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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어떤 이의 저녁

가으내 수천수만의 이별을 하고시린 가슴조차 없는 가로수겨울 해는 짧았다수선스럽던 골목의 사람들은저마다의 왕궁으로 사라졌다어둠을 걷어 올리는 가로등이 켜지고길가 트럭 장사를 끝낸 어떤 이가주섬주섬 노곤한 하루를 접는다무표정한 어깨 위로흔들리는 달빛이 오브리처럼 흐른다그가 돌아가는 곳이 남루해도 괜찮다높은 담벼락과 사립문이 없어도 좋다어둠을 밝히는 작은 등불과

  • 윤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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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세션 종료

골목 CCTV에턱 빠진 얼굴 하나가 지나가지만긴 그림자는 끝내 도착하지 못한다 지도 앱으로도 찾지 못하는 막다른 길 환승역에서 흩어져버린 얼굴들아무도 저장하지 않은 이름들종점엔 눅눅한 바람이마지막 하차 알림처럼 운다 굳게 닫힌 창문열리지 않는 대화창부재로 남은 눈빛들영혼이 삭제된 존중 메시지 하나 ‘당신을 존중합니다.말라

  • 강명숙(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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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나르시스

대공 속이 텅 빈 꽃을 아는가어떻게 물을 올려내어 피웠는지향기를 잃지 않은 암술과흐느적거리며 견디는호리호리한 줄기 위로치마는 무심하게 펄럭이고 있다 너는 콧노래를 부르는 나르시스 꽃잎 굳이 자신감을 보이지 않아도가슴을 한껏 내밀지 않아도오솔한 길 위를 맘껏 거니는거룩한 들꽃이라고 불러줄 텐데 너는 꺾이는 운명을 기다리며기어이 그렇

  • 전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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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채비

깊어 가는 가을아침공기가 차가워 오네요가로수 은행잎은 한잎 두잎 떨어져도로 위 황금빛 수를 놓고신장로 건너편 들녘엔고개 숙인 벼이삭 물결로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네 솔솔 부는 가을 바람곁앞뜰 그네 벤치에 앉아따뜻함을 느끼는 햇빛 속채비에 몰두되어덧없이 지난 세월을 말하듯그 푸르던 정원 잔디도노란색을 띠기 시작하고 뒷동산의 나뭇잎도 저마다

  • 이병석(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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