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무거웠던가덕지덕지 지나간 아픔의 비늘 끝자락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라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다 버리고다 비우고바스락 소리도 잊고아픔도 잊는 듯평화롭기만 하구나발길 옮길 때마다한없이 가벼움으로세월을 날리며마지막 떠나는 길 위에한 움큼 詩들을 남기고 가네 다시 태어나 그날이 오면그때 또당신을 맞으리
- 이종만(백강)
얼마나 무거웠던가덕지덕지 지나간 아픔의 비늘 끝자락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라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다 버리고다 비우고바스락 소리도 잊고아픔도 잊는 듯평화롭기만 하구나발길 옮길 때마다한없이 가벼움으로세월을 날리며마지막 떠나는 길 위에한 움큼 詩들을 남기고 가네 다시 태어나 그날이 오면그때 또당신을 맞으리
늦더위 기승부리는 날천관산을 오른다정엄한 산세, 안개 속으로 숨어 시야를 가렸다 열었다숨바꼭질한다잠깐 한눈 파는 사이답답한 시야가 장난처럼 열리며 순간, 커다란 바위벽 기둥들이 하늘을 찌르며 우뚝우뚝 솟아난다나는 새도 감히 오르지 못한다는 늠연(凜然)한 대세봉잠시 눈앞에 나타났다가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저렇게애절하게 쓴 문장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한때 나는 모질게 너를 흔들었던 바람이었고 한때 나는 너를 모질게 젖게 하였던사나운 소낙비였다.내가 거침없이 너를 향해 천둥소리를 보낸 것도 시시때때로 거침없이 보냈던 나의저녁별 같은 아득한 문자도 너에게는 인으로 박혀쓰고 또 다시 쓰고쓰고 또 다시 쓴너의 애절한 문장들.미안하다너에게서
어느 우아한 한사람의 참신한향취를 가져다 연꽃무늬 곱게 입힌백자 항아리에 살뜰히 쏟아 부었습니다만화해버린 민들레 홀씨흩어진 들녘 넘어 하루가 지친 해를 붙잡아 놓습니다거센 파도가 푸른거품 물고한움큼 쥔 은빛 모래알 왈칵 덮쳐 흘러내린 상심의 빈 손바닥얼핏 산 이마에 마주친 노을빛 밤 물결타고 황홀의 그림자 띈 윤슬이 붉다
창문 밖에 맹 맹새벽잠 깨우는 소리나를 부르는가짝을 찾는 소리인가아파트 벽을 달구는 벌건 더위비 뿌리는 장마를 부르고시퍼렇게 푸성귀 자라는 들녘아슴아슴 잊고 사는 동네 고샅헛배 드러내고 뛰노는 조무래기들 마당에 끼어드는 배불뚝이헛발질에 채여도 맹 맹텃밭에는 참외가 얼룩달룩 익어 간다 웅뎅이조차 메마른 아파트촌나여기살아있소 맹맹…
나는 넓고 깊은 호수에서부유하는 가년스러운 가랑잎 하나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물결 치면 치는 대로흔들리다 그대로 물속으로 잠긴다잠긴 몸은뱅뱅 돌면서 더욱 깊이 들어가 이렇게 잠기면모든 번뇌와 고통도 함께 가라앉아 떠오르지 않으면 여기서 해방되리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나를 괴롭히던 굴레질병도 고통도 없는또다른 세상으로 가서한번 즐겁고
매년 이맘때면고향의 내음을 가득 싣고 달려오던 그대오늘도밤하늘에 걸려 있는 저 추석 달을 보고 있을지 쓸쓸히 기우는 달빛을 따라가면그대 생각에 눈물이살아생전달빛 창가에 마음을 내걸고밤이 깊도록삶의 이야기 들려주던 그 따뜻한 음성이젠멀리 와버린 세월 앞에 나의 삶 속에서도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고 시간이 흘러갈수록달빛 아래 쏟아내던 다
나는 배경이다둥그랗게 오므린 손바닥 위에교각 조형물을 올려놓고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마른번개가건너온 다리 위로 건너가고 있다무엇을 빠트리고 갔나번쩍, 바닥을 훑다 이내 사라진다렌즈에 순간을 담으려는 네게바짝 귀 기울이면다시 하늘을 뚫고 사라지는 빛공중으로 더 올려봐손바닥을 잠깐 공글리는 섬광 앞에서나는 전시되고 있다별꼬리하루살이의 남은 생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오월의 꽃은 흰 꽃이다신록의 푸른 바탕 위에 꽃이 핀다할아버지가 늘 일하시던밭 건너편 산에 피던 이카시아꽃학교와 텃밭의 울타리였던 탱자나무꽃돌 너덜겅에 피는 조팝꽃계곡을 따라 난 산길가산딸나무 층층나무 산수국도 흰꽃이었고 할머니가 쌀밥 같다고 좋아하시던 이팝꽃도 여동생이 위암으로 죽기 전 알려준뒷산 한 무더기 철쭉도마흔 갓 넘긴 아버지가
고향 축담에 사열하듯 나란히 놓인 흰 고무신 아흔다섯으로 고향을 지키고 계신다아직 추억이 속살거리고 있는나지막한 계단 오르는 소리가 삐거덕삐거덕 점점 왜소하게 보이지만세월도 무색한 아버지의 목소리동구 밖 행인을 보고 누군지 되씹으며옛이야기로 깨를 볶고 계신다이른 아침 햇살은 자욱한 안개에 묻힌 달맞이꽃을 미소 짓게 하고푸른 들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