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따란 배꼽마당에낡은 멍석 에워싼 햇귀타작한 벼를 말리고희아리 섞인 새빨간 고추도번갈아 뒤적인다 탱자나무 산울타리개구멍 비집고살금살금 도둑고양이생선 비린내 사라진빈집 정지 기웃거린다 도랑 건너나뭇등걸에 자리잡은토실한 맷돌 호박나부룩한 줄기에 덮여 있다 오래 전 지은 양철지붕 추녀 밑절반 뭉그러진 돌담 사이실금 간 다릿골 독 뚜껑에
- 전숙임
널따란 배꼽마당에낡은 멍석 에워싼 햇귀타작한 벼를 말리고희아리 섞인 새빨간 고추도번갈아 뒤적인다 탱자나무 산울타리개구멍 비집고살금살금 도둑고양이생선 비린내 사라진빈집 정지 기웃거린다 도랑 건너나뭇등걸에 자리잡은토실한 맷돌 호박나부룩한 줄기에 덮여 있다 오래 전 지은 양철지붕 추녀 밑절반 뭉그러진 돌담 사이실금 간 다릿골 독 뚜껑에
지지리 못나고 허약한 몸으로 태어나서동네 어른이나 선생님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남의 시선에 민감한 성격 때문이었을까? 언제나 부모님이나 스승의 말씀에 순종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나라에 충성하고 조상님과 부모님을 공경하며 형제 우애하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는기본 윤리를 철칙으로 알고
지금쯤푸르름 가득한 고향 마을엔윙윙거리는 벌초 소리 가득지천으로 번져 밀어내야 한다고 베어져 풀썩 주저앉으면서도눈물 대신 싱그런 향내를 던진다 어쩜저리도 별난 재주를 지녔을까 제 할 일 다 한 듯 스러지는 너 떠나면서도 향그러움으로 머물 수 있는 그 모습 진실로 사랑하고 싶다
줄지어 달려가는차량 행렬은미지의 상상을 싣고서 지네발처럼 가볍다 속살 드러난 갯벌에 무의(舞衣)를 펄럭이는 게와 하품하는 조개평화롭지만 갑자기인기척이 들리자화들짝 구멍 속으로숨는다 끝없이 펼쳐진 산빛 물빛 생에 처음 걷는 길은 구름 위를 걷는 듯시간을 잊는 듯 군악 소리 울리며쓰러진 병
청운의 뜻 가슴에 품고낮과 밤을 걸어 걸어찾아나선 구도의 길 -해인사낙엽을 이불 삼고개울물로 배를 채우며 천릿길을 걸었다 21살에 해인사 출가 후승려생활 51년마침내 병이 들어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으나 조계종 종단에서는 치료는커녕 관심조차 없었다 불시에 떠맡겨진 속가에 의지한 채이 병원 저 병원 옮겨다니다머문 곳, 조그만 요양원&
밭고랑 타고 앉아 있으면땀이 줄줄호미로 풀을 슥슥어쩌다하얀 구름 타고 온 바람 겨드랑이 속으로그 바람친정 엄마가 불어다 준 바람 두 뺨 위로 스칠 때도그 바람친정 엄마가 불어다 준 바람 하늘 위 별빛이 되신지 50년… 캄캄한 밤이면유난히 아름다운 빛을 비추시는 친정엄마바람도, 별빛도
허름한 창가에제법 따뜻한 온기가노닐고 있다 봄이 오면언제나 그랬듯이앞마당엔 하얀 오얏꽃이 피어어머니를 웃게 만들었고부뚜막 한 구석에도화아한 미소가 앉아 있다 오랫동안 비워 놓았던 자리엔나그네만들락거렸을 시간이그리움이 되어 돌아오고 그 시절 어머니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듯우리에게 남겨 놓으신 선물을 간직하고 싶다
작살 같은 싹눈만번가고만번와서도늘 똑같다.나는 그들 세계를 들여다본다.본다고 하지만 허상(虛象)인가. 문득 7,000년 전 반구대암벽화에서고래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양각으로 새겨진 작살이 등에 꽂혀, 암벽에 각인된 채로죽음을 앞둔 혹등고래인가새로 태어난 새끼고래와 어미고래를 뒤따르며 죽어 가는데… 나는 산에 오르다가언뜻 눈맞춤으
파란 하늘빨강 등대이곳에 가면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누군가 곧 올 것만 같아가슴이 뛴다
“아, 날씨 좋다우리 집 어쩌면 이렇게 좋아햇빛이” 맑은 목소리가 꽃답다1·4후퇴에 피난해 지내던용인 모현면 옆 동네, 탑실마을십여 년 전에 내려와 살고 있어 옛 생각 젖어드네아내는 평택 친정 어머니 생각, <하늘 빛 편지>처음 만난 날 하늘색 옷이웃음 짓더니친정 어머니 만나 뵙는 설렘새봄 산중에서얼음 풀리는 바람에 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