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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여름 ——당신과 나의 지쳐 있던 한때

검은 무개화차에 실려 새벽 연무는 왔다그해 그 여름엔 그리 굵던 장맛비도유난히 빨리 잦아들기 시작했다망간이 되어 밤이 밝아지자그곳에선 라벤더 향이 난다고 했다오래 전 헤어진 연인과 같은 향이 난다고 했다매 걸음걸음그의 흔적이 배어 나온다고도 했다그렇게 보랏빛 향이 필 즈음이면난 항상 당신이 떠난 자리에 서 있곤 했다오랜 노동에 지친 무개화차는 긴 한숨을경적

  •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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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가을 햇살에 윤슬이 비칠 때면

가슴 깊은 곳분홍빛 둥지를 틀어숨 쉴 때마다 고운 날갯짓사랑으로 승화된 너의 영혼 상상의 중심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물결 소처럼 내 가슴 휘감아 돌아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의 고리가 되어 기억 속 소품으로 남은 이름 석 자그 이름 엉킨 실타래처럼풀어도 풀어도 풀리지 않는 미로의 사슬 가을날햇살에 반짝이는 윤슬너의 눈빛처

  • 문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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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삼밭골 정류장

먼 하늘이 어슬어슬어둠 벗겨지는 시간삼밭골 중턱 정류장한로 상강 지나새벽 바람은 목덜미 서늘한데포도청 같은 식솔의 생계저마다의 꿈을 짊어지고통근버스 기다리는양회색 잠바의 긴 줄 샛바람이 속살 파고드는이삼월 동틀 무렵에도장대비에 우산살이 휘는여름 새벽에도지난밤 깡소주 털어 넣은쓰린 속을 달래지 못한 날이더라도 나의 전우 같은 동료들은먼동 터

  • 박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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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683호 나는 누구의 얼굴에 물을 뿌리려 하는가

손을 뒤로 결박하여상투를 풀어 손을 묶는다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한다얼굴에 물을 뿌린다그 위에 한지를 붙인다다시 물을 뿌리고한지를 다시 붙인다또다시 물을 뿌리고한지를 붙인다달라붙은 숨결은 서서히 스러지지만 죽어서도신앙은 살아 숨쉰다백지사형(白紙死刑)*이다 누구는 한지에 그림을 그린다누구는 한지에 글씨를 새겨넣는다 나는 오늘 백지에무

  • 김귀례(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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