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2월 6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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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덜룩 회색 날개 퍼덕거린다
높이 날지도 못하는 놈들이
도망칠 구멍이라곤 없는 줄 다 앎
느림보들 속에 숨어 있다고
그럴수록 드러나는 엉덩이
배추망으로 만들었잖아
채를 들고 살살 발을 떼어 놓는 남자
순식간에 하나의 생을 덮어씌운다
부리가 고무링에 서너 번 감긴다
개 짖는 소리
단박에 숨을 끊어 놓지는 않는구나
하룻밤에 몇 마리씩 훔쳐갈까
한 번도 훔쳐보지 못한 남자
간이 살구씨만 한 남자
꿈속에서나 해보았을지도 모를 남자가
자기네 식당 간판에다가는 정작
견고딕체로 커다랗게 새겨 놓은 네 글자
훔 친 오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