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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날아라, 우울한 현실의 몽상이여

비에 젖은 내 삶의 뜨락으로바람처럼 날아든 나비여네 날개에 남은 봄꽃 향기 찾아나 떠나가련다 가다가 비바람을 만나면한쪽 날개로라도 오월의 들판을 날아오르고 가다가 향기로운 꽃밭을 만나면햇살 가득한 꽃잎 위를훨훨훨 날아가련다 오월의 잿빛 하늘 등지고눈 감아도 눈부시게 살아오는 신록을 찾아 너의 몸짓으로 나 떠나가련다&nbs

  • 조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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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71호 어항 동네 이야기

사방이 모난 데 없는잔잔한 어항 동네이른 아침 솔솔 물안개로 피어올라잎자루 통통한 부레옥잠으로 떠 있다가때로는 하얀 실뿌리 부지런히 물어뜯는눈알 동글한 금붕어로 꼬리 쳐 보기도 하더라만 기어이 크게 먼저 한몫들 챙기겠노라아등바등 얽히고설킨 먹이사슬 요란한 난장판 허황된 불빛에 정신 줄 잃은 부나비 신세로 끝내 저 자신마저 불타 죽

  • 김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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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025.6 71호 보내지 못하는 메시지

정오의 졸린 시간이 끝나고해그림자 마당 쓸기를 시작하면 그는하루도 거르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진다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어느 초점을 향해고독하게 만드는 사람에게로 메시지를쓴다 거짓으로 시작해서 정직으로 끝나버린방파제에 부딪치는 인연 같은 사이였지만 파도는 영원하여 그칠 날이 없이 찾아온다 한결 같은 마음으로 자음과 모

  • 강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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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2025.6 71호 한 뼘

한 뼘쯤 모자란 현실은죽어라 달려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생채기를 내고 달아났다 윽박질러도 보듬으며 살아야 했고투박한 모습 그대로부정도 원망도 말자 다독이던희망 없는 말들이 위로가 되었던 날들한 뼘의 차이에 숨죽여 울어야 했다 불가마에 담금질하던도기들의 통증 같은 것이었을!궁핍한 시절의 아픔은 굳은 살이 되어옹이처럼 박히고 세월

  •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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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25.6 71호 몽돌개의 해맞이

삶에 지친절름발이 걸음으로작은 소망 짊어진 채해맞이 행사장으로 찾아 든다일출 새벽의 어둠 속은저마다 희망찬 노래 가득하고삶이 부닥치는 여러 소리로남녀노소 장마당을 이룬다별빛이 꺼져가는 여명 속에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그어진 자리 영원히 식지 않을 불덩이 솟아오르고 장엄함에 온몸은 망부석을 닮아간 채 숨결마저 끊고 나마저 잊어 버렸다

  • 김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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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025.6 71호 시집의 향기

생각의 조각들이하얀 종이 위로 시집을 가네글자들은 꽃이기에꽃잎에게 향기를 건네주듯소리없는 미소가 숨을 쉬듯침묵의 숨소리가 빛나네 페이지는 별처럼 반짝이는 글자들의 정원 글자들은 마음의 숲에 내려진 이슬방울 사랑도 명예도 꿈으로 새기는 여정침묵으로 말하는 글자들의 줄서기 시인과 종이는 늙어도시집간 시어들은 늙지 않고초록의

  • 이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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