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2월 6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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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들지 않은, 빨간 맨손이
항상 내 앞길에 돌을 놓았다
그 돌에 넘어질 때마다,
나는 잡히지 않는 분풀이의 존재로 삼았다
돌은 진즉에 돌아가라는 말이었다는 것을
요즘에 와서 알게 되었지만
상처가 흉터와 손을 잡고 찾아오면
앞길에 놓인 돌을 뒤로 옮겨 놓기를 반복했지만
빈손의 주인은 자꾸 돌을 굴려서 온다
어떤 돌은 앞길이 캄캄한 모습을 하고
또 어떤 돌은 천근의 무게로
저울 위로 한사코 올라가 있다
무표정을 한 돌은
나를 가리키며 동반자라고 했다
돌은 제 속을 가리키며
얄미운 속셈이 들어 있다고 했다
나의 가장 무거운 무게가 되겠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게 남아 있는
작고 얇은 감당을 보여주곤 했다
어느 날 돌은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전생이 그대로
내게 빚 받으러 왔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