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이라는 젖은 말을 무릎에 올리자 귀 밝은 내 곁가지 흠뻑흠뻑 빠져든다 뒤돌아 나가는 길을 잊은 듯이 잃은 듯이그 눈빛 놓칠 때 내려 앉은 광대뼈 오십몇 년 헤아려도 아득하기 짝이 없고 문고리 소소리바람잡았다 놓고 가는어차피 홑이었을 밤을 끌어당기자 오소소 떠는소리 그도 후회하는가 순식간 들이치
- 정진희
늪이라는 젖은 말을 무릎에 올리자 귀 밝은 내 곁가지 흠뻑흠뻑 빠져든다 뒤돌아 나가는 길을 잊은 듯이 잃은 듯이그 눈빛 놓칠 때 내려 앉은 광대뼈 오십몇 년 헤아려도 아득하기 짝이 없고 문고리 소소리바람잡았다 놓고 가는어차피 홑이었을 밤을 끌어당기자 오소소 떠는소리 그도 후회하는가 순식간 들이치
푸르던 잎새들이 한때는 즐거웠지 활기찬 지난날이 그리워 생각난다 그처럼 굴러가는 게우리 인생 아닌가나뭇잎 가지마다 황홀한 색을 띠다 찬바람 불어대니 하나 둘 떨어지고 마음을 텅 비우고서살아가는 노신사
산다는 괴로움은 잎 지면서 시작되고 혹독한 하루들을 삭막하게 사는 지금 한치도 물러섬 없이 제자리를 지킨다삭풍에 다 털리고 팔다리 뒤틀려도 거역 못할 고문을 견뎌내야 봄은 오고 신념을 꺾지 않는다, 동토의 나무는
섬이 뭍도 되고 뭍이 섬도 된다 거기에 몸 비집어 가부좌 틀고 앉아 그 뜻을 알겠느냐고선문답하는 도량큰스님은 예쯤에서 달을 보았으리라 그 달빛 머물던 바다 예불 소리 넘실대고 아득히 마주한 안면도 숨죽여 엿듣고 있다
6·25전란 시 태어난 유복자는 지팡이 한 자루 적선 받지 못한 채 모질게 너무나 일찍 방생되어 버렸다흙수저 들었다고 슬퍼한들 무엇 하리 밑바닥 낮은 곳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 차라리 홀가분하여 거칠 것이 없었다물불을 안가리는 인고의 세월 속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자수성가 원동력 이제는 황혼의 길
밀물은 썰물갈이 썰물은 밀물갈이 땡볕에 타는 설움 하얗게 살아나니 이고 진 번뇌의 하늘침묵으로 품었다창백한 해수유통 짠맛을 우려내나 바닷물 삶아내는 유혈의 가시밭길 짠 덩이 나는 말들을염전밭에 앉힌다깊은 맛 혀끝 여음 짜디짠 여향으로 올 곱게 품어 왔던 염수 뺀 눈물 연가 백설은 꿈틀거리며 눈물
평화의 댐 강변 동쪽 조성한 작은 공원 솟아 있는 기념탑과 돌무덤 위 십자가 잠들고있는 것이냐말이 없이 무겁다백암산 기슭에는 흰 구름 떠가고 철조망 언덕 안에 녹슨 철모 하나 꽃다운나이에 산화한 무명용사 넋 달랜다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철모 하나 총탄에 뚫어진 채 붉게 붉게 녹이 슬고 싱싱한초여름
꽉 잡고 싶은 거야 눈길도발길도막차 가면 적막 속에 까무룩혼절하다첫차와 함께 눈을 뜨지 사랑고픈내 맘 한 쪽
9월의 달밤이면소금을 뿌린 듯이하얗게 향기 뿜는 메밀밭의 향수여 메마른 자갈밭에도 알찬 열매 맺는다메밀도 굴러가다 서는 모가 있다고 그 메밀 봄내 오면 줄줄이 타래져서 춘천의 막국수 하면 천하일미 소문났지친구야 입맛 없음청춘열차 타면 된다막국수 고장이라 맛좋고 인심 좋은 후루룩입맛 돋우는막국수가 기다린다
삶이란 파도타기다, 그 말씀의 바다에 와서 산산이 부서지고 다시 세운 푸른 입지(立志) 여기는 어머니의 바다, 체험 삶의 현장이다.거친 파도 헤쳐야 산다, 포말처럼 되뇌이며 젊은 날 꿈 밀려와서 파도치던 나의 바다 여기는 낭만의 보고(寶庫), 반짝이는 세상이다.내일의 태양은 뜬다, 가슴앓이 뜨거웠던저 깊은 수심을 뚫고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