극장에 보내 주는 게 고작이었다. 영화에서 보는 외국 풍경은 고층 빌딩과 물결치듯 흘러가는 자동차의 행렬 등 모든 것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영화에 빠져들면서도 내 마음을 크게 사로잡았던 건 그들의 특이한 생활 문화 두 가지였

  • 이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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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2025.6 71호 을왕리에서 이숙 선생님을 기리며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창밖으로만 바라다보고 살아온 시간이 오래된다. 누구의 도움 없이는 아픈 다리로 세상을 마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깥세상과의 단절은 살아가는 의미도 희망도 모두 내려놓은 삶이었다. 그것은 곧 절망으로도 다가왔다. 보고 싶은 인연들과의 단절은 나로 하여금 마음의 서러운 씨앗 하나를 심고 살아가는 형국이었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딸들을 따

  • 신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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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아빠를 닮았어요

정아는 아빠를 쏙 빼닮아서 아빠가 얼마나 귀여워해 줬는지 몰라요. 기분이 좋아서 아빠의 어깨를 안마해 드린 적도 많았어요. 어떤 날에는 아빠의 발을 씻겨 드리기도 하고 구두도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아 드렸죠.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딸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셨죠.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정아와 아빠 사이는 좀 서먹해지기 시작했어요. 딱딱하고 웃지도

  • 이정순(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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