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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사투리 수필 땜시로 쪼매이 고민 중

사투리 수필이 뭐꼬? 뭐 때매 읽기도 에러븐 사투리로 수필을 쓰는데? 첨에는 이런 이바구 많이 들었제. 『내 쫌 만지도』에 이어서 세 번째 사투리 수필집을 준비해 놓고 본께네 쪼매이 고민이 생기는 기라. 첫 시도 할 때는 이기 작품이 될란가, 아 이모 우심꺼리가 될란가 억수록 고민했제. 막상 발표하고난께네 주변에서 격려로 해주시는데 그 뒤로는 자신감도 붙고

  • 양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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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여자의 탯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유아용 욕조에 더운물을 받는 중이었다. 팔에 안겨 있던 아이가 힘없이 팔을 빠져나가 욕조 에 빠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정신을 차린 뒤 아이를 욕조 속에서 꺼냈지만 아이는 힘없이 축 늘어진 모습으로 눈빛을 잃고 있었다. 아이를 부둥켜안고 울다가 빛처럼 사라지는 환영에 놀라 잠을 쨌다. 그게 언제적 일인

  •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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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붕어빵

눈발이 흩날리는 어느 날이었다. 시내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도로 가장자리 자투리땅에 붕어빵집을 발견했다. 추운 계절이라 리어카에 비닐포장을 뒤집어 쓴 빵집이었다. 어느새 발걸음이 그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6,70대로 보이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여 주인이었다. “사장님, 비린내 안 나는 붕어 사러 왔습니다”하고 너스레를 떨며 들어섰다. “얼마치를 드

  • 박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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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은행나무

우리 집 마당에는 햇수로 40여 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네 그루 서 있다. 창고 건물과 집을 지으면서 심어진 나무라서 춘풍추우 오랜 세월 함께하여 정이 든 나무다. 은행나무가 신비한 것은 굵고 곧게 뻗어 올라가는 세찬 줄기 때문만은 아니요, 이른 봄 버들가지 개나리 등 한참 봄 잔치가 거의 끝날 무렵, 겨우 깊은 겨울잠의 눈을 비비는 은행나무의 초연함이 장하

  • 김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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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옛 운동장

칠 전 고향 동창회에 다녀온 남동생 현준과 통화할 때였다. 올해는 초등학교 입학생이 아예 없어서 조만간 분교로 바뀔 수 있다는 입소문을 전했다. 개교 백 년이 넘은 면 소재지의 학교인데 전교생이 서른 명도 안 된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폐교 대상 학교 기준은 전교생 예순 명 이하인데 그것에도 한참 모자라서 지역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고 동생은 덧붙였다.

  • 홍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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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마음의 소리

“비켜, 내가 할 거야! ” 교실 벽에 우두커니 서 있던 나에게 우리 반 주먹 대장 호철이가 달려들었습니다. 왜 평소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다가 꼭 이때만 되면 괴롭히려 드는지 모를 일입니다. 오늘도 나는 호철이 손에 다리를 붙들려 화장실로 끌려왔습니다. 맞습니다. 나는 남들과는 다릅니다. 누구나 가진 다리조차 한 개밖에 없어 남들처럼 똑바로 걷지도 못하는

  • 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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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저 우주 너머 어딘가에는

굶주린 하이에나는 결코 먹이를 놓치는 법이 없지. 우리 반 남자애들치고 철주에게 당하지 않은 애들이 없어. 철주가 나를 괴롭히지 않는 건, 내가 키가 크고 태권도를 배워서일 거야.“안녕, 난 이철주야.”철주가 능글맞게 인사하며 전학 온 내 짝 민우를 살폈어. 민우의 가냘픈 몸집과 작은 키, 꾀죄죄한 모습을 본 녀석의 눈빛이 음흉하게 빛났어.다음 날 철주는

  • 김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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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붉은 인주 자국

“고아였으면 좋으련만….” 닳고 닳아 시멘트 가루가 날릴 것 같은 육교 계단 앞에서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6차선 도로를 내달리는 자동차들 때문에 길 건너 우체국이 보였다가 안 보였다 반복되었다. 어머니가 미웠다. 아버지도 지독하게 원망스러웠다. 인연을 끊는 방법을 떠올려 보았다. 허름한 양복 안주머니에 든 봉투를 만져보았다. 내 피와 땀방울과 허기진 배

  • 김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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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길 잃은 어린 꽃씨

지난해 가을, 이곳을 지나던 소슬바람이 어딘가에서 후∼ 하 고 꽃씨를 몰아왔어요. 하필이면 그 꽃씨가 떨어진 곳은 쾨쾨한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쓰레기 더미였어요. 평소에 사랑을 담뿍 받고 자라던 꽃씨는, 자신이 바람에 실려 온 이곳이 사람들이 눈 살을 찌푸리며 다니는 길임을 전혀 알지 못했어요.그때 마침, 살랑살랑 봄바람이 꽁꽁 언 땅을 훈훈하게 녹이며 재

  • 진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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