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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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울음이기에 눈물을 거둔다는 것은 울음을 그친다는 뜻이며, 눈물을 삼킨다는 것은 울음을 참는다는 뜻이고, 눈물을 짠다는 것은 나오지 않는 울음을 억지로 운다는 뜻이다.
눈물은 슬픔의 상징이다. 효성이 지극한 자식이 부모님이 떠나가셨을 때나 사랑하는 배우자를 잃었을 때나 사랑하는 형제자매를 떠나보낼 때 우리는 한없이 슬프기에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가족이 아닌 우리의 따뜻한 이웃이 재해로 인하여 인명 피해와 막대한 물적 손해를 입어 재기하기 힘들 때, 가난한 소년소녀 가장이나 장애인이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희귀병이나 불치병에 걸려 치유하기 어려워도 본인은 그것을 모르고 삶의 애착을 가지고 발버둥 칠 때, 찢어지게 가난하여 최선의 치료마저 어려울 때 우리는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이 세상에 나온 직후 터뜨리는 울음의 눈물은 본능적이지만, 보기에 따라 두 가지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그 하나는 하느님의 선택으로 창조된 생명이므로 매우 기쁘고 소중하다는 뜻이 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세상은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고해이니 앞으로 다가올 고난을 어떻게 감내할까 하는 슬픔과 두려움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눈물은 기쁨의 상징이기도 하다.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전교 수석의 상을 받을 때, 어려운 자격시험에 합격했을 때, 가고자 하는 대학 입학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을 때,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청혼할 때,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사람을 만났을 때, 집 나간 탕자가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한평생 속을 태우며 애만 먹이던 남편이나 아내가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진실하게 용서를 빌 때, 세계 최고봉의 등산에 성공했을 때나 운동선수가 시합에서 이겨 최고의 몸값을 받게 되어, 자기 생애에 이루고자 하는 바가 성취되었을 때 등의 경우에 우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눈물은 감동이나 감수성과 나이의 정도에 따라 그 양이 다르다. 어릴 때는 살짝만 맞아도 울음을 터뜨리나, 자라서는 맞아서 아파도 울음을 잘 터뜨리지 않는다. 감정이나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은 슬프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쉽게 눈물을 흘리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눈물을 머금을 정도이거나 아니면 아예 눈물이 돌지도 않는다.
여자는 감수성이 예민해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속으로 삭이고 표현을 절제하는 것이 남자보다 더 어렵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보다 눈물을 더 많이 더 자주 흘리고, 마음의 자극도 더 깊게 느낀다.
문화의 차이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정도가 다르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가까운 친인척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서 우리는 많은 눈물을 보인다. 특히 여자의 경우는 곡을 하면서 평소에 망인에게 못다 한 사연을 읊으면서 슬피 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부모님 등이 돌아가셨을 그 당시 과거의 고마움과 자기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점을 통회하고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보았어도 장례식장에서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눈물을 참는 모습을 흔히 본다.
우리의 유교문화에서는 남자는 눈물을 자주 보이면 안 된다는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받아왔다. 죽음보다 더한 슬픈 일을 당해도, 눈물이 날 만큼 기뻐도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은, 남자는 한 가정의 가장이요, 그 가문의 지도자가 될 사람이면서, 국가나 사회에서도 지도자가 되어 통솔할 사람이므로 눈물이 흔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도자는 때로는 다정다감하면서도 그 판단은 냉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 밑에서 교육받고 자라온 한국의 남자는 슬퍼도 기뻐도 눈물을 아끼는 것이 오랜 관습으로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슬플 때나 기쁠 때 흘리는 눈물은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가. 그것을 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아껴야 하는가?
새 시대를 맞은 우리는 눈물이 조금 더 흔해져야 한다. 눈물은 정이다. 슬플 때 슬퍼하고 기쁠 때 기뻐하는 감정의 표현을 억제하지 말자. 특히 남자라고 해서 감정의 예외일 수 없으므로 슬플 때나 기쁠 때 남자도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리자.
다만 어린아이들 앞에서는 조금 억제하자. 슬픈 일의 경우 어른의 지나친 눈물이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또한 가정을 다스림에 있어 위엄이 필요할진대 어른의 지나친 눈물은 그 위엄에 금이 갈 수 있으니까.
감정에 따라 마음으로부터 저절로 나오는 눈물을 남자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참으며 살았기에 남 보기에는 마치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오해받아 왔다. 이제는 딱딱하고 격식에 얽매여 살았던 유교문화에서 뛰쳐나와 감정에 정직하자. 눈물을 감추지 말고, 슬플 때도 기쁠 때도 눈물을 흘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