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옹달샘가 이슬방울 영롱한데 참빗 살로 빗은 햇살 발길에 묻어나고 오솔길 풀숲 속으로 꼬불꼬불 숨는다. 두루미 긴 모가지 논귀 물 속 헤집고땀에 절은 베잠방이 낟알 세며 기원하는 구수한 새참 들밥이 손짓하는 논두렁 길.
- 이숙자(雅蘭)
싱그러운 옹달샘가 이슬방울 영롱한데 참빗 살로 빗은 햇살 발길에 묻어나고 오솔길 풀숲 속으로 꼬불꼬불 숨는다. 두루미 긴 모가지 논귀 물 속 헤집고땀에 절은 베잠방이 낟알 세며 기원하는 구수한 새참 들밥이 손짓하는 논두렁 길.
오래된 자리에서 시간의 테를 감고 어디서 온 뜻 묻고어디로 갈 뜻 잊어 오로지 지금을 지켜 온 내 전생의 긴 침묵
뿌리로 시작되어단정한 몸 매무새땅속에 묻힌 날들이제야 내 손 위에한 줄씩줄을 세우며 허리 굽혀 다듬다 눈물이 배어 나와라일락 꽃 향기에다듬는 것이 아닌내마음빗고있다올곧게살아가는 힘 알아보는 일이다
동백나무 꽃봉오리필까 말까 붉은 마음 오가는 눈길들에 계절 소식 알리며 불 같은 속 사부자기 꽃잎 하나 인사다.
아들 며느리손주들 세배오고 가는 선물 보따리 웃음꽃 활짝 핀다 두물머리서 보는 아름다운 설산하얀 눈으로포근하게 덮인 강 아들 며느리든든하고손주들의 부추김 행복의 미소 부른다 아들이 굽는숯불고기입에서 살살 녹아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배경 좋은 카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커피 향에 취
그녀가 있던 자리엔언제나 바람이 있었다. 개울은 흐르고 있었지만그날만은물살이 숨을 죽인 듯했다. 그녀가 튕긴 돌 하나,물 위에 맴돌다내 안에 오래 번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발끝에 머문 바람이말보다 먼저 떨었다. 햇빛이 그녀의 머리칼에 내려앉고 맑은 눈동자가물빛처럼 스며들었다. 그녀가 웃을 때
가없이 광활한 밤하늘에영롱한 빛으로외롭게 떠 있는 달님아 불 꺼진 창문을 들여다보며침실을 오렌지색으로 적시는달빛에 잠 못 이루어전전반측하는 밤 시리도록 외롭고저리도록 그리움을너만은 외면하지 않고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밤새도록 애연하게울어대는 풀벌레 소리에열꽃처럼 피어나는내 마음의 한 자락을흐르는 달빛에 띄워 너에게 보낸다.
시냇가 돌 오랜 세월에닳고 닳아서 둥그러지듯너와 나 모난 마음 세월에 부딪히며 모난 곳 깎이고 깎이어 끝없이 깎이어 너와 나 이젠 화나는 일에도웃음 지울 수 있다네세월이 못난 나를 둥글게 둥글게 다시 만들었다네흐르는 물이 아니어도흐르는 바람과 구름이모난 곳 모두 앗아가 버렸다네
수백 년 세월 동안 지치지 않고 푸르름을 지켜온 사철나무도 바다 위에 떠오르는 달을 보고 득도하려 여기에 서 있나 보다 깜깜한 밤하늘에 환한 달 보면 행여나 이 몸도 깨침을 얻을까 먼 바다 바라보며 설레다가밀물이 들면 가는 길 막힐라서둘러 뭍으로 향한다 아무래도부처님의 가피(加被)를입을날은&nb
눈이 온다는 소설엔눈은 아니 오고소국이 피더니 오늘에야 첫눈이 내려 흰 이불처럼 소국을 보드랍게 덮어준다 손녀 닮은 소국 눈 이불 덮고 졸고 소국 닮은 손녀눈 온 화단에서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