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좋다.잠에서 깨어나 커튼 사이로 스며든 햇살을 살며시 보면서 숨을 크게 들이쉬니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이렇게 또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분께 기도를 올리고 나면 나도 모르게 산뜻한 의욕이 샘솟으니 더욱 좋다.아직 변호사 현업에 종사한다고는 하지만 일감이 적당히 줄어 이곳 양평으로 내려와 살면서 재택근무를 주로
- 추호경
참좋다.잠에서 깨어나 커튼 사이로 스며든 햇살을 살며시 보면서 숨을 크게 들이쉬니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이렇게 또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분께 기도를 올리고 나면 나도 모르게 산뜻한 의욕이 샘솟으니 더욱 좋다.아직 변호사 현업에 종사한다고는 하지만 일감이 적당히 줄어 이곳 양평으로 내려와 살면서 재택근무를 주로
이촌역 부근 돈지방 철로 건널목에서 한강대교 북단 방향으로 가는 아파트 뒤편에는 2차선 차도와 한적하기 짝이 없는 인도가 있다. 남쪽 차로 변에는 높이 세워진 방음벽이 있고 북쪽 인도 너머에는 경의중앙 선을 달리는 철로가 있다.지대가 훨씬 높은 이 길과 40미터쯤 떨어진 철로 사이에는 이름 모를 잡목이 빽빽이 들어섰다. 울창한 숲 때문에 철로는 잘 보이지
아침 산책길이다. 타지에서 맞는 아침이라 떠오르는 상념이 사뭇 다르다. 여인의 치맛자락처럼 단아하게 굽이진 안흥지 둘레를 사붓사붓 걷는다. 쌍둥이 분수대가 서로 화음을 맞추니 발걸음도 따라 리듬을 맞춘다. 건너 정자가 한 송이 연꽃처럼 고고하게 떠 있다. 그 옆에 휘늘어진 수양버들이 운치를 더한다. 내 마음을 따라 발길은 무심결에 그곳으로 향한다.오작교를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요즘의 사건, 사고들을 보면 사회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을 인(忍)’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데 소중한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것 같다. 우리도 어떤 나라처럼 총기 허용이 되는 나라였으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아마 더 큰 희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종 흉기들을 휘둘러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위험
눈이 내리려는지 끄느름하다. 서둘러 공원을 오른다. 누가 신호를 보낸 걸까, 수십 마리의 비둘기가 떼 지어 날아 앉는다. 동물애호가가 먹이를 쏟아놓고 간 모양이다.‘배가 하나같이 땡땡하네. 잘 먹여서 그런가.’혼자 응얼거리는데 뒤 오던 아저씨가 엿들었나 보다.“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깃털을 켜켜이 쌓아 두어야겠지요. 봄이 되면 하나둘 빠질 거에요. 동
이 이야기는 부산에서 6·25 피난생활을 끝내고 서울에 돌아와서 처음 들었다. 여중에 입학한 후, 창덕궁 근처 일가집을 방문했을 때이다. 그 집 할머니께서 어린 나를 할머님이라고 부르며 무척 반기셨다. 나를 앞에 앉혀 놓고는 당신이 알고 있는 우리 집의 내력을, 손녀딸에게 옛날이야기를 하듯 말해 주셨다. 육이오가 일어나기 3년 전, 함경남도 북 청에서 다섯
박넝쿨은 초가의 벽을 타고 올라 지붕을 덮는다. 한여름 지붕은 초원 지대로 변신한다. 6월에서 8월에 꽃을 피우는데 밤에는 꽃잎을 열고 낮에는 닫는 수줍음이 많은 꽃이다. 가을이면 박속도 여물어 달밤이면 허연 박덩이가 알몸을 드러낸다. 잘 익은 박은 가운데를 갈라 속은 파내어 데쳐 박나물을 만들어 먹는다. 껍데기는 물에 삶아 말린다. 이때 볕에 말리면 모양
남광주 새벽 난장에서 다슬기 무더기가 눈에 띄었다 요즈음에는 쉽게 볼 수 없던 터라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6·25 전쟁통에 피난살이로 나는 외가에서 석 달을 보냈다. 드들강이 가까운 부근 냇가는 꼬마들이 여름 한철나기에 알맞은 놀이터였다. 바깥세상 돌아가는 것은 어른들의 걱정이고 우선 학교 안 가고 시골로 내려와 사는 피
요즈음 시골에 유기견들이 너무 많다. 도회지에서 키우다가 싫증이 나거나 무슨 사정이 생기면 멀리 시골에 버리고 가는 것 같다. 내가 퇴직 후 돌아와 머무는 고향 마을에도 그런 개가 여러 마리 있다. 이들이 꾀죄죄한 몰골로 다니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도대체 잠은 어디서 자며 먹이는 어떻게 구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설령 잠은 빈집 처마 밑 이나 들판
몇 년 사이 우리 경제가 많이 침체되어 있다. 생활물가는 뛰고, 기업은 기업대로 힘들다고 한다. 나라 살림도 휘청거린다고 하니 누가 나를 도와줄 것인가? 그래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느냐? ”고 물으면 “죽지 못해 산다”고 대답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만큼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리라. 그래서 우리는 죽는 날까지 살아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