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나무들이 스치며 부딪히고 비바람 맞아가며 흔들리는 삶의 여백 세월은 덫인 양 감겨얽혀버린 팔각형허공을 수놓으며 한나절 꿈을 엮어 뭇 나방 끌어안고 빗살을 타고 놀던 그들도 작은 한 우주감추어진 숨결이네나선형 칭칭 감아 우듬지에 매달린 바람을 가두어서 숲속에 숨길 때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햇살이 퍼
- 이동배
수많은 나무들이 스치며 부딪히고 비바람 맞아가며 흔들리는 삶의 여백 세월은 덫인 양 감겨얽혀버린 팔각형허공을 수놓으며 한나절 꿈을 엮어 뭇 나방 끌어안고 빗살을 타고 놀던 그들도 작은 한 우주감추어진 숨결이네나선형 칭칭 감아 우듬지에 매달린 바람을 가두어서 숲속에 숨길 때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햇살이 퍼
귀엣말 소곤소곤 낄낄 낄낄 속닥속닥 뒷담화 조잘조잘 담장 넘어 넘실넘실 기어이온동네발칵시끌벅적 야단법석.
1. 편지눈 내린 빈 들판을 볼펜 혼자 걷는다마스카라 눈물 자국 번져버린 글자들 못 보낸 발자국 편지 느낌표만 남았다.2. 질문아버지, 나는 왜 태어나게 되었나요뻔하고 야릇하다 그 질문에 답 못하고 아들은 또 아들 낳고 그 아들을 사랑하고.
풀을 뽑다가꽃을 뽑았다그리곤 다시 꾹, 눌러 놓았지만이미 중심을 잃어버린들뜬 마음은 곧시들고 만다.그런 들뜬 마음에제자리를 잡아 주는 일은비 오기 전이나 비 내리는 그런궂은 날이 좋다뽑는 일, 가려서 뽑히는 일도 그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풀과 꽃이 혹 은 풀이라 여긴 꽃과 꽃이라 여긴 풀은 깊은 땅속에서부터 뿌리를 서로 기대어 있거나 엉켜 있다.그런 풀과
펴지지 않는엄니 굽은 등이집안에서만 맴돈다옷을 벗기가 무섭게말린 푸라기 먼지비늘몸속, 꽉 박힌푸른 아픔까지 떼어낸다낡은 ‘금강경’갈피에 앉은 두 눈도 말갛게 말갛게 닦아낸다 서랍 속 공허유리창에 흐르는구름마저 닦아낼 듯 온종일 마음문을 닦고 우주봉창문을 닦아낸다
어느 바람결에 오시려나조랑말 타고 오시려나몸을비틀며한발두발화관을 받쳐 들고 담장을 넘는 마중 길하늘에 닿을 듯 꼰지발 선 꽃부리들7월의 땡볕이 부서진다한여름의 꽃자리 네가 있구나소나기에도 젖지 않는 저 풋가슴이 당당하다열대야를 건너온 기다림바람도 귓불만 간질이다가 구부려 간다올려다보는 지친 눈빛,기다림이 닳아오르면 그리움 되는 거야 몸이
그리우면 어쩌려고요잔소리 같은 손짓마다무심한 비가 내리고찻잔에 수심을 깨울 때가슴 깊이 묻힌 그가시간의 문턱을 넘는다.여로의 길 못마땅하다는 듯 바탕 붉은 장삼 드리운 금강송 사이로 세차게 내린다.부서지는 체온과 숨결마저 그리운 부르고픈 그 이름바람 타고 들이치는 빗줄기를 원망하듯시간은 체온을 삭혀 가고데면데면
유월에내리는 비는 따뜻하다꽃다운 나이에전장에서 산화하신우리의아버지이시고 남편이시며 아들과 형, 아우다커다란 꿈 가슴에 품고 하얗게 밤을 지새우던 활기찬 얼굴들못다 이룬 꿈못내 아쉬워하늘에서 흘리는 눈물이다정전(停戰) 칠십년이 지난 지금도맨 몸으로 맞으며 온기를 나누고 싶다 함께 걷고 싶다.
감췄던 빗장을 풀고새하얀 화선지 바탕 위에살포시 내려앉아 몸풀기 준비하다 역입법(逆入法) 용틀임하며검은 나래 펼치네겹겹이 쌓인 생각들마음속 가득 넘쳐 들더니붓길이 이어지면서 물 흐르듯 춤을 추니 이 세상 더 큰 즐거움어디 다시 있으랴붓끝의 노랫소리가온 사방에 펼쳐지기에 발묵(潑墨)과파묵(破墨) 되어 어울려 화음 되더니그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다 희망 온도를 낮추고 손가락 지문조차 집중하기로 한다비밀을 풀 수 있는 누군가 플러그를 푼다 내면의 보고서 메모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물 감염 될까 창문을 닫아 놓고 오염된 수평선을 끌고 시작으로 넘어간다벌레가 울고 꽃술이 울고 연인이 울고 실외기가 울고울음의 영역에는 맨땅이 부풀어 올라 무릎이 공중을 타고 논다 남녀 의 텅 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