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으내 수천수만의 이별을 하고시린 가슴조차 없는 가로수겨울 해는 짧았다수선스럽던 골목의 사람들은저마다의 왕궁으로 사라졌다어둠을 걷어 올리는 가로등이 켜지고길가 트럭 장사를 끝낸 어떤 이가주섬주섬 노곤한 하루를 접는다무표정한 어깨 위로흔들리는 달빛이 오브리처럼 흐른다그가 돌아가는 곳이 남루해도 괜찮다높은 담벼락과 사립문이 없어도 좋다어둠을 밝히는 작은 등불과
- 윤복선
가으내 수천수만의 이별을 하고시린 가슴조차 없는 가로수겨울 해는 짧았다수선스럽던 골목의 사람들은저마다의 왕궁으로 사라졌다어둠을 걷어 올리는 가로등이 켜지고길가 트럭 장사를 끝낸 어떤 이가주섬주섬 노곤한 하루를 접는다무표정한 어깨 위로흔들리는 달빛이 오브리처럼 흐른다그가 돌아가는 곳이 남루해도 괜찮다높은 담벼락과 사립문이 없어도 좋다어둠을 밝히는 작은 등불과
매번 나는너한테 진다 말싸움해도 지고머리싸움해도 지고 무엇을 해도 진다 눈물 흘리는 것까지도 진다 아무리 찾아봐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나에게는 없다.
하늬바람이 정원을 가로지르자 조팝나무, 하얀 여우꼬리를 턴다 지나던 벌 한 마리공중에서 발을 멈추고 묻는다 4월에도 눈이 오나요겨울은 이미 떠났는데 버리지 못한 세월이가지 끝에서 다시 피어나는가 나부끼는 흰 기억을멈출 수 없어 하얗게 덮인 시간의 머리 위에 봄이 조용히 앉는다 바람은 정
골목 CCTV에턱 빠진 얼굴 하나가 지나가지만긴 그림자는 끝내 도착하지 못한다 지도 앱으로도 찾지 못하는 막다른 길 환승역에서 흩어져버린 얼굴들아무도 저장하지 않은 이름들종점엔 눅눅한 바람이마지막 하차 알림처럼 운다 굳게 닫힌 창문열리지 않는 대화창부재로 남은 눈빛들영혼이 삭제된 존중 메시지 하나 ‘당신을 존중합니다.말라
대공 속이 텅 빈 꽃을 아는가어떻게 물을 올려내어 피웠는지향기를 잃지 않은 암술과흐느적거리며 견디는호리호리한 줄기 위로치마는 무심하게 펄럭이고 있다 너는 콧노래를 부르는 나르시스 꽃잎 굳이 자신감을 보이지 않아도가슴을 한껏 내밀지 않아도오솔한 길 위를 맘껏 거니는거룩한 들꽃이라고 불러줄 텐데 너는 꺾이는 운명을 기다리며기어이 그렇
초승달 외로운 하늘순간 포착할 수 없이화살처럼 날아가는 어둠 속 여객기 짐작으로 더듬어 보는 항로 발돋음해 보지만별 총총한 하늘에는침묵만 흐르고 마당 한가운데 동그마니 서 있는 달빛 젖은 그림자뿐까슬한 바람만 목에 감긴다 해마다 엄동설한에 봄볕처럼 다녀가는 보약 같은 웃음꽃들 낯선 나라
밤새 응결된 불면의 결정체 세상 뭇 사랑들의 숨이 흘러나올 때 먼 바다 끝을 향해 터져나오는 길고 찬 바람 서슬한 흰 막대기들 한 층 한 층 쌓아 올린 탑의 흔적
대로를 내려놓고 굽이든 산길에 든다 비선대 지나 눈 쌓인 오르막길접어든 숨이 가파르다 그 길 끝머리에 벼랑을 붙잡고아슬하게 서 있는 철계단 계단은 모두 절벽을 품고 있다내 안의 수많은 절벽을 한 계단씩 넘어야다다를 수 있는 금강굴 바위틈에 터 잡고 풍상으로 몸을 세운소나무 고요한데송골매 한 마리가 적막을 길게 긋는다&nb
깊어 가는 가을아침공기가 차가워 오네요가로수 은행잎은 한잎 두잎 떨어져도로 위 황금빛 수를 놓고신장로 건너편 들녘엔고개 숙인 벼이삭 물결로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네 솔솔 부는 가을 바람곁앞뜰 그네 벤치에 앉아따뜻함을 느끼는 햇빛 속채비에 몰두되어덧없이 지난 세월을 말하듯그 푸르던 정원 잔디도노란색을 띠기 시작하고 뒷동산의 나뭇잎도 저마다
앞줄이 방패막이 되어주고뒷줄이 울타리 쳐주는 자리 앞이나 옆에게 장난을 걸거나폰눈팅을 해도 들키지 않을 만한 자리머리만 숙이면 눈에 띄지 않아 지적당하지 않을 지명 당해 뽑히지도 않을 만한 자리 자라처럼, 궁금하면 고개 쑥 올렸다가어느 순간 고개 슬쩍 숙여 펼치는 나만의 자리 중간, 내 안전지대 언제부터인지 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