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바오밥을 뽑아서 가지를 땅에 밀어 넣고뿌리는 공중으로 향하게 했다는 속설이 전하는 나무 아프리카 여행 중에 만난 바오밥의 우뚝한 기둥에등 기대고 오래 속 말을 흘리고 부끄러웠던 곳석양이 사이사이 빗살 거두던 바오밥나무 길중년의 회상들이 남긴 넉살은 실재 상황이었어 흘리고 온 말들이 여태도 살아서 20여 년살아생전 온갖 매듭자투리땅에
- 이현주(서울)
악마가 바오밥을 뽑아서 가지를 땅에 밀어 넣고뿌리는 공중으로 향하게 했다는 속설이 전하는 나무 아프리카 여행 중에 만난 바오밥의 우뚝한 기둥에등 기대고 오래 속 말을 흘리고 부끄러웠던 곳석양이 사이사이 빗살 거두던 바오밥나무 길중년의 회상들이 남긴 넉살은 실재 상황이었어 흘리고 온 말들이 여태도 살아서 20여 년살아생전 온갖 매듭자투리땅에
해님달님별님 우리 곁에 꽃으로 피어나네하루도 외면하지 않고밤낮도 없이 네가 매일 꽃처럼 피어나는 것처럼네가 매일 별처럼 반짝이는 것처럼.
외딴 산사에서 잠시 좌선한 뒤허리 굽은 능선에 이르렀을 때낯익은 억새꽃들이 나를 반긴다 내 고향 명산이라서 그러한지우리 어머니 포근한 품속 같다가을빛에 따뜻하기 그지없다 입 다문 바윗돌에 두 발 내딛고머나먼 해안선을 바라다보니하늘과 바다가 얼굴 맞대고 있다 소문엔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한라산 꼭대기도 볼 수 있다던데 선조들
가도 가도 끝없는 벌판 설원에 병풍들순록 떼 파노라마 속에구름을 탄 환희와 신비에 찬 장관들이 마치 바닷속 산호처럼 하얗게 핀 것은신선이 내린 것 같은자연의 보고 최고의 작품이 또 아닐지 계절이 변한 세상에 눈꽃을 뿌려 놓은온누리 산에 형상 조화는척박한 그 땅에 하얀 경지를 불렀는가 눈 속에 묻힌 순결한 극치의 생명들은뜨거운 피를
땅속 노랗게 기척을 감췄던 계절이쇠붓털 같았던 산의 능선을 타고소리도 없이 계곡 물가에도 가지를 뻗는다 어느 봄날우물가 한가득 넘치던 한 바구니의 웃음소리들처럼어느 계절 한 자락 따뜻하던 얼굴들이창을 열면 보란 듯 시절 내내 노란 손 흔들어오던 기억들 종일 모니터에 두 눈을 팔고 살다 모처럼 밖으로 나서는 날엔노란 봄기운이 지친 눈가를 쓸
아득한 세상산허리를 감싸는 안개해 뜨면 스르르 몸을 거두는나는 이슬이었다해 뜨면 스러질 찰나의 목숨세상 풍광, 인간 세상 떠돌다가고목의 가지에 일렁이는 꽃들의 절정에서풀밭을 기며 들꽃을 피우는 가녀린 꽃들에게서 바람이었다냉랭한 대기에서 침엽수의 가느단 바늘 끝 잎에 매달려쏴아쏴아 흐느끼는 바람어질고 순한 눈빛을 들여다보고 그들과 마주한 눈빛아∼ 나는 방랑자
무심코 포로처럼 걸어두었을 희망사진관.나에게 들리던 희원(希願)의 목소리가 커지던 날닷새에 한 번, 제법 오래 전에 친구가 되었다.덩그러니 넉살 좋은 욕심도 모른 채나처럼 양손을 모으고 서 있는 직사각형 사진관 간판.손님이 마음먹고 거기로 들어가는 입구도그 집 주인 사진사가 나오는 출구도 알지 못한다.어쩌면 비밀만큼 버려진 듯한 얼굴 모양 사운댄다.연한 청
하나인 듯 둘 누우면 같이 눕고앉으면 같이 앉네 문득 그리워 만지면잡히질 않고 쫓아가면더 빨리 멀어지네 있는 듯 없는 그대는정녕 누구인가? 갈구할수록 나를 애태우는무명(無明)의 그대 벗어날 수 없는사랑의 화신(化身)
교실에 벌 떼 몰려든다방금 전 친구였던 나비 사라진다지우개가 닳을 때까지친구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지워진다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다친구들이 사라지는 걸 용서할 수 없다이러한 폭력을 사랑하지 않는다서로를 생략하고 압축되는 눈빛 별빛위장한 침묵 지워지는 교실혼자서 밥을 먹는다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몹쓸 허기벌 떼가 완성한 로열제리는 달콤하다벌 떼는 아이
빨대를 방광에 꽂아이제 죽음 임박한 줄낌새 느꼈다 그동안 삶이란낙원 속의 숲인 줄깨달은 나날들 할 일은 너무 남아서하루가 아깝고시간 부족으로 바빠졌다 생각을 베 짜듯올올이 엮어내려니죽을 날이 없다 호흡 가늠해 가매질긴 실오라기 세월한결같이 다듬자니 내 그림자가자꾸만 두꺼워져허물 숫자로 남는 걱정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