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알처럼 안으로만여물어 가는 사랑노을빛 속에 얼굴을 감추고먼 지평선에 그리운 임의그림자를 찾는다 소슬한 바람오솔길에 뒹구는 낙엽나는 멧새가 되어 시리도록 파란 가을 하늘을 난다 영겁의 고뇌도 찬 서리에 씻기고 찬란히 피어나는 국화 향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향기 오늘도 나는 긴 여로에 서서 너를 향한다.
- 정성채
석류알처럼 안으로만여물어 가는 사랑노을빛 속에 얼굴을 감추고먼 지평선에 그리운 임의그림자를 찾는다 소슬한 바람오솔길에 뒹구는 낙엽나는 멧새가 되어 시리도록 파란 가을 하늘을 난다 영겁의 고뇌도 찬 서리에 씻기고 찬란히 피어나는 국화 향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향기 오늘도 나는 긴 여로에 서서 너를 향한다.
피면서 지는 꽃꽃 둘레를돌고 돌던 애인도 지쳐그만이유 없이 떠나는 꽃바람나머리끄덩이자줏빛 향을 발라 어느 놈가슴에촘촘히 알 박는 꽃
겨울이 좋다눈 내린 겨울 산하가 좋다아무것도 걸친 게 없는맨몸의 겨울 산하가 좋다실오라기 하나 두른 게 없어도남사스럽지 않고되레 용맹스럽고 당당한겨울 산하가 존경스럽다꾸민 것이란 티끌만큼도 안 보이는그냥 그대로의눈 덮인 겨울 산하가 좋다겨울 산하 같은사람이 그립다
구름장을 밀고 나와어둠을 사르는가 싶더니다시 구름장을 덮고으스름달이 되네이 혼자 가는나그네 밤길에길동무라도 해 주면 달하나나그네하나 천지간에 둘이하늘과 땅에서길동무가 될 텐데 구름장을 밀치고 나와 발등이라도 비춰주면섣달 열사흘 밤달그림자꼬옥 꼭 눌러 밟고 저슬바람찬바람에두 뺨이 시려도길가에 서 있는 나목
불협화음 동백꽃이 철 지나고 있었다 계절이 시간에 몰려 안달난 듯이 여름 해변을 가득 채운 꽃잎들이 푸른 바다에 붉게 젖어들고 있었다 낯선 시간이 밤이라는 언어로 연출되기도 하는 남쪽 바다 밤거리는 한껏 예쁜 꽃들을 채우고골목 이쪽 끝에서 긴장을 해제시키고달콤한 눈빛은 꿈속에서 잠이 들고 있었다 수평선
목 쉬도록 외치는 거리에서옳고 그름 어디쯤인지 역사는 흐르고수많은 말 낙엽 되어혼미한 일상 저마다 헤매며 찾는 길 눈갈비 내리고오늘도 광장은 만원이다
눈 내리는 날엔 차를 마십니다 혼자 깨어서 무릎을 껴안고우려낸 작설차 한 잔 구름이 한가로이 게으른 날숫눈길 걸어가듯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안온한 잠 속의 아름다운 꿈 주전자에서는 늘은밀한 내 생각이 끓고잊혀진 추억들이 다가오느니 누군가에게 향기를 전한다는 것은 차라리 하나의 아픔인지 모릅니다 뜨
새해 새 아침 맑은 종소리은은히 가슴에 스며든다 눈부신 세상의 빛 보듬고할일 많은 인생 웃음 띤 얼굴에 새로운 미래가 열렸다 눈이 내린다포근히 눈 내리는 이 아침우리 깨어 있음으로 존재하며 사색하는 철학의 세계시인은 시를 쓰고 가슴에 품는다 저리 빛나며 흩날리는눈 내리는 하늘의 축복덕성과 은혜로움을 감사하며&nb
활짝 핀 벚꽃 그늘에 앉은 그녀는 자주색 가방을 부둥켜안고 있다. 자신이 빠져나온 집을 올려다보는 듯 뚫어져라 정면을 응시한다. 하얀 머리와 분홍 스웨터가 연분홍 꽃들과 어우러져 화사하다. 미영은 그녀 앞에 차를 바짝 세운다. 하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애초부터 그곳에 부착된 조형물 같다. 미영은 조수석 유리창을 내리고 ‘엄마’ 하고 부르려다 말고 차에서
상공회의소 앞 먹적골 골목, 노란 안전띠가 드리워진 대지 칠십여 평의 빌라 공사 현장에 여러 사람이 모여 고사를 지내는 게 보였다. 약간의 오르막길 좌편에 이빨 빠진 것처럼 휑한 현장 주위는 도로 옆으로 난 통로만 빼놓고는 이삼 층 주택이 디귿자 형태로 즐비했다. 입구에 세워진 공사 안내판에 적힌 빌라 이름은 메트로빌. 며칠 전, 낡은 집 두 채를 철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