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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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보면 기쁜 일보다 슬픈 일들이 더 많았던 세월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1939년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 1945년 조국의 광복을 맞았으나, 1950년 동족상잔의 육이오 전쟁이 일어났다. 휴전된 후 폐허가 된 국토 위에서 온 국민은 배고픔을 달래며 전후 복구에 온 힘을 다해야 했던 시절과 4·19와 5·16 등 역사의 격동기를 겪으며, 오늘보다는 내일은 나을 것이라는 꿈을 안고 옆 돌아볼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면서 가난만은 이겨 내야 한다는 신념으로 크고 작은 꿈을 현실로 만들며 살아왔다. 그러나 글을 쓰는 꿈은 쉽게 이루지 못하고 늘 가슴에 안고 있었다. 그러다 상장법인의 임원으로 취업하면서 늘 살아가는 데 쫓기던 마음에 여유가 생기게 되자, 생활이 바뀌게 되어 망망대해를 자유롭게 나는 갈매기처럼 꿈을 향해 힘차게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1975년에 나의 전공 분야 전문 서적을 출간하면서, 이어서 몇 권을 더 펴냈다. 그러나 나의 꿈은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본격적인 문학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학의 길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어서,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던 중에 문학신문사 이종기 사장님을 알게 되어 수필 쓰기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문학인의 삶을 깊이 있게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문인의 길로 들어서려고 온 마음을 쏟아서 수필집을 거의 매년 한 권씩 출간했다.
나의 수필집들은 살아온 일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하고 싶은 말과 주장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여 엮은 책들로 험난하다는 세상을 살아가야 할 나의 세 아들에게 세상 사는 방법을 일러 주듯 부모의 마음을 담았다.
나는 후배들인 젊은이에게 세상살이가 그렇게 만만하고 쉬운 것이 아니며,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므로 현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내일을 향한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하면서, 오늘의 젊은이들이 좀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쓴다.
선배들이 살아온 삶을 배우는 것이 뭐 그리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모두는 제 나름대로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온 삶이기 때문에 어떤 삶에서든 배워야 할 것은 있다. 높은 자리에 앉은 권력가든 재력의 상징인 재벌 총수든 길거리의 노숙자든 돌보는 이 하나 없는 가난한 독거노인이든 유흥가 여인이든 저마다 삶의 모양은 다르지만, 각자의 삶이란 그릇에 그 살아온 인생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우리는 그들의 삶의 그릇에 담긴 인생의 진수를 바르게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서 내가 배워야 할 점을 찾아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배울 바를 찾은 그만큼 자신의 인생을 더 멋지고 바르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인생이 걸어가는 길 위에서 후배들이 똑바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끄는 안내자가 되고자, 특별나지도 않은 내 삶의 이야기에 내 생각과 하고 싶은 말을 얹어 글로 써서 세상에 내어놓았다. 평범함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조그만 교훈이라도 얻어가기를 바라면서.
김호찬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문학신문문인회 고문·한국수필 운영이사.
한글문학상·세종문학상·박종화문학상 등 수상. 자서전 『바람 속에 세월 속에』, 수필집 『부족함이 희망을 부른다』 『내일이 있어 미소 짓다』 『희망이여 아름다움이여』 『황혼의 샘터』 등.