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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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독산역은 네 줄의 선로로 이루어진 복복선 구조로, 승강장이 양쪽 끝에 비좁게 자리 잡고 있다. 어둡고 컴컴한 역 구내를 빠져나가려면 선로 위로 지어진 역사로 올라가야 한다. 그곳에는 가파른 계단과 긴 줄이 늘어선 에스컬레이터가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과거 한국 수출산업국가산업단지가 있던 구로구 가리봉동과 독산동을 합쳐 만든 금천구 가산동에 속한다.
변추용은 전철에서 내려 출구 방향으로 줄지어 걸었다. 그 순간, 가운데 선로를 지나가는 KTX 고속열차의 굉음이 귀를 찔렀다. 서둘러 역사를 빠져나온 그는 그늘진 건널목 앞에서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보았다. 50플러스센터는 독산동 우시장 방향의 오르막길 위에 있었다. 역 주변의 음식점들 중 하나인 ‘추어탕’ 간판이 유독 눈에 띄었다. 마치 논과 도랑이 있던 옛 시절, 미꾸라지가 뛰놀던 풍경을 음식점으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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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플러스센터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변추용은 1층 로비를 지나며 커피숍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50∼60대 중년 남녀 수강생들을 힐끗 살폈다. 투명한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을 오르내리며 강의실을 훑어본 뒤, 사무실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문학교실 강사 변추용입니다.”
그는 아침 수업 준비로 분주한 교무실로 들어가며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저는 나눔 강좌 매니저입니다.”
PC 화면을 보던 직원들 중 한 명이 자리에 일어나 변추용을 맞았다.
“이번 나눔 강좌에 문학교실 강사로 지원했습니다. 저는 군에서 정년 퇴직 후 문학 활동을 이어가며 50플러스 강사로 봉사하려고 지원했습니다. 연금 대상자라 강사료는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나눔 강좌 강사님들은 모두 재능을 무료로 나누는 분들입니다. 예산 부족으로 남는 강의실을 활용해 50∼60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기획했어요. 우리 센터장님이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매니저는 출석부와 강사 준수 사항 등이 담긴 폴더를 건네며 사무적인 어조로 안내를 이어갔다.
“사실 이번 나눔 강좌에 지원자가 많아서 선정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특히 문학 강좌는 수강생의 관심이 낮아 걱정했어요.”
이어 매니저는 수강생 불만이나 출석률 저조로 인해 강좌가 중도 폐강될 수 있다는 운영 방침을 설명했다. 변추용은 강의 계약서에 적힌 ‘0원’ 금액을 확인하며 ‘을’란에 서명했다.
‘참, 이거 쉽지 않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남이 벌어 가는 형국인가.’
그는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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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센터 방침에 따라 수강생들이 만족할 만한 강의를 준비하겠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은혜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60대 강사 변추용은 30대 매니저 앞에서 몸을 낮추며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강사님은 이력서에 적힌 경력도 훌륭하시고, 문단에 등단하신 소설가로서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분이십니다. 하지만 금천구 주민들이 문학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아서 걱정했어요. 그래도 선정 위원회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강좌가 개설되었습니다.”
처음 교무실에 들어왔을 때는 무료 강좌를 대단한 벼슬이라도 받은 듯 자신만만했던 변추용이 이제 겸손하게 변하자, 매니저도 격려의 말을 건넸다.
“재미있고 수강생 눈높이에 맞춘, 쉽고 유익한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가르치는 것은 두 번 배우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좋은 기회라 여기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의 다짐은 매니저의 눈빛에 약간의 신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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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변추용은 출석부를 들고 3층 강의실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어둑한 강의실의 불을 켜고 출입문 옆 책상에 출석부를 펼쳐 두었다. 수강생들이 스스로 이름을 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곳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50플러스센터로, 은퇴 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50∼60대를 위한 평생학습 공간이다. 대부분의 수강생은 인생의 많은 시간을 부모, 배우자, 혹은 직장인으로 살아오며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세대였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며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꽃피울 기회를 제공받는다.
입장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는 당당하고 익숙한 발걸음으로, 또 어떤 이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강의실에 들어왔다. 그러나 모두 공통적으로 뒷자리부터 채우기 시작했다. 공연장에서 가수를 가까이 보기 위해 앞자리를 다투는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강의실은 밝고 깨끗하며 고급스러운 책상과 바퀴 달린 의자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자리에 앉은 수강생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특히 앞자리에 앉은 한 남성이 눈에 띄었다. 꾀죄죄한 옷차림에 덥수룩한 수염, 꽁지머리를 묶은 모습이 독특했다. 다른 수강생들이 경계의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태연했다. 한편, 우아한 뜨개질 스웨터를 입은 세련된 여성이 한쪽에 앉아 있었다. 변추용은 혹시 아는 얼굴이 있을까 싶어 안경을 고쳐 쓰며 수강생들을 유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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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플러스센터 매니저는 실용적인 사람이었다. 교육자라기보다는 다수의 만족을 추구하는 정치인 같은 느낌이었다. 강의는 무료로 운영되었고, 강사와 수강생 모두 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무료 강좌도 수강생이 있어야 열릴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신청한 수강생들이 강의실을 채우지 않으면 강좌는 중도 폐강될 수 있었다.
중도 포기자가 일정 수를 넘으면 강좌가 종료된다는 내부 규칙이 있었다. 무료 강좌에 가벼운 마음으로 등록한 수강생들이지만,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책임은 온전히 강사의 몫이었다.
변추용은 군에서 40년을 근무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갔던 사람이다. 교육기관에서 훈련 교관으로 일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당시 유명 교수의 강의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권력으로 얻은 부귀영화는 꽃병의 꽃처럼 금방 시든다.”
교수는 학점이나 상벌로 얻는 가르침은 화병 속 꽃 같고, 실력으로 주는 가르침은 화분 속 꽃 같으며, 사랑과 덕으로 주는 가르침은 숲속의 꽃 같다고 말했다. 변추용은 수강생들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배려와 연민의 마음으로 강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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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4주간 진행될 문학교실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강사인 저를 소개하고, 이어서 여러분들의 자기소개 시간을 갖겠습니다.”
변추용은 환한 미소와 함께 힘찬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자기소개 방법은 간단합니다. 어디에서 오셨는지, 하시던 일이나 취미, 그리고 이 강좌를 신청한 이유 등을 말씀해주세요.”
그는 강의실 전면 스크린에 파워포인트 자료를 띄우며 강의를 이어 갔다. 수강생들의 수준과 관심사를 파악하는 것은 성공적인 수업의 시작이었다. 특히 아무런 제한 없이 선착순으로 모집된 무료 강좌에서는 더욱 중요했다.
“저는 군에서 40년간 근무하고 지난해 정년 퇴직했습니다. 퇴직 후 소설가로 등단하며 문학 이론을 공부했고, 그 내용을 나누고자 이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문학 비평은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평가하는 방법론을 다룹니다. 이 강좌가 여러분의 독서 활동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작고 아담한 강의실에 수강생 12명이 라운드 형식으로 둘러앉았다. 그의 목소리는 마이크 없이도 명료하게 들렸다.
수강생들의 첫 인사가 이어졌다.
“용산에서 온 꽁지머리입니다. 교사로 정년 퇴직한 후 동작 50플러스센터에서 인생설계 강좌를 들었는데, 문학 강좌는 별로 없더군요. 이곳 강좌가 무료라 용산에서 전철을 타고 왔습니다. 모습이 좀 꾀죄죄하지만, 가정이 파탄 나고 연금도 반쪽 나서 몸과 마음이 슬픈 상태입니다. 문학을 통해 위로받고 싶어요.”
“시흥동 토박이 태극기요. 해외 건설 현장에서 오래 일했고, 이 나라를 우리가 피땀 흘려 만들었다고 자부합니다. 요즘 나라 꼴이 마음에 안 들지만, 여기서 배워 보려고 나왔습니다.”
“벽산아파트에 사는 미쿡녀입니다. 미국에서 30년 살다 돌아왔고, 아들딸은 미국에 있어요. 관악산 공기가 좋아 이곳에 정착했어요.”
수강생들은 저마다 다른 배경과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이들이 과연 한 강의실에서 조화를 이루며 배워 나갈 수 있을까. 변추용은 잠시 걱정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낙오자 없이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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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변추용은 환한 미소로 수강생들을 맞이하며 말했다.
“오늘 문학교실에서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비평 이론을 살펴보겠습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처음으로 발견한 학자인데요, 라캉은 그의 꿈 이론을 ‘언어에서 기표의 기능에 관한 이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프로이트 본인은 자신이 문학 이론가로 주목받을 줄 전혀 몰랐겠지만, 그의 저서 『꿈의 해석』은 문학 이론서로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는 간략히 강의 내용을 소개한 뒤 말을 이었다.
“수업 자료는 모두 우리 밴드에 올려두었습니다. 강의실에서 들은 내용을 잊어버리는 건 누구에게나 흔한 일이니까요.”
이어 출입문 옆에 붙여 둔 네이버 밴드 QR코드가 인쇄된 A4 용지를 나눠 주었다. 수강생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인식해 초대장을 받고 밴드에 가입할 수 있었다.
“이런 건 잘 못하겠는데요. 핸드폰으로 이런 거 했다가 보이스피싱 당하는 거 아니오?”
태극기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직접 만든 밴드입니다. 개인정보도 유출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이 밴드는 수업 자료를 주고받는 데 꼭 필요합니다.”
변추용은 태극기의 스마트폰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설명했다.
“네이버 검색창을 여신 다음, 이 버튼을 누르면 QR코드 인식창이 뜹니다. 카메라로 코드를 찍고 가입하세요. 가입만 해 두시면 자료를 확인하고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언제든 탈퇴하셔도 괜찮지만, 이번 강좌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사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태극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나이에 이런 걸 배워서 무슨 호사를 누리겠다고. 그냥 마음 편히 살다가 죽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변추용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태극기님, 한때는 사회적 리더셨잖아요. 지금 디지털 세상에 익숙하지 않다고 포기하면 안 됩니다. 이런 것도 뚫고 나가는 데 도전 정신이 필요합니다.”
미쿡녀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밴드에 재밌는 자료가 많네요!”
“그렇죠? 오늘 학습 자료도 모두 올려 뒀습니다. 이청준의 단편소설 「눈길」도 있으니 다운받아 읽어 보세요. 또한 눈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유튜브 낭독 영상도 함께 올려 놨습니다. 다음 주에는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읽고 여성주의 비평 이론으로 토론할 예정입니다. 영상 자료도 활용해 보세요.”
수업은 플립러닝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수강생들은 사전에 자료를 학습한 뒤 강의실에서 토론과 과제를 수행했다. 그러나 변추용은 한편으로 중도 포기자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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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비평 이론의 핵심은 네 가지입니다. ① 압축, ② 전치, ③ 묘사 가능성, ④ 2차 가공이죠.”
변추용은 파워포인트 화면을 띄우며 설명을 이어 갔다.
“압축은 여러 요소가 하나의 이미지나 사건으로 축약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꿈속의 한 인물이 여러 사람의 특징을 동시에 가질 때처럼요. 문학에서는 은유와 상징을 통해 여러 의미를 담아낼 때 이 개념이 사용됩니다.”
그는 두 번째 개념으로 넘어갔다.
“전치는 감정이나 의미가 원래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겨지는 현상입니다. 꿈에서 중요했던 사람이 아닌 물건이나 동물이 등장하는 것도 전치의 사례입니다. 문학에서도 두렵거나 금기된 주제를 다른 형태로 변환할 때 이 기법이 활용됩니다.”
다음은 묘사 가능성.
“추상적인 사고가 구체적인 이미지로 바뀌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꿈에서 ‘책임감’이라는 개념이 ‘무거운 가방’을 드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식이죠. 문학에서도 자유를 상징하는 새처럼 상징적인 장면으로 표현됩니다.”
마지막은 2차 가공.
“무의식적 요소를 재구성해 논리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꿈속 파편적 장면을 깨어난 뒤 연결해 하나의 스토리로 만드는 것처럼요. 문학에서도 복잡한 상징을 서사로 엮어 해석할 때 이 과정을 거칩니다.”
수강생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꽁지머리가 말했다.
“저는 꿈에서 아내 대신 어머니가 나오는데, 어머니가 아내처럼 저에게 짜증을 내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머니와 아내가 압축된 모습 같아요.”
태극기는 자신의 꿈 이야기를 꺼냈다.
“어릴 적 친구들과 냇가에서 놀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그런데 친구들이 사라지고 저만 남아 망설이고 있었어요. 요즘 우리 아파트 재개발을 고민하는 제 상황과 연결된 전치 같은 느낌입니다.”
수강생들의 꿈 이야기를 통해 수업은 더욱 흥미로워졌다.
“잠시 쉬었다가 이청준의 「눈길」을 읽고 토론을 이어가겠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문장을 한 줄씩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눠 보도록 하죠.”
수업은 점점 깊이를 더해 갔다. 그러나 변추용은 수강생들의 참여를 확인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끝까지 모두 함께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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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변추용은 수업을 마치고 센터를 나섰다. 독산역으로 향하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이었다. 횡단보도는 아슬아슬했고,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겨울철엔 길이 얼어 넘어질까 더 걱정스러워 보였다. 전철역 입구 근처, 어둑한 도로 모퉁이에 허름한 추어탕집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된 간판은 변색되어 글씨가 희미해졌고,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 변추용은 잠시 망설이다 문을 열었다. 점심시간이 지나 가게는 한산했다. 그는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추어탕을 주문했다.
“미꾸라지 용 됐네.”
어릴 적 동네 어른들이나 친척들이 종종 그에게 하던 말이었다. 변추용은 구로공단의 진흙탕 속을 헤매는 미꾸라지 같았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를 보고 ‘개천에서 용 났다’고 했다.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그 말이 그의 삶을 따라다녔다.
어린 시절의 변추용은 불우했다. 신문배달, 공장 일, 그 어떤 고된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해야 했다. 새벽녘 거리에서 우유 배달원, 야쿠르트 아주머니, 청소부들의 분주한 모습을 보며 그는 그것이 세상의 자연스러운 풍경이라 여겼다. 그 시절의 경험은 그의 밑천이 되었고, 이후 그는 군 복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정년까지 근무하며 ‘용으로 승천’했다.
추어탕을 한 숟가락 뜨며 변추용은 지나온 세월을 떠올렸다. 낡은 가게 구석에 놓인 푸른빛의 재봉틀이 눈길을 끌었다. 30∼4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골동품이었다. 손잡이는 반질반질 윤이 났고, 몸체에는 기름칠이 되어 있었다.
“이 미싱, 아직도 쓰시나요?”
“네, 부라더 공업용이에요. 시장에서 중고로 샀는데 지금도 멀쩡해요.”
주인은 소주 한 병과 잔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주방으로 돌아갔다.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그의 귀에 맴돌았다.
‘미경….’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했다. 그는 미경을 구로공단의 봉제공장에서 만났다. 주경야독하며 어렵게 살던 시절, 그녀는 미싱사로 일했다. 희고 깨끗한 피부, 훤칠한 키, 배우 같은 외모를 가진 그녀는 공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존재였다. 넓은 이마와 오뚝한 콧날, 붉은 입술에서 풍기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잊히지 않았다.
그는 다리미로 작업을 하며 하루 종일 그녀를 바라봤다. 드르륵, 드르륵. 치이익, 치이익. 미싱과 다리미 소리가 응답하듯 공장을 가득 채웠다. 그녀의 몸매는 헐렁한 작업복 속에서도 선명히 드러났고, 그는 그녀를 몰래 바라보는 즐거움으로 버텼다. 하지만 그녀는 주변 남자들에게도, 그에게도 단 한 번 말을 건넨 적이 없었다.
어느 날, 미싱에서 떨어진 실타래가 그의 발치로 굴러왔다. 그는 놀라 허둥대며 실타래를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
“여기요.”
그가 처음 그녀에게 건넨 말이었다. 미경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실타래를 건네받는 순간, 손끝이 스치며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그는 멍하니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의 강렬한 눈빛은 그날 밤, 아니 이후로도 오랫동안 그의 마음에 남았다.
그날 이후, 점심시간이 되면 그는 혼자 구석진 곳에 누워 책을 읽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깜박 잠이 들어 눈을 떴을 때 그녀가 곁에 앉아 있었다. 노란 담요 위에 책을 펴고 있던 그녀의 모습은 마치 꿈 같았다. 두 사람은 말없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자주색 표지의 신약전서 영한 대역본을 읽었다. 그는 그녀가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단어장은 작은 것부터 시작하세요. 한 줄 예문과 함께 외우는 게 좋아요.”
그는 용기를 내어 조언했지만, 그녀는 아무 대답 없이 그를 빤히 바라봤다. 그날 이후 그녀는 더 이상 점심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은 흘렀다. 변추용은 사관학교에 합격해 군 장교가 되었고, 하늘 위를 나는 용처럼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 성공의 뒤편에는 언제나 구로공단의 진흙탕과 그녀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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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플러스센터 문학교실의 두 번째 강의는 여성주의 비평 이론이었다. 강의실에 들어오는 수강생들의 얼굴은 밝았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첫날과 같은 자리에 앉았다. 처음 자리 잡은 자리를 고수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꽁지머리는 어김없이 제일 앞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출석부를 보니 결석자가 3명이었다. 총 12명의 수강생 중 3명이 결석이라니, 시작부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거 어떻게 하지?’
강사 변추용은 살짝 당황했다. 첫 강의 때 밴드에 가입하지 않았던 두 명이 이번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지난 수업에서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던 한 사람도 빠졌다.
변추용은 강의를 시작하며 차분히 말했다.
“오늘은 여성주의 비평 이론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버지니아 울프를 소개할게요. 여러분,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에서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소녀의 옷자락을 생각한다’는 구절을 기억하시죠?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현대 페미니즘 논쟁의 중요한 이론적 출발점입니다. 그녀는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서 여성의 글쓰기 문제를 해결하려 했죠.”
이때 태극기가 갑자기 손을 들고 말했다.
“소는 누가 키우고, 이런 이야기를 듣고 집에서 불화라도 생기면 어쩌겠소? 멀쩡한 여성들까지 이 사상에 휘말리면 큰일 아니겠습니까?”
강의실에 있던 대부분의 수강생은 여성들이었고, 남성 수강생은 태극기를 포함해 몇 명 되지 않았다. 그의 발언은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변추용은 태도를 가다듬고 답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소 키우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발언입니다. 여성주의 비평은 남성들이 이런 태도를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저 자신도 집에서는 완벽히 실천하지 못하지만요.”
딸 박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딸을 둔 어머니로서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에서 남성들이 변해야 하는 건 맞지만, 먼저 여성들이 스스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깨달아야 한다고 봅니다. 변화를 기다리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행동해야 합니다.”
수강생들 사이가 술렁였다. 특히 여성들은 태극기의 발언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때 꽁지머리가 조용히 말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다른 집 남편들과 비교하면 자기만 괴롭고 결국 가정이 파탄 나죠. 그러면 참 야속하죠.”
그녀가 자신의 가정사까지 털어놓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변추용은 공감하며 덧붙였다.
“갈등은 드러내야 풀립니다. 참으면 병이 되죠. 지난 시간에 라캉의 욕망 이론을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했습니다. 남들의 기대에 맞추려다 보면 자기 욕망은 잊기 쉽습니다. 일레인 쇼월터는 「그들만의 문학」에서 가부장적 인식을 넘고, 남성에 대한 적대감을 벗어나, 여성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글쓰기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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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미쿡녀가 학습 도구를 챙기며 말했다.
“선생님, 저는 다른 강좌와 시간이 겹쳐서 먼저 나갈게요.”
변추용은 고개를 들고 깜짝 놀랐다. 수업 중간에 퇴장하는 수강생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일은 쉬는 시간 후, 또 다른 수강생이 다음 주부터 동남아 가족 여행 때문에 강좌에 참여할 수 없다고 전한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중도 포기자가 많아졌지?’
지금까지 결석이나 포기를 밝힌 사람은 총 5명이 되었다. 변추용은 문득 군 복무 시절 테니스 조 편성을 떠올렸다.
테니스 복식 경기는 조 편성이 잘못되면 게임의 흥미가 반감된다. 승패에 집착하는 사람과 그저 운동을 즐기려는 사람은 맞지 않는다. 강좌에서도 수강생들의 성격과 관심사가 너무 다르면 조화를 이루기 어려웠다. 특히 태극기는 처음부터 자기소개에서 좌파 정권을 비판하며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냈다. 이는 자신과 비슷한 편을 찾으려는 의도였다. 강좌에서도 사람들은 비슷한 성향끼리 모이는 경향이 있다. 마치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확증 편향에 빠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편 가르기가 강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었다. 한쪽으로 치우친 수강생들 사이에서 강사가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비난을 받기 쉬웠다. 결국, 조화롭지 못한 반 편성은 지루하고 답답한 테니스 경기와 같아질 위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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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추용은 쉬는 시간에 강의실을 벗어나 강사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은 텅 비어 있었다. 반투명 유리벽으로 된 방이었지만, 불이 꺼진 채 어둡고 조용했다. 그는 의자에 몸을 맡기고 잠시 눈을 감았다.
“중도 포기하는 수강생이 많으면 폐강될 수 있어요.”
첫날 수업에서 매니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그는 강의용 의자에 등을 기대고 벽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때 복도에서 두어 명의 그림자가 유리벽 너머로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수업 시간이 되어 강의실로 돌아갔다. 그런데 강의실 문 앞에 매니저가 어떤 남성과 함께 서 있었다. 두 사람은 팔짱을 낀 채 주위를 둘러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 수강생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쏠렸다.
‘이 사람들이 날 감시하려고 온 건가?’
변추용의 마음속에 화가 치밀었다. 군에서 퇴직한 후 사회에 적응하며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는 영천 사관학교 출신으로, 성공적으로 군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한 사람이었다. 장군이 되진 못했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명예롭게 군생활을 끝낸 그였다.
‘인부지이불온이면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공자의 말이 떠올랐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면, 그것이 군자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매니저에게 말했다.
“매니저님,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빈자리에 앉아 주세요.”
매니저는 망설이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변추용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강의를 시작했다.
“오늘은 여성주의 비평 이론을 다룰 예정입니다.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해 볼까요? 첫 번째 단계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왜곡된 문학관을 교정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단계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보부아르의 비판이었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여성의 글쓰기가 남성과는 다른 고유한 영역을 가진다는 것이었죠.”
그는 지난 시간에 사용했던 파워포인트를 띄우며 요점을 정리했다.
“이번 시간에는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하겠습니다.”
딸 박사가 손을 들고 말했다.
“저는 공지영 작가를 좋아합니다. 그녀는 한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작가라고 할 수 있죠. 문장이 명료하고, 작품뿐 아니라 그녀의 당당한 삶 자체가 존경스럽습니다. 공 작가는 박완서 선생님의 계보를 이어받아 여성 문학 환경을 조성했고, 이는 아시아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변추용은 딸 박사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며 매니저를 돌아보았다.
“이번 강좌는 매니저님이 기획하신 덕분에 열리게 됐습니다. 혹시 이 자리에서 말씀하실 게 있으신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매니저는 잠시 당황한 듯 보였다. 수강생들은 웅성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 순간 태극기가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에 참여하지 않으시려면 강의실에서 나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문 앞에 서 계시는 건 수업에 방해가 됩니다!”
매니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문을 열고 나갔다.
*
매니저가 나간 후에도 변추용은 수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아, 이건 정말 부끄럽다.’
그는 마음속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되뇌었다.
“육신을 낳아 준 어버이보다 더 귀한 사람이 영혼을 키워주는 교사이다.”
교사는 존경받아야 마땅하고, 교육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했다.
‘이런 상황을 아내나 아이들이 봤다면 얼마나 창피했을까.’
그는 군생활 동안 교육기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교육생들과 수업을 하는 시간은 그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강의에 몰입할 때는 잡념이 사라지고, 온전히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것이 그가 강의를 계속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호구짓 아닌가?’
변추용은 다시금 다짐했다.
‘남이 나에게 해주는 만큼, 나도 그만큼 남에게 해주자.’
교육과 강의는 상호적인 과정이다. 수강생들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수준과 관심사에 맞는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 마치 독자가 서점에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을 고르듯, 강사도 수강생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주는 강의를 해야 한다. 그는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말했다.
‘생각을 고쳐 먹자.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내가 먼저 더 나은 강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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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 이후, 변추용의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는 이제 한층 더 자기 중심적으로 강의를 이끌었다. 이날의 주제는 구조주의 비평 이론이었다.
짙은 네이비색 정장을 입고 강단에 선 그는 안경 너머로 강의안을 훑었다. 단정한 머리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의 본성이 ‘증여’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중요한 부분에서는 살짝 톤이 올라가며 수강생들의 집중을 이끌었다. 그는 천천히 강의실의 출입문 쪽으로 걸어가며 한 손으로 턱을 만졌다. 마치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구조인류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근친상간의 금지’입니다. 레비스트로스는 남자가 다른 남자로부터 딸이나 자매를 양도받는 형식 외에는 여성을 얻을 수 없다는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지휘하듯 레이저 포인터로 슬라이드를 가리켰고, 강의실에는 가벼운 클릭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타인으로부터 증여받는 방식으로만 가질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얻고 싶다면, 자신도 동일한 것을 먼저 타인에게 증여해야 합니다. 이것이 증여와 답례의 순환입니다.”
프로젝터 빛이 그의 옆얼굴을 비추자, 강의실의 정적이 그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 A는 남자 B로부터 그의 딸을 아내로 증여받는다고 해도, 답례로 자신의 딸을 B에게 줄 수는 없습니다. 대신 다른 남자 C에게 줄 수 있죠. 이렇게 증여는 A에서 B로, 다시 C로 순환하며 하나의 방향성을 가집니다.”
그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열정적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공생을 위한 두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첫째, 인간 사회는 동일한 상태로 머물 수 없다. 둘째, 원하는 것이 있다면 먼저 타인에게 증여해야 한다. 이것이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핵심입니다.”
변추용은 강단 앞에서 마치 지휘자처럼 손짓하며 수강생들의 시선을 이끌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한 바람처럼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
“아니, 이게 웬 김밥입니까?”
쉬는 시간에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온 변추용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종강 파티 준비했어요. 언니들이 하자고 해서요.”
미쿡녀의 제안으로 여성 수강생 몇몇이 김밥, 과일, 그리고 포도주스를 준비한 것이었다.
“고맙습니다. 나눔 강좌에서 공짜로 훌륭한 강사님의 강의를 듣고, 음식까지 나누다니, 이제 정말 한 식구가 된 기분이네요.”
태극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 나눔 강좌를 시작할 때는 걱정이 많았는데, 끝날 때는 이렇게 모두가 한 식구가 되었네요.”
변추용은 얼굴이 붉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나눔’이란, 하나를 둘 이상으로 가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질이나 시간을 나누는 것, 그리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있죠.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지는 식사 자리는 인간 사회 소통의 핵심입니다.”
그는 이번만큼은 조명을 환히 켜고 수강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식사를 함께하면 경계심이 사라지고 친밀감이 생깁니다. 오늘 이 김밥을 함께 먹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한 식구가 된 겁니다.”
변추용은 성만찬에서 빵과 포도주를 나누었던 예수를 떠올리며, 수강생들과 김밥과 포도주스를 나눴다.
“종강 파티 멋지네요.”
50플러스센터 직원이 매니저와 함께 강의실에 들어오며 말했다.
“지난번엔 죄송했습니다. 중도 포기자가 많을까 걱정했었는데, 이번 강좌는 끝까지 훌륭하게 진행되었네요.”
매니저는 안도한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가 한때 어리숙했던 시절,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다.’
강의를 마치고 강의실을 정리한 변추용은 텅 빈 공간을 천천히 걸어나왔다. 독산역으로 향하던 그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미경이… 보고 싶군.’
그는 첫사랑의 얼굴을 떠올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내년에도 나눔 강좌에 참여해야겠다.”
작은 결심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