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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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공포에 빠트렸던 ‘폐페스트’ 대유행이 끝나고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회복기에 접어든 그해 5월, 거대 도시 에코폴리스(ecopolis) ‘평화시’에서 그 기괴한 일이 발생한 것은 어린이날을 불과 사흘 앞둔 5월 2일 밤이었다. 무진동 차량 운송사 ‘KR’의 김민수 대표는 그날따라 혼자서 늦은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회사 보유 차량 20대가 모처럼 모두 일을 나가 평택에 있는 주차장이 텅 비어버린, 경사 때문이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폐페스트’ 대유행 기간은, 모든 차량을 은행에 저당잡히고 직원들도 모두 해고한 채 회사 대표인 자기 혼자만 남아서 정부 보조금으로 겨우겨우 연명해 온 세월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변종 폐페스트’에 걸려 죽을 뻔했었다.
19대가 차고지에 돌아왔고 1대도 곧 들어올 예정인 밤 10시경,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6시 이후에 작성한 파일을 USB에 빨리 다운로드했다. 순간 대표실 정면의 유리벽에서 가벼운 신호음과 함께 증강현실 HUD 화면이 번쩍 떴다. 이는 AI 기술을 응용해서 세계적인 핫이슈가 생길 때마다 즉각 벽면에 뜨도록 세팅한 프로그램 덕분이다.
“뉴스 특보입니다. 평화시 시민 여러분,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지금 속히 실내로 들어가 전원을 꺼주십시오. 빨리빨리 서두르십시오. 시민 여러분, 길에 나오는 일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오늘 밤 ‘에코동물원’에서 맹수가 탈출했습니다. 중대본에서는 평화시뿐 아니라 주변 도시의 시민들께도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등화관제에 협조하면서 방송에 귀 기울이시길 당부했습니다. 정부는 첨단 무기로 무장한 경찰 신속 대응팀 4개와 2개 사단 병력을 투입하여 맹수 포획에 나섰습니다.”
김 대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까 낮에, 신문사에 취업됐다며 오늘 저녁 한턱 쏘겠다는 김삼봉 기자의 전화를 다행히도 거절했었다.
“축하하네.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나? 사실 내가 오늘은 정말 중요한 야근이 있어서 말이야. 미안하네.”
5년 전 동문회장을 할 때 김삼봉이 총무를 해줘 늘 빚진 마음이지만 오늘 밤만큼은 20대 트럭이 모두 업무를 완수하는 걸 확인할 겸 그간 미뤘던 업무도 처리할 생각이었다. 화면에서는 총을 든 군인들이 큰 도로를 바리케이드로 차단한 채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민간인들을 거칠게 군용 트럭에 태웠다. ‘폐페스트’ 대유행 때도 당국에선 시민들을 범죄자 다루듯 했기 때문에 김 대표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바이오 기술이 집약된 온갖 발명품에 아무리 자유롭게 적응된 현대인일지라도 공권력은 늘 그악스럽다.
사자야 호랑이야? 하면서 그는 뉴스를 클릭했다. 하지만 아무리 검색을 해도 동물 이름은 나오질 않았다. 하긴, 작년에도 이상한 뉴스 특보가 떴었다. 수영선수 침팬지와 고층빌딩 외벽을 오르는 팔등신 미녀에 대한 뉴스였다. 침팬지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거뜬히 따돌리는 수영 솜씨를 선보였고, 팔등신 미녀도 카메라 앞에서 첩보원 수준의 솜씨로 100층 빌딩을 쏜살같이 올라갔다. 둘 다 국립과학원에서 DNA가 조작된 개체라는데, 팔등신 미인의 실제 나이가 80살이란 사실을 전하는 50대 리포터가 오히려 자신의 흰머리와 얼굴의 주름살을 민망해할 정도였다. 유전자 조작이 된 인간을 영상으로 본 국민들은 격노했고, 그 주제를 가지고 TV 토론에 나온 패널들도 침을 튀기며 격돌했다. 쏟아지는 항의성 댓글에 유명 포털들도 일주일이나 다운됐었다.
인간이 조작한 과학은 도대체 그 끝이 어디일까? 낮에 백화점에서 아들에게 줄 어린이날 선물을 사놨던 그는 의무감에 떠밀려 전원을 모두 끄고 재킷을 걸쳤다. 서둘러 복도로 나오는데 아내가 전화를 걸어 다급하게 소리쳤다.
“민수 씨, 오늘은 회사에서 자.”
“무슨 소리야? 지금 막 사무실서 나가는 참인데.”
“재난 방송을 들으니까, 탈출한 맹수 땜에 수도권 전체가 통행금지됐고, 군인과 경찰이 많이 출동했어.”
“영준이 선물도 사놨는데, 그깟 맹수 한 마리에 덜덜 떨긴!”
“그게 아냐. 여러 마리인 것 같아.”
아내의 목소리에서 공포심이 묻어났지만 김 대표는 고개만 갸웃했다. 어쩌다 회사에서 회식이라도 할라치면 집에 빨리 오라고 전화로 다그치곤 했던 아내다. 세상일이 순식간이라지만 동물 몇 마리 때문에 이 큰 도시가 마비된다는 건 도무지 상상이 안 됐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김 대표는 깜깜한 방에서 블라인드 틈서리로 창밖의 사정부터 살폈다.
아깐 몰랐는데 놀랍게도 창밖의 세상은 외계 행성의 도시처럼 깜깜하고 적막했다. 도로엔 차량은커녕 행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가로등도 모두 꺼졌고, 태양광 패널을 매단 몇몇 광고판과 버스 승강장의 불빛만이 희미했다. 이 건물은 정전이 아닌데? 하면서 그는 기어이 사무실을 나섰다. 모처럼 사업이 호황인 이 축복받은 날 동물 따위에 굴복할 순 없다는 생각이었다. 아주 독하다는 ‘변종 폐페스트’에 걸렸을 때도 잘 나았고, 더구나 자신은 특공대를 전역한 재원이 아닌가. 자기 차가 주차된 지하 4층까지 안전하게 내려갈 수만 있다면, 그리고 20분만 달리면 자기 아파트란 계산을 하면서 그는 용기를 냈다.
당당하게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던 김 대표는 급작스러운 퍽, 소리와 정전 사태에 우뚝 서고 말았다. F라인 복도의 비상 유도등 2개만이 흐리멍덩하게 살아남았을 뿐이다. 도심의 중앙에 위치한 이 매머드 건물로 말하면 지하 1층에서부터 지상 9층까지 열 개 층을 백화점에서 쓰고 38층까지가 사무실이다. 그가 세 든 15층 F라인의 복도에서 그는 우뚝 선 채로 생각했다. ‘폐페스트’ 대유행 때 인간이 얼마나 위축되었던가. 왜 하필 이 축복받은 날 재난이 발생한 걸까? 이러다가 혹시 비상 사태가 길어지고 국민은 또 개돼지가 되는 거 아냐? 김 대표는 신음했다.
“오, 인간의 자유와 이성이여!”
문명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정전이라니! 하긴 지난번 ‘폐페스트’ 대유행으로 문명이란 게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뼈저리게 학습한 만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제 겨우 대유행으로부터 한숨을 돌릴 만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악재가 터진 것이다. 마흔여섯에 얻은 초등학교 1학년 외아들 녀석 때문에 그의 마음은 몹시 흔들렸다.
“아, 제발!”
그의 가슴에선 용기가 맹렬히 샘솟았다. 엘리베이터도 정전이기 때문에 그는 비상계단을 이용했다. 다섯 층을 내려왔을 때 중대본에서 보낸 안전 문자가 떴다.
-맹수는 두 마리 이상입니다. 이 개체들은 에코동물원으로 이송하던 중에 평화 사거리에서 차량을 빠져나간 것들입니다. 지금 신속 대응팀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사오니 국민 여러분은 반드시 집 안에 머물러 등화관제에 협조해 주십시오.
평화 사거리라면 자기 집 방향으로 불과 10분 거리다. 김 대표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단전에 바짝 힘을 준 그는 용기를 내어 비상계단을 내려갔다. 지하 4층 주차장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후닥닥 SUV에 올라 도어만 잠그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리 사나운 동물이라 해도 차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다.
2층에 이르렀을 때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2층 비상계단으로 말하면 밤에만 스테인리스 방범 셔터로 차단될 뿐 낮엔 수입 명품 의류 매장이 몽땅 포진한 백화점 2층과 합류되게끔 되어 있다. 방범 셔터 너머에서 갑자기 그렁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들리자 김 대표는 도망치듯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공포를 느낄 틈도 없었다. 갑자기 셔터를 부술 듯 와장창 하는 소리에 김 대표가 1층 계단참에서 올려다본 순간이었다. 온몸이 시커먼 표범이 2층 방범 셔터를 마구 물어뜯으며 응그렸다. 무시무시한 근육질에 덩치가 상상 이상이었다.
마침 백화점 1층에서 레이저 소총을 든 경찰들이 달려왔다. 방화 셔터를 사이에 두고 한 경찰관이 소리쳤다.
“이봐요, 어서 피하지 않고 뭐해요? 이 건물에 맹수가 들어온 것 몰라요?”
“그러잖아도 검은 표범이 내게 사납게 덤벼들다가 방범 셔터에 막혔어요. 바로 위층에서….”
“진즉 알려주지 않고!”
경찰 지휘자가 즉시 레이저 소총을 쏴서 1층의 방화 셔터를 잘라버렸다. 순식간에 사람이 통과할 크기의 구멍을 만들고는 경찰들 모두 비상계단 쪽으로 나왔다. 이들이 군홧발 소리를 울리며 용감하게 2층으로 뛰어 올라가는 동안 김 대표는 서둘러 아래로 더 도망쳤다. 이내 동물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경찰들의 고함이 뒤섞여 울려 퍼졌다.
지하 4층에 도착했지만, 설상가상 주차장 철문이 열리질 않았다. 그 옆에 절망적인 문구가 붙어 있었다.
-철문 사용은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늘상 엘리베이터만 이용해 왔던 김 대표는 거의 공황 상태였다. 그는 주먹으로 철문을 마구 두드렸다. 쾅쾅쾅쾅 쾅쾅쾅쾅!
“누구 없어요? 너무 위험해서 그러는데 거기 누구 없어요?”
이 큰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 누구든 있을 텐데, 하면서도 순간 번득이는 생각이 있었다. 1층의 방화 셔터에 아까 큰 구멍이 뚫렸으니 자신이 거길 통해서 백화점 안으로 들어간다면,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내려가 쉽게 지하 4층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도중에 표범을 만나면 어떡할 것인가.
힘이 풀린 김 대표는 계단에 주저앉았다. 이젠 15층 사무실로 돌아갈 수도 없다. 어디선가 맹수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퇴근을 말렸던 아내의 얼굴과 선물을 애타게 기다릴 아들의 얼굴이 차례로 스치자 그는 다시 이를 악물고 철문을 두드렸다. 쾅 쾅 쾅 쾅쾅쾅쾅쾅.
“누구 없어요? 거기 누구 없어요?”
갑자기 철문 손잡이가 덜컥이자 김 대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혹시나 표범이라면 죽을힘을 다해 싸울 생각이었다. 활짝 철문을 연 경찰이 놀라며 레이저 소총을 얼른 내렸다.
“당신 누구야? 하마터면 쏠 뻔했잖아!”
까만 헬멧에 붙은 보안경 때문에 얼굴은 안 보이지만 잔뜩 성이 난 말투였다.
“죄송! 지금 퇴근하는데, 내 차가 여기 주차장에 있걸랑요.”
“대피령 몰라요? 뻑하면 물려 죽어! 벌써 군인과 경찰, 시민 다수가 희생됐는데 방송도 안 들어요?”
“미안합니다만, 내 차가 바로 저기 F라인에 있어요.”
자신의 SUV가 주차된 방향을 가리키는 순간 김 대표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침 일찍 부산에 갔던 미복귀 차량, 4호차 강 주임이었다.
“대표님, 제가 응급실에 실려와 수술을 받느라 미처 전화 보고를 못 했습니다.”
“응급 수술이라니? 차고지에 차를 두고 지금쯤은 평택 처갓집에서 쉬고 있을 시간 아냐?”
“맹수들 있잖습니까. 실은 제 차량으로 운송하다 탈출한 것들입니다.”
어이쿠, 하고 김 대표는 자신의 뒷목을 잡았다. 계약서에는 실험실에서 실험실로 옮기는 무균 돼지라고 적혀 있을 텐데, 맹수를 실었다니? 계약 위반이 틀림없지만 그건 경찰서에 가서 따질 문제고 지금은 강 주임의 몸 상태가 위중하다.
“그래서 얼마나 다쳤나? 이렇게 전화라도 할 수 있어 천만다행….”
갑자기 핸드폰의 전원이 방전되어 버렸다. 마침 경찰도 무전기로 상관의 지시를 받았다.
“박 팀장, 지금 위로 이동해서 지원해 주길 바란다. 우린 지금 3층 매장에서 흑표와 대치 중이다. 이동하면서 점박이 수색을 계속하되 발견하면 즉시 사살하도록. 오버.”
김 대표가 한마디 거들었다.
“까만 표범은 아까 나하고도 2층에서 마주쳤는데.”
팀장이 김 대표를 향해 고개를 휙 꺾었다.
“닥치고, 우리 뒤나 바짝 따라오슈!”
“내 차가 바로 저기 있다니까.”
“이봐요! 뒈진다니까. 어차피 봉쇄돼서 나갈 수가 없고, 큰길도 곳곳이 군 바리케이드에 막혀 바로 붙잡혀! 두 마리는 이 건물 안에 있고 또 다른 놈들이 평화대로에서 돌아다니고 있단 말이오.”
다른 놈들이란 표현에 김 대표가 식겁했다.
“재난 문자에선 2마리라고 했는데 4마리 이상이요?”
“이런 벽창호 같은. 여보슈, 지금이 비상사태란 걸 몰라?”
김 대표는 아연실색했다. 이것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문제임이 틀림없다. 김 대표는 경찰들 뒤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열 명의 무장 경찰이 대오를 지어 지하 4층 주차장 곳곳을 살피면서 나아갔다. 김 대표는 F라인 자신의 차 앞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H라인의 한 기둥 앞에서 바닥의 핏자국을 발견한 경찰이 급히 멈춰 사진을 찍고는 륙색에서 통을 꺼내어 샘플을 채취했다.
“아까 우리 대원이 쏜 레이저빔에 맞은 것 같다. 출혈량이 적은 걸로 봐서 가벼운 부상 같군. 알파 나와라, 여기는 찰리. 동물의 핏자국을 발견해서 샘플을 확보했다. 오버.”
“알았다. 지하 3층 주차장으로 이동하라. 오버.”
하지만 채 이십 미터도 못 가서 그들은 경악했다. 민간인 희생자로 보이는 주검이 주차장 기둥 뒤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살은 찢기고 목이 처참하게 꺾인 채 바닥에 흘린 피가 흥건했다. 팀장이 무전기를 들었다.
“여기는 찰리, 알파 나와라, 오버. 지하 4층 주차장에서 희생자를 발견했다. 처참한 모습이다. 빨리 감식반을 보내주기 바란다, 오버. 위치는 J라인 18번 기둥이다.”
“여기는 알파, 이 건물에서만 벌써 희생자가 열한 명으로 늘어 안타깝다. 감식반을 즉시 보내주겠다. 이동을 멈추고 증거물 보전과 안전을 확보하도록, 오버.”
팀장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현장을 보존하는 동안 군 앰뷸런스가 달려왔다. 응급요원과, 군의관, 법의학 명찰을 매단 요원이 내리고 뒤이어 기자 완장을 찬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내렸다. 기자가 김 대표를 보자마자 덥석 손을 잡았다.
“김 선배, 접니다. 아까 낮에 전화했던. 평화 다이제스트 사회부 기자 박용민.”
박용민이라고? 김 대표는 의아한 눈으로 그를 훑어봤다. 자신이 아는 후배 기자는 분명히 김삼봉이다.
“자네 모습은 틀림없는데, 그간 살도 쪘고 머리염색도 했군. 자넨 원래 환경운동가 아냐?”
“얼마 전까진 환경운동가였죠.”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무리 봐도 고등학교 5년 후배인 그의 이름은 김삼봉이다. 고교 동문회에선 김짬뽕이란 별명으로 더 자주 불렀던 그가 무슨 사연이 있어 박용민으로 바뀌었는지, 1년 만에 만난 김 대표로선 이해가 안 갔다. 더구나 전국적으로 알려진 박용민이란 이름으로 말하면, 되똥한 사건을 자주 매스컴에 터뜨려 한때나마 ‘한국의 어산지’로 불렸던 별난 경력의 소유자다. ‘레트로바이러스를 이용한 인간유전자 조작’, 이런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그가 두어 달 전 특종으로 터뜨렸을 때 김삼봉이 취재에 기여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환경운동가 김삼봉의 이름 석 자도 함께 명성을 얻었었다.
희생자는 대형 비닐봉투에 넣어져 들것에 실린 채 앰뷸런스에 옮겨졌고, 10분 정도의 정리 과정은 낱낱이 박용민의 카메라에 찍혔다. 박용민이 경찰 팀장에게 물었다.
“팀장님, 이분이 마침 제 고교 선배님이신데 이 기회에 앰뷸런스로 안전지역에 대피시켜도 되겠습니까?”
“당연히요.”
“감사합니다. 엄중한 작전에 장애물을 치워드리면 좋으시잖습니까?”
“앓는 이 빠진 격이죠. 어서 출발하십쇼. 혹시나 맹수를 만나면 시동을 빨리 끄세요. 차량에 전기가 흐르면 안 되는 것 아시죠?”
무장경찰이 열을 지어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고, 앰뷸런스도 1층 출구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한국에서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석간지 평화다이제스트 박용민 기자의 얼굴은 몰라도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뒷좌석에 앉은 김 대표는 조수석에 앉은 김짬뽕의 얼굴을 계속 살폈다. 순간 아들 선물을 번뜩 떠올린 김 대표는 운전석 향해 호소했다.
“잠깐, 내 승용차가 바로 F라인에 있는데, 중요한 물건을 하나 꺼내 와도 될까요? 미안한데 22번 기둥이거든요.”
“선배님, F라인이라면 뒤로 30미터 정도 후진하면 되겠네요. 그렇죠, 과장님?”
눈치 빠른 박용민 기자가 군의관에게 선수를 치자 그도 더 만류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시죠.”
밤샘 주차를 하는 차들만 뜨문뜨문 있을 뿐 텅텅 빈 대형 주차장에서 잽싸게 유턴을 한 앰뷸런스가 자신의 차 앞에서 멈추자 김 대표는 얼른 내려서며 박 기자를 끌어냈다.
“박 기자, 기왕지사 내 차에 옮겨 타서 함께 앰뷸런스를 뒤따라가면 안 될까?”
이렇게 해서 김 대표가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옆자리에 김짬뽕을 앉혀 이동을 시작했다. 앰뷸런스가 앵앵 소리를 내며 앞장서 가고 김 대표의 차가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짬뽕아, 자네가 어쩌다 박용민 기자가 됐어?”
“풋, 대로에서 취재를 하던 박용민이가 아까 맹수한테 물려서 대학병원에 후송됐잖아요. 내가 그 자식하고 좀 친하니까, 취재 노트와 카메라, 기자증, 완장까지 완벽하게 바꿨죠. 뉴스에선 김삼봉이가 응급수술을 받고 사경을 헤맨다고 나왔으니까, 재밌죠?”
혼란이 정리된 듯 김 대표가 숨을 내쉬었다.
“큰길에서도 맹수가 돌아다닌다면서?”
“제가 길에서 본 건 호랑이였는데요?”
“도대체 빠져나온 맹수가 몇 마리야? 당국의 발표가 맞아?”
김 대표의 표정을 본 김짬뽕이 포켓에서 다른 완장을 하나 꺼내어 김 대표에게 건넸다.
“선배님, 그걸 파헤치려거든 일단은 기자 완장부터 차시죠. 큰길에서 앰뷸런스를 놓쳤다 하면 백 퍼센트 검문당합니다.”
“자넨 평화다이제스트 사회부 기자지만, 난 뭐지?”
“선배님은 사회부 신입 기자죠.”
“짬뽕아, 난 말이다. 뒷좌석에 있는 로봇 상자 있잖아. 저게 우리 아들에게 줄 선물이거든. 저걸 오늘 밤 안전하게 전해줘야 해. 오늘 내 미션 가운데 최우선이야.”
“걱정 마슈. 반드시 도와드릴 테니.”
“그런데 왜 맹수들이 딴 덴 놔두고 백화점에 들어왔을까?”
“7, 8층에 커다란 애완동물 마켓과 동물병원이 있잖수?”
역시나 김짬뽕의 추리 능력은 대단하다. 에코시티의 최대 애완동물 마켓이 있는 7, 8층엔 꽃사슴과 침팬지까지 있으니까 맹수들에겐 흥미로운 장소가 될 것이다.
“그럼 앰뷸런스를 따라갈 게 아니라 7층으로 가야지. 기왕지사 작정하고 현장 취재를 할 거라면?”
“젠장, 선배님은 목숨이 두 개요? 취재도 목숨을 아껴가며 해야죠.”
“오케이, 마침 뒷좌석에 경광등이 있으니까 그걸 조수석 지붕에다 붙여봐.”
김짬뽕이 얼른 상체를 돌려서 경광등을 찾아 차창을 내리고 지붕에 붙이자 모양새가 갖춰졌다.
“짬뽕아, 접때 나라 안팎에서 크게 문제 된 거 있잖아. 레트로바이러스를 이용해서 사람의 DNA를 바꿔치기하는 기술이 인근 적성 국가에서 극비리에 실험되고 있다는 것 말이야. 우리나라에서도 실험 일부가 성공했다는 설, 맞아?”
김 대표의 질문에 순간 김짬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선배님도…. 그거 일반인들은 모르는 특급 비밀이잖수? 아마 시민들 모두가 이미 자신도 모르게 유전자 해킹을 당했을 텐데요?”
“해킹이라니. 그게 사실이야?”
“그렇잖음 바이오 군사령부가 왜 창설됐겠습니까?”
20년 전 사이버 군사령부가 창설된 것에 비하면 ‘폐페스트’ 사태 때 창설된 바이오 군사령부의 역사는 짧다.
“군대야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지 않나?”
김짬뽕이 크게 웃었다.
“외부의 적이요? 하하하하, 순진도 하시지.”
지하 4층으로부터 지하 1층까지 순탄하게 올라온 앰뷸런스와 김 대표의 차가 드디어 끝에 보이는 지상 출구를 향해 속도를 올리는 순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돈점박이 표범 두 마리가 불쑥 나타났다. 놈들이 앞서 가던 앰뷸런스를 덮치자 두 사람은 입을 쩍 벌렸다.
“선배님, 빨리 시동 끄세요. 저놈들은 전기 파장에 흥분합니다.”
표범이 언제부터 전기 파장에 흥분하는 동물이었는지, 의심할 틈도 없었다. 김짬뽕의 외침과 동시에 김 대표가 시동을 껐다. 차가 중심을 잃고 기둥 옆에 멈췄고 천만다행 두 사람 모두 다치진 않았다.
기둥에 부딪힌 앰뷸런스는 표범의 공격에 완전히 무방비였다. 앞 유리창이 표범의 일격에 박살이 난 데 이어 운전석에서 응급요원이 맹수의 이빨에 물린 채 끌려 나오고 곧이어 군의관과 법의학 요원이 차례로 끌려 나와 바닥에서 짓이겨졌다.
모든 과정을 몰래 적외선 카메라로 찍던 김짬뽕이 엄지 척을 했다.
“선배님, 특종이 틀림없습니다.”
입술이 얼어붙은 김 대표는 벌벌 떨었다.
“저 무시무시한 놈들이 우리한테 덤벼들면 어떡해야 하냐?”
“차 안에 야구방망이 같은 거 없수?”
사람 셋을 모두 즉사시킨 다음 고무바퀴를 마구 물어뜯던 두 녀석이 갑자기 멈추고 김 대표 차를 노려봤다. 깜짝 놀란 김짬뽕도 몸을 낮추며 후닥닥 카메라를 껐다. 김 대표는 벌벌 떨면서 하느님께 기도했다.
“하느님, 제발 살려주세요.”
끄르르르, 하면서 차 주위를 도는 놈들의 기척과 함께 옆을 스쳐 가는 듯 차체가 한 차례 흔들리고는 조용해지는가 싶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려 두 사람은 고개를 슬쩍 들어 올렸다. 외진 곳에 주차되어 있던 승용차였다. 표범들이 쏜살같이 그곳을 향해 달려가 덤벼들었다.
“으악, 저걸 어째!”
여지없이 유리창이 깨지고 운전자가 물려 끌려 나오는 모습은 잔인하기가 그지없었다.
“이럴 때 도망치자!”
김 대표가 재빨리 시동을 걸면서 동시에 엑셀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죽기 살기로 달리는데 백미러로 보이는 뒤쪽 상황이 가관이었다. 표범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김 대표의 차를 빠르게 쫓아왔다.
“아앗! 큰일 났다. 녀석들이 쫓아오잖아. 출구가 바로 저긴데!”
천우신조랄까. 입구 쪽에서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빨간 레이저 빔이 날아왔다. 출구를 지키던 군인들이 총을 발사한 것이다. 두 마리 가운데 하나가 머리에 총을 맞고 나뒹굴고 다른 녀석은 영리하게도 김 대표의 차 뒤에 바짝 은폐했다.
“선배, 빨리 급브레이크를 밟으세요. 녀석이 우리 차에 박치기하게.”
김 대표가 급브레이크를 밟자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머리를 쾅 처박고 넘어졌다. 이어서 군인들이 쏜 레이저 빔에 맞는 건 순식간이었다. 백미러로 보니 녀석의 머리와 등에서 허연 연기가 솟구쳤다.
“짬뽕아, 좀 이상한데? 왜 피를 흘리지 않고 연기가 솟아오르지?”
“글쎄요, 혹시 사이버 표범인가?”
“저렇게 정교한 사이버 표범이 세상에 어디 있어?”
“사이버에 바이오까지 잘 섞어서 창조된 놈인 줄 누가 압니까?”
김 대표는 아까 직접 목격한, 백화점 2층 방화 셔터를 사납게 물어뜯던 검은 표범의 육중한 체격과 난폭성을 떠올리며 목소리를 떨었다.
“그렇게 만들어서 뭘 얻는 건데?”
“정치 권력과 부, 말고 뭐가 있겠어요.”
“그럼 인간의 자유와 이성은 어떻게 되는 거지?”
“참 고리타분하시기도 하지. 우리나라에서 지금 인간의 자유와 이성을 말하는 사람은 선배님밖에 없어요.”
“자네, 환경운동할 때 허구한 날 인간의 자유와 이성을 운운했잖아?”
“아, 과거엔 그랬죠. 작전상.”
작전 운운하는 김짬뽕의 얼굴을 김 대표가 흘겨봤다.
“1월에 새로 뽑힌 동문회장 있잖아. 구글 지사장, 자네하고 같은 기수 말이야. 그 자식 이름이, 이름이…? 그날 걔한테 레트로바이러스에 대해 물어봤는데 말이야.”
“저도 얼른 생각이 안 나네. 긴장해서 제 손바닥에 땀 나는 것 좀 보세요.”
곁눈질로 그의 옆모습을 다시 살펴본 김 대표는 짧은 순간이지만 그가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김 대표가 그를 의심하는데 마침 지상 출구에서 군인들이 차를 가로막고 나섰다. 얼룩무늬 군복에 중사 계급장을 붙인 군인이 운전석 유리창을 노크했다.
“비상사태에 통행금지입니다.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김짬뽕이 군인들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우린 신문기자들입니다. 평화다이제스트 사회부. 어서 상부에 보고하고 지하 1층에 가보시죠. 불과 1분 전에 맹수들의 습격으로 앰뷸런스에 탔던 감식반 세 명이 모두 희생당했습니다. 우린 앞서 희생당한 시민을 실은 앰뷸런스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우리 눈앞에서 그 광폭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지하 1층에서.”
김짬뽕의 기자증을 확인한 군인은 부하들에게 바리케이드를 열고 출구 밖에 붙들어두라는 신호를 보냈다. 바리케이드가 열리고 밖으로 차를 운전해 나온 두 사람은 군인들이 지정한 곳에 주차했다. 이어서 중사의 명령을 받은 십여 명의 무장 군인을 태운 트럭이 램프를 내려가고 중사도 상황실에 뭔가 전화 보고를 했다.
밖에서 본, 완전히 통제된 거대 도시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적막하고 공포스러웠다. 김짬뽕이 카메라를 켜자 20미터 떨어진 데서 보고를 하는 중사의 목소리가 증폭되어 그대로 전달됐다.
“여기는 특공 알파중대, 연대장님, 표범들이 다수의 사람을 공격하는 현장을 지하 주차장 1층에서 목격한 기자들이 있어서 출구 바리케이드 옆에 대기시켜 놨습니다. 희생자 수습을 하러 앰뷸런스를 타고 출동했던 감식반원들이 전원 표범들에게 물려 사망했다고 해서, 즉각 병력을 출동시켰습니다. 기자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자칫 억류될 수 있단 생각이 든 김 대표와 김짬뽕은 서로 눈을 반짝이며 도망치자고 속삭였다. 김 대표는 힘껏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중사가 권총을 두 발이나 쐈지만 모두가 빗나갔다. 이건 현실적으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군인이 무고한 시민에게 함부로 총질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가속 페달을 최대한 밟아 냅다 달리면서도 두 사람은 머릿속이 얼른 정리되질 않았다.
“짬뽕아, 우리 살아서 집에 갈 수 있을까?”
“선배님도! 불길한 말씀은 하지 마십쇼.”
“그래. 이 길을 따라 다리만 건너면 우리 아파트다. 오, 하느님.”
차창 밖에 스치는 깜깜한 도시는 그야말로 외계 행성의 모습이었다. 중앙대로를 2분도 채 달리지 않았을 때 갑자기 상공에서 헬기가 서치라이트를 내리비추며 확성기 소리로 명령했다.
“지금은 비상사태다. 흰색 SUV는 검문에 응한다! 1분의 시간을 주겠다. 즉시 갓길에 정차하고 밖으로 나와 두 손을 올리도록. 불응하면 강제 조치할 것이다.”
차를 멈춘 두 사람은 손을 높이 들고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강한 서치라이트 불빛이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헬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날로그 방법으로 신분 확인을 하겠다. 신분증을 꺼내 높이 들도록.”
심사가 뒤틀렸지만 두 사람은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김짬뽕이 먼저 기자증을 꺼내 위를 향해 보여주었다.
“우린 기자들입니다. 신나라 백화점에서 시민이 맹수에게 희생된 사건을 취재하러 국립의료원 감식반과 함께 앰뷸런스를 타고 출동했다가 그곳 지하 주차장에서 맹수들을 만나 겨우 도망치는 중입니다. 우리 눈앞에서 그 사나운 놈들한테 앰뷸런스가 뒤집히고 감식반 3명이 한꺼번에 희생을 당하는 걸 똑똑히 봤어요. 정말이지 끔찍했습니다.”
“박용민 기자님, 수도권이 완전 봉쇄됐습니다. 그리고 옆사람은 왜 신분증을 빨리 꺼내지 않고 우물거리죠?”
“옆사람도 실은 제 부하 기잡니다. 사회부 소속 신참이죠.”
헬기에서 사다리가 스르륵 내려왔다.
“박용민 기자님, 동료분과 함께 어서 타십시오. 도로는 통행금지가 된 데다 맹수들 땜에 너무 위험합니다. 우리가 국립의료원까지 곧장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새로운 상황 전개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김 대표는 후닥닥 차량 뒷좌석에서 큼직한 아들의 선물을 꺼내어 김짬뽕과 함께 사다리에 올랐다. 사다리가 기계 작동으로 들어 올려지는 동안 김 대표는 행여 선물을 놓칠세라 꽉 껴안았다. 드디어 헬멧을 쓴 군인 다섯 명이 이들을 맞이했다.
“박 기자님, 어서 오십쇼. 그리고 동료분도.”
이들은 마치 김짬뽕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대우했다.
“동료 기자님도 퍽 가정적이세요. 어린이날 선물 맞죠?”
군인들이 두 사람의 귓불에서 DNA 검사용 혈액을 한 방울씩 채취했다. 불과 반년 전 모든 국민의 DNA 정보를 국가가 관리한다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었다. 이 ‘DNA관리법’이 전체주의 통치 방식이라는 비난 속에 국가가 개인의 유전자를 관리할 수 있다느니 없다느니, 국회에서 삼 년 동안이나 실랑이를 한 끝에 겨우 통과된 것이다. 헬기가 국립의료원을 향해 이동하는 동안 모니터를 통해 평화대로의 상황이 샅샅이 보였다. 조수석 군인이 두 사람에게 설명했다.
“저 아래 상황을 보십시오. 일정한 간격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군인들의 첨단 장비를 좀 보십시오. 참, 평화대로에서 호랑이 세 마리는 진즉 제압이 됐다는군요.”
“천만다행이네요.”
김짬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김 대표는 혼란스런 표정을 지었다. 탈출한 맹수가 도대체 몇 마리란 말인가. 기관총 같은 큰 전자총을 장착한 군용 트럭들은 접시 모양의 안테나를 두세 개씩 지붕에 매달고 있었다. 군인이 건넨 뜨거운 차를 마신 김 대표는 갑자기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린 그는 그 자리에 기댄 채 깜빡 잠에 빠져들었다. 김 대표가 곯아떨어진 걸 확인한 조수석 군인이 스트폰을 켜고 문자를 날렸다.
-팀장님, 변종 항체를 가진 수도권 이십 명이 이제야 모두 확보됐습니다. 진짜 김삼봉이는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요?
문자를 받은 팀장은 바로 박용민 기자였다. 박용민이 답신을 보냈다.
-영안실에 곱게 누워 식어 가고 있겠지. 그 친구, 매스컴에선 시민을 위협하는 호랑이에 맞서 싸우다 죽은 의로운 시민이라고 보도하겠지만, 나한텐 DNA를 제공했으니 위대한 공화국 건설에 일조한 가재 붕어야. ㅋㅋㅋㅋ. 자, 드디어 ‘변종 폐페스트’ 항체를 가진 실험체가 모두 확보됐구나. 어서 가세. 원래 비밀스러운 일은 어수선할 때 하는 법이잖아.
카멜레온이 변신하듯, 그에게서 김짬뽕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박용민의 얼굴이 온전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