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殘雪)의기억남아있는데 온 산야는 연초록 물결 위에 봄의 환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세월의 무상함이여,무뎌진 황혼의 가슴속에는 미동(微動)의 느낌도 없습니다.겨울 가고 봄이 오는 소리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세월의 끝에 움츠린 황혼 인생.심신의 급변하는 신음만온몸이 흔들리게 들려오는 무심한 세월을 걷고 있습니다.
- 박정재
잔설(殘雪)의기억남아있는데 온 산야는 연초록 물결 위에 봄의 환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세월의 무상함이여,무뎌진 황혼의 가슴속에는 미동(微動)의 느낌도 없습니다.겨울 가고 봄이 오는 소리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세월의 끝에 움츠린 황혼 인생.심신의 급변하는 신음만온몸이 흔들리게 들려오는 무심한 세월을 걷고 있습니다.
다섯 살 아이는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과자를 귀에 걸어두면 빗소리가 된다소리란 소리가 다 모여 있는 표정에는해맑은 거짓말이 툭 튀어나올 때마다여린 지느러미가 파닥인다물푸레나무가 우거진습지를 걸으면 눈빛이 저절로 따뜻해질까서로를 문지르면 노래가 뽀송뽀송해진다는나를 딛고 상큼상큼 걸어가는 빗소리머루알 같은 눈 속에 들어 있는 조용한 물음들띄엄띄엄 조각난 문장들이
아파트 화단떼지어있는영산홍땡볕을 견디고장대비에 젖고바람에 시달리며제철에 꽃피워존재감 드러낸다
도심을 품은 부드럽고 너른 어머니의 산, 새하얗게 덮인 능선 위로 치솟은 주상절리는 젖봉우리처럼 그려진다삼봉(三峯)* 형제가 있는 고지(高地)엔혹한에 생장을 멈춘 뻣뻣한 가지 위로차가운 하늘이 뿌린 눈발이 스며들어새하얀 꽃을 피웠다거대한 병풍을 둘러놓은 듯서석대의 장엄한 돌무더기 사이사이로하늘의 기운과 바람의 속삭임을 품고 있다한 줄기 따
하얀 종이에 점을 찍는다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한가늘고 굵은 선들이빈곤의 양식을 수레 가득 싣고급행과 완행의 교차로에서매듭으로 묶인 실타래를한올한올풀어헤치며시리게 밀려오는 그리움을세상 밖으로 몰아내고 있다소녀의 꿈에서중년의 원숙함을 거치며황혼의 길녘을 함께 걸어온 선과 점상처로 얼룩진 기억의 시간은 고치기로 지우고 아물기로 다듬고 삭둑삭둑 자
폭포 하나온종일 물풍선 불고 있네저 아득한 지구 아래로바위 사이 떠오르는무지갯빛 풍선지나가는 나그네 발걸음은순은의 피아노 건반내리꽂히는 물줄기와바위틈 몸을 푼 나무잠시 들여다보면지친 마음 어디론가 다씻겨내리고오래오래저 푸른 하늘처럼망가지지 않으리중원 계곡 속번득이는 중원 폭포
세 발로 꼬부랑꼬부랑응급실 들락거린 구순 어머니‘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사연도 말짱하시다유모차를 타고, 아니 밀고어머니 마늘밭을 지나신다뻐꾹뻐꾹, 뻐꾸기 울 때,배미콩을 심어야 한다고걱정이 몇 이랑이다송정 아래 봉우뜰 타고뒷산 너머 검은등뻐꾸기가홀딱 벗고 홀딱 벗고고장 난 카세트처럼 오늘도흘러간 가사를 틀어댄다‘가신 임은 그
멀리에서 차츰차츰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면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두근 쿵 쿵양손을 깍지 끼고 서서둘레 190cm의 공간에 안겨 올발소리의 주인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처음 안겨 온 앳된 청춘은어깨를 두드려주길 바라고두 번째 안겨 온 덩치 큰 중년의 청춘은허리를 힘차게 끌어안고 압박해 달라고 한다손이 아파 휴식을 생각하는 순간어떤 커다란 엉덩이가 훅 들어오며흔들어
영서지방에서는 추위가 칼 같아도 애인처럼모과나무를 곁에 두고 싶었다햇살 좋은 봄날어린 모과나무를 심었으나이태는 연분홍 꽃만 내다 걸더니 지난해는 물방울 같은모과 몇이 따라왔다나도 눈만 뜨면 어김없이푸른 모과의 황홀한 시간을 따라 나서는 것이었고주먹을 불끈 쥔 모과와그 간절함이하루하루 채워져 가는 것이었다아아 그 어디에고사랑 없이
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으마하늘에서 내려왔든, 땅에서 솟구쳤든하늘과 땅의 엄격한 중간자수없이 변한 세상, 수없이 흐른 세월 앞에서 육신도, 영혼도 변하지 않는 고결한 절대자 하얀 바람이 얼마나 세찼으면, 지상을 떠났는지 하얀 손길이 얼마나 잔인했으면, 복수하자고 비밀의 공중도시에서 칼을 갈았는지아니, 잉카제국의 절정기 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